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루인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영도 씨가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인 걸 예전에는 왜 몰랐지?”‘당한 입장이 아니니까 쉽게 얘기하네. 너그러운 척하는 것 좀 봐.’곽준혁이 ‘이제 제대로 살기로 한’ 구아정을 집까지 데려다줬다. 구아정이 웃으며 말했다.“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준혁 씨.”“별말씀을요.”곽준혁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예전에 쭉 해외에서 살았다고 들었어요. 안북에 대해 잘 모르죠? 여기 재밌는 데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아요. 내일 나랑 같이 놀러 가요.”구아정이 순순히 대답했다.“좋아요.”두 사람은 약속 시간을 정하고 나서야 헤어졌다.돌아선 순간 구아정이 가면을 벗어던졌다. 지금까지 유지했던 미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채정화가 다가와 물었다.“아정아, 어땠어?”구아정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채정화에게 건넸다.“그냥 그렇죠, 뭐.”“맞선 진심으로 본 거야? 정말 다른 남자랑 결혼하려고?”채정화는 딸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구아정의 두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그녀가 결혼하고 싶은 상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바로 주영도.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모든 게 정상 궤도에 오른 듯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갔다. 주영도는 회사 일로 바빴고 강루인도 그녀의 일에 몰두하며 매일 충실하게 보냈다.내부 소식에 따르면 구아정과 곽준혁이 꽤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관계도 안정적이고 1년 정도 더 만나다 보면 결혼까지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왔다.그 내부 소식을 전한 건 다름 아닌 주영도였다. 강루인에게 이제 더는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놓으라고 했다.사실 강루인은 잘 알고 있었다. 구아정이 걱정돼서 더 신경 쓰고 싶어서 이런다는 것을.하지만 세상일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평범한 평일 저녁, 주영도가 서재 문을 두드렸다.“자야지, 이제.”강루인의 시선이 컴퓨터 화면에만 고정되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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