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390 챕터

제321화

강루인은 알고 있었다. 지금 주영도를 따라가지 않으면 차성열이 제대로 쉴 수 없다는 것을.“비서님, 선배 좀 부탁할게요.”떠나기 전 그녀는 노윤환에게 부탁했다.강루인이 떠난 후 차성열의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깍듯하지만 거리를 두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전 괜찮으니까 비서님도 이만 가보세요.”거절의 의미가 아주 명확했다.노윤환도 싫다는 사람 옆에 있을 생각이 없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그럼 간병인 한 분 불러드릴게요.”차성열이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필요 없습니다.”“간병인은 있어야 해요. 우리 사모님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셨는데 간병인 부르는 것쯤은 당연히 해드려야죠. 그러니 사양하지 마세요.”듣기 거북한 말이라는 걸 알지만 대립적인 관계라 어쩔 수 없었다.주영도와 차성열의 병실이 같은 층이었는데 양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병실로 들어간 후 강루인은 알아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무렇지 않은 그녀의 태도에 주영도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할 말 없어?”강루인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무슨 말 하기를 바라는 건데?”“너 혼자 간다고 했잖아. 그런데 차성열이 왜 여기에 있어?”그녀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그럼 영도 씨는 왜 여기에 있어?”“네가 처음 나가는 대회라서 옆에 있어 주려고 왔지.”‘옆에 있어 준다고?’너무나 비현실적인 한마디에도 강루인은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했다.“선배도 마찬가지야.”주영도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놈이 무슨 자격으로? 네 남편은 나야.”‘차성열이 뭔데 내 여자를 챙겨?’“영도 씨도 아내인 나보다 항상 구아정을 먼저 챙겼잖아.”그 말에 주영도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내가 언제 그랬어?”강루인은 그를 꿰뚫어 보듯 빤히 쳐다봤다.“일일이 말해줄까, 그럼?”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이내 변명을 늘어놓았다.“그건 애초에 비교가 안 돼.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고.”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구아정에 비하면 내 목숨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주영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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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그 말에 주영도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으나 결국 강루인의 손을 놓았다. 당연히 그녀의 뜻대로 과부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강루인이 병실을 나왔을 때 노윤환이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노윤환이 황급히 설명했다.“제가 차성열 씨를 돌보기 싫어서 나온 게 아니라 차성열 씨가 저를 내보냈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간병인 보내드렸으니까 알아서 잘 돌볼 겁니다.”강루인이 말했다.“고마워요.”“별말씀을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볼일이 있으신가요? 저한테 시키시면 돼요.”강루인도 사양하지 않았다.“영도 씨 상처가 다시 벌어졌어요. 의사 선생님 불러주세요.”주영도와 차성열 모두 입원했다. 강루인은 대부분 시간 주영도의 병실에 머물긴 했지만 차성열을 완전히 방치하진 않았다.그녀가 또 차성열에게 가자 주영도의 얼굴이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강루인은 그의 표정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사지를 묶어놓지 않는 한 그녀는 계속 갈 것이다.주영도가 사람 노릇을 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그녀까지 똑같이 굴어선 안 되었다.그리고 그가 손을 쓰고 싶어도 외국이라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었다.노윤환은 그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다가 결국 한마디 했다.“대표님, 계속 이렇게 범죄자를 통제하는 것처럼 사모님을 통제하시면 나중에 사모님의 마음이 점점 멀어질 수도 있어요.”여자를 대할 때는 강하게 대하면 안 되고 살살 달래야 한다. 하지만 주영도는 입만 열면 거친 말을 내뱉었고 태도도 무뚝뚝했다. 어느 여자가 이런 남자를 좋아하겠는가?아무리 돈이 있고 잘생겼다고 해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었다. 지금 주영도를 대하는 강루인의 태도가 점점 덤덤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부부인 두 사람이 원수가 될 판이었다.‘싸우려면 두 분이 싸워요. 