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411 - Chapter 420

523 Chapters

제411화

양동운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가 이내 반박했다.“무슨 헛소리야, 그게? 내가 친구의 여자를 넘보는 놈으로 보여? 또 한 번 그런 더러운 누명 씌웠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최지호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만 지을 뿐 더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다. 양동운이 구연정을 좋아했든 좋아하지 않았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최지호가 알 바가 아니었다.“충고하는데 주영도네 부부 일에 끼어들지 마. 넌 영도의 부모도 아니면서 왜 자꾸 간섭하고 그래?”양동운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내뱉었다.“아이는 죄가 없잖아.”최지호가 대놓고 비웃었다.“네 아버지가 밖에서 혼외자를 낳았을 때도 그 아이들이 죄가 없다고 생각했어?”그 말에 양동운이 할 말을 잃었고 심지어 안색까지 어두워졌다.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가 실제로 혼외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양동운은 그 혼외자들을 혐오했고 빨리 죽기를 저주하기도 했었다.최지호가 피식 웃었다.“네 얘기를 꺼내니까 이제야 좀 정신이 들어? 네 눈에는 구아정만 억울하고 강루인은 억울하지 않아? 강루인은 그래도 합법적으로 결혼한 아내지만 구아정은 뭔데? 듣기 거북해도 구아정이 내연녀라는 건 사실이잖아. 그것도 남자한테 미움받는 처지인 내연녀.”양동운이 말했다.“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최지호가 되물었다.“내 말이 틀렸어? 영도 태도를 보면 모르겠어? 아이까지 생겼는데도 구아정을 책임지려 하지 않잖아. 영도는 지금 와이프랑 아이밖에 모른다고. 그런데 넌 눈치 없이 양쪽 다 챙기라고 했어.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정말 구아정을 걱정한다면 네가 구아정이랑 결혼하면 되겠네. 너도 아직 결혼 안 했으니까 아이랑 구아정한테 명분을 줄 수 있잖아. 혼외자라는 소리도 듣지 않게 해줄 수 있고.”양동운이 말했다.“내가 왜 결혼해? 내 아이도 아닌데.”다른 사람의 아이를 데려다 키울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최지호가 피식 웃었다.“네 아이가 아닌 걸 알고 있네? 난 또 네가 너무 열정적으로 나서서 친아빠가 너인 건 아닌지 의심했잖아.”양동운의
Read more

제412화

최지호가 고개를 돌렸다.“계약서에 사인한 적도 없는데 뭐.”“구두 계약도 계약인 거 몰라?”“그럼 증거를 대봐.”함지율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녹음 파일도 없고 채팅 기록도 없는데 뭘 증명해? 게다가 이 관계를 증명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우리가 잠자리 파트너라는 걸 모두한테 알리겠다는 뜻이야?’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그를 무섭게 째려봤다.최지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강루인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그 말에 함지율의 귀가 쫑긋했지만 그에게 끌려다닐까 봐 돌아보지 않고 참았다.최지호가 말했다.“너랑 강루인 사이가 이 정도밖에 안 됐어? 친구가 아픈데도 관심이 없네.”말이 끝나기 무섭게 함지율이 쏜살같이 최지호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다급하게 물었다.“루인이한테 무슨 일 있어?”최지호가 웃을 듯 말 듯 했다.“날 질색하더니 왜 이렇게 가까이 오는 거야?”함지율이 이를 악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우쭐거리는 꼴 하고는. 다른 개자식이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루인이랑 연락이 끊기지 않았을 텐데.’그가 느릿느릿 말했다.“계속 속으로 날 욕하면 말 안 해줄 거야.”함지율은 인간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최지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갑자기 그의 팔을 잡고 차 문을 열어 억지로 밀어 넣었다.최지호가 자리에 앉자마자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허벅지가 무겁게 느껴지면서 짙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함지율이 다리를 벌리고 그의 위에 걸터앉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금테 안경이 최지호의 매력적인 눈을 가렸다. 그가 씩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왜? 나한테 수작 부리려고? 함지율, 나 만만한 사람 아닌데. 이렇게 나오면 확 고소해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함지율이 능숙하게 지퍼를 내리고 급소를 건드렸다.최지호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으며 순간적으로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그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나중에 쓰고 싶지 않은
Read more

