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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721 -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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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하도진은 밤새 병실에서 주주 곁을 지켰다.새벽 6시가 되자 간호사가 들어와 주주에게 주사를 연결했다.차가운 약물이 혈관으로 들어가는 순간 주주가 눈을 크게 뜨고 울음을 터뜨렸고 통통한 손도 본능적으로 휘저었다.“바늘이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손대지 못하게 해 주세요.”하도진은 곧바로 주주를 품에 안고 통통한 팔을 살짝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간호사는 체온계로 주주의 이마를 쟀다.“37.5도네요. 아직 미열이 조금 있어요. 물을 자주 먹여 주세요.”하도진은 어디서든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반듯하고 선 굵은 얼굴에 189센티미터의 큰 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몸에 꼭 맞는 고급 맞춤 정장, 눈에 잘 띄지 않는 커프스 하나에도 취향이 묻어났다.병실에 머문 지 고작 하루였지만 하도진의 기사도 다녀갔고 집에서는 가사 도우미가 두 번이나 식사를 가져왔다. 산후 도우미도 계속 병실을 지켰고 송지훈 역시 하루에도 두세 번씩 들렀다.하도진은 외모뿐 아니라 집안도 평범하지 않다는 걸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소아과의 젊은 간호사들은 자연스럽게 하도진에게 관심을 가졌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 엄마는 단 한 번도 병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몇몇 간호사들은 체온을 재거나 상태를 확인한다는 핑계로 평소보다 자주 병실을 드나들며 슬쩍 하도진과 말을 붙이고는 했다.하도진은 원래 자존심이 강하고 까다로운 사람이었지만 어려서부터 몸에 밴 예의와 집안 교육 덕분에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처음 주삿바늘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때 수간호사에게 표정을 굳힌 것 말고는 의료진에게도 늘 정중하게 대했다.그날도 체온을 잰 간호사가 바로 나가지 않고 수액 속도를 조절하는 척 머뭇거리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그런데 아이의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 계속 병원에 안 오시네요.”그 순간, 하도진의 눈빛이 바로 차갑게 변했고 평소의 부드러운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하도진은 간호사를 천천히 훑어보며 물었다.“아이 엄마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세요?”말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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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어차피 일을 꾸민 것도 하도진이었으니 나중에 민하윤에게 들키면 욕먹을 사람도 결국 자신이었다.그 생각을 하자 하도진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 왔다.하도진은 차라리 조금만 더 숨길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민하윤과 주주가 둘 다 퇴원한 뒤에 그때 가서 제대로 사과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민하윤은 아직도 복직 문제로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어젯밤 두 사람이 입을 맞췄다고 해서 그 화가 다 풀렸다고 생각할 만큼 하도진도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키스 한 번 했다고 용서받은 건 아니었다.민하윤이라면 언제든 그런 입맞춤은 없던 일로 치고 다시 냉랭해질 수도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에 올라 병실이 있는 층까지 도착했다.간호사들이 하도진을 보고 몇 번이나 눈치를 줬지만 하도진은 별생각 없이 아침 식사가 든 봉투를 들고 VIP 병실로 향했다.그런데 병실 안에는 사람이 머물렀던 흔적조차 없었다.침대 시트와 이불은 반듯하게 정리돼 있었고 침대 옆에 놓여 있던 과일 바구니와 꽃도 모두 사라졌었다.하도진은 그대로 몇 걸음 물러나 병실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잘못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곧바로 간호사실로 돌아가려는데 하도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젊은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환자분은 오늘 아침에 퇴원하셨어요. 집으로 가셨습니다.”하도진의 미간이 확 좁혀졌다.“누가 퇴원하라고 했어요?”“환자분이 강하게 원하셨어요. 열도 내렸고 어젯밤 흉부 CT도 찍었는데 담당 선생님이 보시기에 가벼운 폐렴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하도진은 눈꺼풀이 계속 떨렸지만 병원에 더 따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하도진은 들고 있던 아침 식사를 옆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고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차가 골목으로 들어설 무렵부터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하도진은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네 아내가 돌아왔어. 