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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 Kapitel von 사랑한다고 말해줘: Kapitel 711 – Kapitel 720

799 Kapitel

제711화

하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민하윤이 왜 하필 이 문제에서만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왜 이 일만큼은 끝까지 자신과 부딪치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더구나 민하윤이 왜 그런 애매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한 건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임신 중에도 비슷한 일이 한 번 있었다.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두 사람이 다퉜는데 민하윤은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집을 나가 버렸다.한밤중에 지갑도 휴대전화도 챙기지 않은 채 화가 난 얼굴로 혼자 밖으로 나갔다.하도진도 처음에는 화가 나서 집에 버티고 있었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차 키를 들고 뛰쳐나갔다.한참을 찾아다닌 끝에 르네 별장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정원 산책로에서 민하윤을 발견했다.민하윤은 계속 눈물을 닦으면서도 죽어도 차에 타고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버텼다.하도진은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심정으로 달랬다.그때 민하윤이 뜬금없이 한마디했다.“나 정말 너무 지쳤어요. 조금은... 후회되기도 해요.”그 말을 들은 순간 하도진은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하지만 민하윤이 대체 무엇을 후회한다는 건지 차마 묻지 못했다.하도진은 아이를 생각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섰고 애써 장난스럽게 웃으며 민하윤을 달랬다.“우리 사이가 깨질 만한 말은 하지 말자. 내가 잘못했어. 화 안 풀리면 날 한 대 때릴래?”결국 두 사람은 다시 화해했다.그날 밤 있었던 일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하도진은 가끔 생각했다.‘하윤이는 왜 후회한다고 했을까. 무엇을 후회한 걸까...’사실 하도진의 마음속에는 이미 떠오르는 답이 하나 있었다.다만 인정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다시 만난 뒤 두 사람은 마치 겨울 호수 위의 얼음을 손잡고 걷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 얼음이 얼마나 두꺼운지는 아무도 몰랐다.혹시 다음 한걸음에서나 아니면 바로 다음 순간에 얼음이 깨져 두 사람이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을지도 몰랐다.사실 얼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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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보통은 내가 무슨 일을 말하는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하지만 하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준오는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고 손등에 핏줄까지 불거질 만큼 화가 치밀었다.“넌 아직도 날 친구로 생각하긴 하냐? 송지훈이랑 둘이 입 맞춰서 나한테 숨기고 그 자식이 내 동생과 만나는 걸 빤히 보고만 있었어?”구준오는 이를 악물었다.“둘도 참 대단하네. 결국 너희 둘만 친구였던 거네. 난 동생도 뺏기고 친구까지 잃게 생겼으니 말이야.”“둘이 사귀는 건 알고 있었어. 임신한 건 두 시간 전에 처음 알았어.”구준오가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하 대표는 소식도 참 빠르시네. 이런 일이 벌써 네 귀에까지 들어갔어?”그러더니 표정이 더 싸늘해졌다.“설마 송지훈 그 자식이 일부러 소문낸 건 아니겠지? 우리 가문이 어쩔 수 없이 이현이를 자기한테 시집보내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하도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완전히 말도 안 되는 걱정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었다.요즘 세상에 결혼 전에 임신했다고 해서 무조건 손가락질받을 일은 아니었다.다만 구이현처럼 명원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딸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그런 가문일수록 딸의 명예를 중요하게 여겼다.이 일이 밖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구씨 가문 역시 여러 상황을 따져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지도 몰랐다.그때 구준오가 차갑게 말했다.“이현이는 평생 결혼 안 해도 내가 먹여 살릴 수 있어. 남들이 뭐라고 떠들든 알 게 뭐야.”술잔을 움켜쥔 구준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송지훈이 정말 그런 치졸한 수를 쓴 거라면 내가 악역이 되는 한이 있어도 절대 가만 안 둬. 그 자식이랑 친구는 못 해도 난 내 동생 하나 못 지킬 것 같아?”하도진은 눈을 내리깔았다.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아직 소문난 건 아니야. 네가 송지훈을 병원에 실려 갈 만큼 패 놨다길래 내가 가서 봤어. 