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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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강루인은 잠시 침묵했다가 이내 돌아섰다.“강루인.”주영도가 그녀를 쫓아가려던 그때 구아정이 그를 꽉 끌어안으면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 오빠. 가지 마.”그의 발걸음이 멈춘 걸 알아챈 순간 강루인의 두 눈에 조롱이 스쳤다.마음을 칼로 도려낸 것처럼 아팠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어느덧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몸에 닿자 한기가 스며들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사모님, 제가 모셔다드릴게요.”뒤따라 나온 노윤환에게 강루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영도 씨 저한테 연락할 생각이라도 했나요?”노윤환이 거짓말을 지어내려 했다.“대표님은 연락하시려고...”그런데 지어내기도 전에 강루인이 말을 가로챘다.“거짓말하지 말아요. 비행기 이미 30분 전에 떴어요.”그동안 그녀에게 전화 한 통 없었다. 주영도가 그녀를 완전히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 만약 교통사고 뉴스를 보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바보처럼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병원에 찾아온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진실을 마주하니 자신이 더욱 어리석게 느껴졌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노윤환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제가 모셔다드릴게요.”“됐어요.”강루인이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냥 여기 남아서 저 두 사람이나 챙겨요. 아정 씨가 또 자살 소동을 벌일지 누가 알겠어요. 한 명이라도 더 남아서 지켜야죠.”그녀는 택시를 잡고 차에 올라탔다.차 문이 닫히는 순간 빗물과 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운전기사는 병원 앞에서 강루인과 같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에 위로를 건넸다.“마음을 편히 가져요. 이 세상에 넘어서지 못할 어려움은 없어요.”강루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도 충분히 산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여전히 아팠고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선샤인 빌리지로 돌아가지 않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진경자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너무도 창피했으니까.온몸이 젖은 채 집에 도착했다.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온몸이 바들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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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함지율이 끊임없이 독설을 내뱉으며 주영도와 구아정을 맹렬히 비난했다. 만약 그들이 눈앞에 있었다면 가시 돋친 가죽 채찍으로 때려죽이려 했을 것이다.그들을 욕하고 나서 강루인에게도 한마디 하려 했지만 그녀의 쇠약한 모습을 보자 결국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됐어. 가뜩이나 딱한데 나까지 욕하면 안 되지.’그때 조용했던 안방에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함지율이 강루인의 배를 쳐다봤다.“저녁 안 먹었어?”슬픔이 극에 달했던 터라 강루인은 밥맛이 전혀 없었다. 저녁이 아니라 아침을 먹고 난 후에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허약하기 그지없는 몰골만 봐도 하루 종일 굶은 게 분명했다.이 집에 평소 사람이 살지 않아 냉장고도 텅 비어 있었다. 먹을 게 아무것도 없어 함지율은 휴대폰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잠시 후 식탁 위에 강루인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강루인이 음식을 먹으며 말했다.“네가 남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함지율은 그녀의 뜻을 바로 알아챘다.“내가 남자면 절대 너랑 결혼 안 해.”강루인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왜? 내가 그렇게 별로야?”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들고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강루인이 집요하게 물었다.“그런데 왜 결혼 안 해?”“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잘 알거든. 남자였더라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바람둥이였을 거야.”“...”하도 솔직해서 강루인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를 ‘좋은 남자’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솔직한 바람둥이라고 해야 할지...강루인은 아직 열이 채 내리지 않아 입맛이 별로 없었다. 조금만 먹었을 뿐인데 배가 불렀다.함지율은 강루인네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강루인이 함께 자자고 했지만 함지율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난 이 몸뚱어리로 돈을 벌어야 해. 바이러스 옮으면 안 돼.”