제413화

유진이 계속 와서 치료를 이어갔다.강루인이 임신해서 약을 먹을 수 없었기에 주로 대화를 통하여 감정을 해소하게 했다.외부인 중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 유진에 대한 강루인의 태도가 예전처럼 적대적이지 않고 점점 좋아졌다.“이건 제가 특별히 사모님을 위해 만든 향낭이에요.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유진이 정교한 향낭 하나를 건넸다.“지금 사모님한테 가장 중요한 건 푹 쉬는 거예요.”강루인이 향낭을 받아 향을 맡아보았다. 맑고 청량한 향이었다. 예전에 할머니에게 향낭을 자주 선물했었기에 그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었다. 여기에 들어있는 것들이 확실히 심신을 안정시키는 재료들이었다.“고마워요, 신경 써줘서.”바로 그때 기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루인아.”그 소리에 강루인이 고개를 돌렸다. 함지율이 환하게 웃으면서 기쁜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그녀는 강루인을 껴안으려고 달려가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한 걸음을 남겨두고 급히 제동을 걸었다.‘루인이 임신한 사실을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어.’함지율이 강루인의 볼을 감싸 쥐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루인아, 나 보고 싶었어? 당연히 보고 싶었겠지. 자주 보러 오지 못해서 미안해. 고생 많았어, 그동안.”그녀를 보자 강루인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유진이 문 쪽에 서 있는 주영도를 쳐다봤다. 주영도의 시선이 강루인에게서 떠나질 않는 걸 보고는 물건들을 챙긴 다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오랜만에 연인을 만나 회포를 푸는 듯한 함지율의 모습에 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성적 취향이 정상이라는 걸 몰랐다면 강루인에게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그의 뒤에 있던 최지호가 말했다.“가자. 여긴 너의 집이야. 뭐가 걱정돼서 그래?”주영도는 함지율이 강루인을 만나는 게 달갑지 않았지만 강루인의 건강을 생각해서 허락했다. 그는 최지호와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가기 전 최지호가 함지율에게 윙크했다.‘봐. 손해 안 봤지?’함지율이 그를
Read more

제414화

강루인이 말했다.“며칠 뒤에 영도 씨랑 가서 이혼하려고.”이혼해주지 않는다면 이 아이도 낳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주영도에게 놀아나서는 절대 안 되었다.함지율이 물었다.“이혼하면 아이는 어떡해?”‘루인이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걸 주씨 가문에서 허락할까?”강루인이 대답했다.“두고 갈 거야.”“정말 포기할 수 있겠어?”아무리 그래도 열 달 품어 낳은 아이인데 정말로 모른 척할 수 있을까?함지율은 아이를 이용하여 그녀를 묶어두려 하는 게 주영도가 강루인을 옥죄는 새로운 방식이라 의심했다. 어쨌거나 여자는 아이와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강루인이 아이를 낳고 나면 정말 냉정하게 아이를 버릴 수 있을까?그녀가 아랫배 위에 손을 얹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율아, 나한테는 이번이 유일한 기회야.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이기적이라 해도, 무정하다고 해도 괜찮았다. 이번만큼은 그녀 자신을 선택하고 싶었다.강루인이 고개를 숙이고 배를 내려다보았다.‘엄마가 무정하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팔자가 좋지 않아서 이런 무정한 엄마를 찾아온 거야.’함지율은 강루인이 무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가 되기 전에 자신의 인생이 더 중요했기에 그녀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무조건 지지할 것이다.함지율도 사실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인간은 가끔 이기적으로 살아야 할 때도 있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함지율이 강루인에게 물었다.“아 참. 아까 그 여자는 누구야? 새로 사귄 친구야?”그녀의 질문에 약간의 질투가 섞여 있었다.강루인은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말을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정신과 의사야.”질투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함지율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디 아파?”“영도 씨가 내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어.”함지율은 말을 잇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주영도 저 미친놈이라면 충분히 사람을 괴롭혀서 심리적 질환이 생기게 할 수 있어.’그녀가 강루인의 손을 잡았다.“너한테는 나도 있고 할머니도 있어. 넘어가지 못할 산이 없
Read more

