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우리 집안끼리 이렇게 가까운데 제가 무슨 손님이에요?” 예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왕미영은 선이 분명한 사람이다.왕미영은 예린이 도진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진의 마음속에는 예린이 없었다.도진이 예린과 거리를 두려 한다면, 왕미영도 도진의 엄마로서 예린에게 어느 정도 선을 긋는 게 맞았다.왕미영은 곁에 있던 지숙에게 말했다. “예린이 데리고 1층 가서 차 대접해.”지숙이 곧장 대답했다. “네, 사모님.”말을 마친 지숙은 예린을 향해 손으로 공손히 아래층을 가리켰다.예린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티도 내지 못하고, 입술만 깨문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도진은 어머니 곁으로 가서 물었다. “엄마, 오늘은 좀 괜찮으세요?”왕미영이 말했다. “훨씬 낫다. 나 걱정하지 말고 K시로 얼른 올라가. 네 할머니가 미신을 워낙 믿으시잖아.”“자꾸 예린이 사주가 너한테 맞는다면서 둘을 엮으려 드는데, 내가 몇 번을 말해도 소용이 없더라. 예린이를 집까지 오게 했으니, 일을 더 크게 만든 거지.”도진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이 문제로 도진도 할머니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눴지만, 홍영희는 워낙 고집이 셌다. 끝내 도진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1층에서 예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홍영희에게 전화를 걸었다.“할머니, 도진 오빠가 모처럼 집에 왔는데 저한테 가라고 하잖아요. 빨리 방법 좀 생각해 주세요.”홍영희는 마침 한 법사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예린의 하소연을 듣자 인연이고 뭐고 다 접어 두고 바로 본가로 돌아왔다.도진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홍영희는 막 거실에 발을 들여놓은 참이었다.도진은 미간을 짚으며 불렀다. “할머니.”홍영희가 코웃음을 쳤다. “너는 집안일에 왜 이렇게 무심하냐? 이번에도 네 형이랑 형수가 집에 있었으니까 망정이지, 네 엄마가 넘어져 다친 걸 아무도 몰랐을 거다.”도진은 홍영희가 원래 잔소리가 많은 걸 알고 있어서 굳이 받아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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