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21 - Chapter 30

104 Chapters

제21화

구아정이 주영도의 팔을 잡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집에 가고 싶어...”주영도는 시선을 거두고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그래.”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던 강루인은 목이 멨다.양동운이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영도는 너처럼 집착이 심한 여자를 제일 싫어해. 하도 팔자가 좋았길래 망정이지, 안 그러면 너 같은 여자가 영도 와이프 자리를 꿰찰 수 있었을 것 같아?”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후 양동운 일행도 자리를 옮겼다.함지율이 미안한 얼굴로 사과했다.“루인아, 아까는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강루인은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함지율도 그녀 대신 화풀이한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술집에서 나와 대리운전을 불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용주가 강루인을 붙잡고는 또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작은 사모님, 또 술 드셨어요? 술 마시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강루인은 그녀의 잔소리를 가볍게 무시했다.“이만 올라갈게요.”그러고는 휙 가버렸다. 무시당한 오용주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작은 사모님은 참 겉과 속이 달라. 내일 큰 사모님께 당장 전화해야겠어.’방으로 들어온 강루인은 옷을 벗고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영도가 집에 들어왔다.문이 열리고 주영도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강루인의 목을 조였다. 강루인의 허리가 화장대에 부딪혔다.“아정이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사람 말귀 못 알아들어?”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생리적인 반응인지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주영도가 손을 놓자 강루인은 목을 부여잡고 마른기침을 몇 번 했다.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져 바닥으로 사라졌다.“아정 씨를 그렇게 아끼면서 왜 나랑 이혼 안 하는 건데?”주영도가 말했다.“억지도 정도껏 부려. 계속 이러면 재미없어.”강루인은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었다.“영도 씨, 제발 이혼해줘.”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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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주영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구아정이 먼저 나섰다.“영도 오빠, 루인 언니 친구한테 무슨 짓을 했어? 혹시 나 때문이야?”그가 부인하지 않았다는 건 인정이나 마찬가지였다. 구아정이 착한 척하며 말했다.“난 정말 괜찮아.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이러면 루인 언니가 곤란해지잖아.”주영도가 말했다.“마음이 넓은 아정이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함지율더러 와서 사과만 하면 된다고 전해.”강루인은 순간 숨이 턱 막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관대함은 모욕을 주려는 속셈일 뿐이었다.그녀의 마음은 억울함과 쓰라림으로 가득 찼다. 다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이 사람은 밖으로 굽었다.“구아정 씨, 내가 지율이 대신 사과할게요.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요?”그러자 구아정이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오빠가 언니더러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지 않았는데요.”강루인은 모든 굴욕을 삼키고 다시 물었다.“지율이를 용서해줄 수 있나요?”구아정이 주영도를 돌아보았다. 그는 전적으로 구아정에게 맡긴다는 듯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언니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친구분을 곤란하게 해선 안 되죠.”그녀는 무척이나 너그러운 척했다.“오빠, 내 체면을 봐서 언니 친구를 곤란하게 하지 마.”그러자 주영도가 그녀의 말을 따랐다.“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강루인은 씁쓸함이 마구 밀려왔다.모든 일이 해결되자 그 자리에 단 1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주영도도 약속대로 함지율을 풀어줬다. 당사자인 함지율이 강루인보다 먼저 소식을 들었다.“너 대체 뭘 한 거야?”강루인이 대충 얼버무렸다.“앞으로 구아정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또 무슨 누명을 뒤집어쓸지 모를 일이었다....오용주의 고자질이 아주 효과가 있었다. 강루인은 곧 시어머니에게 불려갔다.“네가 이 집에 안 산다고 해서 널 어쩌지 못할 것 같아?”강루인은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꾸지람을 들었다.