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78 챕터

제101화

도진과 마주 앉아 있는 지설은 이유 모를 어색함을 느꼈다.도진 역시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도환이 메뉴판을 펼쳐 주문을 시작했다.잠시 뒤, 음식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이기 시작했다.불그스름한 고추, 진한 향신료 냄새가 순간적으로 퍼져 나갔다.도진의 미간은 점점 더 깊게 찌푸려졌다.이런 음식들은 도진에게 그저 ‘재난’이나 다름없었다.그 어떤 것도 그가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모두가 서로 눈치를 보는 사이, 예린이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했다.예린은 식당 직원에게 손짓해 뜨거운 물 주전자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는 젓가락을 들어 붉은 기름이 잔뜩 묻은 음식들을 집어 들고, 그것을 뜨거운 물에 담가 살살 헹구기 시작했다.잠시 후, 매운 기름이 반쯤 씻겨 내려갔다.예린은 손질한 음식을 도진의 앞 접시에 놓으며 눈가에 미소를 띠었다.“한번 먹어봐. 이제 그렇게 맵지는 않을 거야.”지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구예린 씨... 기 변호사님을 아주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네.’‘기 변호사님을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매운 걸 못 먹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네.’‘예전부터 둘이 밥을 꽤 자주 먹었던 모양이야.’그러나 정작 도진은 예린이 건네준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예린의 눈빛에 잠깐 실망이 스쳤지만,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오빠, 이런 거 못 먹겠지? 그럼 내가 채소 몇 개 더 시킬게.”도진은 짧게 말했다.“필요 없어.”말이 끝나자, 도진은 테이블 위에서 유일하게 맵지 않은 냉채를 젓가락으로 집었다.그때, 지설 또한 같은 냉채를 향해 젓가락을 뻗고 있었고, 두 사람의 젓가락은 공중에서 정확히 맞부딪혔다.도진과 지설의 손이 동시에 굳어 버렸다.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지설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도진의 눈동자는 깊은 바다처럼 어두우면서도 차분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지설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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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비록 이 자리에는 아직 다른 사람들이 함께 앉아 있고, 또 이 테이블 가득한 매운 음식들이 도진에게는 영 못마땅했지만, 지설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런 불편함쯤은 충분히 무시할 수 있었다.도환은 동생의 말을 듣자 속으로 슬쩍 웃음을 터뜨렸다.역시나 예상대로였다.도환은 도진이 지설 때문에 타협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하, 매운 음식 한 상이 뭐 대수냐.’‘지설 씨만 옆에 있으면, 설령 눈앞에 독약이 놓여 있어도 도진은 아무 말 없이 삼켜버리겠지!’‘아, 고지식한 동생을 놀리는 건 언제나 재밌다니까.’그때, 지설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오른 고추에 목이 제대로 매이고 말았다.강렬한 매운 향이 코끝을 뚫고 머리까지 번져 오르자, 지설은 참을 수 없이 크게 기침을 쏟아냈다.지설은 연달아 기침하며 본능적으로 물을 찾았다.매운맛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고 싶었던 것이다.급히 손을 뻗어 옆에 놓인 컵을 집었지만, 컵 가장자리를 만지는 순간, 안에 물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지설은 불편함을 참아내며 테이블 위에서 물 주전자를 찾으려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지설이 주전자를 발견하기도 전에 도진이 이미 재빠르게 물주전자를 들어 올려 컵에 물을 가득 따라주고 있었다.지설은 급히 그 컵을 받아 들고,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차갑고 시원한 물이 바싹 메인 목을 적셔주자 그제야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듯했다.겨우 진정된 지설은 고개를 들고 서둘러 말했다.“감사합니다.”도진은 살짝 내려뜨린 눈꺼풀 사이로, 묵직하고 깊은 시선으로 지설을 바라보고 있었다.지설의 감사 인사를 들은 그는 짧게,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에요.”이 모습을 지켜본 예린은 눈에 불꽃이 튀어 오를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도진 오빠는 여자를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절대 아니야!’‘오빠한테 여자란 거의 천적이나 다름없어서 평소엔 가까이 오는 것조차 싫어했잖아.’‘그런데 지금, 오빠가 먼저 물을 따라주다니!’‘게다가 이렇게까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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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말이 끝나는 순간, 지설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익숙한 답답함이 다시 밀려왔고, 마치 커다란 돌덩이가 가슴 위에 얹힌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바로 그때, 도진이 감전이라도 된 듯 옆으로 몸을 홱 피했다.