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31 - Chapitre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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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지설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시선은 어딘가 풀려 있었고, 목소리는 아주 낮고 잔잔했다.“몸이 안 좋은 건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나서요.”도진은 지설의 아버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지설은 도진이 입고 있던 두툼한 코트의 후드 안으로 얼굴을 깊숙이 파묻었다.그리고 참지 못한 듯, 아주 작게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아버지가 아직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도진의 걸음이 미세하게 멈췄다.잠시 숨을 고른 뒤,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아버님 대신... 지설 씨 곁에 계속 있겠습니다. 그리고 지설 씨를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도진이 오래도록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말이었다.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지설과의 거리가 워낙 가까웠기에 도진이 내뱉은 한 마디 한 마디는 또렷하게 지설의 귀에 박혔다.지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도진을 내려다보았다.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아무 소리도 없이 두 사람의 옆을 천천히 지나갔다.차창이 아주 조금 내려졌고, 그 틈 사이로 차 안에 앉아 있던 영민의 눈동자가 바깥을 향해 고정됐다.깊은 연못처럼 어두운 영민의 시선은, 도진과 지설을 집요하게 꿰뚫고 있었다.차갑고 날 선 눈빛 아래, 길고 단단한 손이 주먹 쥔 채로 굳어 있었고, 힘이 지나치게 들어간 관절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지설이 도진을 바라보는 눈빛은... 지나치게도 부드러웠다.그 온기 어린 시선이 그대로 영민의 심장을 찔렀다.‘저 눈빛은... 나한테도 한 적 없었는데.’질투는 순식간에 분노로 번졌고, 그 감정은 영민을 통째로 삼켜 버릴 기세였다.그는 당장 차에서 내려 도진을 향해 달려가 주먹을 휘두르고, 지설을 억지로라도 다시 끌어내려오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영민은 끝내 그 충동을 억눌렀다.운전석에 앉아 있던 기사는 백미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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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구동성 역시도 이성적으로는 도환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섰다. 예린은 자신의 보물 같은 딸이었고, 어떻게 딸이 고통받는 걸 두고 볼 수 있겠는가?딸의 현재 상태를 떠올리는 순간, 구동성의 심장은 누군가에게 세게 움켜쥐어진 듯 욱신거렸다.구동성은 결국 어른의 체면을 내세워 목소리를 높여 호통쳤다.[예전에 내가 너희 집안에 얼마나 큰 은혜를 베풀었는지 너도 잘 알잖아, 지금 내가 바라는 건 고작 내 딸 마음 좀 헤아려 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구동성은 지난 수년간 그 오래된 은혜를 협상 카드처럼 써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처음에는 도환도 옛정을 생각해 구동성이 내미는 요구를 가능한 한 들어주며 여기저기서 대신 수습해 주곤 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동성의 요구는 점점 선을 넘었고, 그때마다 도환의 마음속에도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도환은 차갑게 말했다.“그때 회장님께서 제 아들의 목숨을 구해 주신 건 사실입니다. 그 은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습니다.”“그래서 그동안 회장님께서 무슨 부탁을 하시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군말 없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하지만 그 빚을 진 사람은 저이지 제 동생이 아닙니다. 이제 와서 제 동생에게 감정을 대가로 치르라고 하며 예린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신다면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도환의 말투는 전례 없이 단호했고, 마치 날 선 검이 심장을 꿰뚫는 것처럼 구동성을 강타했다. 구동성은 한동안 멍하니 입만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구동성은 분노로 얼굴을 붉힌 채 핸드폰을 꽉 쥐고 허공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너 말이야... 도환... 좋아, 너랑 도진, 정말 정이란 건 눈곱만큼도 없구나!]도환은 여전히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그래도 예린이가 걱정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보내겠습니다. 확실하게 돌보도록 할 테니 그 정도로 하면 되겠습니까?”구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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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윤하는 얼굴 가득 불만을 담은 채 말했다.[요즘 구 회장님 정말 갈수록 선을 넘는 것 같아. 어머님은 진작부터 구 회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다 꿰뚫어 보고 계셨는데 어떻게 믿음이나 가시겠어.] [게다가 어머님도 여러 번 말씀하셨잖아, 예린이 같은 성격으로는 애초에 도련님 아내로도 안 맞고 기씨 가문의 며느리로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속에 쌓인 말을 쏟아낸 뒤, 윤하는 곧바로 이어서 캐묻듯 물었다.[근데 도련님이랑 그 심지설 씨는 요즘 어떻게 돼 가고 있어, 도련님도 이제 서른이 코앞인데 어렵게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났잖아.] [예린이 때문에 그 인연까지 망치면 안 되지, 자기가 지금 K시에 있으니까 도련님 일 좀 더 챙겨 줘야 해.][한마디로 말해서 도련님이 결혼 못 하면 자기도 B시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마.]윤하는 어릴 때부터 도환과 도진과 함께 자라며 가족처럼 지냈고, 정이 워낙 깊었다. 특히 친남동생이 없었던 윤하는 도진을 늘 친동생처럼 아끼고 보살펴 왔다.윤하의 말을 들은 도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힘없이 대답했다.“자기야, 내 사랑하는 아내님은 왜 이렇게 남편 마음은 조금도 안 헤아려 주는 거야?”“맨날 도진이 걱정만 하고, 내가 K시에서 이렇게 오래 고생하고 있는데 정말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해?”