오자마자 애들 어디 있냐고 묻더라.”채선화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지금 막 2층 올라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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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집을 나서려는데 연이가 마치 엄마의 마음을 알아챈 것처럼 민하윤의 품에 꼭 안긴 채 누구에게도 가려고 하지 않았다.채선화와 가사 도우미가 연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까지 들고 달래 봤지만 소용없었다.연이는 하얗고 통통한 두 팔로 민하윤의 목을 꽉 끌어안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민하윤은 고개를 숙여 연이의 볼에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달랬다.“엄마 금방 다녀올게. 집에서 할머니랑 증조할머니랑 놀고 있어. 해 지기 전에는 꼭 돌아올게.”연이는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커다란 눈을 깜빡이고 입술을 삐죽였다.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지만 팔은 여전히 풀 생각이 없었다.“아니면...”민하윤도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아픈 주주가 걱정돼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렇게 엄마를 붙잡고 우는 연이를 두고 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때 하도진이 직접 연이를 안아 떼어 낸 뒤 가사 도우미에게 건네며 말했다.“안 돼. 병원에는 세균이랑 바이러스가 많아. 송지훈도 둘을 꼭 떨어뜨려 놔야 한다고 했어. 혹시라도 옮으면 안 되잖아.”민하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집을 나서는 동안에도 뒤에서는 연이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원래도 연이는 유난히 감정 표현이 풍부한 아이였다.평소에도 조금만 서운하면 눈물부터 보여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고는 했다.하지만 지금은 정말 서러운지 목이 터지라 울고 있었다.민하윤은 그런 소리를 듣고 있자 가슴이 아파 걸음을 더 재촉했고 조금이라도 빨리 멀어져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했다.먼저 차에 올라탄 하도진은 백미러를 통해 민하윤이 차 밖에서 몰래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아이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걸 알아차린 하도진도 한숨을 내쉬었고 기분이 무거워졌다.민하윤은 눈물을 어느 정도 닦고 나서야 차에 올랐다.그러자 하도진이 휴지를 건넸다.“아이들은 원래 자주 아프면서 크는 거야. 그러니 울지 마.”민하윤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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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민하윤은 순간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었다.주주는 그야말로 하도진의 축소판이었다.생김새도 닮았고 성격도 아빠를 쏙 빼닮아 무뚝뚝했으며 좀처럼 누구한테도 웃어 주는 법이 없었다.한 달 잔치 때도 진호영이 한참을 달래고 놀아 줬는데 주주는 끝내 웃지 않아 진호영을 머쓱하게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예뻐해 줘도 반응이 없었다. 주주는 낯선 사람에게 안기는 것도 싫어했다.민하윤의 기억으로는 엄마 아빠인 두 사람조차 주주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사실 웃는 것뿐만이 아니었다.주주는 동생과 엄마 품을 차지하려고 다툴 때나 졸려서 보챌 때 몇 번 우는 것 말고는 주사를 맞아도 좀처럼 울지 않았다.다섯 달 된 아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감정 변화가 적고 차분했다.“주주야, 방금 웃은 거야?”민하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주를 안아 들며 물었다.하지만 지금의 주주가 그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주주는 민하윤을 빤히 바라보다가 통통한 손가락을 입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마침 아이 분유를 타려고 돌아서 있던 하도진이 그 말을 듣고 바로 반박했다.“잘못 본 거 아니야? 얘는 맨날 심각한 얼굴만 하고 있잖아. 나도 웃는 건 한 번도 못 봤어.”“진짜예요.”민하윤은 하도진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도 잠시 잊고 다시 한번 주주를 웃겨 보려고 했다.하도진도 분유병을 옆에 내려놓고 주주를 받아 안으며 달랬다.“내가 해 볼게.”하도진은 주주를 살짝 높이 들어 올린 뒤 제자리에서 천천히 빙글빙글 돌며 놀아 줬다.처음에는 멀뚱히 바라보던 주주가 잠시 뒤 갑자기 입을 활짝 벌렸다.“까르르...”주주는 이번에 정말 웃었다.침까지 흘릴 듯 환하게 웃는 모습에 하도진도 얼른 움직임을 멈췄다.