주씨 가문에서 지낸 몇 년 동안 강루인은 나름의 생존 규칙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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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아들이 힘들게 일하는데 다른 형제들이 이익을 빼앗아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만약 강루인이 정말로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찾을 작정이었다.그래도 그동안 강루인이 고생한 걸 생각하여 주씨 가문에 계속 머무를 수는 있었다. 다만 며느리 자리는 내놓아야 할 것이다....강루인은 그들의 속내를 전혀 모른 채 본가와 떨어진 지 불과 2km 만에 차를 급히 길가에 세웠다. 문을 열자마자 길옆으로 달려가 조금 전 먹었던 약을 전부 토해냈다.그러고는 수납함에서 물을 꺼내 입을 헹궜다.“강루인?”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차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다. 다가오는 사람을 본 강루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성열 선배?”차성열이 미소 띤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정말 너였구나. 왜 그래? 어디 아파?”강루인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괜찮아요.”차성열이 물었다.“졸업하고 나서 널 한 번도 못 봤는데 지금 어디서 무슨 일 해?”“주선 그룹 다녀요.”“주선 그룹의 계열사 중에 괜찮은 건설 회사가 있긴 하던데.”“그쪽 일 안 하고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어요.”차성열이 잠깐 멈칫했다.“전공을 바꿨어?”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차성열은 그녀가 전공을 바꾼 걸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강루인은 건축 쪽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사람이었다.당시 차성열이 유학을 떠나면서 강루인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이유가 뭐야?”‘그 일을 엄청 좋아했었는데 왜 포기했지?’강루인은 대충 얼버무렸다.“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요.”주영도와 결혼하기 전 강루인은 건축 업계에서 빛을 발할 꿈을 꿨었다. 하지만 계획은 늘 변하기 마련이었다.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주영도와 결혼할 기회가 생겼고 그녀는 그 길을 택했다.강루인이 화제를 돌렸다.“내 얘기는 됐고 선배는요? 어떻게 지내요?”차성열이 답했다.“난 귀국해서 건축회사 차렸지.”강루인이 웃으며 말했다.“꿈 이룬 거 축하해요.”차성열도 사양하지 않고 축하를 받아들였다. 그때 거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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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강규덕의 매정함은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줬다.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카드에 돈이 없다고 했다.이건 강루인더러 빨리 일을 하라는 독촉이나 마찬가지였다.가끔 강규덕이 도덕이고 뭐고 마지막 남은 양심까지 팔아먹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강루인은 일단 돈을 입금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푼돈에 불과했고 강규덕을 만족시키려면 결국 주영도에게 부탁해야만 했다.깊은 밤 주영도가 집에 들어왔다.그가 욕실에서 씻는 동안 침대에 누운 강루인은 이불 귀퉁이를 움켜쥐고 눈빛에 담긴 수치심을 애써 감추려고 고개를 숙였다.그때 욕실 문이 열렸고 발소리가 들리더니 침대가 움푹 패어 들어갔다.주영도가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며 물었다.“왜 이래?”강루인이 그에게 바짝 달라붙었다.“배란기야.”주영도는 그녀가 입은 잠옷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아주 도발적이면서도 섹시한 잠옷이었다.그는 아래로 뻗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이혼 안 할 거야?”강루인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혼하고 싶었지만...몸을 일으켜 주영도의 몸 위에 걸터앉았다.“안 해.”구아정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할 테니 그녀가 갈라놓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주영도는 그녀의 매끈하고 매혹적인 몸매를 훑으면서 경멸 섞인 미소를 지었다.“강씨 가문을 위해서라면 못 하는 게 없구나, 아주.”그 말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주영도는 그녀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밀려오는 수치심도 꾹 참고 말했다.“그 사람이 날 키워줬으니까.”그녀가 말한 그 사람이 강규덕이 아니었지만 주영도는 강규덕이라 받아들였다.강루인이 고분고분 말을 듣는다면 주영도는 푼돈쯤은 기꺼이 쓸 의향이 있었다.그는 자기 사람에게 박대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두 손을 머리 뒤로 가져갔다.“왜 가만히 있어?”휴대폰 화면이 아직 꺼지지 않아 강루인은 구아정이 보낸 문자를 보고 말았다.[오빠, 이 옷 어때? 예뻐?]밑에 그녀가 원피스를 입은 사진도 있었다. 