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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781 - Chapter 790

797 Chapters

제781화

민하윤은 심장이 덜컥 가라앉는 줄 알았다.두 아이는 아직 힘 조절을 할 줄 몰랐다. 신이 나서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갓난아기를 장난감처럼 여기며 한 번씩 번갈아 볼을 콕콕 찔렀다.민하윤은 가슴이 철렁해 곧바로 두 아이를 침대 아래로 내려놓았다.주주와 연이는 아직 어려서 갓 태어난 아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구이현은 옆에 앉아 조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그렇게 긴장하지 마.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면 좋지. 나중에 같이 학교도 다니고 같이 놀 텐데.”그러다가 구이현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지훈 오빠가 좀 더 분발해서 이번에 딸을 낳았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그랬으면 우리 사돈 될 수도 있었잖아.”백누리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근데 하윤이는 아들이 둘이잖아. 어느 쪽을 사위로 삼으려고?”구이현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이마를 탁 쳤다.“아, 알고 보니 그러네?”구이현은 곧바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면 우리 꾸꾸가 아들이라서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주주랑 연이가 우리 딸 하나 두고 싸웠을 거 아냐. 그러면 곤란하지.”그러더니 금세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아니면 이렇게 하자.”구이현은 민하윤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하윤 언니가 향긋하고 말랑말랑한 딸 하나 더 낳는 거야. 우리 꾸꾸가 어릴 때부터 옆에서 친하게 지내다가 그대로 며느리로 데려오게... 아예 어릴 때부터 짝을 정해 놓는 거지.”몇 사람이 방 안에서 농담을 주고받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송지훈이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사람들이 다 왔는데... 아기 좀 보러 들어와도 돼?”송지훈은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 것도 아니었다.친한 사람들이 아기를 보러 온 김에 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 정도의 모임이었다.송지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 뒤로는 굳은 얼굴의 구준오, 차분한 표정의 하도진, 그리고 괜히 수상하게 두리번거리며 살금살금 따라 들어오는 진호영이 있었다.백누리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작게 중얼거렸다.“맨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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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하도진은 눈을 들어 아기를 다시 한번 바라보더니 평소답게 독설을 내뱉었다.“저렇게 조그만 애를 보고 어떻게 잘생겼다는 걸 알아? 아빠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야?”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아무리 봐도 잘생겼다는 말이랑은 거리가 먼데?”너무 대놓고 사람 기분 상하게 하는 말이었다.아기의 친아빠와 친엄마는 물론이고 외삼촌까지 바로 옆에 있었다.그보다 더 어이없는 건 하도진이 언제부터 이 대화에 이렇게 진지하게 끼어든 건지였다.애초에 여자 셋이 이야기하다가 나온 가벼운 농담에 불과했었다.민하윤은 괜히 얼굴이 뜨거워져 하도진을 흘겨봤다.“아니... 왜 갑자기 얘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해요? 딸도 없고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말이에요.”하도진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태연하게 말했다.“지금 없다고 앞으로도 없다는 법은 없잖아.”하도진은 언젠가는 자신이 반드시 딸을 낳을 거라는 표정이었다.그때 구준오가 앞으로 다가와 두툼한 축의금 봉투를 건넸다.그러고는 손을 뻗어 아기의 작고 보드라운 손을 살며시 만져 봤다.아무리 이 아이의 존재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해도 아이의 몸에 구씨 가문의 피가 절반 흐른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이름은 지었어?”구이현은 구준오를 전혀 어려워하지 않았다.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눈치를 보는 기색은 조금도 없이 평소처럼 대답했다.“태명은 아니고 별명은 정했어. 꾸꾸야... 임신했을 때 포도도 엄청 먹었어.”구이현은 아기를 한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정식 이름은 아직 못 정했어. 송씨 가문의 부모님이 사람한테 부탁해서 몇 개 받아 오시긴 했는데 우리 둘 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계속 미루고 있거든.”“마넬에서 태어났으니까 일단 영어 이름은 레닌으로 정했어.”구준오는 말없이 조카를 바라봤다.