강루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녀를 걱정하긴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크진 않았다.그들은 각자 방에서 잠을 잤다.아직 미열이 있었던 강루인은 약을 먹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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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강루인 역시 아프고 힘들고 상처를 받는 사람이었다.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주영도는 결국 세 글자만 내뱉었다.“미안해.”강루인의 얼굴이 핏기없이 창백했다.“아정 씨한테 무슨 일만 생기면 항상 모든 일 제쳐두고 달려갔어. 아정 씨를 챙기는 게 친구의 부탁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영도 씨가 아정 씨를 챙기는 걸 보면 이미 그 부탁을 넘어선 것 같아.”주영도가 설명했다.“아정이는 몸도 좋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 의사 선생님이 너무 흥분하면 절대 안 된다고 했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루인이 또 말했다.“영도 씨는 의사도 아니고 아정 씨의 부모님도 아니야.”“아정이 이젠 혼자야.”“그래서? 아정 씨 보호자라도 되겠다는 거야?”“가족도 없어.”보호자가 되겠다는 뜻인 게 틀림없었다.강루인이 힘없이 말했다.“그럼 아정 씨를 주민등록등본에 가족으로 이름을 올릴 생각이야?”“아정이는 나한테 동생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아정 씨는 영도 씨를 좋아하잖아.”“아직 어려서 좋아하는 마음이랑 고마워하는 마음을 구분하지 못해서 그래.”스물다섯 살이면 어리긴 해도 생각이 없는 세 살짜리 어린애는 아니었다. 그 정도도 구분하지 못할 리 없었다.강루인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아정 씨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었구나.”주영도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다. 이성이 호감을 대놓고 표현하는데 어찌 전혀 모를 수 있겠는가?구아정이 그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강루인이 신경 쓴다는 걸 알면서도 주영도는 이 관계를 계속 유지했다.이젠 모든 걸 쏟아내고 싶었던 마음마저 사라졌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죽은 친구가 아내인 강루인보다 더 중요한 게 틀림없었다.주영도가 태도를 분명히 했다.“아정이랑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걔는 영원히 내 동생일 뿐이야.”강루인은 더 이상 개의치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이만 출근할게.”주영도가 주먹을 꽉 쥐었다.“그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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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차성열은 갑자기 작업실에 나타난 강루인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여행 안 갔어?”강루인은 침착하게 보이려 애썼지만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탓에 아무 변명이나 둘러댔다.“영도 씨한테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갔어요.”차성열이 물었다.“그럼 휴가는 어떡할 거야? 계속 쓸 거야?”“아니요. 집에 가서 생각해봤는데 휴가를 내서는 안 됐었어요. 금방 입사하자마자 연차를 내는 직원이 어디 있어요.”차성열은 대충 눈치를 챘지만 까발리진 않았다.“알았어. 그럼 일 시작해.”만항시 프로젝트는 이홍섭이 총괄했고 강루인과 차성열은 그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다.직접 그곳에서 근무할 필요는 없었지만 가끔 가긴 해야 했다.원래 이번에 이홍섭은 강루인을 부르지 않으려 했으나 강루인이 먼저 나서서 지원했다.이홍섭이 강루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여행 간다고 하지 않았어? 바람맞은 거야?”강루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내가 여행가려 한 걸 스승님이 어떻게 아셨지?’그녀의 시선이 차성열에게 향했다.‘선배가 말했나?’차성열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먼저 말한 건 아니었다. 이홍섭이 그녀에 대해 묻기에 그녀가 없는 이유를 말했을 뿐이었다.강루인이 거짓말을 지어냈다.“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선배를 혼자 두고 휴가 내고 가기엔 너무 미안해서요.”이홍섭이 콧방귀를 뀌었다.“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스승님은 정말 내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는다니까.’이홍섭과 함께 만항시로 가려는 이유는 당분간 주영도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며칠간의 일정이라 점심시간에 잠시 집에 들러 옷가지를 챙겼다. 갑자기 그녀가 돌아온 걸 본 진경자가 화들짝 놀랐다.“사모님, 왜 돌아오셨어요?”강루인은 대충 둘러댔다.“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여행을 못 갔어요.”진경자는 그녀보다 더 안타까워했다.그녀는 옷 몇 벌을 간단하게 챙긴 후 다시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날 오후 이홍섭과 함께 만항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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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영도 형이 바람을 피워도 끄떡없는 형수님인데 절 무서워한다고요?”