얼핏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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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주영도가 통화하고 있었다. 전화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화가 난 상태라는 건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감히 방해할 수 없었던 강루인은 옆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십 분쯤 지나서야 통화를 마쳤다.강루인은 앞으로 다가가 기획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이건 명원 프로젝트 기획안이야.”주영도가 기획안을 넘겨보았다. 가뜩이나 찌푸려져 있던 미간이 더욱 좁혀졌고 서류를 테이블에 확 던졌다.“여기가 쓰레기장인 줄 알아? 아무 쓰레기나 갖다 버리게?”욕을 먹어도 강루인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영도가 일할 땐 항상 엄격했기 때문이었다.강루인이 물었다.“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짚어줄래?”어젯밤 침대 위에서 얼마나 뜨거웠으면 지금 얼마나 차가웠다.“내가 이런 쓸모없는 것들을 거둬서 먹여 살리고 있다니. 밥 먹는 법부터 가르쳐줄까?”강루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다음에도 이딴 쓰레기 같은 걸 가져왔다간 싹 다 해고해버릴 거야. 나가!”한바탕 욕을 먹은 후 강루인은 기획안을 들고 나갔다.주영도의 사무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분노에 찬 목소리가 어렴풋이 새어 나왔다.구아정이 다가와 걱정하는 척하면서 은근히 비꼬았다.“루인 씨, 괜찮아요? 대표님 보통 부하 직원한테는 화를 안 내는데 대체 어쩌다가 대표님 심기를 건드린 거예요? 아, 그리고 루인 씨 직급으로는 이렇게 직접 보고하러 올라올 수 없을 텐데요.”강루인이 그녀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몰랐다 하더라도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말해주고 있었다. 업무를 핑계로 높은 사람에게 빌붙으려 하는 강루인을 구아정이 비난하고 있다는 것을.강루인이 말했다.“구 비서님, 나한테 신경 쓸 시간이 있다면 본인의 업무 능력이나 좀 더 향상시키는 게 어떨까요? 구 비서님의 뒤치다꺼리를 매번 해줄 수는 없잖아요.”그러고는 휙 가버렸다.“구 비서님, 저 사람 누구예요? 누군데 저딴 식으로 말해요?”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구아정은 두 눈에 비친 분노를 감추고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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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어젯밤에 너무 격렬했던 탓인지 강루인은 아랫배가 살짝 아팠다. 혹시라도 또 출혈이 생길까 봐 휴가를 내고 병원에 갔다.의사가 검사를 마친 후 말했다.“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부부 관계는 되도록 자제하세요.”그 말에 강루인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두 달이 지났기에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약을 받고 곧장 할머니를 보러 갔다.다행히 강규덕이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아 할머니를 버리려 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강루인이 사 온 과일을 내려놓았다.“할머니, 요즘은 좀 어떠세요?”이수희가 말했다.“난 잘 지내고 있어. 너도 바쁠 텐데 맨날 보러 오지 않아도 돼. 여기 돌봐주는 사람도 있잖아.”강루인은 침대 옆에 앉아 어렸을 때처럼 할머니의 다리에 엎드린 채 얼굴을 비볐다.“할머니가 보고 싶단 말이에요.”이수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거의 서른인데 어쩜 아직도 이리 애처럼 굴까?”강루인이 말했다.“서른이면 할머니 강아지 하면 안 되나요?”“당연히 되지. 넌 할미 강아지야.”강루인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할머니의 따뜻한 손바닥에 얼굴을 비볐다.이 세상에서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는 바로 이곳이었다. 할머니 곁에 있을 때만이 몸과 마음이 편안했다.이수희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영도랑 결혼한 지 꽤 됐는데 이제 슬슬 아이를 가져야지.”오랜 지병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어느 날 이수희가 세상을 떠난다면 강루인은 고아가 될 것이다. 지금 이수희가 가장 걱정되는 게 바로 강루인이었다.주씨 가문 같은 재벌은 반드시 대를 이어야 했다. 아들을 낳으면 강루인도 아들 덕에 주씨 가문에서 발판을 굳힐 것이고 의지할 곳도 생기게 된다.그 말에 강루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할머니에게 실망을 안겨야 할 것 같다. 주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 강루인은 오래 앉을 수 없을 테니까.강루인은 고개를 들고 차분한 표정으로 이수희를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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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지금 하는 일은 강루인을 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럼 퇴사하면 우리 회사로 출근하는 건 어때?”