“나 얼른 B시로 돌아가서 자기랑 애들이랑 같이 연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윤하는 웃음을 참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보가 돈 많이 벌어야 내가 쓰지. 그리고 안 만난다는 뿐이지 우리 하루에 영상 통화 서너 번은 하잖아.]도환은 평소 출장이 거의 없는 편이었고, 늘 집과 회사만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해 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지사에서 큰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지사장과 임원진 전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고, 인사와 업무, 실적까지 모두 엉망이 되었다.결국 도환은 마지못해 직접 K시로 내려와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B시에 있을 때만 해도 도환은 매일 윤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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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말을 마친 도환은 일부러 상처받은 사람처럼 표정을 지은 채 윤하를 바라봤다.윤하는 그 말을 듣자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반짝이며 일부러 크게 웃었다.[여보 혼자 무슨 이상한 상상한 거야. 그리고 자기가 그냥 현금인출기인 줄 알아? 세상에서 제일 잘생기고 제일 돈 많은 현금인출기일 텐데, 난 딱 그 현금인출기 한 대만 사랑하거든, 어때 그래도 불만이야?]윤하 역시 명문가 출신이라 혼수도 넉넉했고, 애초에 도환을 현금인출기처럼 여길 리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도환과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도환은 이미 ‘현금인출기’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 버린 채, 오직 뒤쪽 말만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우리 여보가 직접 나만 사랑한다고 말했어.’그 생각이 떠오르자 도환 얼굴에 남아 있던 억울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금세 의기양양한 기색이 번졌다.도환은 고개를 들고 괜히 으쓱하며 말했다.“당연하지. 우리 여보가 제일 사랑하는 현금인출기는 나뿐이지.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은 전부 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내님 쓰라고 있는 거야. 여보만 행복하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설 연휴가 시작되기 이틀 전, 지설은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기 위해 병원에 들렀지만 병실에서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다.간호사에게 물어본 뒤에야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데려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지설의 얼굴이 굳어졌고, 곧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로 예연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부 서방이 나 데리러 왔어. 너도 얼른 와. 올해 설은 우리 식구 다 같이 보내야지.]지설은 어머니가 이렇게 멋대로 행동할 줄은 몰랐다는 듯 화가 치밀어 올랐다.“엄마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부영민 집에는 가지 말라고! 엄마 멋대로 하고 내 말 안 들을 거면 이번 설은 따로 보내.”그 말을 끝으로 지설은 전화를 끊었다.‘내가 안 가면 엄마도 거기에 계속 있을 수는 없겠지.’...예연숙은 딸이 전화를 끊어 버리자 크게 불쾌해졌다.옆에 있던 영민이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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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라희는 얼마 전 해외로 여행을 다녀온 터라, 그동안 영민과 지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장경은의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근데 오빠 유연 언니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장경은은 못마땅하다는 듯 라희를 흘겨보며 말했다.“유연이는 지설이 보다도 못해. 너는 유연이 얘기 꺼내지도 마.”아들의 두 번의 연애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경은은 지금이라도 아들 머릿속에 든 물을 몽땅 쏟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라희는 눈을 굴리더니 얼른 휴대전화를 꺼내 유연에게 메시지를 보내 약속을 잡았다.그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장경은에게 말했다.“엄마 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장경은은 기가 막힌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설인데도 하나같이 다 밖으로만 나돌고 나랑 같이 있어 줄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네.”...라희와 유연은 카페에서 만났다.유연은 예전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라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언니랑 우리 오빠 도대체 무슨 일이야?”어릴 때 유연은 늘 라희에게 값비싼 장난감을 사 주었고, 커서는 명품이며 연예인 덕질까지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다.그 덕분에 라희와 유연은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유연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라희야 너 이제야 돌아왔구나. 네가 해외에 있는 동안 너무 답답해서 하소연할 데도 없고.”“지금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빨리 말해 봐. 내가 언니 편들어 줄게. 절대 언니 억울한 일 없게 할게.”라희의 재촉에 유연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심지설이 이혼하고 나서도 또 영민 오빠한테 들러붙었어. 네 오빠도 무슨 정신 나간 사람처럼 심지설이랑 다시 시작하겠다는 거야. 심지설 때문에 요즘 네 오빠는 나한테 연락도 안 해.”라희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오빠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내가 직접 가서 따질게.”유연은 다급히 라희를 붙잡았다.“가지 마! 그러면 영민 오빠가 나를 더 싫어할 거야.”