그 일은 내가 캐물어서 직접 들은 거고...”구준오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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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하도진은 술에 취해 디진 라운지 클럽 꼭대기 층의 룸에서 그대로 밤을 보냈다.다음 날 술에서 깼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명원은 한창 8월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연일 폭염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날씨가 뜨거웠다.하도진은 샤워를 마친 뒤 서명인에게 깨끗한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휴대전화에는 밤사이 연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채선화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열 통도 넘게 와 있었고 평소 아들과 별다른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하준혁까지 웬일로 문자 한 통을 보내 집에 들어오라고 재촉했다.하도진은 소파에 기대앉아 다시 맨 위에 고정된 대화창을 바라봤다.여전히 조용했다.새로 온 문자는 하나도 없었다.하도진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어젯밤 마신 술이 아직 덜 깼는지 머리가 지끈거린 하도진은 지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옆에 던져 버렸다....하씨 본가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집 안은 조용했지만 어딘가 묘하게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런 사정을 모르는 건 주주와 연이뿐이었다.두 아이는 가사 도우미와 산후 도우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신나게 놀고 있었다.민하윤은 창가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무릎 위에는 책 한 권이 펼쳐져 있었고 오후 햇살이 집 안으로 가득 들어와 옆얼굴을 비췄다.따뜻한 빛에 감싸인 민하윤의 모습은 평온하고 고요해 보였다.채선화는 사람을 시켜 보양차를 끓여 민하윤 앞에 가져다주며 말했다.“뭐라도 좀 먹어. 그 녀석도 참 철이 없어. 애 아빠까지 된 사람이 아직도 성질을 못 죽이고 한밤중에 뛰쳐나가서는 밤새 집에도 안 들어오다니 말이야.”채선화는 자기 아들이라고 감싸 줄 생각이 전혀 없었고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나서 얼굴이 굳었다.새벽 한두 시쯤이었다.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나온 채선화는 복도 끝 침실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 알아챘다.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자 아기 둘이 번갈아 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채선화는 문을 가볍게 두드린 뒤 조심스럽게 열었다.그 순간, 한 손으로 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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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와, 다들 밖에 나와 있었네요. 이렇게 더운데 왜 안에 안 있고 다들 마당에 있어요?”“네 할머니가 에어컨 켜 둔 방에 애들이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을까 봐 그러셨어. 해도 거의 졌고 해서 잠깐 바람 쐬러 나온 거야.”아빠를 발견한 주주와 연이는 동시에 장난감을 내려놓고 통통한 두 팔을 활짝 벌렸다.그건 하도진더러 안아 달라는 뜻이었다.하도진은 마음이 금세 풀려 한 아이씩 품에 안아 들고 번갈아 볼에 입을 맞췄다.김옥자가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오늘 저녁은 하윤이랑 여기서 먹고 같이 가. 내일 애들은 기사 시켜서 다시 데려오면 되잖아. 여기 애 봐줄 사람 많으니까 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김옥자는 두 사람이 크게 다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저 집 안에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 주는 두 증손주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반면 채선화는 어젯밤 일을 대충 알고 있었다.채선화는 하도진을 한번 흘겨보더니 손주의 입가를 닦아 주는 척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타박했다.“애들은 봐줄 사람 있으니까 얼른 올라가서 네 아내부터 달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아내랑 툭하면 싸우고 삐지는 거야? 네가 잘한 게 뭐가 있다고 그래? 네 아버지한테 한 소리 제대로 들어야 정신 차리겠어?”그 순간, 하도진의 입가에 있던 웃음이 굳었다.“또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으셨어요?”“그런 눈으로 보지 마. 하윤이가 나한테 일러바친 게 아니야.”채선화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어젯밤에 애들이 계속 울더라. 하윤이가 이 애를 안았다가 저 애를 안았다가 번갈아 달래느라 한밤중까지 고생했어. 그런데 넌 어디 있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하윤이는 아무 말도 안 하더라.”하도진은 눈을 내리깔고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요.”