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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731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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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응.”하도진은 못마땅한 듯 마지못해 대답하면서도 눈빛은 민하윤에게서 떼지 못했다.“아, 그리고 오늘 오후 3시에 아기 수업 있어요. 둘 다 꼭 데려가고 차에서는 카시트에 앉는 습관을 들이게 해 주세요.”민하윤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순간 마음이 급해졌다. 귀걸이를 착용하면서도 계속 당부했다.“늦었어요. 저 먼저 출근할게요.”가방을 챙겨 황급히 돌아서려는데 하도진이 불쑥 불렀다.“뭐 하나 잊은 거 없어?”“뭘요?”민하윤은 멈칫하더니 정말 뭔가 빠뜨렸나 싶어 다시 침대 쪽으로 돌아왔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하도진은 태연한 척하는 민하윤의 얼굴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금세 알아챘다.“민 부장님, 뭘 그렇게 긴장해? 첫 출근도 아니면서...”하도진이 일부러 놀리듯 말했지만 민하윤은 웬일로 받아치지 않았다.손바닥에는 어느새 식은땀까지 배어 있었다.임신 막바지에는 쌍둥이를 품은 탓에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하루가 다르게 골반 통증도 심해져 결국 출산 전부터 긴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며 몸을 돌봤다.그 뒤로 육아휴직까지 6개월까지 민하윤은 그동안 단 한 건의 업무도 맡지 않았다.매일 육아 관련 정보나 챙겨 봤을 뿐,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금융 시장 감각을 유지하거나 경제 흐름을 꾸준히 살피는 건 더더욱 어려웠다.민하윤이 업무에서 손을 뗀 지는 거의 8개월이었다.과연 다시 회사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태유 은행에는 매년 능력 있는 신입 사원들이 대거 들어와 여러 부서를 돌며 경험을 쌓았다.민하윤은 자신이 예전의 자리를 그대로 지켜 낼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민하윤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말했다.“제가 뭘 잊었는데요?”그 순간 하도진이 몸을 일으키더니 민하윤의 손목을 잡아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민하윤은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뭐 하는 거예요?”하도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돌리고 손가락으로 자기 볼을 톡톡 두드렸다.무슨 뜻인지는 너무 뻔했다.민하윤도 그 정도는 알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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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어쩌다 보니 어느 순간 주도권은 완전히 하도진에게 넘어가 있었다.민하윤은 어느새 수동적으로 하도진의 입맞춤을 받아 주고 있었다.몇 번이나 그만하려 했지만 하도진이 품에서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한참 뒤에야 겨우 빠져나온 민하윤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에 힘까지 풀려 있었다.“원래... 입술에 하려던 게...”민하윤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설마 원래는 볼에 가볍게 뽀뽀만 하려고 했는데 순간 잘생긴 얼굴에 홀려 자기도 모르게 입술에 해 버렸다고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다.모처럼 먼저 다가갔다가 하마터면 제대로 불을 지를 뻔했다.반면 하도진은 기분이 한껏 좋아진 얼굴로 침대에 기대앉아 있었다.상의도 입지 않은 채라 탄탄한 상체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하도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민하윤을 바라봤다.방 안에는 묘하게 어색하고 뜨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하도진이 문득 손을 들어 엄지로 입술을 천천히 쓸더니 여유롭게 웃었다.“왜? 이제 출근하기 싫어졌어?”그러고는 일부러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잘 생각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민하윤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옷매무새를 빠르게 정리했다.속으로 하도진을 욕하면서 아기 침대로 가 주주와 연이의 볼에 각각 입을 맞췄다.그리고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하도진은 출근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느긋하게 일어나 샤워부터 하고 하룻밤 사이 올라온 수염도 깔끔하게 정리했다.드레스룸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흰 셔츠 중 마음에 드는 걸 한 벌 골라 입고서야 하도진은 두 아들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산후 도우미와 나지혜는 손발을 맞춰 두 아이를 씻긴 뒤 면 거즈 소재의 셔츠와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바지를 입혔다.