두 사람은 동시에 주주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그러다가 주주의 왼쪽 볼에 아주 옅게 들어가는 작은 보조개를 발견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고 놀라움과 반가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도진 씨도 봤죠?”“왼쪽이네.”연이는 원래부터 밝고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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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주주가 입원했다는 소식은 금세 하도진의 친구들에게까지 퍼졌다.다들 과일 바구니며 장난감 선물 세트를 들고 병문안을 왔다.진호영은 송지훈의 팔을 팔꿈치로 툭 치며 욕했다.“우리 주주가 아픈 걸 왜 진작 말 안 했어?”송지훈은 불과 며칠 전 구준오에게 바닥에 눌린 채 실컷 얻어맞은 탓에 온몸이 멍투성이였다.진호영이 아무 생각 없이 건드린 곳도 하필 다친 부위였다.송지훈은 곧바로 낮게 몇 번 기침하더니 입술을 꾹 다문 채 미간을 찌푸리고 진호영을 바라봤다.그러자 진호영은 얼른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나한테 뒤집어씌우지 마. 난 그냥 살짝 건드린 것뿐이야. 설마 그 정도로 아픈 건 아니지?”송지훈은 굳이 설명할 생각도 없이 흰 가운 위로 아픈 곳만 가볍게 쓸었다.주주는 며칠째 양팔에 계속 주사를 맞은 탓에 더 이상 바늘을 꽂을 만한 혈관을 찾기 어려웠다.결국 간호사는 이마 쪽 혈관에 주삿바늘을 잡았다.덕분에 두 손이 자유로워진 주주는 침대에 앉아 삼촌들이 가져온 새 장난감을 가지고 정신없이 놀고 있었다.구준오는 직접 오지 않았고 대신 비서를 보내 꽃과 과일 바구니를 전했고 아이가 탈 수 있는 장난감 차까지 보냈다.시중에 나오는 벤츠 G바겐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모델이었다.진호영은 바닥에 놓인 전동차를 보고는 자기 손에 들린 작은 리모컨 자동차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와, 또 밀렸네.”둘을 비교하고 나니 진호영은 자기 선물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주주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전동차를 빤히 바라봤다.침대 난간을 작은 손으로 연신 두드리며 옹알이까지 하는 걸 보니 당장이라도 타고 싶은 모양이었다.민하윤은 그러는 주주를 품에 안았다.요즘 한창 뭐든 입에 넣는 시기인 데다 이까지 하나 올라오고 있어서 주주는 침을 흘리며 손을 열심히 빨고 있었다.그때 진호영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준오 형네 집은 아직도 난리야?”그러더니 송지훈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이현이를 꼬드긴 나이 많은 남자를 잡았다던데... 준오 형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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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구씨 가문이 아이 하나 못 키울 것 같아?”하도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현이가 정말 낳겠다고 고집하면 그냥 낳게 하겠지. 다만 구준오 태도를 보면 최대한 양보해도 아이만 남기고 송지훈은 정리하려 들 것 같아.”하도진은 사실 그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그보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민하윤이 더 신경 쓰였다.바쁜 일을 겨우 마치고 병원에 오는 길에 서명인에게 부탁해 민하윤이 좋아하는 새우 딤섬과 해산물 수프까지 포장해 왔다.하도진은 직접 포장을 뜯고 물티슈로 손을 닦은 뒤 민하윤의 품에 있던 주주를 받아 안았다.“음식이 다 식겠어. 그 일은 그만 걱정하고 일단 먹어.”주주는 벌써 2주째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그동안 민하윤과 산후 도우미가 계속 병실에 남아 아이를 돌봤다.하도진은 최근 회사 일이 워낙 많아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다.퇴근 후 잠깐 병원에 들러 아내와 큰아들 곁에 있다가 다시 하씨 본가로 돌아가 연이를 재워야 했다.요즘 연이도 조금 이상했다.낮에는 온 가족이 돌아가며 놀아 주니 괜찮았지만 해만 지면 누구도 연이를 달래지 못했다.하도진이 집에 돌아오면 외투를 벗거나 손을 씻을 틈도 없이 울던 연이가 곧장 품으로 파고들었고 그제야 연이도 울음을 뚝 그쳤다.집에서 오래 일한 가사 도우미는 이 시기 아기들이 한창 엄마를 알아보고 찾을 때라 그렇다고 했다.엄마가 없으니 그나마 아빠라도 찾는 것 같다고 했다.“의사 선생님이 내일 다시 종합검사 한번 해 보고 별문제 없으면 퇴원해도 된대요.”민하윤의 말에 하도진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묵직해진 주주를 품에 안고 있자 지난 2주 동안 꽉 눌러 두었던 마음도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애가 아픈 게 이렇게 사람 진을 빼는 일인 줄 몰랐네.”하도진이 주주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말했다.“하윤아, 고생 많았어.”그 순간, 숟가락을 들고 있던 민하윤의 손이 잠시 멈췄다.원래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 민하윤은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들으면 아직도 어색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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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왜 그래?”