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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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박정금은 오늘 구아정에게 세 번의 맞선을 잡아줬다.세 남자 모두 외모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세 번째 남자가 구아정에게 호감이 있는 눈치였다. 신사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구아정도 쑥스러워하긴 했지만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였다.남편을 몰래 좋아하면서 본처인 그녀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연적의 맞선 자리에 함께 나오다니... 강루인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 했던 광경이었다.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두 사람의 대화가 꽤 잘 통하는 것 같아 강루인은 홀로 화장실에 갔다. 나와보니 구아정이 따라 들어와 있었다.구아정이 여유롭게 손을 씻는 강루인에게 말했다.“어느 남자가 나랑 어울릴 것 같아?”강루인이 손을 닦으며 대답했다.“다 우리 남편보다 못해.”그 말에 구아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강루인이 어이없어하는 구아정을 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농담이야.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너랑 살 사람이지, 나랑 살 사람이 아니잖아. 누가 좋고 누가 나쁜지 어떻게 한눈에 알겠어? 조금이라도 만나봐야 알지.”“알았어. 네 말대로 곽준혁 씨랑 좀 더 알아가 보도록 할게.”곽준혁이 바로 세 번째 맞선남이었다.화장실을 나온 후 구아정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서로 소개했다.“이쪽은 저랑 친한 오빠의 와이프 루인 언니고 이쪽은 곽준혁 씨예요.”곽준혁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그냥 이름 부르시면 됩니다.”강루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인사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럼 저는 먼저 갈 테니까 계속 얘기 나눠요.”그런데 구아정이 그녀를 잡았다.“가지 말아요. 영도 오빠한테 오라고 했단 말이에요. 다 같이 점심이나 먹죠.”그 소리에 강루인의 두 눈이 파르르 떨리긴 했으나 거절하진 않았다. 곽준혁이야 더더욱 거절할 리 없었다.그들이 레스토랑에 도착하자마자 주영도도 도착했다. 구아정이 그를 불렀다.“오빠.”곽준혁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대표님.”강루인만 의자에 앉은 채 꼼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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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강루인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영도 씨가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인 걸 예전에는 왜 몰랐지?”‘당한 입장이 아니니까 쉽게 얘기하네. 너그러운 척하는 것 좀 봐.’곽준혁이 ‘이제 제대로 살기로 한’ 구아정을 집까지 데려다줬다. 구아정이 웃으며 말했다.“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준혁 씨.”“별말씀을요.”곽준혁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예전에 쭉 해외에서 살았다고 들었어요. 안북에 대해 잘 모르죠? 여기 재밌는 데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아요. 내일 나랑 같이 놀러 가요.”구아정이 순순히 대답했다.“좋아요.”두 사람은 약속 시간을 정하고 나서야 헤어졌다.돌아선 순간 구아정이 가면을 벗어던졌다. 지금까지 유지했던 미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채정화가 다가와 물었다.“아정아, 어땠어?”구아정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채정화에게 건넸다.“그냥 그렇죠, 뭐.”“맞선 진심으로 본 거야? 정말 다른 남자랑 결혼하려고?”채정화는 딸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구아정의 두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그녀가 결혼하고 싶은 상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바로 주영도.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모든 게 정상 궤도에 오른 듯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갔다. 주영도는 회사 일로 바빴고 강루인도 그녀의 일에 몰두하며 매일 충실하게 보냈다.내부 소식에 따르면 구아정과 곽준혁이 꽤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관계도 안정적이고 1년 정도 더 만나다 보면 결혼까지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왔다.그 내부 소식을 전한 건 다름 아닌 주영도였다. 강루인에게 이제 더는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놓으라고 했다.사실 강루인은 잘 알고 있었다. 구아정이 걱정돼서 더 신경 쓰고 싶어서 이런다는 것을.하지만 세상일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평범한 평일 저녁, 주영도가 서재 문을 두드렸다.“자야지, 이제.”