민하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온라인 쇼핑을 즐겼다.택배를 얼마나 자주 시키는지 아예 따로 계정까지 만들어 놓고 하루가 멀다 하고 주문을 했다.삼색이와 아기 고양이가 쓸 커다란 원목 놀이대부터 두 아들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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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민하윤은 음성 메시지 버튼을 누른 채 관자놀이를 짚고 하도진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한참 조롱했다.“그렇게 멋있으면 도진 씨나 머리 그렇게 넘겨요. 우리 아들들한테는 하지 말고요...”그때 위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멈췄다.민하윤은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그러자 문밖에 서 있던 임형섭과 눈이 마주쳤다.“하윤아?”민하윤도 잠시 놀랐다가 음성 메시지 버튼에서 손을 떼고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선배, 안녕하세요.”민하윤은 자연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양쪽에 각각 서서 천천히 올라가는 층수를 바라봤다.“육아휴직 끝난 거야? 몸은 이제 괜찮아? 조금 더 쉬어도 되는 거 아니야?”임형섭은 예전과 다름없이 부드러웠다.따뜻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민하윤의 몸 상태를 물었다.민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씩 대답했다.“부모님 뵈러 해외에 나가 있어서 한 달 잔치에는 못 갔어. 남주 씨한테 들었는데 아주 귀여운 쌍둥이 아들 낳았다며?”“네. 괜찮아요.”민하윤도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임형섭은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이남주를 통해 두둑한 축의금 두 봉투를 보내왔다.그 뒤 백일잔치에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거의 모두 초대장을 보냈다.민하윤도 한참 고민했지만 결국 임형섭에게는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다.백누리가 두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우리 두 아들과 첫 만남.]그 게시물에 임형섭도 좋아요를 눌렀다.임형섭이 뭔가 더 말하려던 순간 엘리베이터가 마침 19층에 멈췄다.민하윤은 구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저 인사팀에 먼저 들러야 해요. 선배는 먼저 올라가세요.”...하도진은 몸을 숙여 카시트에서 칭얼대는 연이를 꺼내 안았고 다른 손으로는 주주가 탄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누가 봐도 제법 능숙한 아빠의 모습이었다.그때 휴대전화에 문자가 뜨자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번졌다.하도진은 두 아들에게 자랑하듯 말했다.“너희 엄마 회사 가서 일은 안 하고 계속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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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그러자 하도진이 문자를 보냈다.[아침에 네가 나갈 때는 연이가 울지도 않았는데...]민하윤도 바로 답장을 보냈다.[도진 씨는 몇 살이에요? 진짜 유치하네요.]하도진은 코웃음을 치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은 뒤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저 가볼게요. 할아버지, 할머니...”그러고는 다시 한번 아이들의 일을 꼼꼼히 당부했다.“주의할 건 산후 도우미가 다 알고 있어요. 점심에는 꼭 낮잠을 재워 주세요. 대신 너무 오래 자면 안 돼요. 오후 3시에 제가 와서 아기 수업 데려갈게요.”“요즘 둘 다 소화가 좀 안 좋으니까 이유식은 자극적이지 않게 먹여 주세요.”하도진은 콧물과 눈물로 엉망이 된 연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한쪽만 예뻐할 수는 없으니 곧바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주주에게도 몸을 숙여 볼에 뽀뽀했다.주주는 통통한 손등으로 방금 아빠가 입 맞춘 볼을 쓱 문질렀다.싫다는 기색이 너무도 분명했다.복직 첫날인 민하윤은 생각보다 할 일이 많지 않았다.오후 3시가 지나자 자꾸 휴대전화를 확인하게 됐다.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휴대전화는 책상 한쪽에 조용히 놓여 있을 뿐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았다.이상했다.오전에는 사진이며 메시지며 신나게 보내면서 약을 올리더니 오후가 되자 하도진에게서 아무 연락도 없었다.오후 5시.리스크관리부 사무실에는 아직 직원들이 빼곡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민하윤이 가방을 들고 사원증을 벗자 여기저기서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하지만 민하윤은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퇴근했다.뒤에서 오가는 말도 전혀 듣지 못했다.“갑자기 결혼하고 애까지 낳더니 육아휴직 끝나고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네. 예전에는 진짜 일밖에 모르던 사람이었잖아. 인턴부터 시작해서 부장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 이제는 퇴근 시간 되자마자 제일 먼저 나가네.”