시선이 한참 동안 아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때 송지훈이 두 사람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풀어 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네가 이름 하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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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식사를 마친 뒤 하도진은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우고 직접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다.오는 내내 민하윤은 조수석에 조용히 몸을 웅크린 채 창밖만 바라봤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도진은 일부러 속도를 줄여 차를 최대한 부드럽게 몰았다.어느 순간 창밖으로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9월의 명원은 갑자기 가을로 접어들었다.낮에는 아직 늦여름의 더위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밤이 깊어지면 가을 특유의 서늘하고 쓸쓸한 기운이 짙게 느껴졌다.하도진은 차 안 히터 온도를 몇도 높였다.비는 계속 내렸다.차가 차고에 들어섰을 때, 뒷좌석의 두 아이는 작은 머리를 양옆으로 기울인 채 카시트에 기대 곤히 잠들어 있었다.하도진은 트렁크에서 접이식 유모차를 꺼낸 뒤 아이들을 하나씩 안아 옮겼다.두 녀석 모두 깊이 잠들었는지 아무리 움직여도 깰 기미가 없었다.엘리베이터 앞에 선 하도진은 유모차를 한 손으로 밀다가 다른 팔로 민하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오는 내내 표정이 안 좋던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민하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그냥... 이현이가 자기를 정말 사랑하고 많이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났구나 싶어서요.”사람은 아름다운 일이나 진심 어린 사랑을 보면 자연스럽게 감탄하고 부러워지기 마련이었다.하도진은 금세 기분이 묘하게 상한 듯 민하윤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무슨 뜻이야? 난 널 안 사랑해? 내가 너한테 안 맞춰 줘? 남을 왜 부러워해.”민하윤은 질투가 시작됐다는 걸 알아차리고 얼른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처음에는 둘이 정말 이어질 거라고 아무도 생각 못 했잖아요. 아기도 어떻게 보면 둘을 이어 준 인연 같고요.”“응.”하도진은 짧게 대답했다.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나지혜와 산후 도우미가 잠든 두 아이를 아기방으로 데려갔다.하도진은 냉장고 앞으로 가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한 번에 거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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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저 기억 안 나세요?”남자는 몸에 꼭 맞게 재단된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다.온화한 인상의 그는 민하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자신의 귀에 낀 보청기를 가리켰다.하지만 민하윤은 여전히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저는 허승헌입니다. 예전에 연애 예능에 같이 출연한 적 있잖아요. 잠깐이지만 인연이 있었는데 정말 잊으셨어요?”민하윤의 눈이 순간 커졌다.그렇게 설명을 듣고 나니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허승헌은 생명과학 분야 박사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였고 SNS에서 백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사람이었다.다만 선천적으로 청각에 장애가 있어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과 업무를 해 왔다.연애 예능 촬영이 끝난 뒤로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그때 허승헌이 다시 물었다.“이제 말씀하실 수 있는 거예요?”민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설명하려면 좀 긴데... 네.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그러다 문득 프로젝트 제안서에서 봤던 협력사 대표 이름이 떠올랐다.눈앞의 허승헌과 이름이 겹치자 민하윤은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정미 바이오 테크는 승헌 씨가 창업하신 회사예요?”“그렇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자금 대부분은 제 여동생이 댔지만요.”허승헌이 웃으며 덧붙였다.“허연 씨 기억하세요?”“연예계에서 2년 정도 배우 생활을 했는데 크게 뜨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영화제에서 우연히 지금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아예 배우를 그만두고 살고 있죠.”“정미 바이오 테크도 허연이가 투자해서 세운 회사예요. 저는 주로 기술이랑 연구 쪽을 맡았고요.”