예린과의 사이가 눈에 띄게 벌어졌다.예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방금까지 입가에서 피어 있던 미소가 그대로 얼어붙었다.하지만 예린은 빠르게 정신을 수습했다. 억지로라도 무너져가는 미소를 다시 붙잡으려는 듯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그러나 예린이 다시 입을 열어 자신과 도진의 관계를 과시하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진이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도진의 표정은 유난히 냉담했다.“나 화장실 좀...”단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 버렸다.도진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예린 얼굴의 마지막 웃음기조차 산산조각 나듯 무너져 내렸다.차갑게 굳은 표정이 지설에게로 향했다.그 시선에는 노골적인 원망이 서려 있었다.지설은 앞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봤지만, 어느 것 하나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지설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은화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저는 배불러서 먼저 일어나 볼게요.”말이 끝나자마자 지설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지설의 말에 은화와 옆에 있던 우란은 잠자코 서로 눈치를 보았다.둘 다 지금 지설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둘이 보기엔, 지설 역시 도진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방금 도진이 예린에게 보인 차가운 태도를 떠올리면, 도진 역시 지설을 신경 쓰고 있음이 분명했다.서로 마음은 있는데, 정작 마주하면 이렇게 서툴고 어긋난다.은화와 우란, 둘은 그저 도진과 지설 커플을 응원하는 관객이 되어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도진이 돌아왔을 때, 지설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도진의 표정이 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리고 옆에 여전히 앉아 있는 예린을 본 순간, 기분은 더 나빠졌다.‘가야 할 사람은 안 가고, 가면 안 되는 사람이 갔네.’원래부터 입맛에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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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지설은 지난 3년의 결혼 생활을 떠올렸다.그때의 영민은 언제나 지설에게 차갑고 무정했다.영민의 마음은 늘 주유연에게 묶여 있었고, 그 관계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은 채로 계속 이어졌다.그리고 영민은 주유연 때문에 지설을 여러 번 깊이 상처 입혔다.지설은 결국 이 결혼을 끝내기로 결심했다.이제야 영민이란 남자가 남긴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이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영민은 여전히 지설을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지설의 어머니를 빌미로 지설을 압박했고, 지설은 그 때문에 숨 막히는 그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이 모든 걸 떠올리자, 지설의 표정에는 피로가 어려져 갔다.지설은 부영민이라는 남자와 다시 이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오히려 완전히 끊고 싶었다.영원히, 다시는...“필요 없어. 오늘 밤은 안 들어갈 거야.”지설의 목소리는 얼음 조각처럼 차갑게 떨어졌다.영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 그의 눈빛에 불쾌감이 스쳤다.[그럼 장모님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 너도 알지? 장모님 이번 달에 정기 검진 받으셔야 하는 거... 우리 사이의 이런 사소한 문제 때문에 병원 날짜라도 놓치면...][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그걸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장모님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네 양심은 괜찮겠냐?]그 말을 듣는 순간, 지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진짜... 이 인간은 끝까지 비열하네.’그러나 예연숙의 건강이 떠오르자, 지설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눌러 삼킬 수밖에 없었다.지설은 이를 꽉 깨물고, 힘겹게 말끝을 짜냈다.“그래. 들어갈게.”한 단어, 한 단어마다 지설의 분노가 묻어 있었다.영민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여보. 오늘 밤 기다릴게.]지설은 이를 악물고 전화를 끊었다....오후 6시.먼저 일어날 일이 생긴 은화가 지설에게 함께 퇴근할 건지 물었다. 지설은 영민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저었다.