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설 쪽을 바라보자, 유연은 더 우쭐해졌다.도진이 지설을 위해 낙찰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걸 보니 도진에게 지설은 그만한 돈을 쓸 가치도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출품작이 공개됐다.고풍스러운 에메랄드 목걸이였다. 추정가는 600억 원이었다.유연은 이 목걸이도 보자마자 갖고 싶어졌다. 그녀는 영민의 팔을 붙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저 목걸이도 갖고 싶어.”영민은 조금 전에도 유연을 위해 수십억 원을 썼다.그런데 유연이 또 목걸이를 원하자, 영민은 속으로 조금 불쾌해졌다.영민이 유연을 사랑하던 때라면 저 목걸이 하나쯤 사 주는 게 대수롭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영민에게 유연은 이용 가치가 있는 상대일 뿐이었다. 그런 유연을 위해 600억짜리 목걸이를 사 주는 건 전혀 아깝지 않은 일이 아니었다.유연은 영민이 망설이는 걸 보자 금세 기분이 상했다. “여보, 설마 아까운 거야?”영민은 머릿속으로 손익을 재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낙찰받아서 줄게.”그런데 영민이 패들을 들어 2억을 더하자, 도진도 곧바로 패들을 들었다.“650억 원.”도진은 한 번에 50억 원을 올렸다.원래 영민은 그다지 적극적으로 경쟁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도진이 끼어들자, 영민은 괜히 승부욕이 발동해 바로 받아쳤다.“700억 원.”유연은 영민이 자기 때문에 저러는 줄 알고, 영민의 팔을 꼭 붙잡은 채 몹시 자랑스럽고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지설은 도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 목걸이 엄청 비싼데요. 정말 낙찰받으려고요?”지설은 도진이 기씨 가문 둘째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진은 늘 조용하고 절제된 태도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큰돈을 쓰는 모습이 아직은 조금 낯설었다.도진이 답했다.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에요.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지설은 도진이 집안 어른이나 가족에게 선물하려는 줄 알고 더는 묻지 않았다.도진은 다시 패들을 들었다.“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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