주승우의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올 리 없었다.“...”‘말 안 해도 아무도 벙어리 취급하지 않는데.’주승우의 시선이 차성열에게 향하더니 장난 섞인 말투로 말했다.“우리 형수님 좋아해요? 형수님이 꽤 예쁘긴 하죠.”차성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강루인이 그의 팔을 잡고 고개를 내저었다.주승우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한 번 발병하면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가 망신을 당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차성열이 그녀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건 원치 않았다.차성열은 강루인의 마음을 이해했고 그녀의 난처함을 헤아렸다. 하여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고 꾹 참았다.한 명의 훼방꾼으로도 부족했는지 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성열 오빠.”원효정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차성열의 옆에 있던 강루인을 거칠게 밀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강루인은 비틀거리다가 주승우 쪽으로 넘어질 뻔했다.차성열이 그녀를 부축하려는데 원효정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반면 주승우는 그녀가 안기기를 기다리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강루인은 그에게 안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강한 코어를 이용하여 간신히 바로잡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주승우와 거리를 두었다. 이 시동생과는 정말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를 밀친 원효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든 관심을 차성열에게 쏟았다.“만항시로 돌아왔어요? 언제 왔는데요?”훌륭한 가정교육을 받은 차성열은 그녀의 체면을 깎지 않았다.“오늘.”“어쩐지. 그러니까 어제 어머님이랑 쇼핑했을 때 아무 말이 없으셨죠.”그러고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우리 아빠도 오셨어요. 가서 인사드려요.”원효정의 아버지 원기성이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차성열이 강루인에게 말을 건네려던 찰나 원효정이 그의 팔을 잡아끌면서 원기성에게로 데려갔다.주승우가 경박한 말투로 말했다.“형수님을 짝사랑하는 저 남자 말이에요. 꼭 형수님이어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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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강루인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놀이공원에서 무슨 구경을 해? 장난하나?’주승우가 차 앞머리를 돌아 조수석 문을 열었다.“내려요.”강루인은 영문을 몰랐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대체 뭘 하려는 건지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순순히 내렸다.놀이공원이 분명 영업 중인데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어안이 벙벙한 강루인을 본 주승우가 친절하게 설명했다.“어떤 사람이 통째로 빌렸어요.”“...”‘이 유명한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렸다고? 돈이 얼마야, 이게?’강루인은 주승우가 직원 통로 쪽으로 가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물었다.“도련님이 빌린 거예요?”주승우가 답했다.“달래야 하는 여자친구도 없는데 제가 왜 빌려요?”그 순간 강루인의 머릿속에 생각이 하나 스쳤다.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발걸음을 멈췄다. 더는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가요.”주승우가 신난 얼굴로 재촉했다.바로 그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한 줄기 불꽃이 피어올랐다. 곧이어 오색찬란한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어머, 벌써 시작했네.”주승우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그 시각 강루인의 시선은 불꽃놀이에도, 주승우에게도 향하지 않았고 멀지 않은 곳의 익숙한 두 사람에게 고정되었다.역시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 놀이공원을 빌린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남편 주영도였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구아정이 있었다.머리 위로는 불꽃이 팡팡 터졌고 옆에는 예쁜 여자가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구아정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여동생으로만 생각한다며? 친여동생인 주초원을 볼 때도 저렇게까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보지 않았는데.’사랑 가득한 표정의 주영도를 본 강루인은 코끝이 시큰거리더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봉합된 줄 알았던 마음이 다시금 갈기갈기 찢어져 숨쉬기조차 힘들었다.주승우는 그녀가 충격을 덜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부채질했다.“형수님은 저렇게 사랑받아본 적이 있어요?”사랑이라는 걸 느껴본 적조차 없었다.