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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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주영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처리할 일이 산더미였고 회의도 끝없이 이어지다 보니 강루인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왔다.강루인은 오히려 이런 상황이 더 좋았다. 그가 바빠서 호텔로 아예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반면 주영도는 일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강루인을 볼 때마다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하여 그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그는 성큼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그녀의 몸 냄새를 맡았다.“온 오후 방에서 자던데 혹시 몸이 안 좋아?”강루인의 말투가 차분했지만 말 속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영도 씨한테 안겨 있으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속이 메스꺼워.”주영도가 그녀의 입술을 톡 쳤다.“예쁘게 말하는 법을 언제쯤 배울래?”“나 언제 집으로 갈 수 있어?”그는 그녀의 질문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얘기만 했다.“내가 옆에 없어서 심심했어?”‘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나?’주영도가 강루인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내일 아침에 일이 없으니까 같이 나가서 구경이나 하자. 요 며칠 밥도 제대로 안 먹었지? 살이 또 빠졌어.”그의 걱정 따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강루인은 그가 만지던 손가락을 홱 빼냈다.“졸려.”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갔다. 주영도도 씻은 후 곧장 따라 들어갔다.다음 날 새벽 다섯 시, 주영도가 강루인을 깨웠다.“일어나. 좋은 거 보러 가자.”강루인은 그가 말하는 ‘좋은 것’에 눈곱만큼도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주영도가 한번 결정한 일은 기어코 실행할 것이다.그는 옷을 챙겨 입고 채비를 마친 뒤 차를 몰아 호텔을 나섰다.차가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산 정상에 멈췄을 때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주영도가 차 문을 열고 강루인에게 손을 내밀었다.“내려.”강루인은 그의 손을 힐끗 쳐다봤다가 잡지 않고 혼자 알아서 내렸다.산 정상이라 바람이 거셌다. 주영도는 미리 준비해둔 숄을 꺼내 강루인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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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그런데 이젠 돈뿐만이 아니라 시간까지 들여 강루인의 옆에 있어 줬다. 남들이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남편이겠지만 강루인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주영도가 자리를 비울 때면 유진이 강루인의 곁을 지켰다. 아무튼 옆에 아무도 없는 일은 없었다.호텔 수영장이 바다와 마주하고 있었다. 유진이 강루인의 옆에 있는 선베드에 앉아 물었다.“사모님, 자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오랫동안 만났는데도 강루인은 유진에게 별로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쌀쌀맞진 않았고 그저 여행 친구로만 생각했다.남들이 자유를 뭐라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강루인이 생각하는 자유는 이것밖에 없었다.“이혼이요.”이혼해야만 비로소 자유로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자유를 언제쯤 다시 누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유진이 그녀의 말을 자연스럽게 이었다.“아주 큰 자유를 얻을 수 없다면 작은 범위 내에서 자유를 찾아봐도 돼요.”그러면서 눈앞의 망망대해를 가리켰다.“예를 들면 저 바다처럼요. 전 어릴 때 속상한 일이 있으면 늘 수영을 했어요. 바닷속에 몸을 뉘고 물고기처럼 헤엄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모든 고민이 사라지더라고요. 그 순간엔 머릿속이 완전히 비워지는 기분이었는데 정말 좋았어요.”유진이 계속 말했다.“사모님도 좋아하는 운동을 찾거나 생활 방식을 바꿔보세요. 사모님을 괴롭히는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새롭게 살아가는 거죠.”강루인은 멍한 얼굴로 파도가 일렁거리는 바다를 쳐다봤다. 다시 새롭게 살아간다는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해울시에 온 후 강루인은 몽유병 증세를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주영도는 그녀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울시에 온 지 나흘째 되던 날에 또다시 몽유병 증세를 보였다.깊은 밤, 주영도가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강루인을 감싸 안으려다 아무도 없는 걸 알아채고는 벌떡 일어났다.눈을 떠보니 강루인이 침대에 없었다. 침대 옆에 슬리퍼가 놓여있는 걸 본 순간 주영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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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유진이 멈칫했다가 이내 차분하게 말했다.