제415화

최지호가 목을 빳빳이 세우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굳이 달래지 않아도 돼. 손가락만 까딱해도 넘어오더라고.”주영도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 그를 꿰뚫어 볼 기세로 쳐다봤다.‘계속 거만을 떨어봐. 언제까지 떨 수 있나 두고 보자.’그의 눈빛에 최지호도 약간 움찔했으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가볍게 기침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우린 달라.”최지호가 박하사탕을 씹다가 진지하게 말했다.“함지율은 강루인이 아니고 강루인도 함지율이 아니야. 우리 관계도 두 사람의 관계랑은 달라.”전혀 다른 두 사람이라 상황도 다를 것이기에 해줄 만한 조언이 없었다.주영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두 눈에 일말의 무력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 모습에 최지호가 덧붙였다.“가장 중요한 건 나랑 지율이 사이에 제3자가 없다는 거야.”“나도 없어.”“구아정의 존재감이 제3자보다 훨씬 크잖아.”주영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입안의 박하사탕마저 달콤함이 사라지고 씁쓸함만 남았다.“아이가 태어나면 루인이는 떠날 거야.”최지호가 물었다.“허락했어?”“허락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유산시키려고 할 거라서 어쩔 수가 없었어.”잠시는 막을 수 있어도 영원히 막는 건 불가능했다. 열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강루인이 무사히 아이를 낳도록 지킬 자신이 없었다. 하여 거절하는 것보다 차라리 일단 승낙하여 그녀를 안심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최지호가 그의 속마음을 짚어냈다.“강루인을 보내고 싶지 않은 거지?”솔직히 주영도는 정말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최지호가 손에 쥔 라이터를 돌리며 물었다.“이유가 뭐야?”“말했잖아. 적합하다고.”최지호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강루인이 네 아이의 엄마로 적합하다고 했잖아. 아이를 낳고 나면 네가 원하는 건 충족되는데 왜 계속 억지로 붙잡아두려 해?”그가 대답하기 전에 최지호가 말을 이었다.“아이 교육 때문에 강루인이 필요하다고 하지 마. 그 말은 성립이 안 돼. 너희 주씨 가문의 후손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전문 육아 도우미가 다 맡아서 돌보
Read more

제416화

주영도는 어이가 없었다.“지금 장난해?”최지호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진심 어린 조언을 하는 것뿐이야. 강루인이 얼마나 이혼하고 싶어 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 지금 강루인한테는 확실한 카드가 있어. 임신을 빌미로 갑자기 이혼 서류를 내밀지도 몰라. 지난번에 속여서 이번엔 절대로 네 마음대로 판을 짜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겠어. 만약 강루인한테 휘둘리기 싫다면 아이를 신경 쓰지 않으면 돼.”최지호가 잠깐 멈칫했다가 이렇게 물었다.“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어?”그는 알고 있었다. 주영도가 이 아이의 탄생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남녀 관계에서 마음을 더 주는 쪽이 약자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약점을 절대 보여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상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될 테니까.하지만 주영도는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함지율 덕분에 강루인은 꽤 오랫동안 기분이 들떠 있었는데 떠나려 하자 몸 안의 도파민도 같이 빠져나가는 듯했다.이번에 보고 나면 다음에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주영도가 강루인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함지율에게 말했다.“시간 날 때 언제든지 와서 루인이 옆에 있어 줘요.”그 말에 강루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무슨 뜻이지?’함지율 역시 의아한 눈빛으로 주영도를 쳐다봤다.‘이 자식이 언제 이렇게 너그러워졌지?’주영도가 덧붙였다.“지금은 네 몸이 최우선이야.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 항상 좋은 기분을 유지해야 한다고.”결국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까 봐 걱정한 것이었다. 강루인은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그들을 배웅했다.백미러로 아쉬워하며 서 있는 강루인을 본 함지율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최지호가 운전하며 말했다.“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유난이야?”강루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함지율이 시선을 거두고 코웃음을 쳤다.“네가 뭘 안다고 그래? 이게 어딜 봐서 만남이야?
Read more

