명원시 외곽의 오래된 동네.초록빛 녹나무 사이로 햇살이 쏟아졌고 길가에 놓인 벤치에는 흰 민소매 러닝셔츠 차림의 노인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그 옆에는 수박을 가득 실은 손수레가 서 있었다.명원시는 이제 막 8월에 들어섰을 뿐인데도 기온이 무서울 만큼 치솟아 있었다. 견디기 힘든 무더위 속 나무 그늘에는 매미 소리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번갈아 들려왔다.흰 긴소매 셔츠를 입은 여자는 팔다리가 가늘었고 아랫배가 아주 살짝 불러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여자는 연한 색 밀짚모자를 쓰고 냉동 만두 한 봉지를 든 채 수박 좌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한 킬로에 2000원입니다. 안 달면 돈 안 받아요.”노인은 부채를 흔들며 느긋하게 벤치에 누운 채 말했다.민하윤은 원래 수박 고를 줄을 몰랐다. 괜히 아는 척 몇 번 두드려 보다가 결국 제일 작은 걸 하나 골랐다.“통으로 줄까요? 반으로 잘라 줄까요?”민하윤은 휴대폰에 글자를 입력한 뒤 화면을 돌려 노인에게 보여 줬다.[절반만 주세요.]수박 장수 노인은 담배를 문 채 손놀림 좋게 수박을 반으로 잘라 주었다. 그러면서 이상하다는 듯 민하윤을 한번 힐끗 바라봤다.민하윤은 반쪽 수박을 들고 월셋집으로 돌아왔다. 물을 올려 만두를 삶으려던 순간, 휴대폰이 갑자기 크게 울렸다. 은행에서 입금 완료 문자가 도착한 것이었다.민하윤은 미간을 살짝 좁히고 문자에 적힌 숫자의 소수점 자리를 속으로 세기 시작했다.‘일, 십, 백, 천, 만, 십만... 통장에 왜 갑자기 4,000만 원이나 더 들어온 거지?’민하윤은 태유 은행에서 일한 지난 몇 년 동안 전혀 돈을 모으지 못한 건 아니었다.어쩌면 은행원이라서 더 그랬을지도 몰랐다. 민하윤은 리스크를 피하려는 감각이 유난히 강했다. 따로 계좌 하나를 만들어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양아버지를 위해 거액의 의료사고 보험까지 들어 두었다. 떠나오기 전에는 서정아에게도 카드 한 장을 남겨 두었다. 안에 들어 있던 돈도 2,000만 원 정도였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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