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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741 - Chapter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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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1화

오전 10시쯤, 아래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민하윤은 깊이 잠들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이불을 끌어당기고 몸을 뒤척였다.하도진은 한동안 그런 민하윤을 바라보다가 턱끝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짝 넘겨주었다.그런데 잠시 뒤 거실 쪽에서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뭔가 떨어뜨리는 듯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목소리도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단잠을 방해받자 하도진은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러다가 이불 밖으로 드러난 민하윤의 하얀 어깨에 시선이 멈췄다.잠시 바라보던 하도진은 목울대를 한번 움직이고서야 아쉬운 듯 시선을 거뒀고 이불을 걷고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가운을 주워 걸쳤다.그러고는 발소리를 죽인 채 방을 나섰다.하도진은 2층 난간에 두 손을 얹고 몸을 느슨하게 기대 아래를 내려다봤다.거실에서는 채선화가 입술에 검지를 대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그러면서도 한 손에는 이유식 그릇을 든 채 놀이 매트 위를 기어다니는 두 아이를 쫓아다니며 먹이느라 정신이 없었다.하도진과 눈이 마주치자 채선화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주주와 연이는 아침부터 에너지가 넘쳤다.손에 잡히는 장난감마다 바닥으로 던져 대는 바람에 집 안이 쿵쾅거리고 시끄러웠다.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그제야 침실까지 들리던 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특히 연이는 더했다.놀이 매트 위에서 집 안의 고양이들을 쫓아다니더니 한 마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그러고는 아직 다 나지도 않은 작은 이로 고양이의 동그란 머리를 깨물려고 했다.약간의 결벽증이 있는 채선화는 그 모습을 보고 기절할 듯 질색했다.황급히 연이를 떼어 내서 품에 안으면서도 주변을 뛰어다니는 고양이들을 쫓느라 체면도 잊었다.그런데 채선화는 고양이들에게는 낯선 사람이었다.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삼색이는 낯선 사람이 자기 새끼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는지 낮게 으르렁거렸다.삼색이는 몸을 바짝 낮춘 채 등을 둥글게 세우고 네 발로 바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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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그래요.”하도진은 조금 놀랐지만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어른들이 내린 결정에 하도진은 원래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않았다.주주는 아기 의자에 얌전히 앉아 산후 도우미가 떠먹여 주는 이유식을 잘 받아먹고 있었고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았다.주주는 성격도 순하고 차분한 편이었다.채선화가 주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첫째는 하윤이를 닮았나 봐. 성격이 비슷해.”그러다 연이를 보며 혀를 찼다.“둘째는 대체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어. 너무 활발해서 사람을 아주 녹초로 만들어. 집에 있는 사람들이 교대로 붙어 있어야 할 정도야.”연이는 이유식 그릇을 손으로 밀어내더니 분유를 달라는 듯 계속 옹알거렸다.하도진은 그런 아들을 빤히 바라봤다.조그만 녀석이 벌써 뭘 그렇게 가려 먹는지 어이가 없었다.하도진은 나지혜가 들고 있던 이유식 그릇을 받아 실리콘 스푼으로 조금 떠냈다.잠시 기다렸다가 연이 입가로 가져갔다.하지만 연이는 짜증이 난 듯 눈을 비비며 끙끙거릴 뿐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통통한 두 손으로 아기 의자 식판을 마구 두드리다가 하도진이 방심한 순간 손을 확 휘둘렀다.그러자 숟가락이 그대로 뒤집혔고 빨간 당근 퓌레가 바닥 여기저기로 튀었다.하도진은 순간 혈압이 확 오르는 기분이었다.결국 그릇을 옆에 내려놓고 휴지를 뽑아 연이 얼굴부터 닦아 주었다.연이는 참 희한한 녀석이었다.이유식은 한 숟갈도 먹기 싫어하면서 분유는 끼니마다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했고 조금이라도 덜 먹으면 집이 떠나가도록 울어 댔다.나지혜는 익숙하게 냉장고에서 액상 분유를 꺼내 정해진 양대로 젖병에 덜어 주었다.채선화는 잠시 더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갔다....민하윤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창밖에는 한낮의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긁적이자 완전히 새집처럼 부풀어 있었다.