“사모님께 무슨 일이 있었나요?”주영도가 과도를 들어 보였다.“선생님이 오기 전까지는 그냥 몽유병 증세만 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해하기 시작했어요. 왜 점점 심해지는 거죠?”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대표님, 우울증은 단기간에 낫지 않아요. 즉각적인 효과를 바라는 건 불가능하단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사모님이 지내시는 환경이 좋지 않아요. 효과를 보려면 환경과 약물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합니다. 전자는 대표님이 주실 수 없고 후자는 사모님이 협조하지 않으세요. 사모님이 낫기를 진심으로 바라신다면 대표님의 협조가 필요해요.”주영도가 물었다.“제가 어떻게 협조하면 되죠?”“일단 사모님을 그 집에서 내보내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실내가 정적에 잠겼다. 몇 초 후 주영도가 입을 열었다.“다른 방법 없어요?”“그럼 대표님께서 당분간 다른 곳에서 지내세요.”주영도의 눈빛이 덤덤했으나 그 안에 압박감이 가득했다.“병을 고치라고 선생님을 불렀지, 우리 부부를 별거하게 해달라고 부른 게 아니에요.”“그렇다면 사모님께 약을 드시라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어요.”“약 가져와요.”...다음 날 아침, 강루인은 여느 때처럼 자신이 몽유병 증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주영도가 약을 먹으라고 하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감이 들었다.“안 먹어.”‘아픈 데도 없는데 무슨 약을 먹어?’주영도가 말했다.“어젯밤에도 몽유병 증세가 나타났어. 칼도 들었고.”강루인이 주영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어디 다쳤어?”그녀가 여전히 그를 걱정한다는 생각에 주영도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나한테 뭘 어쩌진 않았지만 하마터면 자해할 뻔했어.”“내가 아픈 건 아니네. 만약 정말 아팠다면...”강루인이 하던 말을 멈췄다가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그 칼이 영도 씨한테 향했을 거야. 나한테 향한 게 아니라.”말문이 막혀버린 주영도는 조금 전에 밀려왔던 감동마저 순식간에 사라졌다.계란 프라이를 다 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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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쉴 새 없이 울리는 결제 알림음에 강루인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돈을 쓰는 기분이 이렇게 짜릿했구나. 예전에는 왜 그렇게 한심하게 살았을까?’강루인은 함지율에게 선물할 최신상 가방 몇 개를 포장해달라고 한 뒤 유진을 돌아보며 말했다.“선생님,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골라요. 제가 사드릴게요.”신난 강루인과 달리 유진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지금 그녀가 어떤 상태인지 유진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우울증에서 조울증으로 접어들고 있었다.유진은 강루인의 호의를 거절하고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그녀가 받지 않는다고 해서 강루인이 선물하려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강루인은 끝내 유진에게 선물을 사줬다.그녀가 카드를 긁는 동안 주영도의 휴대폰이 연달아 진동했다. 회의 테이블이 진동할 지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원래 억눌려 있던 회의실 분위기가 이 소음 덕분에 짙은 구름이 걷힌 것처럼 한결 밝아졌다.소비 내역 문자 알림음이 울릴수록 주영도의 얼굴에도 점점 기쁜 기색이 서렸다.아내가 남편의 돈을 쓴다는 건 이 결혼 생활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노윤환의 시선이 휴대폰에 닿았다. 수천만 원씩 계속 빠져나가는 걸 보고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대표님, 혹시 카드 도난당하셨어요?”정말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주영도가 대답했다.“우리 와이프가 지금 긁고 있어.”노윤환은 할 말을 잃었다.‘왜 자랑하시는 것 같지? 대표님의 부부 문제를 점점 종잡을 수가 없어. 지뢰 찾기 게임보다 더 어려워.’주영도의 기분이 나아졌다는 걸 회의실의 다른 직원들도 감지했다. 그의 언행에서 그들은 중요한 정보를 포착했다. 바로 대표가 새로운 사모님을 무척 아낀다는 것.왜냐하면 예전의 사모님과는 이미 이혼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주영도가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커다란 호텔 스위트룸 안이 강루인이 사 온 물건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그가 강루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기분 좋아졌어?”호텔로 돌아오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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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주영도는 강루인의 손을 잡고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맥박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말에도 전혀 자극받지 않은 듯했고 오히려 강루인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사람은 살아가면서 앞을 봐야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그 말의 의도를 알아챈 강루인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주영도의 얼굴을 다정하게 만지면서 거리를 두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영도 씨가 날 자꾸 잡아 온다는 건 애초에 잘못이 내게 있지 않다는 뜻이야. 