강루인의 시선이 컴퓨터 화면에만 고정되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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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구아정의 울음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주영도가 움찔하더니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무슨 일이야?”구아정이 계속 흐느꼈다.“곽준혁이... 곽준혁이... 으악.”쨍그랑.뭔가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곧이어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하지 마... 저리 가... 오빠, 살려줘...”구아정의 절규와 애원이 강루인의 귀에도 똑똑히 박혔다. 주영도가 정확한 위치를 묻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노윤환에게 전화를 걸어 곽준혁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구신원에게 전화를 걸어 구아정이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나가려는 주영도를 본 강루인이 침대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같이 가.”그녀의 말에 주영도가 멈칫했다. 강루인이 같이 가겠다고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가 생각에 잠긴 그때 강루인은 이미 옷을 다 챙겨입었다.“가자.”구아정이 걱정돼서 이러는 게 아니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기에 이리도 처절하게 울부짖는지 알고 싶어서였다.위치를 알아내자마자 주영도는 곧장 목적지로 향했다.밀폐된 차 안, 주영도가 어두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가 구아정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차를 어찌나 빨리 운전했는지 평소 걸리는 시간의 절반 만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어느 한 단독 별장이었다.주영도는 차를 세우자마자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바로 뛰쳐나갔다. 강루인이 뛰어갔는데도 따라가기 힘들었다.별장 안에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고 바닥에 빈 병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강루인이 주영도를 찾기도 전에 2층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올라갔다가 한 방에서 그들을 찾았다.주영도가 벌거벗은 남자를 두들겨 패고 있었는데 의자로 남자를 내리치려던 찰나 남자가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주영도인 걸 알아본 곽준혁의 친구들은 감히 말리지도 못했다. 찢어진 옷차림에 얼굴에 하얗게 질린 구아정을 본 강루인이 나서서 말했다.“그만 때리고 일단 아정 씨를 병원에 데려가.”주영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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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강루인이 대답 대신 질문을 건넸다.“우스운 꼴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볼 게 뭐가 있다고.”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 강루인도 꽤 궁금했다.구아정이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발끈하더니 옆에 있던 베개를 집어 강루인에게 던졌다.“보고 싶지 않으니까 꺼져!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채정화가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강루인에게 모진 말을 했다.“강루인 씨,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고 잔인할 수 있어? 우리 딸 지금 충분히 비참해졌는데 괴롭히기까지 하면 어떡해? 아정이가 죽어야 직성이 풀려?”강루인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날 구아정을 죽이려 한 죄인으로 몰고 있지?’그때 주영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 있지 말고 먼저 들어가.”강루인은 서로를 놓지 않는 두 사람을 보며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내가 방해되고 있다는 뜻이구나?’“영도 씨가 아주머니한테 준비하라고 한 도시락이야.”그녀는 이 말을 남기고 도시락을 내려놓은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몇 걸음 옮긴 그때 병실 안에서 구아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갖다 버려. 저 여자가 가져온 거 안 먹어.”바로 이어 주영도가 그녀를 달랬다.“알았어. 먹지 마, 그럼.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내가 새로 사다 줄게.”강루인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주영도에게 중요한 게 죽은 사람이 남겨놓고 간 심장인 건지, 아니면 구아정인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주영도는 구분하고 있을까?강루인이 알아본 바로는 곽준혁이 꽤 심하게 다쳐서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였다.주영도도 병원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구아정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한 발짝만 떨어져도 구아정은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보호 본능 때문인지 주영도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구아정의 곁을 지켰다.사흘 뒤 곽준혁이 깨어났다.