“그럼 그냥 이렇게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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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3년 동안 고생을 겪고 나니, 지설은 이제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의지하는 편이 낫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예연숙은 여전히 딸을 설득해 다시 돌아가게 할 생각이었지만, 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지난 3년의 삶을 듣고 나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동안 예연숙은 영민의 사랑만 있으면 지설이 시댁에서만큼은 편히 살고 있을 거라 믿어 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설은 줄곧 사소한 일 하나까지 트집이 잡히며 버텨 온 것이다.지설과 영민의 재결합을 누구보다 완강하게 주장하던 예연숙의 마음에도 처음으로 균열이 생겼다.지설은 그런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 그저 옅게 웃었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설은 알고 있었다.지금 아무리 많이 설명해도 어머니는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천천히, 아주 조금씩 말해도 돼.’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난날의 억울함을 하나씩 털어놓다 보면, 언젠가는 왜 자신이 끝내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머니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식사를 마친 뒤 지설은 싱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시작했다.예연숙은 가만히 앉아 있기 싫다며 쓰레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내려가서 쓰레기도 버리고, 소화도 시킬 겸 잠깐 산책하겠다는 말이었다.지설은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엄마, 너무 멀리 가지는 마세요. 너무 늦으면 걱정돼요.”예연숙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알았다. 금방 올게. 내려간 김에 과일도 좀 사 올게.”지설은 집에 과일이 많다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문은 닫혀 있었다.설거지를 마친 뒤에도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지설은 괜히 불안해졌다.그래서 겉옷을 걸치고 직접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쓰레기 분리수거장 근처에도, 단골 과일 가게에도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상하다고 느낀 지설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주변을 살폈다.그때,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익숙한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지설은 그 자리에 굳어 선 채로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다.심장이 아래로 꺼지는 느낌과 함께, 차가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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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시간이 멈춘 듯했다.세상에는 오직 날카롭게 울려 퍼진 급브레이크 소리와 라희 자신의 심장을 쿵쿵 때리는 공포의 박동만이 남아 있었다.라희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처음에는 그저 예연숙에게 경고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설을 데리고 자기 오빠 곁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지게 만들고, 더 이상 끈질기게 얽히지 말라는 뜻이었다.그런데 예연숙은 오히려 영민이 지설 없이는 안 된다며, 라희에게 영민과 지설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다.그 순간, 라희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라 이성을 집어삼켰고, 판단은 완전히 마비됐다.그렇게 충동적으로 라희는 차를 몰아 예연숙을 들이받고 말았다.사고 직후, 후회와 공포가 파도처럼 밀려와 라희의 가슴을 짓눌렀다.라희는 멍하니 앞을 바라본 채 움직이지도 못했다. 방금 전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 재생되며 지워지지 않았다.‘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텐데.’‘조금만 참았어도, 감정을 눌렀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문득 라희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주유연.‘지금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유연 언니뿐이야.’라희는 이를 악물고 핸들을 돌려 유연의 집 쪽으로 차를 몰았다.유연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라희는 흐트러진 머리나 구겨진 옷차림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문을 향해 거의 매달리다시피 하며 세차게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문이 열렸고, 유연이 모습을 드러냈다.라희의 창백한 얼굴과 초점 잃은 눈빛을 보는 순간, 유연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라희의 팔을 잡아끌어 방 안으로 데려가 문을 닫고서야 다급하게 물었다.“라희야,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된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라희는 온몸이 떨려 왔고, 입술은 핏기가 사라진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나 방금 차 몰다가 사람을 쳤어. 그것도 심지설 엄마... 나 어떡해? 나 이러다 감옥 가는 거 아니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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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옆에 있던 도진은 그 모습을 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는 급히 손을 뻗어 지설의 다음 행동을 막아섰고, 단단하게 지설의 손목을 붙잡았다.도진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안타까움이 가득했지만, 목소리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건 사고잖아요. 지설 씨 잘못이 아닌데 왜 스스로를 이렇게 몰아붙여요. 제발 자기 몸을 다치게 하지는 말아요.”말하며 도진은 지설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수 있는 것처럼 붉게 남은 손자국을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해 주고 싶은 듯한 손길이었다.도진은 다시 한번 차분하게 말했다.