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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771 - Chapter 780

797 Chapters

제771화

민하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식재료를 모두 손질해 식탁 가득 차려 놓았다.그러다가 구이현이 한참 남편 흉을 보는 걸 듣다못해 송지훈의 편을 들어 줬다.“그래도 이현이 널 생각해서 그러는 거잖아. 지금 임신 중인데 먹는 건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구이현은 한숨을 푹 쉬고 불룩한 배를 받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나도 알아. 근데 너무 심하잖아!”말이 나온 김에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얼마 전에는 학술 교류회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못 낸다고 내 산부인과 검진 날짜를 다시 잡으라는 거야.”“나는 어차피 나가면 기사님이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고 정 안 되면 집에 계신 아주머니랑 같이 가도 되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인가 싶었지.”구이현은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어 갔다.“그래서 그냥 혼자 검진 받으러 갔어. 그런데 병원에서 나오고 나서 1층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딱 걸린 거야.”“그 일로 둘이 엄청나게 싸웠어. 나도 너무 화나서 그날 밤 바로 짐 싸서 친정 가려고 했는데 지훈 오빠가 못 가게 막더니 아예 날 집에 가둬 버렸어.”백누리는 카펫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젓가락으로 끓고 있는 냄비에 차돌박이를 넣다가 감탄사를 내뱉었다.“와, 몰랐네. 그렇게 점잖고 온화한 송지훈 씨가 사석에서는 이토록 집착남이었어?”백누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장난스럽게 덧붙였다.“음흉하고 축축한 맛이 있네. 사랑하는 사람을 감금시켰다니...”민하윤은 이미 비슷한 일을 겪어 본 사람답게 구이현의 긴 하소연 속에서 수상한 대목을 정확히 집어냈다.“잠깐만, 편의점에서 딱 걸렸다는 게 무슨 뜻이야?”구이현은 갑자기 말을 더듬었고 눈에 띄게 찔리는 표정이었다.“그냥... 편의점이란 말이지. 검진 끝나고 병원 아래 편의점에서 기사님이 지하 주차장에서 차 끌고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마침 회의 끝나고 온 지훈 오빠가 거기서 날 본 거야.”민하윤은 진지한 얼굴로 구이현을 바라보며 차분히 정리했다.“그게 다야?”“그러니까 네 말은 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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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알고 보니 집에서 잠깐 늦어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민하윤은 아까 더 중요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백누리와 구이현은 순식간에 한편이 됐다.두 사람은 나란히 히죽거리며 민하윤을 바라봤고 눈빛에는 숨길 생각조차 없는 호기심이 가득했다.민하윤은 갑자기 좀 덥게 느껴져 에어컨 온도를 낮췄다.그러고는 얼버무리듯 말했다.“모기한테 물린 건가 봐.”그러자 백누리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너희 집 모기는 참 대단하네. 한 번에 그렇게 여러 군데를 물어?”너무 뻔한 민하윤의 거짓말은 단번에 들통났다.민하윤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그게...”그렇다고 해서 친한 친구끼리 사적으로 떠드는 자리라 딱히 못 할 이야기도 없었다.백누리가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근데 말이야. 하 대표님은 진짜 대단하긴 해.”민하윤이 불길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백누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옛날에 명원 상류층에서는 하씨 가문의 외아들 후계자가 자식 보기 어렵다는 소문이 꽤 돌았거든...”“하씨 집안에서도 공식적으로 해명하지도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고 애매하게 넘어갔어.”“거기다 하 대표님한테 어떻게든 접근해 보려던 여자 연예인들도 몇 명 있었는데 전부 실패했잖아. 사생활까지 너무 깨끗하니까 사람들이 더더욱 소문을 사실로 믿었던 거지.”구이현도 금세 관심을 보였다.재미있는 이야기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구이현은 예전에 마넬에서 오래 유학 생활을 해서 국내에서 돌던 이런 은밀한 소문에는 영 어두웠다.“그럼 지금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구이현이 눈을 반짝였다.“도진 오빠가 몇 년 전에 크게 아파서 약을 많이 먹은 건 알지만 그쪽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는데...”훠궈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고 넓은 별장 안에는 진한 육수 냄새가 가득 퍼져 있었다.민하윤은 어디 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분명 남의 소문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왜 점점 자신이 불판 위에 올라간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다.