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진은 눈앞이 흐려졌다.서명인이 너무 놀라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하도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대신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장면들만 멋대로 머릿속을 파고들었다.민하윤은 수술실에서 나왔고 마취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의사가 뱃속에서 죽은 태아를 꺼내는 걸 전부 견뎌 냈다.그런데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막 아이를 잃은 민하윤에게 독한 말만 퍼부었다.심지어 민하윤을 살인자라고 하면서 두 사람 아이를 죽인 게 민하윤이라고 몰아붙였다.민하윤은 진통제 펌프를 단 채 병상에 웅크리고 있었지만 그런 초췌하고 창백한 얼굴을 마주하고도 정작 하도진은 가장 모진 말만 골라 쏟아냈다.그런 장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하도진의 머릿속에서 되풀이됐다.하도진은 이를 악문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하늘도 정말 무심하네... 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민하윤은 침대에 누운 채 조용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보이는 끝도 없이 맑은 날씨였다.밤새 몰아치던 비바람은 마침내 그쳤다.“하윤아, 수술 끝나고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이러면 안 돼. 뭐라도 좀 먹자. 응?”민하윤은 임형섭의 초췌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얼굴이 순간 환해진 임형섭은 정성껏 좁쌀죽을 후후 불어 식힌 뒤 민하윤의 입가로 가져갔다. 혹시 민하윤이 또 마음을 바꿀까 봐 몇 숟갈을 연달아 먹였다.그런데 순식간에 민하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민하윤은 눈을 내리깔고 속눈썹을 떨더니 입을 억지로 다문 채 참고 참다가 갑자기 침대 난간을 붙잡고 방금 먹은 죽을 전부 토해 냈다.그러자 임형섭이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괜찮아. 내가 치울게. 걱정하지 마. 괜찮아.”말을 마치자마자 임형섭은 정말 망설이지 않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비싼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물티슈로 민하윤의 토사물을 하나하나 닦아 냈다.“괜찮아, 하윤아. 아마 입에 안 맞아서 그런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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