민하윤은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침대 옆의 휴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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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민하윤은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피부 하나하나가 타는 것 같았으며 욕조 안의 물도 점점 더 뜨거워지는 듯했다.하도진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민하윤을 바라봤다.“도진 씨한테 말해 둘 게 하나 있어요.”하도진은 이미 정신이 흐트러진 듯 잠긴 목소리로 짧게 대답하고는 민하윤의 손바닥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말해.”“일단 약속해요. 화내지 말고 정색하지도 말고요...”‘나한테 벌주지도 말고...’민하윤은 차마 마지막 한마디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부부 사이에 무슨 벌이 있겠는가 하지만 하도진이 말하는 벌은 늘 다른 의미였다.민하윤이 괜히 입 밖에 냈다가는 더 이상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았다.하도진은 이미 눈가까지 붉어진 채 더는 참기 힘들어 보였다.“알았어. 화 안 내고 정색도 안 할게...”그러고는 민하윤의 손목을 잡아 주도권을 다시 가져갔다.민하윤은 숨을 고르며 얼른 본론을 꺼냈다.“회사에서 갑자기 외부 출장이 잡혔어요. 외국계 투자 프로젝트인데 리스크 투자 관리부가 주도하고 제가 팀을 이끌고 일주일 정도 다녀와야 해요. 그동안 주주랑 연이는 도진 씨가 좀 봐 줘야 해요. 애들이 아직 어린 것도 알고 원래 계획에 없던 출장인 것도 알아요.”민하윤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갑자기 정해진 일이니까 이번 한 번만 이해해 주면 안 돼요?”하도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민하윤을 바라봤다.민하윤은 불안하면서도 기대 어린 얼굴로 다시 물었다.“괜찮죠? 제가 하는 일도 좀 응원해 줘요.”하도진이 느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성의를 보여 주면 생각해 볼게.”민하윤은 작게 물었다.“무슨 성의요? 로젤스 다녀오면서 선물 사다 줄까요?”하도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그런 거 하나 받자고 이러는 사람처럼 보여? 난 그런 거 안 부족해.”“그럼 뭘 원하는데요?”“좀 실질적인 거...”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예를 들면요?”하도진이 능청스럽게 웃었다.“내가 민 부장님의 일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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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있지. 며칠 동안 호텔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 보는 거야.”민하윤은 하도진을 매섭게 노려보며 팔을 꼬집었다.너무도 뻔한 속셈이었다.어느 정상적인 부부가 여행을 가서 며칠 내내 호텔방에만 틀어박혀 있겠는가.그 밖에도 이른바 ‘불평등 조약’에는 민하윤에게 불리한 조건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문제는 어젯밤 정신이 흐릿한 상태에서 민하윤이 그걸 하나하나 전부 받아들였다는 것이었다.아침에 술이 깨고 나니 민하윤은 괜히 몸이라도 팔아넘긴 것 같은 황당한 기분마저 들었다.기사는 이미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도진도 아무리 내키지 않더라도 약속한 조건은 지켜야 했다.이번 출장을 허락하고 민하윤이 없는 동안 두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로 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그때 주주와 연이가 손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더니 비틀비틀 민하윤 쪽으로 기어 왔다.한 명은 왼쪽 다리, 한 명은 오른쪽 다리를 붙잡았다.둘 다 침이며 눈물이며 범벅이었다.하도진은 캐리어 손잡이를 잡은 채 옆에서 구경하듯 서 있었고 속으로는 누구보다 간절히 외치고 있었다.‘그래. 더 크게 울어. 목청껏 울어. 엄마가 차마 못 가게 말이야.’하도진은 태어나 처음으로 두 아들이 이렇게 쓸모 있어 보였다.실제로 민하윤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열 달 동안 품고 낳은 뒤 아이들이랑 이렇게 오래 떨어지는 건 처음이었다.전에 주주가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간호하느라 연이와 일주일 정도 떨어져 있기는 했다.그때의 아이들은 아직 엄마보다 분유를 더 찾던 시기였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두 아이 모두 한창 엄마를 알아보고 가장 심하게 찾는 시기였다.어젯밤에도 민하윤이 재워 주지 않자 주주와 연이는 가사 도우미와 산후 도우미를 새벽 3시까지 붙잡아 뒀다.민하윤은 어느새 눈이 토끼처럼 빨개졌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두 아들의 통통한 볼을 한 번씩 만지며 말했다.“그냥... 가지 말까요?”하도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러면서도 하도진은 일부러 코웃음을 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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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오후 5시, 일행은 무사히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올랐다.13시간의 긴 비행 끝에 로젤스에 도착했을 때였다.