깨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곽준혁의 부모가 박정금을 찾아왔다. 주영도를 직접 만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박정금에게 온 것이었다.주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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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주영도가 분노하고 비난해도 강루인은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차분해졌다.“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도 증거를 따져. 법대로 하겠다면서 증거도 없이 사회적 자원만 동원하여 죄를 씌우겠다는 말이야?”주영도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정상적인 여자가 자기 몸을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남을 함정에 빠뜨린다고? 너 언제부터 이렇게 독해졌어?”그 말에 강루인이 갑자기 웃었다.“영도 씨, 사실 나 이런 생각을 자주 해. 영도 씨 혼인신고서에 적힌 아내 이름이 나인지, 구아정인지. 구아정이 남을 모함한 짓이 당신 눈에는 항상 어린애가 철없어서 한 짓이고 내가 진실을 얘기하면 거의 용서받지 못할 죄가 되는 것 같아.”“날 존중하겠다고 했던 게 고작 이런 거였어? 영도 씨의 아내가 되려면 정말 목숨이 질겨야 하고 마음도 단단해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난 진작 땅속에 묻혔을 거야.”주영도가 말했다.“왜 이 일이랑 상관이 없는 소리를 해? 같은 여자로서 동정심도 없어?”“당신도 말했잖아. 내가 마음이 좁고 독하다고. 동정심 같은 고상한 감정이 나한테 있을 리 없지.”주영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말 똑바로 해. 비아냥거리지 말고.”“미안. 난 당신처럼 마음이 너그럽지 못해. 나한테 칼을 꽂은 사람한테 돌을 던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참았다고 생각하거든. 안 그러면 지금쯤 구아정은 매장당했을지도 몰라.”강루인이 주영도를 빤히 쳐다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이건 비아냥이 아니지?”주영도는 강루인의 말솜씨가 제법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 골치가 아팠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하나같이 날카로워서.그때 주영도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구씨 가문 쪽에서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주영도가 차를 몰고 나간 것이었다.“영도는 네 남편이야. 싸우면 안 되지. 남편 체면 세워줘야 할 거 아니야.”옆에서 들려오는 박정금의 목소리에 강루인이 고개를 돌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그 순간 박정금은 왠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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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에야 박정금은 마침내 반박할 말을 찾았다.“그래도 어쨌든 이 집은 영도가 이끌고 있잖아.”강루인이 피식 웃었다.“전 흔쾌히 이 집에서 나갈 수 있어요.”박정금이 말을 잇지 못했다. 문득 강루인이 이혼을 원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예전에 그들은 정말 화목했고 모든 게 통제 가능한 선에서 흘러갔다. 그런데 지금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개판까지는 아니더라도 엉망이 돼버리긴 했다.며느리도 말을 듣지 않고 아들도 통제 불능이라 정말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본가에서 헤어진 뒤로 강루인은 주영도를 보지 못했다.생각할 것도 없이 첫사랑의 심장, 첫사랑의 여동생을 지키러 갔을 것이다.다시 만난 건 구아정이 퇴원할 때였다.구아정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주영도와 함께 선샤인 빌리지로 왔다. 게다가 구아정이 혼자만 온 게 아니라 부모님까지 동행했다.왜냐고?모두가 그녀 중심으로 돌아야 했고 그녀도 그들의 곁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강루인의 맑은 눈동자와 마주친 주영도는 켕기는 게 있는 듯 이렇게 변명했다.“아정이 지금 완전히 회복하지 않아서 옆에서 보살펴줘야 해.”강루인이 말했다.“나 언제부터 귀신을 봤지? 아정 씨 뒤에 귀신이 둘이나 들러붙었어.”귀신이라는 소리에 구씨네 부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뜬금없이 저주를 받았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채정화가 말했다.“우린 루인 씨한테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강루인이 웃는 둥 마는 둥 했다.“어머, 귀신이 아니었네요? 여긴 왜 오셨죠?”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렸다.“강루인.”“왜? 내가 또 방해가 됐어?”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느 방 쓸래? 안방? 침대가 크니까 마음껏 뒹굴어도 되겠어. 아주머니, 와서 짐 정리 좀 도와줘요. 새 사모님이 오셨는데.”그녀의 말에 구씨 가문 사람들을 쳐다보는 진경자의 눈빛이 별로 곱지 않았다. 하지만 주영도가 데려온 사람들이라 뭐라 하진 않았다.주영도가 말했다.“그만해. 집에 게스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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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구아정이 쓰러진 바람에 구씨네 식구들은 그대로 선샤인 빌리지에 입주했다.강루인은 이 결과가 전혀 놀랍지 않았다.