제417화

강루인은 자기 생각과 결정을 덤덤하게 털어놓았다.“영도 씨가 날 속일 수 있다면 나도 약속을 어길 수 있어.”그러고는 손을 배 위에 얹으면서 그에게 현실을 직시시켰다.“지금은 영도 씨가 날 쥐락펴락할 수 있는 때가 아니야.”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내일 꼭 이혼할 거야.”주영도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정말 나한테 미련이 하나도 없어?”“영도 씨만 아니었어도 난 진작 자유의 몸이 됐어.”그의 아이를 낳는 도구로 전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뱃속의 아이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아이랑 이혼,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어.”주영도가 어두운 눈빛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알았어. 그렇게 해.”원하는 답을 얻고서야 강루인은 만족스럽게 돌아섰다.그날 밤, 주영도가 옆에 누우려던 그때 강루인은 그에게 옆방으로 가라고 했다.“우린 곧 이혼할 사이야.”“이혼하기로 한 거지, 한 건 아니잖아. 아직 부부라고.”그러고는 제멋대로 강루인과 한 침대에 누웠다.“이혼하겠다고는 했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네 옆에 있을 거야.”주영도가 뒤에서 그녀를 껴안으며 속삭였다.“네가 이혼하자마자 약속을 어길지도 모르잖아. 지금도 이렇게 아이로 협박하는데.”“내가 영도 씨 같은 사람인 줄 알아?”“그렇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아. 내가 믿느냐가 중요하지. 앞으로 열 달 동안 주씨 가문 사모님 역할을 잘하겠다고 약속해. 그러면 내일 이혼해줄게.”강루인이 정정했다.“아홉 달이야. 이제 아홉 달 남았어.”주영도가 그녀의 검은 뒷머리를 어두운 눈빛으로 가만히 응시했다.“그래, 아홉 달.”강루인은 이것이 주영도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양보이고 그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장 이혼을 거절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 그녀는 주영도가 아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이용하고 있었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안으려는 주영도를 강루인은 더 이상 밀어내지 않았다. 아홉
Read more

제418화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과 달리 주영도는 강루인이 왜 이러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또 뒤에서 수작을 부릴까 봐 걱정돼서였다.사실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번엔 정말 손대지 않았으니까.진짜 이혼 증명서를 손에 쥐고 나서야 강루인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나 드디어 이혼했어!’따끈따끈한 이혼 증명서를 쥔 채 가정 법원 밖으로 나왔다. 강루인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고 여전히 멍했다. 그간의 과정이 워낙 험난했던 탓인지, 순조롭게 끝나니 오히려 기분이 이상했다.“이제 만족해?”주영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강루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혼 증명서를 가방 깊숙이 챙겨 넣었다.‘만족하냐고? 완전 만족해. 소원을 성취했는데 만족하지 않을 리가 있겠어?’그때 주영도가 차 안에서 꽃다발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축하해.”강루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미쳤나?’그는 꽃다발을 그녀의 품에 억지로 안겨주었다.“소원이 이루어진 걸 축하해.”문득 그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게 아니라 이혼했는데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다.하지만 이 축하는 쿨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은 일이라 축하받는 것도 당연했기에 꽃다발을 순순히 받았다.“고마워.”이제 그들은 협력 파트너 관계가 된 셈이었다. 무사히 결실을 보기 전까지는 일단 서로 얼굴을 붉히지 말고 지내야 했다.주영도가 말했다.“오후에 한가하니까 같이 아기용품 사러 가자.”이혼하자마자 전남편과 아기용품을 고르러 가다니. 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을 겪는 사람이 강루인 말고 또 있을까?그들은 곧장 쇼핑몰로 향했다.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주영도는 쇼핑 내내 강루인의 손을 놓지 않고 지켜주면서 걸었다.강루인은 손을 뿌리치고 싶었으나 주영도가 꽉 잡은 바람에 뿌리칠 수가 없었다.“난 내 아이를 잡은 거지 널 잡은 게 아니야.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혹시라도 부딪히면 어쩌려고 그래?”강루인이 말했다.
Read more