허승헌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민하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리스크 투자 관리부서의 부장인 민하윤은 금융 리스크를 다루는 사람답게 이번 협력사를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해 둔 상태였다.정미 바이오 테크는 불과 5년 만에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바이오 기업에서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회사로 성장해 업계의 신흥 강자로 자리 잡았다.허승헌은 민하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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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하도진은 지루한 듯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리며 태유 은행 본점 건물을 힐끗 바라봤다.저녁 무렵 회의를 마친 뒤 민하윤에게서 문자가 왔다.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해서 함께 아이들을 데리러 가겠다는 내용이었다.하도진에게는 꽤 신기한 일이었다.연말이 가까워지면 원래 은행이 가장 바쁜 시기였다.그런데 일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서던 민하윤이 웬일로 처음 일을 내려놓고 가족에게 시간을 쓰겠다고 한 것이다.하도진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민하윤이 건물 출입구에서 걸어 나왔다.습관처럼 사원증을 가방에 넣고 긴 머리를 어깨 위로 늘어뜨린 채였다.민하윤은 끝부분만 살짝 웨이브 머리에 단정한 오피스룩, 흰 셔츠을 입고 있었다.‘청바지?’하도진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아침에 집을 나설 때 입고 있던 정장 치마는 어디 갔지?’그때 민하윤도 뭔가 느낀 듯 큰길 쪽을 바라봤다.하도진의 차를 발견하자 민하윤은 손을 살짝 흔들었다.하도진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눈빛에도 다정한 기색이 번졌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짙은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민하윤의 뒤를 따라 한 남자가 건물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거리가 있어 얼굴까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건물 전면 유리창에 석양이 반사돼 시야까지 흐렸다.하도진은 미간을 좁히고 눈을 가늘게 뜨며 민하윤에게 말을 거는 남자를 살폈다.자이첸의 소규모 명품 브랜드에서 맞춘 수제 정장을 입고 있었고 가격이 만만치 않은 옷이었다.손목에는 예거 르쿨트르의 컬렉션 워치가 채워져 있었다.가격만 해도 억대를 훌쩍 넘는 제품이었다.하도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고 곧바로 차창을 내렸다.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다.그러다가 민하윤이 살짝 몸을 틀어 하도진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남자는 손끝을 따라 이쪽을 바라봤다.얼굴에 조금 난처한 미소를 띠더니 이내 옆에 세워진 검은색 카이엔으로 돌아갔다.민하윤은 빠른 걸음으로 큰길가까지 나와 조수석에 올라탔다.하도진은 최대한 태연한 척했다.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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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승헌 씨가 세운 정미 바이오 테크는 재작년에 지벤의 증시에 상장했어요. 불과 5년 만에 핵심 연구개발 기술을 앞세워 의료 제약 업계의 신흥 강자로 올라섰어요.”민하윤은 차분하게 설명했다.“지금은 신탁 상품 개발에 쓸 펀드 조성을 우리 은행에 맡겨서 업무상 만날 일이 생긴 것뿐이에요.”그러다가 일부러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저는 이미 결혼했다고 확실히 말했어요. 귀여운 아기도 둘이나 있다고요.”민하윤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약지의 반지를 일부러 하도진의 눈앞에서 살짝 흔들어 보였다.그러자 하도진의 어두웠던 기분은 순식간에 풀렸다.입술은 여전히 꾹 다물고 있었지만 굳어 있던 입꼬리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표정도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잠시 뒤 하도진이 또 물었다.“그럼 회사 동료 중에는 없어? 당신한테 괜히 잘해 주는 사람 말이야.”민하윤은 아이를 낳은 뒤에도 몸매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팔다리는 여전히 가늘고 늘씬했다.다만 하도진은 가끔 마음이 아팠다.두 아이를 품고 낳느라 민하윤의 배에는 희고 옅은 임신 주름이 여러 군데 남아 있었다.하지만 민하윤은 단 한 번도 그걸 두고 불평한 적이 없었다.다만 예전처럼 비키니를 입지 않게 됐고 밤마다 스킨케어를 할 때 배에 오일을 바르는 과정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었다.몸에 생긴 작은 변화 외에도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예전의 풋풋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몸짓 하나하나에는 우아함과 성숙한 매력이 배어 있었다.거기에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더해졌다.가끔은 하도진조차 넋을 놓고 바라볼 만큼 아름다웠다.민하윤은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없어요.”