“이미 지인에게 부탁해서 제일 좋은 의료진을 불렀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은 분명히 괜찮아질 거예요.”하지만 도진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지설의 마음속 고통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마치 수많은 개미가 심장을 갉아먹는 것처럼 숨이 막히기 괴로웠다.지설은 입술을 세게 깨물며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눈물이 둑을 잃은 물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한 방울, 두 방울...여자의 눈물은 금세 도진의 옷깃을 적셨다.도진은 아무 말 없이 지설을 꼭 끌어안았다.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도진의 휴대전화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어머니 왕미영이었다.도진은 지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왕미영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들, 설도 다가오는데... 집에 안 올 거야?]도진은 목소리를 낮춰 답했다.“올해는 K시에 있을 것 같아요. 친구 어머님이 사고를 당하셔서 제가 곁에 남아 있으려고요.”왕미영은 단번에 눈치챘다.아들이 말한 ‘친구’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왕미영은 곧바로 말했다.[그럼 도와주는 게 맞지. 하지만 네 몸도 잘 챙겨. 내가 네 형도 보내마. 어차피 형도 올해는 B시에 못 올 테니까.]몇 마디 더 당부를 한 뒤 왕미영은 전화를 끊었고, 곧바로 도환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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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지설과 도진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서로의 어깨가 맞닿아 있었고,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상대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다정한 연인 같았고, 그 모습은 그대로 영민의 눈을 찔렀다.순간, 영민의 가슴속에서 시기와 질투가 뒤엉킨 불길이 거세게 치솟았다.그 감정은 순식간에 이성을 잠식하며 영민을 집어삼킬 듯 타올랐다.영민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머릿속에서는 미친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왜, 왜 지설이 넌 다른 사람은 받아들이면서 나는 끝내 거부해.’분노와 질투는 이미 한계까지 치달아 있었지만, 영민은 끝내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그는 차마 묻지 못했다.그 질문이 돌아올 답이 자신의 심장을 산산조각 낼까 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마저 잃을까 봐 두려웠다.영민은 천천히 몸을 돌렸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병원을 떠났다.비서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영양제 상자를 두 손으로 들고 조심스럽게 영민에게 다가왔다.“대표님, 이 영양제는 사모님께 전달할까요?”영민은 비서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버려.”...도진은 예연숙의 교통사고 당시 인근 CCTV를 조사하게 했다.확인 결과, 사고 현장 주변의 주요 카메라는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훼손된 상태였다.그러나 그 정도로 도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조사는 빠르게 진척됐고, 결국 CCTV를 망가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졌다.주씨 가문의 딸, 주유연이었다.더불어 가해 차량의 명의가 부영민의 여동생, 부라희라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도진은 확보한 모든 자료를 지설에게 전달했다.지설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주유연은 부영민 때문에 나를 미워했고, 직접 손을 더럽히긴 싫어서 부라희를 이용한 거야.’“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진이 물었다.지설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고소할 거예요.”그리고는 도진을 똑바로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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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지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엄마, 부라희가 엄마를 해치려고까지 했는데도 엄마는 아직도 부 서방 편에 서려고 하는 거야?”예연숙은 말끝을 흐리며 더듬거렸다.“그래도... 부 서방 여동생이면 결국 가족이잖아. 집안 사람들끼리 감정이 격해져서 벌어진 일일 수도 있고 사돈아가씨도 순간적으로 잘못한 거지 분명 지금쯤이면 후회하고 있을 거야.”“이번 한 번만 우리가 용서해 주면 미안해서라도 앞으로는 너한테 잘할 수도 있잖니?”지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엄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날 다시 결혼시키려고 살인 미수범인 그 여자와 그 인간을 꼭 다시 엮여야 해? 엄마는 좀 쉬어. 나 밖에 나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올게.”예연숙은 딸이 진심으로 화가 난 걸 보고 당황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 급하게 영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영민은 리사와 함께 있다가 예연숙의 전화를 받았다. 짜증이 스쳤지만 전화를 끊지는 않았다.예연숙은 한숨을 쉬며 라희가 자신을 들이받은 일과, 지설이 라희를 고소하겠다고 결심한 이야기를 모두 전했다.[부 서방, 난 가족끼리는 화목해야 한다고 생각해. 사돈아가씨도 결국 지설이한테는 동생 같은 존재잖아. 이 일은 내가 사돈아가씨를 탓하지 않을 테니까 사과만 한 번 하러 오게 해. 그러면 다시 가족으로 지낼 수 있지 않겠어?]영민은 여동생이 사고를 냈다는 사실에 이를 악물었다.‘이런 상황에 라희까지 사고를 치다니.’‘그래도 여전히 장모님이 내 편이라 다행이야.’영민은 곧바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장모님, 이건 전적으로 제 동생 잘못입니다. 지설이 라희를 고소한다고 해도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제 어머니가 라희를 너무 버릇없이 키운 탓에 이런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무슨 그런 말을 해.”영민의 태도가 지나치게 공손하자 예연숙의 마음이 다시 누그러졌다.[이건 부 서방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말한 대로만 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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