차성열은 잠깐 흥분했다가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다만 미리 말해두는데 우리 회사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크진 않아. 아직 시작하는 단계거든.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강루인이 웃으며 말했다.“선배가 오랜 시간 손을 놓은 나도 마다하지 않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싫어하겠어요?”“그럼 다행이고.”차성열이 웃으면서 악수를 건넸다.“그럼 우리의 협력을 미리 축하할까?”강루인도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차성열의 제안을 수락한 후 강루인은 평소보다 더 바빠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욕이 넘쳤다.좋아하는 일을 하니 마음도 저절로 즐거워졌다....주영도는 사업차 외출하게 되어 강루인을 불렀고 노윤환과 구아정도 동행했다.업무에 있어서 그는 요구가 매우 높은 사람이었고 무능한 사람은 절대 곁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사랑이 모든 걸 바꿔버렸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이런 자리가 익숙했던 강루인은 주영도와 함께 여유롭게 비즈니스를 이어갔다.협력업체 담당자가 농담을 건넸다.“대표님, 주선 그룹의 직원들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능력도 뛰어나네요.”주영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전 대표님의 눈에 들었다는 건 루인 씨의 행운이죠.”협력업체 담당자가 말했다.“겸손하시긴. 우리 회사에 이런 재능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강루인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계속 칭찬하시면 주 대표님이 제가 이직하려는 줄로 오해하시겠어요. 저 일자리 잃으면 안 됩니다.”“그럼 차라리 잘됐죠. 우리 회사로 와요.”협력업체 담당자가 말을 이었다.“대표님, 우리가 루인 씨를 데려가도 되나요?”주영도가 곁눈질로 강루인을 쳐다봤다.“가고 싶어요?”인사치레로 하는 말인 걸 알기에 강루인은 이렇게 대답했다.“전 죽어도 주선 그룹의 귀신으로 남을 거예요. 평생 주선 그룹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주영도가 입꼬리를 올리고 눈썹을 치켜세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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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영도 씨가 널 그렇게 좋아하는데 왜 아직도 아무 명분이 없는 내연녀인 거지?”구아정이 반박했다.“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내연녀라는 말 몰라? 나랑 영도 오빠 사이의 제삼자는 너야, 너. 내가 돌아왔으니 영도 오빠는 곧 너랑 이혼할 거야. 두고 봐.”말도 안 되는 제삼자론을 처음 듣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속상했었지만 이젠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셋의 관계는 너무나 비좁았고 강루인은 영원히 끼어들지 못하는 존재였다.강루인이 말했다.“알았어. 그럼 기다릴게.”구아정은 콧방귀를 뀌고는 사납게 흘겨본 후 돌아섰다.강루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봤다. 겉보기엔 침착했지만 속은 얼마나 불안한지 본인만 알고 있었다.주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칭호 외에 강루인은 모든 면에서 구아정에게 밀렸다. 그녀는 말없이 스스로를 비웃었다.다시 룸으로 돌아와서야 강루인은 구아정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주영도가 물었다.“아정이는?”강루인이 솔직하게 말했다.“글쎄. 아까 먼저 나갔는데.”주영도의 얼굴에 심판하려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바로 화를 내진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협력업체 사람들이 떠난 후 주영도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연결음이 끝날 때까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주영도는 전화를 끊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처음에 강루인은 그가 누구에게 전화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추궁에 무엇을 걱정하는지 바로 깨달았다.“너 아정이한테 또 무슨 짓을 한 거야?”강루인은 담배 연기에 눈이 매웠고 술을 많이 마셔 목도 말랐다.“아무 짓도 안 했어.”하지만 주영도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걔는 너랑 달라. 마음이 순수해서 많은 걸 모른다고. 그런 애한테 왜 자꾸만 몰아붙이는 건데?”그 말에 강루인은 어이가 없었다.‘순수? 대체 어디가? 이게 바로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건가?’“구아정 씨를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면서 왜 나랑 이혼 안 해? 이혼하고 아정 씨랑 결혼하면 되잖아.”강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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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강루인은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고 저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아 휴대폰 화면을 꺼버리고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마신 탓에 사레들려 기침했고 생리적인 반응으로 눈물까지 핑 돌았다.