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윤이 항도시에 막 도착했을 때는 낯선 땅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었고 당장 몸을 담을 집조차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그나마 다행인 건 일은 비교적 순조로웠다는 점이었다.지점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곧바로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것이었다. 민하윤은 업무를 명확히 나누고 총행 운영 방식을 엄격하게 기준 삼아 체계를 손봤다. 그 결과 3분기 수익은 꽤 만족스러울 만큼 잘 나왔다.민하윤은 낮에는 은행에서 일에 매달렸고 퇴근 후에는 중개인을 만나 집을 보러 다녔다.두 달 가까이 틈틈이 집을 본 끝에 민하윤은 결국 시내 중심가의 작은 아파트 한 채를 계약했다. 방 세 개에 거실 하나, 욕실 두 개, 주방 하나 있었고 월세는 매달 월급의 30% 정도나 잡아먹었다.하지만 아파트의 입지는 훌륭했다. 집만 나서면 도시 최대 상권과 중심지였고 지하철로 15분이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집은 22층이었고 거실에는 커다란 통유리창이 있었고 침실에는 작은 발코니도 있었다. 민하윤은 그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인 항도시를 끌어안듯이 기지개를 켰다.민하윤은 딱 5분 만에 중개인과 계약서를 썼다. 집은 풀옵션에 가까운 깔끔한 인테리어였고 새 세탁기와 새 매트리스만 주문한 뒤 바로 짐을 들고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항도시는 인재 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었다.지점 대출 심사 창구에는 늘 긴 줄이 늘어섰고 예약 업무는 한때 포화 상태였다.정부의 신속 행정 기조에 맞춰 은행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전 직원이 매일같이 업무 처리와 심사 절차에 매달렸다.지점장인 민하윤은 대부분의 시간을 외부 협력 사업을 뛰는 데 쏟았다. 국영기업, 외자 유치, 정부 프로젝트까지 석 달 내내 쉴 틈 없이 뛰고 나서야 민하윤은 비로소 항도시가 인재를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 몸으로 실감했다.민하윤은 항도시에서 술을 배우게 되었다.은행 지점장인 민하윤이 중년 남성 자본가들 한가운데 끼어 술자리를 버텨야 하는 현실은 성별이 만들어 내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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