“너무 그러지 마. 집에 아직 어린애들도 있잖아. 대신 우리 같은 직장인들만 죽어나는 거지. 민 부장님의 업무까지 우리한테 다 나눠졌으니까.”“그러니까. 전에 인사팀 새 책임자 볼리가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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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하도진은 운전대를 잡은 채 코웃음을 쳤지만 굳이 부정하지는 않았다.민하윤은 속으로 혀를 찼다.‘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어...’임형섭의 흰색 스포츠카는 여전히 길가에 서 있었고 커다란 컬리넌은 그 옆을 보란 듯이 지나갔다.민하윤은 알코올 티슈로 손을 닦은 뒤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카시트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아이는 하루 종일 엄마를 못 본 탓인지 잔뜩 신이 나 있었다.한창 엄마를 알아보고 찾는 시기라 아이들은 민하윤만 보면 옹알이를 쏟아 내며 통통한 두 팔을 계속 흔들었다.어떻게든 엄마 눈에 띄어 안아 달라는 눈치였다.연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손에 들고 있던 산사 열매 간식 스틱까지 툭 던졌다.그러고는 작은 입술을 연신 달싹이며 어눌한 소리를 냈다.“엄... 마... 마마...”민하윤의 눈이 번쩍 뜨였다.“도진 씨, 들었어요? 연이가 엄마라고 했어요!”하도진은 민하윤을 한번 흘겨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정색했다.“잘못 들었어. 비슷한 소리 낸 것뿐이야.”사실 하도지은 조금 질투가 났다.연이는 평소에 하도진이 한번 안아 주고 놀아 주면 세상에서 아빠밖에 없는 것처럼 굴던 녀석이었다.덕분에 하도진도 초보 아빠가 된 재미에 푹 빠져 있었는데 엄마를 보자 자신보다 훨씬 반기는 게 괜히 서운했다.물론 생후 여섯, 일곱 달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아직은 의미 없는 한두 음절을 옹알거리는 정도였다.차가 달리고 있는 동안에는 안전이 우선이라 민하윤도 바로 아이들을 안아 줄 수 없었다.대신 얌전히 카시트에 앉아 있으라고 달래며 가방에서 새 간식 스틱 하나를 꺼내 연이 손에 쥐여 줬다.그러자 옆에 있던 주주가 눈을 데굴 굴리더니 자기 손에 들고 있던 간식 스틱을 망설임 없이 바닥에 던졌다.민하윤은 어이가 없어 아이를 바라봤다.이건 또 무슨 새로운 방식의 질투란 말인가.그래도 쌍둥이인 만큼 누구 하나 서운하게 할 수는 없었다.민하윤은 결국 새 간식 스틱을 하나 더 뜯어 주주에게 건넸다.그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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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사진 속 여권과 비자를 보는 순간 송지훈은 눈이 아릴 정도였다.구이현에게 수없이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단 한 통도 오지 않았다.송지훈은 찬물로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주차장으로 향했다.병원에서 구씨 가문 저택까지 이어지는 길은 지난 한 달 동안 셀 수 없이 오갔다.차를 멀찍이 길가에 세운 뒤, 송지훈은 소나무 옆에 서서 2층의 익숙한 창문만 말없이 바라봤다.송지훈은 구이현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이현아, 잠깐만 나와서 얼굴이라도 보여 줘.]커튼 뒤에 숨어 아래를 내려다보던 구이현의 눈은 이미 벌겋게 부어 있었다.가로등 아래에는 야위고 훤칠한 송지훈이 홀로 서 있었다.보고 싶은 마음을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구이현은 맨발에 흰색 잠옷 차림으로 그대로 방을 뛰쳐나가 아래층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거실에 켜진 불빛을 보는 순간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구준오가 싸늘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스탠드 조명이 옆얼굴을 비추며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반듯한 눈썹과 높은 콧대, 굳게 다문 입술까지 어느 하나 부드러운 곳이 없었다.구이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 자리에 멈춰 섰고 더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구준오는 매일 밤 거실을 지켰다.구이현이 몰래 빠져나가 송지훈을 만날 틈을 아예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구준오는 맨발인 동생을 발견하자 결국 모질게 굴지 못했다.“왜 신발도 안 신었어? 바닥 차가워.”현관으로 가 분홍색 면 슬리퍼를 가져오더니 구준오는 직접 몸을 숙여 구이현의 발에 신겨 줬다.부모님은 구이현이 어릴 때 사업 때문에 늘 바빴고 전국을 오가느라 집을 비우는 날도 많았다.그래서 어린 구이현을 사실상 직접 키운 사람은 구준오였다.구준오에게 구이현은 동생이라기보다 딸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그래서 구준오는 누구보다 동생이 행복하기를 바랐다.하지만 그 상대가 자신이 친형제처럼 믿고 지낸 친구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냥 네 방으로 올라가.”구준오는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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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송지훈은 오랫동안 집 앞에서 기다렸다.