더 이상 지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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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만항에는 산길이 많았다.안북의 넓은 대로와는 달리 만항의 길은 좁고 구불구불했다.회색 스포츠카가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질주했다.조금 전까지 여유롭던 주승우는 강루인이 액셀을 끝까지 밟은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손잡이를 꽉 잡았다.“형수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강루인은 한없이 평온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하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도련님을 데려다주려고요.”“...”집에 데려다주는 게 아니라 이러다 저승으로 갈 것 같았다. 강루인에게 이런 거친 모습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주승우가 부드러운 말투로 강루인을 설득하려 했다.“여기 길이 좋지 않으니까 천천히 달려요. 시간이 많아서 서두를 필요 없어요.”“괜찮아요. 사고 나도 제가 옆에 있으니까 저승길이 외롭진 않을 거예요.”삶에 미련이 없는 듯한 말투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주승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충격받아서 미쳐버린 거야?’주승우는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강루인을 놀이공원에 데려온 걸 후회하는 게 아니라 차 키를 준 걸 후회했다.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호텔 앞에 멈춰 섰다.늘 남을 놀리기만 하던 주승우가 처음으로 된통 당했다. 그것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강루인이 말했다.“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주승우는 말문이 막혀버렸다.‘형수님의 또 다른 면을 끌어냈네?’강루인은 차 문을 열고 내려 곧장 호텔로 걸어 들어갔다. 사실 그녀의 손바닥이 흠뻑 젖어있다는 걸 그녀만 알고 있었다.주승우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강루인의 어깨가 축 처졌다.방으로 들어와 술병을 땄다.사실 강루인은 술의 쓴맛이 싫어 술을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술은 사람을 마비시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한 잔을 비운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힐끗 보고는 받지 않고 무시해버렸다. 화면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다가 벨 소리가 세 번째로 울리고서야 강루인은 전화를 받았다.휴대폰 너머로 주영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뭐 하고 있었어? 전화 왜 이렇게 늦게 받아?”호텔 밖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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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그는 공과 사를 잘 구분했다. 동료인 이상 굳이 내쫓을 이유는 없었다.차성열이 운전대를 잡자 원효정은 강루인을 밀치고는 조수석 문을 열어 먼저 꿰차고 앉았다.그 모습에 강루인은 뭐라 하지 않고 순순히 뒷좌석에 탔다.차성열은 조수석의 원효정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는 길 내내 원효정은 한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아무리 목소리가 듣기 좋아도 계속 시끄럽게 떠들면 짜증 나는 법이다.누가 구아정의 친구가 아니랄까 봐 정말 똑같이 시끄러웠다.원효정이 강루인에게 말을 걸었다.“루인 씨, 결혼한 지 5년 됐다고 들었어요. 아이는 언제쯤 가질 생각이에요?”말하면서 운전하는 차성열을 힐끗거렸다.강루인이 덤덤하게 대답했다.“효정 씨 공무원이라도 됐어요? 갑자기 우리나라 출산율을 왜 걱정하는 거죠?”원효정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루인 씨가 걱정돼서 그러죠. 영도 오빠 와이프니까요.”“걱정해줘서 고마워요.”같은 여자로서 그녀의 속셈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날 연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건설 현장.원효정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던 강루인은 현장에 도착한 후 원효정을 차성열에게 맡기고 따로 움직였다.이홍섭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만항시와 정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올 때마다 꼭 무슨 일이 생겼다.차성열과 헤어지자마자 어디선가 사람이 나타나 강루인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얼마 동안 정신을 잃었는지 강루인도 알지 못했다. 깨어났을 때 목이 심하게 아팠다.“으으...”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옆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구아정이 밧줄에 단단히 묶인 채 앉아 있었다.강루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구아정이 왜 여기에 있어?’“네가 주영도 와이프야?”그때 험악하게 생긴 한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설마 주영도 때문에 날 납치한 거야?’강루인이 말했다.“날 납치해봤자 소용없어. 주영도는 너희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거야.”