하도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아무리 먹어 봐도 죽에서는 이상한 맛이 나지 않았다.달큰한 게살에 옥수수 향이 섞여 있었고 잘게 부순 땅콩도 조금 들어가 있었다. 상한 맛은 전혀 아니었다.민하윤은 괜히 머쓱해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새 숟가락 쓰면 안 돼요? 그건 제가 쓰던 거잖아요.”하도진은 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그게 왜? 우리 사이에 숟가락 하나 같이 못 써?”그러더니 하도진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키스만해도 얼마나 많이 했는데...”“됐어요. 그만 말해요.”민하윤은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러면서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화가 조금씩 누그러졌다.하도진은 민하윤이 쓰던 숟가락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넣었다.조금도 망설이지 않았고 싫어하는 기색도 없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적어도 하도진은 민하윤을 두고 다른 짓을 할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테이블 한쪽에 놓인 휴대전화가 눈에 들어오자 민하윤은 또 마음이 복잡해졌다.하도진은 아직도 죽 얘기를 하고 있었다.“대체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거야? 이것밖에 안 먹으면 몸이 버티겠어? 하윤아, 밥은 제대로 먹어야지. 안 그러면...”“하도진 씨...”민하윤이 말을 끊었다.“휴대전화 안 봐요?”그 말에 하도진이 순간 멈칫했다.민하윤은 침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턱을 살짝 들었다.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눈가는 이미 붉어져 있었다.“도진 씨의 카톡은 친구가 백 명도 안 되잖아요. 밖에서 도진 씨한테 연락하려면 다 서명인 씨를 거쳐야 하고요.”민하윤이 테이블 위 휴대전화를 바라봤다.“그런데 방금 친구 추가한 여자는 누구예요?”하도진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시선이 천천히 휴대전화 쪽으로 향했다.품 안의 주주는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었고 입가에서 흐른 침이 하도진의 셔츠 어깨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친구 추가했다고?”하도진은 자신도 당황한 눈치였다.사실 민하윤의 말이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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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직접 확인해도 돼. 난 진짜 다른 여자랑 연락한 적이 없어. 저 여자가 어디서 내 카톡 아이디를 알아냈는지도 모르겠어.”하도진은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민하윤은 힐끗 보기만 했을 뿐 받지는 않았다.‘왜 도진 씨는 매일 나와 다른 남자 사이를 멋대로 의심하면서... 난 그럴듯하게 한 번 따져보면 안 되는 거야?’그런 생각이 들자 괜히 더 도도해진 민하윤은 턱을 살짝 들고 손가락으로 하도진의 가슴을 콕 찌르며 일부러 엄하게 말했다.“싫어요. 도진 씨가 떳떳하면 됐죠. 대신 정말 선 넘는 짓 하면 저도 가만 안 있어요. 그땐 저도...”하도진이 갑자기 민하윤의 손가락을 잡으며 물었다.“그땐 뭐?”하도진이 차분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민하윤은 묘하게 압박감이 느껴졌다.그 순간, 민하윤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그러게... 그렇다면 난 뭘 하지?’잠시 머뭇거리던 민하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어쨌든 저는 다른 여자랑 싸우고 경쟁하면서까지 남편을 붙잡을 생각 없어요. 이미 떠난 마음을 붙잡겠다고 제 감정까지 갉아먹고 싶지도 않고요.”말하다 보니 민하윤은 점점 진지해졌다.“그냥 아들 둘을 데리고 떠날 거예요. 도진 씨가 평생 못 찾는 곳으로요.”민하윤은 코를 훌쩍이다가 뒤늦게 한마디 더 보탰다.“지난번 항도시에서처럼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그 말에 하도진의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한 손가락만 잡고 있던 손이 어느새 민하윤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와 단단히 맞물렸다.“네가 감히...”그러자 민하윤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왜 못 할 것 같아요? 한 번 마음 돌아서면 끝이에요. 도진 씨가 저한테 못 할 짓 하면 저도 언제든 도진 씨를 버릴 수 있어요...”“읍... 도진 씨...”민하윤은 그대로 굳었다.하도진이 갑자기 민하윤에게 입을 맞췄다.차갑고 부드러운 입술이 거칠게 닿았고 민하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깊게 파고들었다.한참 뒤에야 하도진은 입술을 떼어 냈다.하지만 한 손은 여전히 민하윤의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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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병원 건물 앞에 멈춰 섰다.눈치가 빠른 서명인은 회전문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큰 키의 남자를 단번에 알아보고 얼른 차에서 내려 하도진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하도진은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서명인은 속으로 의아했다.