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던 달이 완전히 자취를 감출 즈음에야 철제 대문이 열렸다.송지훈은 반가운 마음에 얼른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하지만 다음 순간, 송지훈의 기대는 그대로 무너졌고 입가에 떠올랐던 미소도 순식간에 굳었다.문밖으로 나온 사람은 구이현이 아니었다.익숙한 큰 키의 남자가 느긋하게 걸어 나와 멈춰 섰다.구준오는 날카롭게 미간을 세운 채 차가운 눈으로 송지훈을 바라봤다.“꺼져.”송지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검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이현이 얼굴만 한 번 보고 갈게.”그러자 구준오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송지훈, 좋게 말할 때 가라고 했어. 기회를 줬는데도 네가 안 간 거야.”손끝에 끼워져 있던 담배를 비벼 끈 구준오는 이를 악물고 말을 뱉었다.구준오는 곧바로 송지훈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어 벽으로 밀어붙인 뒤 주먹을 휘둘렀다.그러자 등이 벽에 세게 부딪히며 뼈가 시릴 만큼 날카로운 통증이 퍼졌다.송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숨을 들이켜며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입안에는 이내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송지훈은 어지러운 듯 허리를 조금 숙였다가 힘겹게 말했다.“가만히 있을게. 때려서 화가 풀릴 것 같으면 실컷 때려.”그러자 구준오가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었고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구준오는 손목을 가볍게 풀며 차갑게 말했다.“널 때려 죽이느니 내 손이 더러워지는 게 아까워.”구준오는 그대로 몸을 돌려 들어가려 했다.그런데 송지훈이 구준오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애원했다.“난 이현이 얼굴 한 번만 보게해줘.”송지훈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제발 마넬로 보내지 마.”그러더니 힘주어 말했다.“난 이현이를 사랑해. 결혼하고 싶어.”구준오는 송지훈의 손을 억지로 떼어 냈다.구준오의 표정은 전보다 더 차갑게 굳었다....송지훈은 결국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어두웠던 하늘 끝이 서서히 밝아지고 주황빛 햇살이 번지기 시작했다.서쪽으로는 초승달이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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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민하윤은 휴대전화를 멍하니 바라봤지만 끝내 하도진의 문자에 답하지 못했다.‘대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회의가 끝날 때까지도 민하윤은 계속 딴생각만 했다.사람들이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민하윤도 노트북을 덮고 서류를 챙겨 나가려던 순간이었다.그때 임형섭이 뒤에서 불렀다.“하윤아, 로젤스는 지금 늦가을이라 요즘 기온이 많이 떨어졌대. 따뜻하게 챙겨 입어.”임형섭은 여전히 예전처럼 세심하고 다정했다.하지만 민하윤은 평소처럼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았다.민하윤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자리에서 멈춰 서서 돌아봤다.“선배, 이번 출장 명단은... 선배가 일부러 이렇게 짠 거예요?”임형섭이 순간 멈칫했다.“뭐?”“아니에요. 그냥 좀 이해가 안 돼서요.”민하윤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이번 건은 외국계 기업 투자 프로젝트잖아요. 원래 리스크 투자 관리부가 주도하고 고객 지원센터가 협조하는 게 맞고요.”민하윤은 임형섭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선배는 행장이라 특정 부서 소속도 아니고 굳이 저희랑 같이 출장을 갈 필요는 없잖아요.”임형섭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씁쓸하게 웃었다.언제부터인가 예전의 순하고 조심스럽던 후배가 이렇게까지 솔직해졌는지 몰랐다.이제는 자신의 속내까지 에둘러 넘어가지 않고 바로 짚고 있었다.“아버지가 올해 초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어.”그 순간, 민하윤의 표정이 굳었다.“요독증 진단을 받으셨어.”임형섭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래서 지난 반년 동안 마넬을 거의 오가며 살았어. 비행기 탄 횟수만 해도 백 번 가까이 될 거야.”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이번에 협업하는 전자정보 분야 외국계 기업이 내가 대학원에서 복수전공으로 공부했던 분야랑도 맞닿아 있어.”그러다가 임형섭은 살짝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사심도 있어. 아버지 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었어. 사실 퇴사까지 생각하고 있어.”