제419화

강루인의 비아냥에 구아정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두 눈에 독기가 스쳤다가 주영도가 시선을 돌리기 전에 서둘러 표정을 관리했다.구아정이 가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오빠....”구아정을 본 순간 주영도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치더니 시선이 그녀의 배에 닿자마자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 구아정의 등장이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야?”구아정이 입을 떼기 전에 강루인이 대답을 가로챘다.“어쩐 일이라니? 당연히 아기용품을 사러 왔지, 밥 먹으러 왔겠어?”강루인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영도 씨 이제 아기용품 고르는 것도 능숙해졌지? 이렇게 만난 김에 아정 씨 것도 골라줘. 임신했는데도 남편이 챙겨주지 않나 봐. 너무 딱해.”구아정이 두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았다.‘빌어먹을 년. 뭐가 잘났다고 이렇게 거들먹거려?’속으로는 저주를 퍼부었지만 겉으로는 겁먹은 것처럼 목을 움츠리며 주영도의 눈치를 살폈다.“두 사람이 여기 있는 줄은 몰랐어...”“알든 모르든 매장에 오는 건 아정 씨 자유죠. 영도 씨가 차린 매장도 아니고.”강루인은 하던 말을 잠깐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아니면 영도 씨가 이 가게를 통째로 사서 아정 씨 아이한테 선물하길 바라는 거예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그러고는 주영도를 돌아봤다.“아정 씨 아이한테 선물하기 전에 우리 아이한테 더 많이 선물해야 한다는 거 알지? 안 그러면 우리 애가 질투해. 아빠가 다른 애를 더 챙긴다고 말이야.”말을 마친 강루인은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구아정을 쳐다봤다.얼굴 근육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으면서도 끝까지 순진한 척하는 구아정의 모습이 강루인은 가소롭기만 했다.‘남을 긁어놓는 게 이렇게나 짜릿했어? 어쩐지 구아정이 예전부터 날 자극하더라니.’구아정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가녀린 목소리로 물었다.“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강루인은 구아정보다 더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말이긴요. 그냥 우
Read more

제420화

더는 구아정과 엮이고 싶지 않았던 주영도는 점원에게 고른 물건을 전부 포장하여 그가 알려준 주소로 배송해달라고 한 뒤 강루인의 손을 잡고 매장을 빠져나갔다.구아정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강루인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천천히 골라요, 그럼.”주영도는 이 자리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듯 아주 빠르게 걸었다. 몸이 힘든 게 딱 질색인 강루인이 바로 불만을 드러냈다.“왜 이렇게 빨리 걸어? 나 힘들어.”그 말에 주영도가 걸음을 멈췄다.“미안해.”강루인이 피식 웃었다.“이렇게 날 데리고 도망치듯 나오면 아정 씨가 서운해하지 않겠어? 뱃속의 아이한테까지 영향이 가면 어쩌려고.”주영도의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졌다.“의사 선생님이 지금 몸 상태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어.”강루인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임신 중절 수술이 불가능하면 그럼 출산은 가능하대?”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순수한 호기심이었다.이 문제에 대해 주영도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구아정의 몸이 회복되는 대로 수술을 진행할 생각뿐이었으니까.그는 강루인에게 이렇게 다짐했다.“아정이 존재가 우리 아이한테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거야.”강루인은 그의 다짐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구아정의 아이가 태어나든 말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주세웅이 본처에게서 태어난 자손을 더 편애할 테니 말이다.혼외자를 키우긴 하겠지만 그저 먹고 살 정도로만 챙겨줄 것이다. 주세웅이 있는 한 주영도의 마음이 변한다 해도 강루인의 아이가 버림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한편 유아용품 매장.주영도가 강루인을 애지중지 챙기는 모습을 본 구아정은 질투심에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매장 점원들의 시선조차 의미심장하고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구아정이 점원들을 쏘아보며 소리를 질렀다.“뭘 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결국 쇼핑할 마음도 사라져 씩씩거리며 매장을 나섰다.차에 올라탄 구아정이 들고 있던 가방으로 조수석 대시보드를 마구 내리쳤다.“대체
Read more
PREV
1
...
4041424344
...
5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