지금 내가 영도 씨 옆에 있는 건 영도 씨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권력을 이기지 못해서야.”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손길이 가슴팍에 닿더니 심장을 톡톡 두드렸다.“영도 씨한테 날 가둘 능력은 있지만 내 마음까지 통제할 수는 없어. 당신이 개의치 않는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하지 마.”주영도는 가슴팍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아니. 넌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 그리고 난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한 게 아니라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것뿐이야.”강루인이 피식 웃더니 네 글자를 내뱉었다.“불가능해.”자궁외 임신 이후로 주영도는 그들의 관계를 점차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인연이 닿지 않았던 그 아이처럼 이번 생에 그들은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말을 마친 강루인이 그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나려 했다.그녀가 움직이자마자 주영도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는 거 너도 알잖아. 이미 겪어봐서.”강루인이 그를 싸늘하게 흘겨봤다.“그럼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그러고는 다시 손을 홱 빼내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단호한 뒷모습에 주영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주영도는 침실로 따라 들어가지 않고 아래층 바로 가서 술을 마셨다.안북시.최지호가 주영도의 전화를 받았을 때 마침 함지율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참이었다. 단지 그가 주영도의 친구라는 이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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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주영도가 낮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연정이는 이미 죽었어.”“죽은 사람이 위협이 가장 큰 법이야. 아정이가 무슨 짓을 하든 다 봐주고 용서했던 건 연정이 심장 때문이 아니었어? 너한테 있어서는 아정이가 루인 씨보다 더 중요해.”주영도가 바로 부인했다.“아니야.”그 말에 최지호가 그의 거짓말을 까발렸다.“그런데 그렇게 행동한 건 사실이잖아.”주영도는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이었으니까.최지호가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딱 하나야. 루인 씨를 놓아줘.”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영도가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불가능해.”“혹시 루인 씨를 사랑하게 된 거 아니야?”휴대폰 너머로 다시 침묵이 흘렀다.‘강루인을 사랑한다고?’주영도는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답은 변함이 없었다.“아니야.”그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그녀의 존재에 익숙해진 것뿐이라고 확신했다.그는 옛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익숙해진 생활 방식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즉 그의 계획과 생활 리듬을 깨고 싶지 않았다.이번에는 최지호가 침묵했다.“사랑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옆에 묶어두려고 애를 써?”‘미친 건가?’주영도가 말했다.“난 루인이의 존재에 익숙해져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 루인이는 내 아이의 엄마가 되기에 아주 적합해. 내 아이의 또 다른 엄마를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최지호는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사실 그 생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많은 정략결혼 가정이 서로 적합하기 때문에 함께하는 거니까.하지만 그건 양쪽 모두가 적합하다고 여길 때 성립했다. 지금 이 상황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적합하다고 여겼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너만 그렇게 생각해서 무슨 소용이야?’최지호가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그냥 다른 여자 만나.”‘루인 씨가 아이의 엄마로 적합하다고? 루인 씨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은데? 평소에는 그렇게 명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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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다음 날 강루인은 오전에 외출하지 않고 오후에 유진을 불렀다. 이번에는 경호원도 동행했다.오늘은 바다로 나가기로 했다.