백누리는 민하윤의 표정을 슬쩍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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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경임 리조트.룸 안에는 어색할 만큼 적막이 흘렀다.진호영은 민망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고 다시 소파 자리로 돌아왔다.싸늘한 얼굴로 앉아 있는 구준오를 한 번 보더니 발끝으로 송지훈의 다리를 툭 찼다.“둘 진짜 평생 말 안 하고 살 거냐?”그러자 송지훈이 어깨를 으쓱했다.“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구준오는 코웃음을 치며 진호영을 바라봤다.“난 그럴 생각이야.”진호영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얼마 전 하씨 본가에서 주주와 연이의 돌잔치를 할 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 없는 사람 취급하며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아니, 대체 왜 그러는 건데?”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자 진호영만 덩그러니 남아 민망해졌다.마침 그때 하도진이 뒤늦게 도착해 룸 문을 열었다.숨 막히던 어색한 분위기가 그제야 깨졌다.진호영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얼른 하도진에게 다가갔다.“형, 쟤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제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왜 아직도 저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그러자 하도진이 비웃듯 말했다.“네 여동생을 네 친구가 데려갔다고 생각해 봐. 너도 웃음이 안 나올걸?”“아...”진호영은 그제야 뒤늦게 이해했다.사실 진호영도 설 전에 있었던 모임에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있었다.당시 구이현의 아랫배가 제법 불러 있었고 송지훈은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챙기고 있었다.진호영은 농담 삼아 물었다.“둘이 언제 이렇게 친해졌어? 이현이는 예전에 책벌레 송지훈을 제일 어려워하지 않았나? 꼭 사귀는 사람들 같네.”두 사람은 오히려 무슨 소리냐는 듯 서로를 한번 바라보더니 동시에 대답했다.“맞아. 우리 사귀어.”“됐거든.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해.”진호영은 조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둘이 짜고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그런데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손을 잡았다.약지에 끼워진 한 쌍의 커플링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진호영의 눈앞에서 번쩍였다.진호영은 원래 눈치가 한 박자씩 느린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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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백누리는 허둥지둥 샤워를 하고 스킨케어까지 마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민하윤이 문을 열어 보니 매니저가 보낸 메이크업 팀이었다.백누리는 구이현이 자는 데 방해될까 봐 일부러 사람들을 거실에 앉혀 놓고 준비를 시작했다.민하윤은 주방에서 한꺼번에 몰려온 사람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했다.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른 뒤 잘 풀어 둔 달걀물을 붓고 모양이 잡히자 치즈 한 장을 올렸다.별장 안에는 금세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퍼졌다.민하윤은 식빵을 굽고 오트밀과 옥수수를 넣은 달콤한 죽도 끓였다.메이크업 팀을 위해 커피까지 내린 뒤 코코넛 밀크를 부어 사람마다 코코넛 라테 한 잔씩 챙겨 줬다.“언니, 친구분은 진짜 좋으시네요. 얼굴도 너무 예쁘고요. 연예계에 들어왔으면 분명 떴을 것 같아요.”먹을 걸 얻어먹어서인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민하윤을 연신 칭찬했다.“진짜예요. 민낯인데도 이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고 분위기도 있잖아요. 배우 했으면 무조건 떴을걸요?”백누리는 민하윤이 차려 준 아침을 먹으면서 부기를 빼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그러다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히죽 웃었다.“얘가 연예계 들어오면 그건 그냥 고생하러 오는 거지. 지금 얼마나 편하게 잘 사는데...”백누리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얘 남편이 누군지 알아?”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이렇게 젊고 예쁜 사람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부터 놀라운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백누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우리 사모님이야. 하 대표님이 제일 아끼는 아내라고.”“하 대표님이요? 에스티 그룹의 그분이요? 우리 세리 엔터 최대 지분 가진 투자자 말이에요?”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이 순간 떨렸다.충격이 너무 컸는지 아이라인이 삐끗해 버려 얼른 클렌징 티슈를 꺼내 수정하기 시작했다.