하도진도 더는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마침 신호등 하나만 지나면 북해대로에 들어섰기 때문이다.도심에서도 가장 화려한 상권이었다.유명 명품 브랜드와 최고급 매장이 즐비한 곳이었는데 최근 2년 사이에는 조기교육과 시니어 교육 시장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명원의 퇴직 간부촌에는 거의 집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가 하나씩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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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연이는 옆에서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작은 입을 쫑긋거리며 외쳤다.“나쁜 빠빠!”하도진은 어린것들과 진지하게 싸울 생각까지는 없었다.다만 은근히 앙갚음하듯 두 아이를 카시트에 단단히 묶어 꼼짝도 못 하게 했다.주주와 연이는 칭얼거리면서 방금 했던 말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했다.“나쁜 빠빠!”하도진은 당장이라도 조기교육 센터로 돌아가 책임자를 끌고 나오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그러고는 진지한 얼굴로 두 아이의 발음부터 바로잡았다.“똑바로 말해. 빠빠가 아니라 아빠야.”두 꼬마는 동그란 눈으로 서로를 한번 바라봤다.그러더니 아빠와 일부러 맞서기라도 하듯 더 신나게 외쳤다.“빠빠 나빠!”민하윤이 얼른 중간에 끼어들었다.“아직 어리잖아요. 말도 완전히 못 하는데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건 당연하죠.”그 뒤로 하도진은 오는 내내 입술을 꾹 다문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차 안의 분위기가 묘하게 싸늘해지자 민하윤은 휴대전화를 차량 블루투스에 연결했다.잔잔한 노래라도 틀어 분위기를 좀 풀어 볼 생각이었다.그런데 실수로 랜덤 재생을 눌러 버렸다.다음 순간 포르쉐의 부르메스터 스피커에서 경쾌한 동요가 울려 퍼졌다.“베이비버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하도진은 정말 폭발하기 직전이었다.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다른 손을 뻗어 민하윤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시늉만 하는 정도였다.“일부러 그랬지? 맨날 내 아들들 세뇌하는 거야? 엄마는 좋고 아빠는 나쁘다고?”하도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아무리 그래도 돈을 내는 학부모 욕을 가르칠 만큼 조기교육 센터가 양심이 없지는 않을 텐데 싶었더니... 범인은 집 안에 있었네.”민하윤은 멋쩍게 웃으며 목을 살짝 움츠렸다.“진짜 아니에요. 랜덤 재생이라 우연히 이 노래가 나온 거예요.”두 아이는 엄마 아빠 사이의 장난을 이해할 리 없었다.동그란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아빠가 엄마를 장난삼아 때리는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그 순간 하도진의 등이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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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설마 레슬링까지 가르친 건 아니겠지.’“윽...”하도진은 숨을 들이켰다.녀석들의 주먹은 무슨 망치처럼 단단했고 무릎을 때릴 때마다 퍽퍽 소리가 났다.하도진은 무표정하게 두 아이의 머리를 한 손씩 눌러 제압했다.느긋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더니 어떻게든 말로 타일러 보기 시작했다.“힘은 서로 주고받는 거야. 너희 손은 안 아파? 이 배은망덕한 녀석들아. 누가 너희를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 갈아 가며 이렇게 키웠는데?”옆에서 웃음을 참던 민하윤이 작게 중얼거렸다.“산후 도우미랑 가사 도우미요.”하도진은 못 들은 척하고 계속 감동 연설을 이어 갔다.“누가 너희 먹고 자고 자다 깨서 또 먹기만 하던 시절에 밤마다 일어나 분유 타 주고 기저귀 갈아 줬어?”“그것도 산후 도우미랑 가사 도우미죠.”하도진이 못마땅하게 혀를 찼다.그러다가 갑자기 공격 대상을 민하윤으로 바꿨다.두 아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었다.“너희 엄마가 너희를 버리고 마넬 로젤스로 출장 갔을 때, 누가 삼시 세끼 챙겨 먹였어? 매일 과일로 비타민 보충시키고 영양제도 두 번씩 먹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조기교육 수업까지 데려다줬지?”민하윤은 어이가 없었다.잠시 뒤 기막힌 얼굴로 말했다.“치사하게 저까지 끌어들여요?”‘그래서 어쩔 건데?’하도진은 당연하다는 눈빛을 보냈고 여전히 한 손씩 두 아이의 머리를 눌러 놓은 상태라 빗발치듯 날아오던 작은 주먹은 하도진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하도진의 입꼬리가 의기양양하게 올라갔다.그러느라 민하윤이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자, 둘 다 말해 봐. 아빠가 좋고 엄마는 나빠. 그렇게 말하면 놔줄게. 집에 들어가서 미끄럼틀도 타게 해 주고 망고스틴도 하나 더 먹게 해 줄게.”그 말에 연이가 가장 먼저 꿀꺽 침을 삼켰다.동그란 눈을 굴려 옆에서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버티는 형을 한번 바라봤다.그러더니 당당하게 말했다.“두 개...”