“선배님 먼저 들어가세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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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지설의 원래부터 차가운 얼굴은 지금 이 순간 더 깊은 서릿발이 내려앉은 듯 한층 더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그리고 눈빛에서는 얼음보다 더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지설은 천천히 턱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제 사생활이 어떤지는, 구예린 씨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다른 중요한 일 없으면, 지금 당장 제 눈앞에서 사라져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예린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활활 치솟았다.예린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아무 표정도 없는 지설의 얼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심지설 이 X... 대체 얼굴이 얼마나 두꺼운 거야!’수치심과 분노가 한꺼번에 솟구치며, 예린은 홧김에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그리고 오른손을 번쩍 들어 지설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다.그러나 손바닥이 지설의 얼굴에 닿기 직전, 지설의 손이 더 빠르게 뻗어 나가, 예린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지설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틀어 올려졌다.비웃음이 담긴 표정이었다.“구예린 씨, 진짜 멍청한 거예요, 아니면 못된 거예요? 기도진 씨랑 남녀 사이인지 아닌지도 정해진 게 없으면서 벌써 정실부인이라도 된 것처럼 굴고 있네요?”“제가 보기에 말인데요. 여기까지 와서 저한테 발톱 세우고 으스대기 전에 기도진 씨가 당신이랑 사귀자고 할 방법이나 먼저 고민하세요.”“자기가 마음에 둔 남자도 못 잡으니까, 엉뚱한 여자한테 와서 난리 치는 거... 너무 웃긴다는 건 알죠?”그 말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그대로 예린의 가슴을 찔렀고, 예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악독하고 일그러진 색으로 변했다.예린은 다시 지설을 때리려고 손을 움직이려 했지만, 지설이 꽉 잡은 손목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지설이 예린의 손목을 힘껏 내쳤다.예린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비참하게 나자빠졌다.지설은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다신 저한테 시비 걸지 마세요. 저는 구예린 씨가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호구 아니에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 아시죠?”그 말을 끝으로 지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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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지설의 두 손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이마에는 진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안에서부터 밀려오는 공포는 마치 제방이 무너진 물결처럼 삽시간에 번져나가 지설을 완전히 집어삼켰다.지설은 결국 바닥에 쪼그려 앉아 두 팔로 머리를 감싸안고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은화가 우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되었고, 우란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은화야.”은화는 급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란아, 내가 아까부터 계속 지설 씨한테 전화하고 있는데... 전화를 전혀 안 받아. 너 지금 아직 우리 건물 안에 있으면, 혹시 지설 씨 좀 봐줄 수 있을까?]그 시각, 우란은 퇴근하려고 책상을 정리하던 중이었다.‘법무법인 도진’의 변호사들은 누구나 그렇듯 야근이 일상이고, 오늘 이렇게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건 갑작스러운 정전 덕분이었다.우란은 주저 없이 말했다.“알았어. 어차피 나도 아직 건물 밖으로 안 나갔어. 그냥 계단으로 올라가서 한번 볼게.”말을 마친 우란은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재빠르게 계단 쪽으로 향했다.마침 이미 정리를 마치고 나가려던 도진이, 우란과 은화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도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심지설 씨가 왜요? 연락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우란은 표정을 굳힌 채 진지하게 답했다.“은화가 계속 지설 씨한테 전화했는데, 아예 연결이 안 된다네요. 그래서 제가 올라가 보려고 했어요.”순간, 도진의 심장이 움찔하며 쿵 내려앉았다.‘무슨... 일이 생긴 건가?’좋지 않은 예감이 순식간에 도진의 가슴을 죄어 왔다.“우 변호사님은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올라가 보겠습니다.”도진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으나, 목소리에는 이미 불안이 스며 있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급히 걸음을 내디뎠고, 계단을 오르면서도 계속 지설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 전화는 계속해서 받지 않는 신호음만 남기고 끊겼다.