백누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바라봤다.“그러니까 포기해. 연예계 들어올 일은 없어. 집에 아직 엄마 손 많이 타는 아기도 둘이나 있어.”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완전히 놀란 얼굴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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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누구야? 송지훈 씨가 벌써 널 데리러 온 거야?”한창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백누리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빼고 현관 쪽을 바라봤다.민하윤이 문을 열었다가 밖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엄마아!”“마미!”민하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하도진의 품에 안겨 있던 두 아이가 몸을 비틀며 내려오려고 했다.작은 팔까지 활짝 벌려 민하윤에게 안아 달라고 보챘다.“어머, 주주랑 연이 왔네. 빨리 이모한테 뽀뽀 한번 해 줘!”구이현과 백누리는 반가워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둘은 서로 눈빛을 한번 주고받았다.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인지 뻔히 알 수 있었다.구이현이 먼저 놀리기 시작했다.“도진 오빠, 아침부터 벌써 데리러 온 거야?”백누리도 바로 거들었다.“하 대표님, 너무 급하신 거 아니에요? 저희가 괜히 두 분의 좋은 시간 방해했나 보네요.”민하윤은 얼굴이 확 붉어져 두 사람을 노려봤다.반면 하도진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속내를 들켰는데도 너무나 당당했다.“애들이 엄마 보고 싶다고 계속 보채서요.”“네. 아기들은 엄마가 없으면 못 살죠.”백누리는 팔짱을 낀 채 노골적으로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겨우 하루이틀 떨어져 있었는데 벌써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었구나?”그러더니 두 아이를 향해 안쓰러운 척 혀까지 찼다.“아니면 병원이라도 한번 데려가 봐야 하나?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는데 어떻게 속이 편하겠어...”하도진과 민하윤은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그사이 두 아이는 이미 민하윤에게 안기려고 안달이 났다.한 돌을 갓 넘긴 주주와 연이를 합치면 몸무게가 거의 20킬로그램에 가까웠다.민하윤 혼자 둘을 동시에 안기는 무리였다.먼저 주주를 안아 들자 연이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고개를 들고 입을 크게 벌리더니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연이는 금방이라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아기가 된 얼굴이었다.민하윤은 어느 한쪽도 서운하게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야 했다.결국 주주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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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차는 큰길로 접어들었고 민하윤도 아까 이야기를 완전히 잊고 있을 즈음이었다.그때 옆에 있던 하도진이 불쑥 입을 열었다.“우리 이혼하고 네가 항도시에 갔을 때, 내가 백누리한테 네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거든... 걔는 정말 하나도 안 알려 줬어. 오히려 날 비웃기까지 했지.”민하윤은 어이가 없었다.“그게 대체 몇 년 전 일인데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작년 12월에 네가 로젤스 출장 갔을 때도 그랬지. 걔가 너한테 보낸 문자들... 내가 모를 줄 알아? 백누리가 우리 사이를 이간질했잖아.”민하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하지만 솔직히 하도진의 말에 반박하기는 좀 어려웠다.민하윤은 결국 집에 도착할 때까지 별말을 하지 않았다.인터넷에서 본 말이 문득 떠올랐다.남편과 절친의 관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와 비슷하다고 했다.태생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참 골치 아픈 관계였다....6월 중순 어느 날 오후.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민하윤은 한창 프로젝트 인수인계를 하느라 바빴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고 스온양 건너편에서 기쁜 소식 하나가 날아왔다.[낳았어. 3.3킬로... 남자야.]같은 문자를 받은 백누리는 그때 니켈에서 영화제에 참석 중이었다.고급 드레스를 입고 세계 각국 주요 매체의 카메라 앞에서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포즈를 취하던 백누리가 다음 순간에는 휴대전화를 붙잡고 축하 문자를 길게 쏟아 냈다....하도진은 두 아이를 데리고 민하윤을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왔다.민하윤이 차 문을 열자마자 주주와 연이가 뭔가를 황급히 숨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민하윤은 곧바로 얼굴이 굳은 채, 두 아들을 엄숙한 표정으로 바라봤다.“뭘 숨겼어?”하도진의 표정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웠고 얼른 두 아들을 감싸고 나섰다.