터미널 밖으로 나오던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 걸음을 멈췄다.눈앞에 펼쳐진 일출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태유 은행 마넬 지점 직원들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고 이번 프로젝트를 맡긴 외국계 기업은 통이 크게 일행을 베벌리힐스의 고급 호텔에 묵게 했다.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민하윤은 프런트 근처에 서서 자동판매기 안의 블라인드 박스 장난감을 한참 들여다봤다.집에 있는 두 아이에게 사다 주고 싶었다.어떻게 결제해야 하나 이것저것 살펴보던 중, 옆에 있던 동료들의 감탄 소리에 시선이 돌아갔다.일행을 따라 호텔 로비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 앞으로 가자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야자수가 바람에 흔들리고 울창한 나무 사이로 각기 다른 분위기의 저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화려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호텔 시설도 훌륭했다.야외 테니스장과 피트니스센터, 넓은 수영장이 있었고 호텔 뒤편으로는 커다란 폭포 정원까지 이어져 있었다.열대 분위기의 야자수 길을 지나면 2층 구조의 고급 객실들이 나타났다.잔잔한 연못과 돌다리가 어우러진 정원을 지나 널찍한 로비에 들어서고 곡선형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자 베벌리힐스의 전경이 점점 또렷하게 펼쳐졌다.막 로젤스에 도착한 점을 고려해 외국계 기업 측에서는 공식 업무 일정을 다음 날부터 시작하기로 했다.덕분에 일행에게는 하루 종일 쉴 시간이 생겼고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가이드까지 따로 붙여 주었다.동료 중 상당수는 짐만 내려놓자마자 신이 나서 쇼핑 거리인 로데오로 향했다.민하윤은 짐을 정리하고 샤워까지 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리고 다시 호텔 로비로 내려와 유창한 영어로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다.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설명하자 직원은 잠시 생각하다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블랙 카드가 있다면 쇼핑 결제에 별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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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연이는 전동차를 완전히 자기 것처럼 차지하고는 운전석에 신나게 앉아 있었고 몸에는 안전벨트까지 야무지게 매고 있었다.연이는 생후 5개월이라 이제 막 혼자 앉기 시작한 시기였다.어른들이 감히 리모컨으로 차를 움직일 리 없었다.한 사람은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붙잡고 다른 한 사람은 뒤에서 전동차를 살살 밀어 줬다.연이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신이 나서 계속 옹알이를 쏟아 냈다.그 전동차는 병실에 거의 일주일 동안 놓여 있었다.주주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침대 난간을 붙잡고 일어나 그 차만 뚫어지게 바라보고는 했다.그런데 퇴원해서 집에 와 보니 자기 장난감을 동생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주주는 처음에는 멍하니 굳었다.아빠를 한번 보고 다시 엄마를 돌아봤다.그런데도 어른들이 자기 뜻을 알아채지 못하자 주주는 입술을 서럽게 삐죽였다.곧 눈물이 작은 진주알처럼 한 방울씩 또르르 떨어졌다.처음에는 작게 훌쩍이기만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주는 걷잡을 수 없이 울기 시작했다.민하윤이 품에 안고 주주를 한참을 달래느라 땀까지 흠뻑 났다.하도진은 아내가 힘들어하는 게 안쓰러워 주주를 받아 안았다.하지만 아무리 달래도 주주는 울음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한참이 지나고서야 가족들은 주주가 그 전동차를 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연이가 이미 제법 오래 놀았으니 하진석은 가사 도우미에게 연이를 안아 내리고 이번에는 주주를 태워 주라고 했다.하진석은 그러면 둘 다 만족할 줄 알았다.주주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자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을 뚝 그쳤다.그러고는 입을 벌리고 활짝 웃었다.왼쪽 볼에 옅은 보조개가 쏙 들어가니 귀여움이 배가됐다.모두가 이제야 살았다는 듯 안도의 숨을 내쉬던 순간이었다.“어머!”가사도우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품에 안긴 연이가 온몸을 뒤로 젖히며 버둥거려 도저히 안고 있을 수가 없었다.원래부터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연이는 한번 울기 시작하면 형 못지않았다.연이의 울음소리는 집 안을 뒤흔들 정도였고 엄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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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구준오는 영문을 몰라 잠시 멍하니 있었다.