전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 너무 지쳤다고요.’주영도는 그를 보며 감정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네가 루인이를 그렇게 잘 알아?”표정 읽는 건 비서의 기본 스킬이었다. 주영도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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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베리다스에서 보름 넘게 머물며 거의 회복한 뒤에야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네 사람은 같은 비행기를 탔다.끈질기게 따라붙는 차성열이 주영도는 너무나 눈에 거슬렸지만 노윤환의 말이 떠올라 결국 입을 꾹 다물고 참았다.비행기가 착륙한 후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주영도는 강루인의 손을 잡아끌고 공항 밖으로 향했다. 강루인이 차성열과 인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노윤환이 나서서 마무리를 지었다.“차성열 씨, 마중 나온 사람 있으신가요? 제가 차 한 대 불러드릴까요?”차성열이 거리를 두는 듯한 목소리로 거절했다.“괜찮습니다.”예상했던 답이었다. 노윤환도 억지로 붙잡지 않고 인사한 다음 먼저 자리를 떠났다.운전 기사가 이미 공항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구아정과 양동운이 차에서 내렸다.“영도 오빠...”주영도가 걸음을 멈췄다.“여긴 어쩐 일이야?”구아정이 주영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동운 오빠한테서 들었어. 다쳤다며? 괜찮아? 많이 다쳤어?”주영도의 눈빛에 순간 불쾌함이 스쳤다. 맞은편의 양동운을 흘겨보며 속으로 입이 가볍다고 투덜거렸다.“괜찮아.”구아정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래도 국내의 의사 선생님한테 한 번 더 봐달라고 해. 지금 바로 데려다줄게.”그 모습을 본 강루인이 손을 빼내려 했다.“구아정 씨 성의를 저버리지 말고 얼른 같이 가.”그녀는 그들과 함께 가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주영도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움켜쥐더니 구아정의 제안을 거절했다.“이미 나았어. 아정이 네가 좀 데려다줘.”마지막 말은 양동운에게 한 것이었다.그 말을 던진 후 주영도는 강루인을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러고는 차에 타서야 손을 놓았다.“날 시험하지 마. 아정이랑 아무 사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어.”강루인은 그가 꽉 쥐었던 손목을 돌렸다.‘오해가 심하네.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무슨 사이든 아니든 이젠 아무 관심이 없었다.무관심한 그녀의 태도를 눈치챈 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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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말문이 막혀버린 강루인은 어떻게 이어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 뒤로 강루인은 계속 이홍섭을 도와주었다. 커리어를 위해 지금 일이 잘될 때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이홍섭 역시 워커홀릭이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졌다.배고픔이 밀려와 일을 잠시 멈췄다.“밥 먹고 가자.”강루인은 그의 말을 따랐다. 이홍섭과 함께 집안의 도우미가 차려준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 젓가락을 들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 주영도의 전화였다.전화를 받으려던 그때 이홍섭이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전화를 끊고 전원까지 꺼버렸다.“안 그래도 입맛이 없는데 먹기 전부터 밥맛 떨어지게 하지 마.”강루인은 어안이 벙벙했다.‘스승님 입맛이 없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식욕이 너무 좋아서 젊은이들보다도 훨씬 잘 드시잖아요.’하지만 욕먹을까 봐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주영도가 얼마나 뻔뻔한 사람인지 강루인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불쑥 나타났을 때 놀랍기도 하면서 그라면 충분히 이러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주영도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교수님, 안녕하세요.”“널 보니까 기분이 엄청 안 좋아.”이홍섭은 그에 대한 혐오를 서슴없이 드러냈다.“얼굴에 시멘트라도 바르고 다니나? 낯짝이 어떻게 이렇게 두꺼울 수가 있지? 내가 언제 들어오라고 했어?”주영도는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저의 와이프 데리러 왔습니다.”이홍섭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루인이가 네 와이프인 게 하루 이틀이야? 왜 예전에는 데리러 오지 않았는데? 다른 꿍꿍이라도 생겼나?”주영도는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예전엔 제가 부족했습니다. 앞으로는 잘할게요. 걱정되시면 절 감시하셔도 돼요.”“내가 뭐 교도소장이야? 널 감시하게?”