민하윤은 순간 자신이 너무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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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넓은 별장 안에는 은은한 장미 향이 가득했고 주방 아일랜드 쪽에서 아주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민하윤이 빛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유리문 뒤에서 키 큰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하도진은 두 손으로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케이크 위에 꽂힌 촛불 하나가 어둠 속에서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하도진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 걸음씩 민하윤에게 다가왔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금세 가까워졌다.“자기야, 기념일 축하해.”하도진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깔끔한 흰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살짝 걷어 올린 모습도 말끔했다.오래 기다렸을 텐데도 하도진의 얼굴에는 짜증이나 불만이 조금도 없었다.하도진은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민하윤 앞에 내밀었다.새하얀 크림으로 장식한 심플한 케이크였다.빨간 잼으로 작은 하트들이 가득 그려져 있었고 초콜릿 헤이즐넛 크림으로 두 사람의 영문 이니셜과 삐뚤빼뚤한 숫자 ‘1000’이 적혀 있었다.이건 평생을 함께하자는 의미였다.“소원 빌고 촛불 꺼.”하도진이 낮고 나른한 목소리로 다정하게 재촉했다.그제야 민하윤은 머리를 탁 짚었다.퇴근 직전 갑자기 부서에 긴급회의가 잡혔고 외국계 기업 프로젝트 제안서 일부 데이터의 형식에 오류가 발견돼 전원이 한 시간이나 더 야근해야 했다.갑작스러운 일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민하윤은 기념일을 완전히 잊고 말았다.더 큰 문제는 하도진을 위해 정성껏 주문해 둔 선물까지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왔다는 것이었다.그 사실을 모르는 하도진은 까만 눈을 반짝이며 민하윤만 바라보고 있었다.하도진은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민하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대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여졌다.이렇게 즐거워하는 날에 하도진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민하윤이 일단 두 손을 모으자 하도진은 마술이라도 부리듯 작은 왕관 하나를 꺼냈다.잘게 박힌 다이아몬드가 촘촘하게 빛나는 화려한 왕관이었다.작고 정교한 왕관은 흔들리는 촛불 아래에서 눈이 부신 빛을 쏟아 냈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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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작은 다이아몬드가 이어진 부분에는 화려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No one but you.]오직 너뿐이라는 뜻이었다.목걸이 잠금장치에는 작은 숫자 ‘1,000’도 새겨져 있었다.민하윤은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하트 펜던트를 손끝으로 살살 쓸었다.“이거... 도진 씨랑 제 지문이에요?”하트 위의 무늬는 정말 사람의 손끝 지문처럼 섬세했다.“앞면은 우리 거고 뒷면은 그 두 녀석의 지문이야.”하도진은 민하윤의 뒤로 다가가 반짝이는 목걸이를 직접 목에 걸어 주었다.두 사람은 흔들리는 촛불을 마주한 채 조용히 저녁을 먹었다.술기운이 조금 오른 탓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그러다가 어떻게 된 건지 침실 문을 열기도 전에 하도진은 민하윤을 복도 한쪽에 붙잡아 세웠다.길고 깊은 입맞춤이 이어졌다.이제는 하도진도 키스 하나만으로 민하윤의 힘을 쏙 빼놓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민하윤은 결국 작게 숨을 흘리며 힘없이 하도진의 어깨에 기대었다.어두운 복도 안에서 두 사람은 한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옷깃이 스치는 작은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한참 입을 맞춘 탓에 민하윤의 눈빛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고 목소리도 잔뜩 잠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하도진은 그런 민하윤을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두 사람이 함께 벽에 부딪히는 순간 불이 갑자기 켜졌다.환한 빛에 둘 다 눈을 찡그리며 잠시 서로의 시선을 피했다.하도진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곧 욕실 안에 뿌연 수증기가 가득 퍼지면서 서로의 모습조차 흐릿해졌다.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서로를 살피던 움직임이 점점 더 깊어졌다.그러자 민하윤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젖어 새하얀 어깨에 달라붙었다.몇 가닥은 가느다란 등과 허리까지 흘러내렸다.민하윤은 고개를 젖힌 채 촉촉해진 눈으로 수증기 너머 흔들리는 천장 조명을 바라봤다.그때 하도진이 귓가에 몸을 숙여 민하윤이 듣기 민망할 만큼 짓궂은 말을 속삭였다.민하윤은 욕조에 기대면서 본능적으로 하도진의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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