이미 문턱을 넘었는데 구아정이 눌러살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그녀가 아는 구아정이라면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라도 들어올 타입이었다.구아정네 가족을 먼저 방으로 보내고서야 주영도가 안방으로 돌아왔다. 짐을 정리 중인 강루인을 보고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뭐 해?”강루인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옷을 상자에 넣으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편히 지낼 수 있게 자리를 내줘야지.”어느새 트렁크 하나가 꽉 찼다.주영도는 재빨리 다가가 쪼그려 앉아 있는 그녀를 일으켰다.“여긴 네 집이야. 자리를 내주긴 뭘 내줘?”강루인이 웃을 듯 말 듯 했다.“여기가 내 집이 맞기는 해?”그녀의 친정 식구들도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집에 구아정네 세 식구가 들어왔다. 이 집이 대체 누구의 집인지...주영도가 설명했다.“그냥 잠시만 지내는 거야. 아정이가 회복되면 다시 나갈 거라고.”강루인이 물었다.“그 잠시가 며칠인데?”주영도가 얼버무렸다.“너무 오라진 않을 거야.”그녀가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오라지 않을 거라는 게 구체적으로 얼마인데?”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기한이 없다는 것을.강루인의 얼굴에 슬픔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덤덤하기만 했다.“영도 씨, 솔직히 구아정네 집에 가서 살아도 되잖아. 그럼 헤어질 일도 없고 계속 옆에서 돌봐줄 수도 있고.”굳이 선샤인 빌리지에 들어올 필요는 없었다.구아정이 여기에 들어오고 싶어 한 이유는 뻔했다. 그저 강루인을 자극하고 싶어서였다.주영도가 말했다.“유부남이 어떻게 다른 여자 집에서 살아.”“그럼 유부남이 다른 여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오는 건?”“네가 오해할까 봐 그랬지.”강루인은 지금까지 살면서 들은 농담 중에 이 말이 가장 웃겼다.‘내가 오해할까 봐 내연녀를 집으로 데려왔다고? 말이야 방귀야?’사람은 극도로 어이가 없을 때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강루인이 말했다.“영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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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덕을 쌓는 거라고 생각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따르지 않으면 못된 사람이 될 게 뻔했다.강루인의 말에 주영도는 죄책감이 조금 드는 동시에 안도하기도 했다. 강루인과 틀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구아정네 세 식구는 아직은 그래도 조용했다. 이 집을 진짜 요양 병원으로 생각하는 듯했다.저녁 식사 시간, 구아정네 세 식구도 식탁 앞에 앉았다.채정화가 공용 젓가락으로 주영도에게 고기를 집어줬다.“영도야, 요즘 고생 많았지? 많이 먹어. 너 좀 야윈 것 같아.”강루인은 주인 행세를 하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뿐 뭐라 하지 않았다. 딱히 놀랄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주영도가 강루인의 눈치를 힐끗 보더니 뜻밖에도 거절했다.“제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어서 드세요.”채정화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가 어색하게 웃었다.“내가 선을 넘었나?”“오빠, 엄마는 오빠가 걱정돼서 그래.”구아정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혹시 내가 더러워져서 우리 엄마까지 싫어하게 된 거야?”그러더니 수도꼭지라도 튼 것처럼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나도 알아. 이제 깨끗하지 않다는 거. 나도 이런 내가 싫어...”강루인은 제3자 모드로 앉아서 눈앞의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구아정의 눈물 연기를 반찬 삼아 밥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오빠, 나 버리지 마. 오빠마저 내가 더럽다고 밀어내면 나 진짜 못 살아...”말을 마친 구아정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문 쪽으로 뛰어갔다. 당장이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듯한 기세였다.“아정아!”그 모습에 구아정의 부모가 황급히 쫓아갔다.강루인은 갈비 한 조각을 다 뜯어먹고 나서야 주영도를 돌아봤다.“아정 씨한테 안 가? 앞에 호수 있잖아. 호수에 뛰어내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주영도도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바로 뛰어나갔다.주방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밥맛을 당기게 하는 자도, 밥맛을 잃게 하는 자도 모두 사라졌다. 강루인은 개의치 않고 계속 밥을 먹었다.옆에 서 있던 진경자는 뭔가 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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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구아정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호수에 뛰어든 것이라 물을 몇 모금 삼킨 것 말고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주영도가 말한 대로 매우 불안정했다. 걸핏하면 죽겠다고 했다. 한참을 울고불고 난리를 친 후에야 겨우 진정되었다.