주영도는 여전히 개의치 않고 태연하게 물었다.“이제 데려가도 될까요?”“눈멀었어? 우리 밥 먹고 있는 거 안 보여?”이홍섭은 가차 없이 그를 내쫓았다.“여기서 방해하지 말고 밖에서 기다려.”주영도의 시선이 강루인에게 향하자 이홍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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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주영도는 고개를 숙여 강루인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두 눈에 부드러움이 스며들더니 질문을 건넸다.“이렇게 하면 마음이 좀 편해져?”하늘이 어두워져 가로등이 길을 환하게 밝혔다. 눈빛은 덤덤했지만 강루인은 그의 눈에서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드러움을 봤다.이상하고 낯설었다.그의 뜻을 이해한 강루인은 이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날 조롱하나? 영도 씨 체면이 깎이면 내 마음이 풀어질 줄 아나 본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강루인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시간이 늦었어.”그러고는 주영도를 스쳐 지나가 곧장 차에 올라탔다.주영도는 그녀가 일부러 피한다는 걸 알아챘다. 원하던 답은 듣지 못했지만 억지로 다그치진 않았다.선샤인 빌리지.주영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올라가려는 강루인을 잡았다.“나 아직 저녁 안 먹었어.”“아주머니한테 해달라고 해.”주영도가 귀띔했다.“네가 밥 먹을 때 난 밖에서 바람 맞으며 기다렸는데.”말투에 원망이 조금 섞여 있었다.‘내가 그러라고 했어?’“앞으로는 눈여겨볼게.”주영도의 두 눈이 가라앉았다.“강루인!”그녀는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할 얘기 더 남았어?”그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해준 밥 먹고 싶어.”“나 졸려.”“배고프다고.”강루인의 시선이 그가 꽉 쥔 손에 닿았다.“손 놓아야 뭐라도 해줄 거 아니야.”그 말에 주영도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치더니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내가 도와줄게.”“필요 없어.”강루인은 주방 문을 쾅 닫아버렸다. 소리를 듣고 달려온 진경자의 도움마저도 거절했다.잠시 후 강루인이 완성된 음식을 들고 나왔다.“먹어.”주영도는 자리를 떠나려는 강루인을 또 불렀다.“옆에 있어 줘.”그녀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부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까.주영도는 그제야 만족스러워하며 젓가락으로 한 입 집어 먹었다. 그런데 씹자마자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황급히 물을 들이켰다.그가 붉게 물든 얼굴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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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주영도가 고개를 끄덕였다.“커피 한 잔 타줘.”‘역시 잘 주무시지 못했구나. 아침부터 커피를 찾으시는 걸 보면.’노윤환이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좀 쉬시겠어요? 회의 미뤄드릴게요.”사실 주영도를 걱정해서라기보다는 잠을 못 자면 기분이 불안정해져서였다. 그러면 일할 때 무척이나 예민해진다. 아무튼 불똥이 튀는 걸 미리 막아야 했다.주영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필요 없어. 서류 가져와, 사인하게.”노윤환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오늘 조심 또 조심해야겠네.’주영도는 서류 한 부에 사인한 뒤 펜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고 노윤환에게 물었다.“화난 사람 달래는 방법 알아?”그 질문에 노윤환은 순간 멈칫했다.“또 사모님 화나게 하셨어요?”그의 어두운 눈빛에 노윤환은 말을 잇지 못했다.‘먼저 물어봐 놓고선 왜 째려보시지?’“사모님이 무엇 때문에 화나신 건데요?”“모르겠어.”노윤환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아니, 모르겠다고만 하시면 내가 무슨 수로 방법을 찾아?’그는 어쩔 수 없이 두루뭉술하게 말했다.“사실 여자는 마음이 참 여려요. 대표님께서 인내심을 좀 더 가지시고 사모님의 감정 변화를 계속 신경 쓰시면서 안정감을 충분히 주신다면 사모님도 대표님께 많이 의지하실 거예요.”‘하지만 대표님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시겠죠.’이 말은 속으로만 생각했다.주영도가 물었다.“받아들이지 않으면?”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상대의 마음이 이미 떠났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노윤환은 주영도를 안쓰러워하면서 이렇게 조언했다.“받아들일 때까지 해야죠.”주영도가 더는 뭐라 하지 않고 나가라고 손짓하자 나가기 전 노윤환이 한마디 귀띔했다.“대표님, 오늘 점심에 식사 약속이 있으세요.”“알았어.”주영도가 짧게 대답했다....점심, 차성열과 만나기로 한 강루인은 보양식 몇 가지를 들고 식당으로 갔다.“몸은 좀 어때요?”