확답을 얻은 험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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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주영도는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다.사실 그들처럼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적이 많아 어렸을 적부터 납치 같은 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상대가 다짜고짜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관계인 와이프와 애인을 잡았다고 했다. 하여 당연히 사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휴대폰 너머 구아정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주영도가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표정이 확 심각해졌다.“영도 오빠, 살려줘. 오빠... 읍...”주영도가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원하는 게 뭐야?”험악남이 말했다.“역시 애인을 아끼는구나. 자, 너도 남편이랑 인사해.”험악남은 휴대폰을 강루인에게 건넸다.강루인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그녀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었다.“인사하라는 말 안 들려?”두피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강루인은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었다.“강루인?”휴대폰 너머로 주영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루인은 두피가 너무 아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나야.”두려움에 목소리마저 파르르 떨렸다.“무서워하지 마.”이 한마디가 마력을 지닌 것처럼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리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조금 전 깨어나서야 납치된 걸 알았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너무나 무서웠다.주영도는 그녀가 왜 만항시에 있는지 따져 물을 겨를도 없었다.“두 사람 건드리지 마.”험악남에게 한 말이었다.“그럼 2천억 준비해.”그는 주영도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돈을 송금하라고 했다.“주영도, 신고했다간 싹 다 죽여버릴 거야.”그 소리에 주영도는 신고하려는 노윤환을 말렸다.전화를 끊은 후 돈을 준비하여 송금하라고 지시하고는 직접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구하러 갔다....“형님, 주영도가 정말 우리 요구를 들어줄까요? 장난치는 건 아니겠죠?”부하의 질문에 험악남의 두 눈에 독기가 번뜩였다.“들어주지 않으면 저 두 여자를 다 죽여버릴 거야.”강루인은 눈앞의 남자와 주영도 사이에 정확히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납치까지 감행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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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서로의 시선이 희미해지고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멀리 떨어졌음에도 강루인은 천리안이라도 생긴 듯 주영도가 구아정을 안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또다시 그녀를 버렸다...강루인은 두 눈을 꼭 감았다. 거친 파도가 일렁거렸고 바닷물은 짜다 못해 쓰기까지 했다.부하는 가여운 강루인을 보며 음흉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형님, 이 여자는 어떻게 처리할까요?”험악남은 부하의 눈에 담긴 욕망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목숨까지 걸고 돈을 뜯어내고 싶진 않았다. 돈만 손에 넣으면 예쁜 여자는 얼마든지 가질 수 있었다.주영도가 아내를 버렸다 해도 그의 아내를 건드린다면 그건 다른 문제였다.험악남이 경고를 날렸다.“저 여자 손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그냥 가둬두기만 해. 우리가 안전한 곳으로 가면 그때 풀어줘.”그 말에 부하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스쳤다.지금까지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주영도의 아내라서 짓밟고 농락하면 더 짜릿할 텐데.강루인은 비릿하고 축축한 생선 창고에 던져졌다. 역겨운 냄새가 그녀를 슬픔에서 건져냈다.악당들의 손에 들어온 이상 아무도 기대할 수 없었다. 스스로 도망치는 수밖에.험악남은 먼저 문경으로 가서 돈을 세탁한 뒤 해외로 출국할 계획이었다.잠시나마 안전해졌지만 강루인은 그래도 안심하지 못했다. 계속 신경을 곤두세웠고 사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진용아, 내가 지키고 있을게. 먼저 가서 밥 먹어.”“이제 곧 도착하니까 조심해. 형님 일 망치지 말고.”“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해.”대화 소리가 사라지고 문고리에 움직임이 느껴진 순간 강루인은 즉시 경계 태세를 갖췄다.문이 열리고 강루인을 탐냈던 원숭이처럼 생긴 남자가 들어왔다. 그의 눈빛이 음흉하기 짝이 없었고 그의 눈에 비친 강루인은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와 다름없었다.강루인이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자 원숭이가 음흉하게 웃었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아껴줄게.”“오지 마.”그녀가 뒷걸음질 칠 때마다 원숭이는 한 걸음씩 다가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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