주영도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돌아왔다. 강루인이 안방에 없는 걸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급히 찾으러 나갔다가 게스트룸에 있는 걸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루인은 베란다의 긴 의자에 누워있었다. 방 안에 잔잔한 음악이 흘렀고 반쯤 마신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 위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브리티쉬 숏헤어 한 마리가 배를 드러낸 채 누워있었다.그녀는 고양이의 이름을 통통이라고 지어줬다.사람과 고양이가 한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반면 주영도는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주영도가 물었다.“왜 여기 왔어?”이쪽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오히려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강루인이 대답했다.“구아정이 있는 동안에는 각방 쓰자.”“아직도 화 안 풀렸어?”“잠잘 때 깰까 봐 그래.”“밤에 아정이 때문에 깨는 일은 없을 거야.”주영도가 동의할 리 없었다.‘부부가 왜 각방을 써?’역시나 이번에도 강루인의 예상대로였다. 한밤중에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봤더니 채정화였다.“영도야...”얕게 잠들었던 강루인은 문소리가 나자마자 눈을 떴다.당사자인 주영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깨어난 줄 알았는데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문밖에서 인기척이 계속 들려왔다. 강루인은 곤히 자고 있는 주영도를 발로 걷어찼다. 그런데 너무 세게 걷어찬 나머지 주영도가 그대로 침대 아래로 쿵 하고 굴러떨어졌다.주영도는 그제야 눈을 떴다. 멍하니 바닥에 앉아 있다가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날 걷어찼어?”대답을 듣기도 전에 문밖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영도야, 자?”채정화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다급했다.“나갈 때 문 닫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루인은 이불을 둘러쓰고 돌아누웠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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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내가 연정이의 유일한 동생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이런 일을 당하게 했어. 다 아빠인 내가 무능해서야.”주영도도 마음속에 죄책감이 스쳤다. 이번 일이 생긴 이유가 구아정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주려 했기 때문이었으니까.소개해주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터. 자세히 따져보면 그들 가족 모두가 구아정에게 책임이 있었다.구신원이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시간이 늦었어. 빨리 가서 쉬어.”주영도에게 얘기한 뒤 구신원도 방으로 들어갔다.잠든 척했던 구아정은 구신원이 들어오는 걸 보고는 눈을 떴다.구아정이 물었다.“오빠 갔어요?”“응. 늦었으니까 얼른 자.”사실 구신원도 지금 이러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그 말을 듣고서야 구아정은 다시 침대에 누워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꿈나라로 빠졌다.그녀는 주영도가 절대 그녀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고 진짜 일이 터지면 끝까지 책임질 거라고 확신했다.구아정의 방에서 나온 주영도는 안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재로 향했다. 서재 문을 잠그고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사람의 기억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흐려진다. 구연정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이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다.사실 주영도는 과거를 회상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늘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구연정은 그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여자이자 첫사랑이었다. 그 감정은 순수했고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그의 이런 마음을 강루인은 전혀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주영도 일행의 방해가 사라지자 그녀는 아침 늦게까지 푹 잤다.잠을 충분히 자야 했기에 주영도는 한 시간 늦게 출근하기로 했다. 8시가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서재를 나와 샤워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때 강루인은 이미 주방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주영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굿모닝.”강루인은 얼굴을 닦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바로 그때 구아정이 식당에 나타났다.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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