층수를 올라갈수록, 도진의 심장은 점점 더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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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도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핸드폰 화면으로 떨어졌다.그리고 화면에 반짝이며 떠 있는 그 이름을 확인하려고 할 때, 도진의 가슴이 세게 조여 왔다.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힘껏.‘왜... 내가 이렇게까지...’낯설고도 거센 질투가 파도처럼 치밀어 올라, 단숨에 도진의 가슴을 뒤흔들었다.그러나 수년간 몸에 밴 품위와 절제는 그 격한 감정을 가까스로 누르고 있었다.도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발걸음은 무겁고 묵직했다.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다 짜내는 것 같았다.사무실 안은 고요했고, 그 고요를 깨뜨리듯 핸드폰 벨소리가 계속 울렸다.한 번, 또 한 번.작은 공간 안에서 그 소리는 더욱 날카롭고 불길하게 느껴졌다.소파에 앉아 있던 지설의 얼굴은 창백했다.그녀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그리고 곧바로...[심지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늘 같이 집에 가서 저녁 먹자고 했던 거 잊었어? 지금 어디야?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상황... 기도진이랑 같이 있는 거냐? 너 참 잘한다! 내가 말했지? 너... 절대 후회하게 될 거라고.]영민의 목소리는 날 선 분노와 질투,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방금까지 끔찍한 공포를 견뎌낸 지설의 마음은 아직 수습되지 않았고, 그 위에 영민의 폭언이 가차 없이 덮쳐왔다.그녀의 신경은 이미 극한까지 몰려 있었고, 통화음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운 유리처럼 지설의 마음을 갈라놓았다.지설은 통화가 끝난 뒤, 핸드폰을 바라본 채 멍하니 굳어 있었다.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영민은 지설의 침묵을 자신을 향한 묵인으로 착각했다.더욱 화가 난 그는 마지막으로 분노를 내뱉고 통화를 끊었다.“하...”전화가 끊기자 지설은 오히려 아주 작은 숨을 내쉬었다.마치 짧은 순간이라도 그 답답한 굴레에서 벗어난 듯한, 그런 숨이었다.지설은 팔의 힘을 빼고, 소파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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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도진은 지설이 자신에게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숨을 고르고, 곧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설 씨는 전 남편분하고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었는데... 설마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실 생각이에요?”그 질문엔 단순한 우려만이 아니라, 감춰진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순간적으로라도 그는 모든 걸 무시하고 지설을 영민에게서 데려오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하지만 도진은 잘 알고 있었다.‘지설 씨가... 내 말을 쉽게 들을 사람도 아니지.’지설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엄마가 아직 그 사람 집에 있어요. 게다가 그 사람은 요즘 우리 엄마한테 잘해주는 척하면서 완전히 마음을 사놨더라고요...”“그래서... 엄마를 혼자 두고 나올 수가 없어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책임질 수 없으니까. 알면서도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도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그럼... 지설 씨는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영민 같은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분노가 폭발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도진은 변호사로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욱 불안했다.지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천천히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문제예요. 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변호사님이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오늘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감사합니다.”그 말은 온화했지만, 선이 그어진 말이었다.더 깊이 들어오지 말라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겠다는 의미.도진의 가슴 속에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우린 아직 연인은 아니지만...’‘내 마음을... 지설 씨는 정말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왜... 왜 나한테는 의지하려 하지 않는 거지?’‘왜 혼자 견디려고만 하는 거지?’뿌리칠 수도, 억지로 붙잡을 수도 없는 감정이 도진을 괴롭게 했다.