하도진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이 녀석은 벌써 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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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하도진은 병아리라도 잡듯 두 아이를 한 손에 하나씩 번쩍 들어 올려 거실의 안전 울타리 안에 내려놓았다.그러다가 민하윤을 힐끗 봤다.민하윤은 아무래도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혼자 휴대폰 보면서 뭘 그렇게 실실 웃어?”민하윤은 재빨리 고개를 들어 하도진을 한번 바라봤다.표정만 봐서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입가에 패인 보조개가 이미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다.하도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던 순간, 연이의 앳된 목소리가 생각을 끊었다.“빠빠, 망고띤!”그러자 하도진은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봤다.연이는 낑낑거리며 안전 울타리를 붙잡고 서 있었다.고개를 쭉 내밀고 까치발까지 든 채 통통한 손을 하도진에게 흔들었다.연이는 아빠와 눈이 마주치자 애교까지 부리듯 방긋 웃었다.민하윤은 어이가 없었다.‘저렇게 어린아이의 얼굴에서 아첨하는 표정을 보게 될 줄이야.’저 조그만 머릿속의 뇌세포를 이런 곳에 쓰고 있는 건가 싶었다.하도진도 잠깐 멈칫했다.아들이 말해 주고 나서야 아까 한 약속이 떠올랐다.하도진은 느긋하게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나지혜는 혹시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매일 유기농 식료품점에서 제철 채소와 과일을 사다 냉장고에 채워 두고는 했다.냉장고 안은 먹을거리로 가득했다.하도진은 대충 안을 뒤적거렸다.싱싱한 샤인머스캣에 새빨간 체리, 갈변하지 않도록 랩으로 꼼꼼히 싸 둔 바나나, 딸기도 한 상자나 있었다.그런데 하필 망고스틴만 없었다.“연이야, 포도 먹을래?”연이는 손가락을 물고 히죽 웃으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싫어... 안 먹어!”“그러면 바나나는?”“싫어!”연달아 거절당한 하도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하도진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딸기는?”연이는 딱 3초 고민하더니 딸기로 타협했다.이제는 하도진이 딸기를 씻는 뒷모습만 목을 빼고 기다렸다.민하윤은 소파에 앉아 가방에서 정미 바이오 테크의 프로젝트 제안서를 꺼냈다.화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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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그 순간, 민하윤의 얼굴이 확 빨개졌다.어른들도 있고 아이들도 바로 옆에 있는데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다.하도진은 혀끝으로 입술을 살짝 핥더니 낮게 웃었다.“진짜 달콤하네.”민하윤은 더 부끄러워져서 딸기 하나를 하도진의 입에 그대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달면 많이 먹어요.”하도진은 웃으며 다시 민하윤을 품에 끌어안았다.프로젝트 제안서를 다 읽었을 때쯤 딸기 한 접시도 깨끗이 비어 있었다.민하윤은 고개를 돌렸다가 두 아이를 보고 멈칫했다.주주와 연이는 얼굴이며 입가에 과즙을 잔뜩 묻힌 채 먹고 있었고 테이블 한쪽에는 망고스틴 껍질이 작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민하윤은 할 말을 삼켰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머님, 애들은 아직 소화기관이 약해서 찬 과일을 너무 많이 먹이면 안 돼요.”채선화는 입으로는 알겠다고 대답하면서도 손으로는 계속 망고스틴 껍질을 까고 있었고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때 하준혁까지 옆에서 거들었다.“괜찮아. 얼마 먹지도 않았어.”민하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순간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민하윤은 하씨 가문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있었다.특히 두 아이를 낳은 뒤로 집안 어른들은 민하윤을 더욱 살뜰하게 챙겼고 물질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을 느끼게 한 적도 없었다.하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만큼은 달랐다.그 부분에서 민하윤은 자신에게 별다른 결정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손주 사랑이 워낙 지극한 어른들은 좋은 것이나 맛있는 것이 있으면 뭐든 두 아이부터 챙겼다.조금이라도 덜 해 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장난감이며 간식이며 끊임없이 사 줬다.아이들이 조기교육 수업에 가기 싫다고 울며 떼를 쓰면 어른들이 한마음으로 민하윤을 속이고 수업을 빼먹게 한 적도 있었다.교육센터 선생님이 왜 주주와 연이가 수업에 오지 않았느냐고 전화하지 않았다면 민하윤도 끝까지 몰랐을 일이었다.집에는 장난감과 옷이 더는 둘 곳이 없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민하윤은 친척과 친구들에게 제발 그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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