강루인이 해변에 도착했을 때 호텔에서 배치한 직원들이 요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배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젊은 남자 여러 명을 데리고 왔다.그 모습을 본 유진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사모님, 이분들은 사모님의 친구분들이세요?”강루인은 웨이터에게 샴페인을 따르라고 한 다음 두 잔을 들어 유진에게도 한 잔 건넸다.“네.”‘몸매도 좋고 스타일도 다른 남자들이 정말 다 친구라고?’이런 쪽으로 별로 아는 게 없는 유진마저도 그들이 평범한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역시나 그녀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 이 남자들은 강루인이 즐기려고 부른 호스트들이었다.누군가는 디제잉을 하고 누군가는 춤을 췄으며 또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 강루인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애쓰는 이들까지 있었다. 아무튼 요트의 분위기가 아주 뜨겁게 달아올랐다.유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사모님, 이러시면 안 될 것 같은데요?”이 말을 하기 전 그녀는 따라온 경호원들을 힐끗 쳐다봤다.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뭐라 말하는지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이 상황을 주영도에게 보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런 일을 미리 보고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주영도가 알았을 때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강루인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안 된다고요? 뭐가 안 된다는 거죠? 전 아주 좋은데요.”‘영도 씨가 완벽한 사람이 없다고 했잖아. 먼저 시작했으니까 나도 똑같이 하는 건데 뭐가 문제야?’그녀는 주영도의 돈을 공중에 마구 뿌렸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지폐들이 그녀의 얼굴에 걸린 미소처럼 거침없고 화려했다....경호원이 노윤환에게 연락했다. 주영도에게 연락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예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주영도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두 시간 후였다.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노윤환을 보며 주영도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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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2층 휴게실, 주영도는 드디어 경호원들을 만났다.“강루인 지금 어디 있어?”얼굴이 잿빛이 된 경호원이 한쪽을 가리켰다.“사모님 안에 계십니다.”경호원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은 걸 알아챈 순간 주영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혼자가 아니야?”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총 세 명입니다.”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영도의 두 눈에 섬뜩한 살기가 솟구쳤다.바로 그때 노윤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직감이 역시 틀리지 않았다. 이 배 안에 강루인의 사치스럽고 문란한 모습을 몰래 찍으려는 기자들이 잠복하고 있었다.주영도의 안색이 더욱 험악해지더니 굳게 닫힌 방문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문 열어.”그러자 경호원이 대답했다.“사모님께서 문을 잠그셨어요.”“부숴버려.”경호원들이 하나같이 건장하고 힘이 있어 아주 손쉽게 문을 부숴버렸다.주영도의 가죽 구두가 나무 바닥을 딛는 소리가 저승사자의 발소리처럼 공포를 몰아왔다.방 안의 세 사람, 아니 정확히 말해 강루인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고 여전히 나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주영도는 비키니 차림으로 침대에 엎드린 강루인을 보았다. 한 남자가 그녀의 등을 마사지하고 있었고 이어서 허리에 수건만 두른 또 다른 남자가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주영도의 섬뜩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남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경호원들에게 질질 끌려나갔다.주영도는 한 걸음씩 침대로 다가갔다. 남자의 손이 계속 강루인의 등에 닿아있는 걸 보고는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그의 허리를 걷어차 버렸다. 그 바람에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강루인은 그제야 상황이 이상함을 깨달은 듯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침대 앞에 서 있는 주영도를 쳐다봤다. 태도는 여전히 여유롭고 느긋했다.“왜 이리 난폭하게 굴어? 아정 씨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면서. 이 사람들이 아정 씨보다 훨씬 더 예쁘게 생겼으니 다정하게 대해줘야지.”주영도에게 맞고 쓰러진 남자도 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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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주영도는 말을 마치자마자 강루인의 몸을 돌려 창문에 밀어붙인 다음 뒤에서 강제로 파고들었다.