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 자리에는 아직 다른 사람들이 함께 앉아 있고, 또 이 테이블 가득한 매운 음식들이 도진에게는 영 못마땅했지만, 지설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런 불편함쯤은 충분히 무시할 수 있었다.도환은 동생의 말을 듣자 속으로 슬쩍 웃음을 터뜨렸다.역시나 예상대로였다.도환은 도진이 지설 때문에 타협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하, 매운 음식 한 상이 뭐 대수냐.’‘지설 씨만 옆에 있으면, 설령 눈앞에 독약이 놓여 있어도 도진은 아무 말 없이 삼켜버리겠지!’‘아, 고지식한 동생을 놀리는 건 언제나 재밌다니까.’그때, 지설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오른 고추에 목이 제대로 매이고 말았다.강렬한 매운 향이 코끝을 뚫고 머리까지 번져 오르자, 지설은 참을 수 없이 크게 기침을 쏟아냈다.지설은 연달아 기침하며 본능적으로 물을 찾았다.매운맛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고 싶었던 것이다.급히 손을 뻗어 옆에 놓인 컵을 집었지만, 컵 가장자리를 만지는 순간, 안에 물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지설은 불편함을 참아내며 테이블 위에서 물 주전자를 찾으려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지설이 주전자를 발견하기도 전에 도진이 이미 재빠르게 물주전자를 들어 올려 컵에 물을 가득 따라주고 있었다.지설은 급히 그 컵을 받아 들고,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차갑고 시원한 물이 바싹 메인 목을 적셔주자 그제야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듯했다.겨우 진정된 지설은 고개를 들고 서둘러 말했다.“감사합니다.”도진은 살짝 내려뜨린 눈꺼풀 사이로, 묵직하고 깊은 시선으로 지설을 바라보고 있었다.지설의 감사 인사를 들은 그는 짧게,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에요.”이 모습을 지켜본 예린은 눈에 불꽃이 튀어 오를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도진 오빠는 여자를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절대 아니야!’‘오빠한테 여자란 거의 천적이나 다름없어서 평소엔 가까이 오는 것조차 싫어했잖아.’‘그런데 지금, 오빠가 먼저 물을 따라주다니!’‘게다가 이렇게까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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