차성열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준 이 보양식들을 보고 순간 내가 칠팔십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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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강루인과 차성열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놓고 안전거리를 벌렸다.주영도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강루인은 티 나지 않게 차성열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차성열은 뒤에 숨지 않고 나란히 섰다.이 일련의 행동을 지켜본 노윤환은 머리가 쭈뼛 섰다. 잠시 후 만약 일이 터지면 즉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서둘러 뒤따라갔다.강루인도 노윤환과 같은 생각이었다. 주영도가 미쳐 날뛸까 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했다.하지만 다들 괜히 긴장했다. 오늘따라 주영도는 비정상적으로 차분했고 차성열에게도 조금의 적의도 보이지 않았다.주영도의 시선이 강루인에게 향하더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밥 먹으러 왔어?”뜻밖의 반응에 강루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윤환이 걸음을 멈췄다.‘말투가... 화가 안 나셨나?’“응.”강루인은 그가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어 그냥 짧게 대답했다.주영도의 시선이 이번엔 차성열에게로 옮겨가더니 꽤 예의 바르게 말했다.“다음에는 우리가 대접할게요. 제 아내를 챙겨줬으니 감사 인사는 해야죠.”차성열이 차갑게 대답했다.“필요 없습니다.”주영도는 그의 거절을 못 들은 척하며 강루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시간은 네가 정해.”강루인은 여전히 말문이 막힌 상태였다.‘정상이라고 칭찬했던 거 취소.’주영도가 말했다.“그럼 얘기 계속해. 나 먼저 갈게.”그러고는 차성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이 순간 주영도를 제외한 모두가 그의 속내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노윤환이 황급히 주영도를 따라갔다.그들이 떠난 뒤 강루인은 그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차성열과 주영도를 한 테이블에 앉힐 리가 절대 없었다.강루인은 주영도를 만난 걸 그냥 작은 에피소드로 치부하고 넘겼다.“일하러 가야 한다면서요? 이만 가요.”“다음에 또 연락해.”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차성열을 배웅한 후 그녀가 차에 타려던 그때 주영도에게서 전화가 왔다.“배웅 잘했어?”그 말에 강루인이 고개를 돌려보니 주영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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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주영도와 결혼한 이후로 강루인은 이곳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자극적인 맛, 특히 먹고 나면 옷에 냄새가 배는 음식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취향에 맞추느라 그런 음식들을 모두 끊었다.함지율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강루인이 포장마차를 고른 순간 살짝 놀랐다.“주영도가 화내면 어쩌려고?”강루인이 맥주를 주문했다.“화내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주영도를 위해 그녀는 자신을 잃어버렸다. 이젠 더 이상 그의 부속품이 되고 싶지 않았고 영혼 없는 로봇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주문한 맥주를 강루인이 혼자서 거의 다 마셨다. 그녀의 볼이 발그스름하게 물들었고 오랜만에 미소가 떠올랐다. 알코올이 들어가면 때론 숨겨왔던 본성이 나오기도 한다.잠깐 자유를 얻은 강루인을 보던 함지율은 마음이 아팠다. 강루인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사실 이게 다 강루인의 책임감이 너무 강해서였다. 조금이라도 매정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다.“왜 울어?”강루인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그 질문에 함지율이 눈물을 훔치고 대답했다.“눈에 모래 들어갔어.”그녀가 입가에 묻은 술을 닦으며 웃었다.“나 아직 멀쩡해. 거짓말인 거 다 알아. 그나저나 울게 뭐가 있다고 울어? 지금 돈도 남아돌고 어딜 가든 최고의 대접을 받아. 그리고 영도 씨랑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날 얼마나 존경하는지 몰라. 보는 사람마다 다 내가 복 받았다고 부러워한다니까? 나 같은 신분으로 영도 씨랑 결혼한 게 나의 복이긴 하지.”강루인은 또 맥주 한 병을 따서 함지율에게 한 잔 따라준 다음 나머지를 병째로 쭉 들이켰다.“네 말이 맞아. 결혼에서 사랑을 빼면 물질이 제일 중요하더라. 사람은 너무 욕심부리면 안 돼. 다 가지려다가 잃는 수가 있어. 나 지금 마음을 다 추슬렀으니까 걱정하지 마.”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진짜 깨달은 건지, 스스로를 속이는 건지 강루인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 자신도 모를지도. 