이번에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품 안의 두 아들만 가볍게 달랬다.두 아이가 팔 안에서 신나게 몸을 움직이던 그때, 하도진의 시선이 갑자기 멈췄다.주주와 연이의 목과 팔 여기저기에 작은 붉은 자국이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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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열이 나는 거 아니야?”하도진은 민하윤이 일부러 거리를 두는 걸 굳이 따지지 않았다. 대신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평소 차분하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다.민하윤도 머리가 조금 어지럽기는 했다.하지만 오후 내내 햇볕을 쐰 데다가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잔 탓이라고 생각했다. 민하윤은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하도진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하도진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집에 체온계 있어요?”민하윤과 더 실랑이할 생각도 없이 곧장 가사 도우미에게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체온계를 몇 번 털어 온도를 내린 뒤 민하윤에게 내밀었다.민하윤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손을 뻗지 않았다.그러자 하도진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어르신들이 곁에 있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낮게 말했다.“내가 직접 재 줄까?”민하윤은 순간 멈칫하더니 곧바로 매섭게 노려봤다.“제 몸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열이 나는 게 아니에요.”하지만 하도진은 믿지 않았다.손에 느껴지는 감각보다 체온계에 찍히는 숫자를 더 믿었다.무엇보다 하도진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늘 민하윤의 건강이었다.민하윤이 화가 나서 자신을 피하는 것도 말을 섞기 싫어하는 것도 다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민하윤의 몸이 좋지 않은 지금만큼은 달랐다.싸웠든 냉전 중이든 그런 건 전부 뒤로 미뤄야 했다.민하윤의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결국 민하윤도 더는 버티지 못했고 어른들의 앞에서 계속 실랑이를 벌여 분위기를 더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민하윤은 마지막 체면은 지키며 체온계를 받았다.잠옷 단추 두 개를 풀고 겨드랑이에 끼웠다.그제야 김옥자도 두 사람이 싸웠다는 걸 눈치챘다.어쩐지 민하윤이 하루 종일 기운 없이 가라앉아 있었고 웃는 얼굴도 한 번 보이지 않았다.민하윤이 아침부터 짐을 싸서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려 했던 것도 이제야 이해가 됐다.민하윤은 점점 더 어지러워졌다.머리가 멍해지고 자꾸 눈이 감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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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병원은 싫어요! 그냥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하도진은 이를 악물었다.정말 민하윤의 머릿속을 열어 보고 싶을 정도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39.4도까지 열이 올랐는데 잠만 자면 괜찮아진다고 우기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프면 치료를 받아야지. 버틴다고 낫는 게 아니잖아.”하도진은 뜨겁게 달아오른 민하윤을 품에 안은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하도진은 마음이 점점 더 다급해졌다.민하윤은 입술은 하얗게 질려 있는데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품 안에서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채선화가 바로 알아차렸다.“하윤이가 추운가 봐. 열 때문에 오한이 오는 것 같아.”채선화는 곧장 사람을 시켜 담요를 가져오게 한 뒤 민하윤의 몸을 감싸 주었다.하도진도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현관 앞에는 이미 기사가 차를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다행히 퇴근 시간대가 지났고 길이 막히지 않았기에 차는 거의 쉬지 않고 병원까지 달렸고 민하윤은 곧바로 응급실 진료를 받은 뒤 입원해 수액을 맞았다.검사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폐에 가벼운 염증이 있었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심근염으로 이어질 뻔했다.민하윤은 정신없이 3시간가량 잠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병실 안은 조용했다.민하윤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하도진이 보이지 않자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입원한 곳은 독립된 VIP 병실이었다.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소파와 정수기, 작은 냉장고까지 필요한 건 전부 갖춰져 있었다.손등에는 아직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잠시 뒤 간호사가 들어와 체온계로 다시 열을 쟀다.“38도네요. 아직 열이 좀 있어요. 물 많이 드세요.”