‘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였는데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하지만 눈치 빠른 직장인답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조용히 운전대를 잡았다.가는 내내 서명인은 백미러로 하도진을 몇 번이나 몰래 살폈지만 혹시라도 눈치챌까 싶어 곧바로 시선을 거두곤 했다.한참 뒤 하도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다음부터 죽을 살 때 신선한지 좀 확인해.”서명인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하지만 서명인은 속으로는 더 불안해졌다.설마 하도진이 저렇게 표정이 안 좋은 게 자신이 사 온 죽 때문인가 싶었다.하지만 서명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식당은 워낙 유명해서 매장에서 먹으려면 일주일 전부터 예약해야 할 정도였다.그런 곳에서 재료가 신선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하도진은 뒷좌석에 기대앉아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짜증스럽게 옆으로 던졌다.그러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하도진은 원래 웬만한 일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사소한 일 하나를 붙들고 계속 생각하는 성격도 아니었다.그런데 오늘만큼은 자꾸 정신이 딴 데로 샜다.병실에서 민하윤이 화가 난 채 내뱉었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그냥 두 아들 데리고 떠날 거예요. 도진 씨가 평생 못 찾는 곳으로요.”“지난번 항도시에서처럼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그 말을 떠올리는 순간, 하도진은 가슴이 갑자기 조여 왔고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쥔 것처럼 숨이 막혔다.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고 손바닥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그때 차가 신호등 앞에 부드럽게 멈췄고 하도진은 다시 눈을 감았다.고작 60초 남짓한 신호 대기 시간 동안 하도진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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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 민하윤은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하도진의 얼굴을 감싸며 물었다.“왜 그래요? 대체 무슨 일 있었어요?”하도진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민하윤의 손목을 잡아 내린 뒤 한 손으로 가느다란 허리를 받쳐 그대로 대리석 세면대 위에 올려 앉혔다.하도진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민하윤을 똑바로 바라봤다.마치 붙잡아 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기도 했고 지난 일을 후회하는 것 같기도 했다.“네가 명원을 떠나 있었던 2년 동안, 나도 잘 지낸 건 아니었어.”민하윤은 순간 멈칫했다.하도진이 갑자기 과거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라서 민하윤도 당황스러웠다.“가끔 그런 생각을 해.”하도진이 낮게 말을 이었다.“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2년을 절대 그렇게 흘려보내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떠날 틈 자체를 만들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하도진은 한동안 민하윤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윤아,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은 길잖아. 그러니까 자꾸 그런 말을 하지 마. 날 두고 떠날 생각도 하지 말고...”그 순간, 병실 안이 조용해졌고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동안 서로를 바라봤다.민하윤의 눈빛에는 미세한 놀라움이 스쳤다.두 사람 모두 일부러 꺼내지 않던 그 시절이 다시 떠올랐다.“하윤아.”하도진이 다시 부르자 민하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네?”늘 자존심이 강하고 당당하던 하도진이었지만 지금은 어딘가 힘이 빠져 보였고 고개를 조금 숙인 채 민하윤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다.민하윤은 문득 웃었다.입꼬리가 올라가자 볼에 옅은 보조개가 생겼다.“아까 그 해산물 죽에서 무슨 맛이 났는지 알아요?”하도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질투 냄새요. 시큼한 질투 냄새 말이에요.”민하윤은 말을 하다 말고 조금 머뭇거렸다.“제가 화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조금...”정작 자신이 질투했다고 말하려니 민하윤은 괜히 낯이 간지러워 더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하지만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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