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하씨 본가는 아침부터 떠들썩했다.따스한 봄볕이 마당 가득 내려앉았고 집 안팎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오늘은 하씨 집안의 두 손자, 주주와 연이의 첫돌이었다.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하진석은 나이가 들며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마당 한쪽의 작은 텃밭도 오래전부터 손을 놓은 상태였다.밭은 거의 다 황폐해졌지만 1년 반 전에 심어 둔 석류나무 두 그루만큼은 여전히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가사 도우미와 집사는 보름 가까이 걸려 마당의 잡초를 모두 뽑고 꽃씨를 뿌려 두었다.마침 봄꽃이 피는 계절이라 정원도 한층 화사했다.어른들은 아이의 첫돌을 중요하게 여겼다.하도진은 백일 때 친구들과 작게 돌잡이 비슷한 행사까지 했으니 굳이 또 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채선화와 하준혁은 정식으로 한 번 더 해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특히 김옥자가 이번 돌잔치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초대한 손님은 많지 않았고 가까이 지내는 몇몇 집안에만 초대장을 보냈지만 상차림만큼은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음식은 전부 국성 호텔에서 따로 주문했다.메인 셰프는 선대가 궁중 요리사였던 집안 출신이었다.집 안에 내놓은 떡과 사탕까지 기사가 북해의 유명한 전통 과자점에 직접 가서 줄을 서서 사 왔다.채선화는 아예 금은방 장인까지 찾아가 순금으로 돌잡이 소품 한 세트를 맞췄다.손가락 길이만 한 금 주판과 미니 황금 죽간 책, 금 붓, 금 피리, 금수저와 금그릇이 놓여 있었다.법조계를 상징하는 작은 금 저울과 번쩍이는 군공훈장, 그리고 에스티 그룹 후계자에게 이어지는 회사 인장까지 준비돼 있었다.마당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붉은색 원형 융단이 깔렸고 그 둘레로 황금 돌잡이 소품들이 빙 둘러 놓였다.하도진과 민하윤은 두 아이를 융단 위에 내려놓았고 촬영을 맡은 진호영은 카메라를 두 꼬마에게 바짝 맞췄다.“주주야, 연이야.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 봐.”그러자 연이는 융단 위에 앉아 동그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그러더니 왼손으로 금 주판을 집고 오른손으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