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오는 잘 익은 복숭아 한 봉지를 들고 병실 현관 앞에 서 있었다.안에서는 고은율이 하도진과 통화하며 구준오에게 꼭 와 달라고 했던 말을 하고 있었다.구준오는 어렵게 구한 복숭아 봉지를 한쪽에 내려놓고 그대로 병실 밖으로 나왔다.고은율은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했다.한입 베어 물면 과즙이 뚝뚝 흐르는 그런 복숭아 말이다.그래서 구준오는 하던 일도 다 내려놓고 간호사에게 잠깐만 곁을 지켜 달라고 부탁한 뒤 낯선 거리로 혼자 나갔다.과일 가게란 가게는 모조리 뒤진 끝에, 황량한 서북 땅에서 겨우 복숭아 한 봉지를 구해 왔다.그런데 결국 그건, 자신을 병실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구준오는 복도 끝 처마 아래 서서 담배를 피웠다.서북의 병원 마당에는 노란 국화가 사방에 심겨 있었고 눈을 들어 바라보면 온통 황량한 누런빛뿐이었다.하도진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구준오가 피우던 담배는 아직 반도 타지 않은 상태였다.“은율이가 약을 제대로 안 먹고 있어. 그럴 거면 촬영부터 중단시키고 명원시로 데려오는 게 맞아. 여기보다 의료 환경도 낫고 다른 정신과 전문의도 다시 붙이면 되잖아.”하도진의 목소리에는 짙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구준오는 담배를 한번 깊게 빨고 짧게 대답했다.“응.”그러고는 잠시 말을 골라 덧붙였다.“은율이는 별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 담당 주치의랑도 이야기해 봤는데 봄 계절이 원래 우울증 환자들한테는 자살 시도가 가장 많은 시기래. 그래도 최근 들어 상태는 조금 나아졌어. 네가 명원시에 돌아갔다는 얘기는 안 했고 며칠 더 지나면 아마 눈치채겠지.”하도진은 휴대폰을 더 세게 쥐었다.침대에 누운 채, 한 손으로 얼굴을 덮고 낮게 말했다.“준오야, 나 이제 너무 지쳤어. 지금은 그냥 하윤이 곁에만 있고 싶어. 평범하게 살고 싶어. 도대체 은율이는 왜 이런 병에 걸린 거야?”구준오는 목울대를 한 번 굴렸다.그러더니 결국 언젠가 해야 했던 말을 꺼냈다.“아마 진작부터 아팠을 거야. 은율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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