“아무것도 아니야. 잘못 본 거 아니야? 애들이 뭘 숨겼다고 그래?”하지만 민하윤은 얼굴이 더 싸늘해졌고 손바닥을 쫙 펼쳐 보였다.“얌전히 내놓으면 엄마 안 화낼게.”주주는 딱 3초 정도 고민했다.그러더니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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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찔리는 게 있는 만큼 하도진은 자진해서 모범 남편 노릇에 나섰다.저녁도 직접 만들고 두 아이까지 혼자 챙겼다.그러다가 저녁 8시가 되자 하도진은 목을 길게 빼고 2층을 올려다봤다.하지만 위층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침실에는 불조차 켜지지 않았다.하도진은 정성껏 차려 놓은 한 상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거실에 있는 놀이 매트로 향했다.그리고 양팔에 아들을 하나씩 안아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주주는 손에 장난감 총을 꼭 쥔 채 내려 달라고 칭얼거렸다.반면 연이는 작은 복숭아 하나를 두 손으로 들고 신나게 베어 먹고 있었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헤헤 웃기까지 했다.하도진이 그런 막내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웃음이 나오냐? 엄마가 화났어. 지금 네 엄마를 달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하도진은 두 아이에게 나름 진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눈치 좀 챙겨. 가서 엄마 좀 달래 드리자. 또 웃어? 다음에 그놈의 사탕 또 먹으면 진짜 엉덩이 맞는 줄 알아.”두 아이는 바닥에 나란히 털썩 주저앉았다.아빠의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눈치였다.하도진은 일부러 침실 문을 살짝 열어 두고 두 아이에게 눈짓했다.“들어가.”그런데 두 게으름뱅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한 명은 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 명은 복숭아를 먹느라 정신이 팔렸다.하도진은 결국 쪼그려 앉아 두 아이의 엉덩이를 한 번씩 가볍게 때렸다.반은 협박이고 반은 타이름이었다.“들어가서 엄마한테 밥 먹자고 해. 안 가면 오늘 밤에는 분유가 없는 줄 알아.”분유 이야기가 나오자 연이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연이는 들고 있던 복숭아를 바로 내던지고 기저귀를 찬 통통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침실 안으로 뒤뚱뒤뚱 기어갔다.하도진은 다시 주주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너도 가 봐. 엄마가 밥 먹게 달래 드려.”주주는 태어날 때부터 어딘가 차분하고 도도한 분위기가 있었다.이제 겨우 한 살 그리고 석 달인데도 종종 어린애답지 않게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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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하도진이 손을 뻗어 민하윤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민하윤은 곧바로 피해 버렸다.그래도 하도진은 포기하지 않고 한 손으로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려고 하자 민하윤이 차갑게 말했다.“손대지 마요.”조금 전까지와는 딴판으로 민하윤은 표정이 확 굳었다.민하윤은 하도진의 손을 단호하게 떼어 냈다.“다시는 안 그럴게. 앞으로 절대 애들한테 사탕 안 사 줄 거야.”하지만 민하윤의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민하윤은 입꼬리를 차갑게 비틀며 말했다.“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싸웠는지 알아요? 제가 모르는 줄 알아요? 아버님이랑 어머님도 애들을 예뻐한다는 핑계로 뒤에서 몰래 사탕을 사주잖아요.”민하윤은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도진 씨가 제 편을 안 들어 주는 것까진 그렇다 쳐요. 그런데 이제 같이 몰래 사서 주기까지 해요? 그게 애들을 사랑하는 거예요?”민하윤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요. 도진 씨네 가족은 다 애들을 사랑하고 저만 나쁜 엄마 하면 되겠네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하도진은 알아차렸다.민하윤이 단순히 오늘 사탕 하나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었다.오랫동안 참고 쌓아 둔 감정이 오늘을 계기로 한꺼번에 터진 것이었다.하도진은 본능적으로 손을 잡아 민하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또다시 허공만 짚었다.그때 민하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차분한 눈으로 하도진을 똑바로 바라봤다.“하도진 씨,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 예전에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요? 절대 애들 버릇 망치게 떼를 부려도 받아 주지 않겠다고 했잖아요.”하도진도 민하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다만 조금 답답해져선 두 걸음 다가가 민하윤을 품에 안으려 했다.“그건 맞아. 애들 교육에 관한 건 우리 둘은 계속 같은 편이었잖아. 내가 언제 애들을 응석받이로 키웠는데?”민하윤은 바로 받아쳤다.“집에는 장난감이 넘쳐나요. 다 가지고 놀지도 못할 정도로요.”