결국 그는 아무 말 없이 지설을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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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이어지는 순간, 영민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지설을 있는 힘껏 밀쳐냈다.쿵!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지설의 머리가 소파 등받이에 세게 부딪혔다.순간적으로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눈앞이 번쩍이며 별이 터져나갔다.머릿속은 울리고, 귓가에서는 ‘웅’ 하는 소리만 가득했다.영민은 분노로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지설에게 달려들었다.거대한 손이 지설의 가느다란 목을 힘껏 휘감아 조여왔다.“이 시간까지 뭐 하다 들어온 거야? 또 어떤 놈이랑 눈 맞아서 돌아다녔어?!”영민의 얼굴은 뒤틀려 있었다. 눈은 충혈되고 입에서는 술 냄새가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지설은 숨을 들이마시려 애썼지만, 목은 점점 더 조여 오고 있었다. 숨이 막혀 오고 가슴은 타들어 가는 것처럼 아팠다.‘숨... 숨이 안 쉬어져...’지설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어 영민의 팔을 밀어내려 했지만, 힘의 차이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아무리 발버둥 쳐도 영민의 손가락은 단단한 철처럼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지설은 옆에 있는 쿠션을 움켜쥐어 영민의 몸에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몇 번을 맞고 나서야 영민은 마침내 지설의 목을 놓았다.지설은 숨을 몇 번이나 거칠게 들이켰다.공기가 폐 속으로 겨우겨우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는 느낌이 다시 찾아왔다.숨을 고른 지설은 망설임 없이 돌아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한시라도 빨리 저 남자에게서 떨어져야 했다.방문에 손을 뻗어 닫으려던 그 순간, 문이 움직이지 않았다.지설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영민의 두툼하고 잔뜩 힘이 들어간 팔이...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문틈 하나 정도의 거리만 존재했지만, 그 좁은 틈새 너머로 영민의 섬뜩한 눈빛이 또렷하게 느껴졌다.그 눈동자는 깊고 검은 웅덩이 같았다.냉기와 적의로 가득한 그 시선은 지설의 온몸을 얼어붙게 했다.지설은 전신이 떨려왔다.어깨, 손끝, 다리까지... 마치 체온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듯 부르르 떨렸다.이마와 등에서는 식은땀이 한순간에 터져 나와 옷이 순식간에 젖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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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영민은 곧바로 손을 들어 올리더니, 힘이 실린 따귀를 지설의 뺨에 세게 내리꽂았다.짝!좁은 욕실 안에 울려 퍼진 그 소리는 귓가를 때리는 듯 날카롭고 잔혹했다.영민은 계속해서 지설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며 분노와 악의가 뒤섞인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말해! 왜 날 배신한 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사람들이 나를 여자 잘못 만나서 바람맞은 남편이라고 비웃길 바라?!”한마디 할 때마다 또 한 대의 따귀가 지설의 얼굴에 내리쳤다.지설은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고, 눈앞은 핑 돌고, 의식이 아득해졌다.그녀는 싸늘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차갑고 딱딱한 타일의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하지만 지금은 뺨의 화끈거리는 통증이 그 모든 냉기를 잊게 할 만큼 더 고통스러웠다.그때, 바닥에 굴러다니던 샤워용 바디워시 통이 지설의 손끝에 스쳤다.지설의 눈이 번쩍 뜨였다.‘이거다...!’지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움켜쥐고 온몸의 힘을 실어 영민을 향해 던졌다.퍽!바디워시 통은 정확하게 영민의 머리를 강타했다.하얀 거품이 사방으로 튀었다.너무 갑작스러웠던 탓인지, 혹은 충격이 컸던 건지...영민은 중심을 잃고 몇 번 비틀거리다가 곧바로 뒤로 꽂히듯 넘어졌다.쿵!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영민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완전히 의식을 잃은 듯했다.지설은 순간 놀라 입술을 떨었지만, 곧바로 ‘지금이다’라고 판단했다.지설은 몸 곳곳이 욱신거리는 고통을 참고 비틀거리며 욕실 밖으로 뛰쳐나왔다.방으로 달려가는 내내 가슴은 미친 듯 두근거렸다.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지설은 문을 ‘쾅’ 닫고 바깥에서 잠금장치를 걸었다.마치 언제라도 문이 열릴까 두려운 듯 온몸을 문에 기대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가슴은 터질 듯 뛰고, 손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그날 밤, 지설은 안방이 아닌 손님방에서 잤다.문은 잠갔고 혹시 몰라 문고리에 의자를 기대어 막아두었다.그렇게 어두운 밤을 겁과 공포 속에서 떨며 지새웠다.다음 날 아침.주순심이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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