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훈은 지설의 이름을 듣는 순간, 어딘가 낯이 익다고 느꼈다.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불현듯 떠올렸다.3년 전, 절친인 김정호 교수가 자신에게 한 번 추천했던 학생.그때 영상을 통해 본 적 있는 피아노 연주자의 이름이 바로 심지설이었다.‘아, 그때 그 학생이구나. 분명히 재능이 뛰어났는데...’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 아쉬웠지.’ ‘아니었으면, 내 악단으로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서지훈은 다시금 지설을 바라보며, 이번엔 흥미와 호감을 담은 눈빛을 보냈다.그리고 진심 어린 미소로 말을 건넸다.“심지설 씨, 이름을 들어본 적 있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저희 악단에서 곧 열릴 정식 오디션에 참가해 보시죠. 실력이 된다면 앞으로 자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을 겁니다.”지설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서지훈이 자신에게 직접 기회를 주다니.그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얼굴이 붉어졌다.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녀에게 서지훈의 악단은 곧 꿈의 무대였다.그 무대에 서는 순간, 묻혀 있던 자신의 음악적 꿈이 다시 피어나리라.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연의 얼굴은 굳어졌다.‘뭐야... 나한텐 형식적인 대답만 하더니, 심지설한텐 저렇게 부드럽게 웃잖아?’조금 전 자신이 무시당한 기억이 떠올라 속이 쓰렸다.잠시 후 도환과 서지훈이 자리를 옮기자, 영민이 곧장 지설을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던졌다.“당신이 피아노를 친다고? 허세 부리지 말고, 괜히 나가서 창피만 당하지 마라.”도진은 가볍게 웃으며 맞받아쳤다.“부 대표님, 의외네요. 저랑 지설 씨는 만난 지 한 달 남짓인데도 지설 씨가 피아노에 능하다는 걸 알았습니다.”“그런데 정작 같이 지냈던 부 대표님은 모르셨나 봅니다. 그런 상태로 지설 씨를 붙잡아 두려는 건... 좀 무리 아닌가요?”“당신...!”영민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지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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