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자는 화가 나서 밥맛까지 뚝 떨어졌다.남편이라는 사람이 자기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옆에서 편한 소리만 하고 있으니 더 답답했다.“됐어. 당신 말이 다 맞아.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어?”하진석은 괜히 더 말했다가 불똥이 튈 것 같아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김옥자는 휴대전화의 대화 기록을 조금 훑어봤다.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제대로 연락을 주고받은 게 지난주였다.이렇게 오래 냉전을 벌이는 건 아무래도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그런데 이것저것 눌러 보다가 실수로 영상통화 버튼을 건드리고 말았다.김옥자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며 전화를 어떻게 끊는지도 찾지 못했다.한편 호텔 침대에 누워 있던 민하윤은 속이 답답해 우울한 얼굴로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에는 하도진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온 것으로 표시됐다.민하윤은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았다.황급히 머리와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환하게 웃으며 통화를 받았다.하지만 다음 순간, 입가의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할머니? 어떻게 할머니께서...”화면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나자 김옥자는 그제야 크게 안심했다.“하윤아, 요즘은 왜 본가에 얼굴도 안 비치니? 일이 그렇게 바빠?”민하윤은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한동안 본가에 가지 못했다.안부 전화 한 통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으니 예의가 아니긴 했다.“할머니, 죄송해요. 요즘 로젤스로 출장 왔어요. 그래서 찾아뵙지 못했어요.”하지만 김옥자는 출장이라는 말을 듣고도 안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의심이 더 짙어졌다.“너 할머니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도진이 그 녀석이 널 괴롭힌 거 아니야?”민하윤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런 거 전혀 없어요.”민하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할머니, 도진 씨는 어디 있어요?”“도진이? 방금 2층으로 올라갔어. 휴대전화는 식탁 옆에 놓고 갔어.”김옥자는 화면 속 민하윤의 얼굴을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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