그때 차성열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설계도 관련 문제로 그녀와 논의할 게 있다고 했다.강루인이 지금 있는 주소를 알려주자 30분 후 차성열이 나타났다.워커홀릭인 그는 나타나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그들은 자연스럽게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토론했고 너무 열중한 나머지 날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어 왔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리고 그 얄미운 날파리가 바로 양동운이었다.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한밤중에 외간 남자랑 붙어 다니다니.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어.”강루인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자 양동운의 경멸하는 시선과 딱 마주쳤다.“영도가 이젠 널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채고 다른 목표로 갈아탄 거야?”양동운은 차성열의 옷차림을 훑어보더니 이내 그의 값비싼 명품 시계에 시선이 꽂혔다.‘도망칠 구석을 찾았구먼.’강루인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말 다 했어?”양동운이 코웃음을 쳤다.“네가 살 만큼 살았나 보구나. 감히 영도 몰래 딴 남자를 만나다니.”그의 이런 태도에도 강루인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들이 하면 로맨스고 그녀가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바로 이 상황을 뜻하는 게 아닐까? 그들의 적반하장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강루인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아는 안과 의사가 있는데 필요하면 소개해줄게.”그 말에 양동운은 잠시 멈칫했다.“내가 눈이 멀었다는 거야?”강루인이 이어 말했다.“그래도 신경외과 전문의는 소개해줄 필요가 없겠네.”그러자 양동운이 버럭 화를 냈다.“강루인!”차성열이 앞으로 나서며 돌진하려는 양동운을 막아섰고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양동운이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말했다.“너 이 여자 남편이 누구인지 알고 여기서 영웅 행세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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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구아정의 시선이 강루인의 허리에 얹어진 손에 머무르더니 놀란 듯 소리쳤다.“루인 언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운전석에 앉은 주영도 역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강루인이 몸을 바로 세웠고 차성열도 손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구아정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성열에게 말했다.“집에 도착했으니까 이제 가봐요, 선배.”차성열이 시선을 거두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해서 가요.”그가 떠나는 걸 배웅한 후 강루인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구아정은 이미 차에서 내리고 밖에 나와 있었다.“언니, 아까 그 남자 누구예요? 두 사람 무슨 관계예요? 왜 집 앞에서 끌어안고 있는 건데요?”강루인이 바람이라도 피운 것처럼 질문 폭격이 이어졌다. 그녀가 계속 무시하는데도 구아정은 말을 이었다.“이렇게 함부로 외간 남자를 집에 들이면 영도 오빠한테도 좋지 않아요.”강루인이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녀의 시선이 구아정의 발그레한 볼에 고정됐다.‘저렇게 혈색이 좋고 건강한데 어딜 봐서 나약해 보인단 말이야?’“이 늦은 시간에 아정 씨가 함부로 찾아오는 건 영도 씨한테 괜찮고요?”구아정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언니, 나한테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 영도 오빠가 내가 걱정된다고 해서 와서 있으라고 했어요. 내가 방해된다면 지금 바로 갈게요. 오빠, 내가 말했잖아. 언니가 날 싫어해서 안 오겠다고. 언니는 날 보고 싶어 하지 않아.”구아정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그냥 갈게. 부부 사이에 끼어들면 안 되지.”그러고는 가려는 시늉을 했다.줄곧 말이 없던 주영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시간도 늦었고 몸도 안 좋으니까 그냥 여기 있어.”구아정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하지만 루인 언니가...”주영도가 말했다.“이 집안에서 쟤는 결정권이 없어.”그 말에 강루인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고 목이 메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구아정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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