강루인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그런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목을 조르며 고개를 억지로 젖히게 한 뒤 귓가에 속삭였다.“기자를 왜 불렀어? 네가 얼마나 문란한 여자인지 집안에 알리기라도 하려고?”강루인의 눈빛이 흔들렸다.‘어떻게 알았지?’그의 목소리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구나.”지금까지 여유롭던 강루인이 분노를 터뜨렸다.‘날 망가뜨리는 방법을 써도 왜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걸까?’그녀는 몸부림치며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내가 더럽지 않아? 나 다른 남자랑 잤다고!”그 말이 떨어진 순간 주영도가 흠칫하더니 눈빛이 칠흑처럼 어두워졌다.“괜찮아. 네 몸에 손댄 놈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면 너랑 잔 남자는 여전히 나뿐이니까.”입김이 분명 뜨거웠으나 강루인은 한기가 발바닥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듯했다.주영도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를 맹렬하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강루인의 목덜미를 단단히 붙잡고 머리를 바로잡아 멀리 있는 배를 똑바로 보게 했다.“네가 부른 기자가 저 배 위에 있더라? 선명하게 찍혀야지. 할아버지가 네 얼굴을 못 알아봐서 손주며느리가 얼마나 문란한지 모르면 안 되잖아.”그녀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이거 놔.”주영도는 그녀의 영혼까지 부숴버릴 듯한 기세였다.“한꺼번에 많은 남자를 불렀다는 건 내가 널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뜻이잖아.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만족시켜줄게.”문이 고장 나 닫을 수 없는 바람에 방 안에서 터져 나오는 음탕한 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 나갔다.경호원은 이미 멀리 물러났고 아래층 유흥의 장도 텅 비어 공허함만 남았다.해 질 녘, 바다가 황금빛으로 일렁거렸다.아래층에 있던 유진이 2층을 올려다보았다. 다리 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무의식적으로 비비적거렸다. 바닷바람이 불어온 순간 그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고 몸도 파도에 따라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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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강루인이 잠옷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생기를 잃은 듯 눈을 감고 있었다. 밖으로 드러난 발목에 주영도가 꼬집어서 생긴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못 본 척 알아서 시선을 돌렸다.차가 호텔로 달리는 내내 강루인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눈을 뜬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몇 달 동안 금욕한 데다가 강루인이 도발까지 한 바람에 주영도는 그 어느 때봐도 거칠었다. 깨어났을 때 강루인은 입이 마르고 온몸이 몹시 욱신거렸다.어젯밤에 피임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린 강루인은 약을 사러 가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방에서 나와서야 주영도가 일하러 나가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강루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을 마시러 갔다.주영도가 입을 열었다.“내가 일을 다 마칠 때까지 방에 있어.”그 말에 강루인이 물병을 꽉 움켜쥐었다. 또다시 감금하겠다는 뜻이었다.“아침 먹으러 내려갈 거야.”“식사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어.”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원이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와서 먹어.”강루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야. 내려가서 먹을 거야.”주영도가 물었다.“뭐 먹고 싶어? 직원한테 말해서 다시 가져오라고 하면 돼.”“내려가지 못하게 하면 안 먹을 거야.”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섰다. 주영도가 허락하지 않으리라 생각할 때쯤 뜻밖에도 입을 열었다.“가서 옷 갈아입어.”강루인은 물병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은 뒤 그와 함께 아래층으로 향했다.그들은 강루인이 먼저 제안한 호텔 밖의 식당으로 갔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그녀는 화장실에 가겠다고 했다.화장실에 들어간 강루인은 직원 한 명에게 돈을 주면서 피임약을 대신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직원은 강루인이 왜 직접 사지 않는지 의문이 가득했지만 두둑한 보수에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식당.주영도가 손목시계와 화장실 쪽을 번갈아 보더니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갔다.강루인은 화장실 안에서 직원이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었으니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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