민하윤은 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저를 데려온 사람은 갔나요?”“아까까지 여기 있었어요. 3시간 동안 계속 옆에 있으면서 수액 맞는 것도 지켜봤는데... 잠깐 나간 것 같네요.”간호사는 차트에 무언가 적으며 말을 이었다.“그분이 환자분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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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민하윤은 코를 훌쩍였지만 여전히 창밖만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같은 공간에 머물렀고 하도진에게는 그런 침묵 속의 1분 1초가 유난히 길고 답답하게 느껴졌다.입원한 지 사흘째가 되어서야 민하윤의 열은 더 이상 오르내리지 않고 안정되기 시작했다.하도진은 퇴근만 하면 곧장 병원으로 왔고 낮에는 미룰 수 없는 해외 영상회의까지 병실에서 처리했다.두 사람은 마치 예의를 차리는 남처럼 지냈다.하도진은 세심하게 민하윤을 챙겼고 민하윤은 그럴 때마다 담담하게 고맙다고만 했다.친밀한 부부라기보다는 서로 선을 긋고 대하는 사이인 것 같았다.민하윤은 여전히 하도진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까지 피하지는 않았다.며칠 동안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민하윤은 집에 있는 산후 도우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주주와 연이는 밤이 되면 엄마를 찾았다.화면으로 민하윤의 얼굴을 보고 나면 오히려 더 서럽게 울어 대다가 결국 지칠 대로 지쳐서야 겨우 잠이 들곤 했다.그날 민하윤은 흉부 CT 촬영을 하러 갔다.하도진은 민하윤의 숄과 휴대전화를 들고 검사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산후 도우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마자 산후 도우미가 몹시 당황해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목소리까지 떨리는 걸 보니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무슨 일이에요?”하도진은 불안한 기색을 억누르며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 끝으로 이동했다.상대는 잠시 말을 멈췄다.민하윤에게 건 전화인데 하도진이 받은 게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었다.“하윤이는 검사 중이에요. 무슨 일인지 그냥 말하세요.”“주주가 열이 나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평소보다 기운이 없더라고요. 몸도 뜨거워서 체온을 재 봤더니 열이 있었어요.”산후 도우미의 목소리가 더 다급해졌다.“마침 근처에 사는 송지훈 씨가 오늘 쉬는 날이라 잠깐 봐 주셨어요. 집에 있던 해열제 먹이고 겨우 재웠는데 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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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하도진은 다급하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산후 도우미의 품에 있던 주주부터 받아 안았다.주주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긴 양말과 무릎 보호대 위로 만져도 통통한 종아리와 발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김옥자는 옆에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아직 말도 못 하는 애가 아프니 얼마나 답답하겠어. 어디가 아픈지도 말 못 하고 기운도 없이 눈물만 그렁그렁하잖아.”하도진도 속이 타들어 갔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걱정됐고 아이가 이렇게 아픈 걸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밀려왔다.그래도 김옥자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달랜 뒤 산후 도우미와 함께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나가기 전에는 집에 남은 가사 도우미에게도 몇 번이나 당부했다.“연이의 체온도 계속 확인해 주세요. 자주 재고 물도 조금씩 자주 먹이고요.”쌍둥이는 한 아이가 아프면 다른 아이까지 함께 앓는 경우가 가장 걱정됐다.게다가 민하윤은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이 사실까지 알게 되면 분명 걱정으로 마음을 놓지 못할 게 뻔했다.병원으로 가는 동안에는 기사가 운전했다.하도진은 주주를 품에 꼭 안고 아이의 이마에 자신의 볼을 살짝 대 보았다.닿는 순간 뜨거운 열기에 하도진은 가슴이 철렁했다.두 아들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연이는 활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주주는 다섯 달 된 아기답지 않게 유난히 차분하고 의젓했다.도도하고 무뚝뚝해서 누가 아무리 웃겨도 좀처럼 웃는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아픈 지금도 주주는 울거나 보채지도 않았다.그저 아빠의 품에 얌전히 안긴 채 차 천장에 반짝이는 작은 별빛들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주주가 커다란 눈을 천천히 깜빡일 때마다 길게 올라간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코가 막혔는지 작은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고 숨소리도 평소보다 거칠고 힘겨웠다.“주주야, 아빠 좀 봐 봐.”하도진이 주주의 얼굴을 살피며 낮게 불렀다.“자면 안 돼. 아빠 한번 봐 봐.”