하지만 하도진의 말투를 들어 보니 농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구준오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천천히 사무실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다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면서도 반은 장난스럽고 반은 진지하게 물었다.“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내가 왜 널 죽이려고 하겠어?”하도진은 두 아이의 울음소리에 이미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속에서 치밀어 오르던 짜증을 마침 아무 죄도 없는 구준오에게 그대로 쏟아 냈다.“날 죽이려는 게 아니라고?”“내가 아들이 몇 명인지 몰라? 둘인데 차를 하나만 보내면 어쩌자는 거야? 둘이 싸우다가 나까지 잡아먹으라고 일부러 그런 거지?”구준오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차?”“네 비서가 병원에 갖다준 장난감 차 말이야!”그제야 상황을 알아들은 구준오는 결국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알았어. 지금 바로 똑같은 걸로 하나 더 보내 줄게.”전화기 너머로도 두 아이가 목이 터지라 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구준오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조그만 것들이 벌써 하도진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었다.하도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미간을 꾹 눌렀고 목소리에는 짙은 피로와 체념이 묻어났다.“본가로 보내 줘.”그러고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원래 거랑 완전히 똑같아야 해. 디자인도 색깔도... 하나라도 다르면 안 돼.”전화를 끊은 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구준오의 비서가 전동차를 들고 본가에 도착했다.거기에 다른 장난감도 커다란 봉투 하나 가득 챙겨 왔다.하도진은 보자마자 새 장난감들은 됐다며 거절했다.그러자 비서가 황급히 설명했다.“구 대표님께서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 전부 두 개씩 준비했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제품으로요!”...민하윤은 과거의 기억에서 빠져나와 다시 화면 속의 두 아이를 바라봤다.주주와 연이는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채 뾰로통한 뒷모습으로 상대방 손에 든 장난감을 빼앗으려고 아등바등하고 있었다.민하윤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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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민하윤은 원래 가볍게 농담 삼아 물어본 것뿐이었다.그런데 하도진의 태도가 너무 아무렇지 않자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다.민하윤은 표정까지 진지해진 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농담하는 거죠? 왜 이렇게 한도가 큰 카드를 제 가방에 넣어 둔 거예요?”민하윤은 순간 손에 든 두 장의 카드가 뜨거운 감자처럼 느껴졌다.들고 있자니 불안하고 그렇다고 몸에서 떼어 놓자니 더 불안했다.하도진이 대답하려던 순간, 발치에 있던 두 아이가 또 싸우기 시작했다.색깔만 다른 고카트 두 대를 두고 오후 내내 저러고 있었다.주변에는 똑같은 장난감이 잔뜩 있었지만 두 아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오히려 서로 다른 물건일수록 상대 것을 빼앗는 재미에 더 열을 올렸다.“내 돈이 네 돈이지. 그깟 카드 두 장 가지고 뭘 그렇게 부담스러워해?”하도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됐어. 무사히 도착한 거 확인했으니까 이제 안심이 되네.”그 말을 끝으로 영상통화를 끊었다.하도진은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두 아들을 바라보다가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결국 하도진은 두 아이에게 분유를 타 주었다.뭐니 뭐니 해도 먹는 게 제일 중요한 법이었다.주주와 연이는 그제야 장난감을 내려놓고 각자 젖병을 품에 안았고 소파 양쪽 끝을 하나씩 차지한 채 열심히 분유를 먹기 시작했다.하도진은 아무 말 없이 문제의 고카트 두 대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주방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그러고 나니 하도진은 속이 다 시원했다.‘장난감 두 개 가지고 그렇게 싸울 거면 차라리 둘 다 가지고 놀지 마.’한편 멀리 로젤스에 있는 민하윤은 여전히 두 장의 블랙 카드를 손에 쥔 채 고민하고 있었다.그로부터 10분 뒤, 하도진의 휴대전화에 카드 사용 알림이 떴다.민하윤이 블라인드 박스를 열 개 넘게 샀다.그것도 하도진의 카드로 구매했다.하도진은 알림을 확인하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민하윤이 먼저 무언가를 사 달라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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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하도진은 굳은 얼굴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유창한 영어로 해외 법인 마케팅팀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합작 중인 뷰티 브랜드의 생산라인 기계에 문제가 생겨 제품 한 로트가 통째로 손실됐고 잠정적으로 집계된 피해액만 해도 수십억에 달했다.