거짓은 타인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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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붉게 달아오른 강루인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주영도의 눈빛이 어둡기 그지없었다.“난 루인이한테 일부러 상처 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강루인을 안고 가버렸다.함지율은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주영도가 정말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강루인이 스스로 말한 대로 신경 쓰지 않고 따지지 않으며 마음을 넓게 가지기를 바랄 뿐이었다.차에 오른 후 주영도가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출발해.”술에 취한 강루인은 소란도 피우지 않고 매우 얌전했다.선샤인 빌리지.차가 멈췄다. 주영도가 강루인을 안아 내리려던 그때 그녀가 눈을 떴다. 맑고 검은 눈동자가 흐릿했고 혼란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했다.그녀의 멍한 시선과 마주친 주영도가 다정하게 말했다.“집에 왔어.”반응이 느린 강루인은 그제야 선샤인 빌리지로 돌아왔다는 걸 깨달았다.“여긴 내 집이 아니야.”그녀의 집은 주영도가 이미 오래전에 부숴버렸다.주영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강루인은 그를 피해 차에서 내렸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솜사탕 위를 걷는 것 같았고 비틀거리기도 했다.주영도가 뒤따라가며 몇 번이나 안으려고 했지만 강루인은 매번 거부했다.취한 그녀는 소란은 피우지 않았으나 고집이 더 세졌다. 주영도가 뭘 하려 하면 계속 반항했다. 결국 그는 포기하고 뒤를 따라가면서 그녀가 넘어질 뻔할 때마다 재빨리 부축해주기만 했다.그렇게 강루인은 비틀비틀 계단을 올라갔다. 주영도는 끝까지 뒤에서 조심스럽게 지켜줬다. 올라가는 와중에 진경자에게 해장국을 준비하라고 했다.침실로 들어가자마자 강루인은 침대로 직행했다.온몸에 냄새를 뒤집어쓴 채 자려는 그녀를 본 주영도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씻고 자.”강루인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누워 계속 잤다.“강루인!”시끄러운지 이번에는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까지 뒤집어썼다.“일어나.”주영도는 그녀가 이대로 자는 걸 용납할 수 없어 이불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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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강루인이 식탁 앞에 앉았다. 어젯밤에 술만 퍼마시고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팠다.그녀가 아침을 먹으며 말했다.“할 얘기가 뭔데?”주영도도 젓가락을 내려놓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네가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가 아직 부부라는 걸 인정하는 거잖아. 그러면 아내로서의 책임을 다해야지. 앞으로 우리 인생은 길어. 난 우리 결혼이 평화롭게 유지됐으면 좋겠어. 맨날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게 아니라.”밥을 먹던 강루인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주영도가 이어 말했다.“나도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고 아내인 너를 존경하도록 할게.”강루인이 눈을 깜빡이고는 짧게 대답했다.“알았어.”“넌 할 말 없어?”강루인이 되물었다.“내 의견이 중요해?”“중요하지.”“난 애 낳을 생각 없어.”“이 얘기 말고.”그녀의 두 눈에 조롱이 스쳤다.“전에도 말했었지?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함부로 하지 말라고.”주영도는 강루인이 또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이미 둘의 계획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변심이라니...“난 무조건 낳아야 해. 주씨 가문을 이어가려면 아이가 필요하기도 하고.”강루인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더 할 말 없어.”이젠 아이를 낳겠다고 동의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주영도가 말했다.“아이는 너의 족쇄가 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연결고리가 될 거야. 예전엔 너도 아이를 좋아했잖아.”사실 강루인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여 그때는 두 사람의 아이를 하나만 낳을 생각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이가 그들의 연결고리가 되어 하나로 만들어줄 거라 믿었다.하지만 지금은 낳고 싶지 않았고 증명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그냥 이렇게 말했다.“영도 씨는 아이가 생길 거야.”그녀가 받아들이는 걸 보고서야 주영도의 미간이 펴졌다.아침을 먹고 난 후 주영도는 바로 출근 준비를 했다. 그의 눈빛에 담긴 뜻을 단번에 알아챈 강루인은 그에게 다가가 발끝을 들고 볼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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