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윤은 술기운이 확 깬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그리고 백누리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했다.“내가 다시 말을 하게 됐다는 건 아무한테도 알리고 싶지 않아.”백누리는 순진하고 여린 타입이 아니었다.이런 진흙탕 같은 연예계에서 버텨 낸 건 단지 예쁜 얼굴 하나 덕분만은 아니었다.민하윤이 아무한테 말하지 말라는 대상이 누구를 뜻하는지 백누리는 바로 알아들었다.이혼한 전남편 하도진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근데 후회는 안 되냐? 진짜 솔직히 말해서 성격이랑 인성 빼면 하도진은 진짜 미쳤잖아. 몸매, 분위기, 얼굴, 집안... 하나씩 떼어 놔도 전부 끝판왕이야. 진짜 돌아버릴 정도로 좋지. 그래서 다들 누구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기술이라고 하나 봐. 연예계에 하도진의 침대로 기어들어 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널렸어. 나도 예전에 머리에 물이 찼었나 봐. 네 앞에서 하 대표랑 첫사랑 여자 얘기나 떠들고 말이야. 너희 이혼한 데 나도 지분 좀 있는 것 같아서 괜히 찔리네.”백누리의 얼굴에는 잠깐 미안한 기색이 스쳤다.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곧바로 본색이 튀어나왔다.“그런데 나 진짜 궁금한 건 따로 있어. 하도진이 진짜 소문처럼 그 방면에서 별로야? 아니 그렇게 잘생기고 그렇게 끝내주는 남자인데 잠자리가 별로라면 그건 그냥 겉모습만 좋은 거잖아.”술까지 들어가자 백누리는 더 대담해졌고 두 사람이 나누는 화제도 점점 부끄러운 쪽으로 흘렀다.민하윤의 얼굴에 수상할 정도로 붉은 기운이 확 돌았다.민하윤은 시선을 내리깔고 물었다.“도진 씨가 그 방면에서 별로라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 거야?”백누리는 혀를 차며 이미 다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다들 그렇게 말해. 그런 급의 남자는 연예계에서도 거의 희귀종 취급이잖아. 감히 범접도 못 할 사람이야. 그런데 그 방면에서 약하고, 조루, 발기부전이라는 소문이 돌고 나서 여자 중에 열에 여덟은 환상이 깨졌어. 입으로는 그런 남자랑 한 번만 사귀어도 여한 없다고 하지만 정작 그쪽이 문제 있으면 다들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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