“그러니까 애들이 벌써 물건이 귀한 줄 모르잖아요. 조금 가지고 놀다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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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주주와 연이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장난감을 내던졌다.그러고는 뒤뚱뒤뚱 침대 쪽으로 걸어와 두 팔을 뻗으며 엄마에게 안아 달라고 했다.하도진이 모르는 척하자 두 꼬마 배우는 곧바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두 아이는 작은 손을 짝짝 두드리며 목청껏 외쳤다.“엄마아... 안아 줘!”그러자 하도진이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그러고는 일부러 품에 안긴 민하윤에게 뽀뽀한 뒤 두 아들을 바라봤다.“너희 둘은 눈치 좀 챙겨. 이 사람 내 아내야. 내가 안고 싶어서 안는 건데 왜 맨날 날 방해하는 거야? 둘 다 저리 가.”민하윤은 어이가 없어 웃으며 하도진의 손을 한 번 때렸다.“애들 앞에서 뭐 하는 거예요?”그러고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웃고 장난친다고 이번 일이 그냥 넘어간 줄 알지 마요. 본인이 한 말은 꼭 기억해요.”“기억하지. 당연히 기억해!”하도진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며 민하윤을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8월 말.마넬에서 산후조리를 마친 구이현은 갓난아이들을 데리고 귀국했다.국내에서는 벌써 수많은 사람이 새로 태어난 아기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민하윤은 일부러 은행 지점에 직접 찾아가 적지 않은 금액을 새 지폐로 바꿨다.축의금 봉투에는 하진석에게 부탁해 직접 축하 문구까지 적었다.아들을 얻은 송지훈은 정작 기뻐 보이기는커녕 제법 수척해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진호영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송지훈을 보며 놀렸다.“역시 초보 아빠 되니까 다르네. 사람이 몇 달 사이에 확 늙... 아니, 성숙해졌어.”그러더니 낄낄 웃었다.“이제 병원 간호사들도 널 안 좋아하겠어.”하도진도 유모차를 밀고 뒤따라 들어왔다가 송지훈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너 왜 이래?”송지훈은 허리를 숙여 주주와 연이랑 잠깐 놀아 주다가 힘없이 한숨을 쉬었다.“다 우리 집 그 녀석 때문이지. 완전 손 많이 타는 아기야. 세 시간마다 분유 먹어야 하고 두 시간마다 물 먹이고 하루에 기저귀를 몇 번 갈아 주는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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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어서 와요. 들어오세요.”두 사람은 앞뒤로 집 안에 들어왔다.민하윤은 울고 있는 두 아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 우는 거죠?”하도진은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로 곧바로 두 손을 들었다.이번만큼은 친구를 팔아서라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했다.“저 인간이 내가 신발 갈아 신는 사이에 애들한테 사탕을 하나씩 줬어. 내가 보자마자 바로 뺏어서 버렸어.”민하윤은 표정이 조금 굳었다.그래도 남의 집에 손님으로 온 자리라 티를 심하게 내지는 않았다.하도진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진짜 맹세하는데 이번에는 나랑 아무 상관도 없어.”송지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하윤 씨, 제가... 좋은 뜻으로 준 건데 괜히 사고를 쳤네요.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백누리는 알코올 티슈로 손을 닦은 뒤 주주의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러고는 아직도 세상 서럽게 울고 있는 연이의 볼에도 쪽 입을 맞췄다.“자, 이제 그만 울자. 이모랑 너희들의 동생 보러 가자.”백누리는 양손으로 아이 하나씩 손을 잡고 민하윤에게 눈짓했다.민하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송지훈을 달랬다.“괜찮아요. 다음에는 조심해 주세요.”세 사람은 아이들을 데리고 2층 침실로 올라갔다.상대를 봐 가며 우는 법도 아는 주주와 연이는 예쁜 백누리의 손을 꼭 잡자마자 거짓말처럼 울음을 멈췄다.구이현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보자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주주야, 연이야! 이리 와. 뽀뽀해 줄게!”구이현은 연이의 볼에 뽀뽀하고 주주의 작은 손에도 입을 맞췄다.그러더니 주주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웃었다.“근데 주주는 도진 오빠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얼굴에는 못 하겠어.”“그렇지?”백누리가 반가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잠든 아기가 깰까 봐 목소리를 낮추면서도 신이 났다.“드디어 나랑 같은 생각 하는 사람 찾았네. 우리 주주는 그냥 하 대표님이 직접 낳은 것처럼 닮았어.”민하윤도 어쩔 수 없이 웃었다.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민하윤이 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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