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설은 이미 이혼한 몸이었다.올해는 더 이상 부씨 가문 본가에 끌려가 설날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고,그토록 바랐던 대로 어머니 곁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그 사실만으로도 지설의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이 잔잔히 번져 갔다.은화가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걸고 말했다.“근데 말이야, 기 변호사님은 설에 B시 안 내려가시려나? 만약 안 가시면 말이지, 우리 지설이랑 기 변호사님이랑 둘이서 설 같이 보내는 거 아니야?”그러면서 은화는 팔꿈치로 지설을 가볍게 툭 치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지설은 그저 조용히 웃기만 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지금 도진과 지설 사이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정의된 단계가 아니었다.분명 서로를 의식하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기는 했지만, 함께 설을 보낸다는 건 아직은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설은 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갔다.병실 문을 열자, 예연숙은 침대에 반쯤 기대앉아 있었다.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표정만큼은 비교적 안정돼 보였다.딸을 보자 예연숙의 얼굴에는 금세 웃음이 번졌다.“딸아, 오늘 부 서방한테 전화가 왔더라. 집으로 들어와서 같이 살자고 하더구나. 설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집도 정리해야 하고, 장도 좀 봐야지 않겠니?”영민의 이름이 나오자, 지설의 얼굴은 즉각 차갑게 굳었다.“엄마, 부영민이 예전엔 엄마한테 설 같이 보내자고 한 적 있었어? 올해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 솔직히 이상하잖아. 제발 그 사람 말만 듣고 판단하지 마.”그 말에 예연숙은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이 애가, 말을 참 못되게 하는구나. 부 서방이 아무리 사위라지만, 내가 먼저 설에 오겠다고 나설 처지는 아니지 않니? 그리고 말이다... 이건 다 엄마가 아들을 못 낳은 탓이야.”예연숙은 한숨을 섞어 말을 이었다.“내가 아들을 하나 낳아서 대를 이을 수 있었더라면, 늙어서 이렇게 남의 집 눈치 보며 살 필요가 있었겠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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