산후 도우미는 보온병에 담아 온 미지근한 물을 젖병에 조금 따라 주주의 입가로 가져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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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그러자 수간호사가 물러나고 이번에는 통통한 체격의 젊은 간호사가 나섰다.모두가 숨죽인 채 지켜보는 가운데 바늘이 들어갔다.이번에는 제대로 혈관을 잡았다.수액이 천천히 관을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간호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삿바늘을 고정한 뒤 의료용 밴드로 꼼꼼히 감아 주었다.송지훈이 진료를 마치고 달려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잔뜩 굳어 있는 하도진의 얼굴이었다.송지훈은 빠르게 다가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아기들은 혈관이 가늘어서 워낙 수액을 놓기가 어려워.”그제야 하도진의 차가운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주주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너도 나중에 애 낳아 보면 알 거야.”하도진이 낮게 말했다.“내가 의료진을 이해 못 해서 이러는 게 아니야. 이렇게 작은 애가 주사를 세 번이나 맞았잖아. 아직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힘든지도 말 못 하는 나이인데... 그냥 마음이 아파서 그래.”검사 결과 주주는 폐렴이었다.주주는 신생아과 병동으로 옮겨졌고 산후 도우미가 곁에서 계속 돌보기로 했다.하도진 역시 병원을 떠나지 않고 아이 곁을 지켰다.퇴근한 송지훈은 병원 식당에서 도시락 두 개를 사 들고 다시 찾아왔다.그런데도 민하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윤 씨는 이 일을 알아?”하도진은 눈을 내리깔고 주주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 주며 말했다.“하윤이한테는 말하지 마. 네가 아는 척도 하지 말고...”잠시 후 낮게 덧붙였다.“하윤이도 요즘 몸이 안 좋아. 고열에 폐렴까지 와서 벌써 사흘, 나흘째 입원 중이야.”송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윤 씨도 폐렴이라고?”순간 엄마와 아이 사이에 감염이 있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하도진도 이미 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하윤이가 알면 분명 걱정할 거야. 괜히 자기가 애한테 옮긴 거 아니냐고 또 자책할 수도 있어.”그래서 하도진은 더더욱 숨기고 싶었다.그때 산후 도우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런데 오래 숨기기는 어려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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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사진 속의 두 아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서로 지기 싫다는 듯 한쪽 발씩 상대 몸 위에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민하윤은 손끝으로 화면을 가볍게 쓸어 보기도 했다.그 모습을 본 하도진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하도진은 신생아과 병동에서 오기 전에 산후 도우미에게 따로 당부해 둔 상태였다.민하윤에게 영상통화가 오면 받지 말고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아이들의 사진을 간간이 보내면서 자고 있다고 둘러대라고 했다.오늘은 어떻게든 넘어갔다.‘하지만 내일은 어떡해야 할까.’병실 안에는 다시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하도진은 민하윤을 달래 가며 묽은 죽을 조금 먹였다.그러다가 민하윤이 조용히 말했다.“다음 달이면 육아휴직이 끝나요.”잠시 뜸을 들인 뒤 단호하게 덧붙였다.“그때는 회사로 돌아갈 거예요.”하도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민하윤은 하도진이 나가려는 줄 알고 서운한 마음에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그런데 다음 순간,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함께 익숙한 향기가 가까이 덮쳐 왔다.민하윤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눈물이 차오른 채 몸을 세게 비틀었다.“건드리지 마요...”하지만 하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민하윤을 품에 끌어안았다.한 손으로 허리를 단단히 감싼 채 얼굴을 민하윤의 어깨와 목 사이에 묻었다.민하윤은 그제야 하도진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하도진의 숨소리에도 묘하게 잠긴 기색이 섞여 있었다.“무슨 일 있어요?”“아무 일도 없어.”하도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저 눈을 내리깔아 속내를 감춘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도진은 하루 종일 억지로 버티고 있던 마음이 무너진 듯했다.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약한 모습을 오직 민하윤 앞에서만 드러냈다.민하윤도 더는 하도진을 밀어내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안긴 채 가만히 있었다.“하윤아.”하도진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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