생산 부서의 책임자 킹은 화면 너머에서 연신 사과했다.하지만 하도진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듯했다.“음.”지친 얼굴로 관자놀이를 눌렀다가 가끔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는 게 전부였다.하도진은 식탁 앞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틈틈이 두 아이를 살폈다.두 아이는 싸우지만 않으면 또 제법 사이좋은 형제였다.주주와 연이는 각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있었다.하도진이 커피를 내리려고 커피 머신 쪽으로 잠깐 자리를 옮긴 사이였다.눈을 돌린 고작 그 몇 초 동안, 주주와 연이가 또 새로운 문제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이번에는 휴지 한 팩이었다.갑자기 놀이 매트 위에서 주주가 끙끙거리더니 이내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연이는 작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동그란 눈으로 형을 바라봤다.그러면서 마치 승리라도 한 듯 휴지 포장지를 높이 들고 고개를 흔들며 약을 올렸다.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형제 싸움의 원인은 금세 찾을 수 있었고 고작 휴지 한 팩이었다.놀이 매트 위에는 둘이 뽑아 놓은 휴지가 온통 널브러져 있었다.연이는 텅 빈 휴지 포장지를 손에 들고 물어뜯느라 침까지 줄줄 흘리고 있었다.반면 주주는 콧물과 눈물범벅이 된 채 억울해서 작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자 하도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하도진은 곧바로 식탁으로 돌아가 부하 직원들이 놀라든 말든 회의를 급히 끝냈다.“대표님? 그쪽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누가 우는 겁니까?”마넬 쪽의 마케팅 책임자는 진후칸인이었다.책임자는 화면 너머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신경 쓰지 마세요. 여러분끼리 계속 논의하세요. 저는 먼저 나가겠습니다.”하도진은 말하고는 바로 노트북을 덮었다.치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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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하도진은 그저 민하윤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여보세요... 왜 아무 말도 안 해요?”하도진은 미간을 누르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고 표정도 순식간에 진지해졌다.“지금 어디야? 술 마셨어?”민하윤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전화 너머에 있는 하도진은 볼 수 없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호텔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여긴 불빛도 엄청 많고 예쁜 가게도 많아요. 쇼윈도에는 벌써 크리스마스트리도 있어요.”그러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비밀이라도 말하듯 속삭였다.“도진 씨, 로젤스에 눈 와요. 12월 첫눈이래요.”하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침대 위에서 곤히 자는 두 아이를 바라보자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응? 왜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거죠...”민하윤은 이상하다는 듯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어 화면을 확인했다.“전화는 멀쩡한데. 제 말 들려요? 아!”통화에 정신이 팔려 민하윤은 발밑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길가에 얼어붙은 부분을 밟는 순간 발이 미끄러졌다.몸의 중심을 잃은 민하윤이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려 했다.“조심해!”임형섭이 재빨리 다가와 민하윤의 손목을 붙잡았고 그대로 민하윤을 품에 받아서 가까스로 넘어지는 걸 막았다.술기운이 오른 민하윤의 얼굴은 유난히 매력적이었다.새하얀 피부에 붉어진 입술, 가늘게 휘어진 눈썹과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어우러져 평소보다도 더욱 눈길을 끌었다.민하윤은 아직 통화가 연결돼 있다는 것조차 잊었다.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한 데다가 속까지 울렁거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하도진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하도진은 한번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물었다.“하윤아, 넘어졌어?”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하도진은 이성을 잃지는 않았고 가장 먼저 민하윤이 다쳤는지부터 확인했다.차갑게 가라앉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민하윤은 정신이 조금 들었다.화들짝 놀라 임형섭의 품에서 떨어져 나와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어... 네, 아니...”민하윤은 당황해서 제대로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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