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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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그 후 이틀 동안 강루인은 문밖을 나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필요한 모든 걸 방 안에서만 해결했고 그렇게 안북시로 돌아갈 때까지 갇혀 있었다.하지만 안북시로 돌아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다른 곳에서 계속 자유를 제한받으며 갇혀 살 뿐이었다.갇혀 지내는 동안 주영도는 거의 매일 밤 그녀와 잠자리했다. 임신에 유리하다는 모든 자세를 빠짐없이 시도했다.매번 절정의 순간이 오면 주영도는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고 그녀의 몸 안에 흔적을 남기고 있음을 똑똑히 느끼게 했다.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아침, 주영도는 회사에 가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외출했다.그가 강루인을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병원이었다.강루인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피를 뽑고 검사를 마친 후 의사가 강루인에게 임신 증세가 보인다고 했다.순간 그녀는 머리가 윙 했다.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임신이라는 두 글자가 머리에 박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숨 쉬는 것조차 까먹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주영도가 강루인의 어깨를 감싸 안더니 눈웃음을 지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루인아, 들었어? 뱃속에 아기가 생겼대.”강루인은 며칠 동안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었다. 제발 임신만은 되지 않기를.‘분명 임신이 어려운 몸이라고 했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쉽게 된 거야? 대체 왜?’의사가 말했다.“아직 초기라 잘 나타나지 않으니까 보름 뒤에 다시 검사받으러 오세요.”주영도는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남편처럼 의사의 당부를 꼼꼼히 들으며 머리에 새겼다. 반면 넋이 나간 강루인은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가 그녀의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미소를 지었다.“루인아, 너 곧 엄마가 돼.”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앞의 주영도를 쳐다봤다.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았다.“대체 왜?”“뭐가?”강루인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왜 나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거야?”주영도가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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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구아정이 눈을 가늘게 뜨자 눈동자 깊은 곳에 위험한 기운이 번뜩였다.“저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지 두고 보죠.”...산부인과를 나온 주영도는 곧장 강루인을 데리고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함께 나타난 걸 본 이수희가 흠칫 놀랐다. 주영도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할머니, 저희 왔어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게 있어요. 루인이 임신했어요.”이수희의 반응도 강루인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와 똑같았다. 넋이 나간 듯했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그녀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강루인을 쳐다봤다.‘어떻게 된 거지? 두 사람 이혼한 거 아니었어?’강루인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할머니, 이 아이 전 낳을 생각 없어요.”주영도가 강루인의 어깨를 어루만졌다.“또 헛소리하네. 할머니, 루인이도 너무 기쁜 나머지 잠시 정신을 못 차려서 이러는 거예요. 아이를 몇 년이나 기다린 끝에 드디어 생겼어요. 할머니도 기쁘시죠? 몸조리 잘하세요. 열 달 뒤면 귀여운 증손주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이수희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나이 든 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생명을 반기지만 이수희는 강루인의 상황이 더 걱정되었다. 아이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강루인을 보며 이수희가 말했다.“영도야, 루인이랑 잠깐 단둘이 얘기해도 될까?”주영도가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그러세요. 그럼 전 밖에서 기다릴게요.”그러고는 강루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할머니랑 천천히 얘기 나눠. 서두르지 않아도 돼.”그는 나갈 때 간병인까지 함께 데리고 나갔다.이수희가 강루인의 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얼마나 됐어?”강루인이 대답했다.“몰라요.”관계를 가진 지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기에 정확히 얼마나 되었는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이수희가 강루인의 손을 잡고 어루만졌다.“어떻게 할 생각이야? 다시 합치려고?”그녀는 주영도가 이 아이를 몹시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아이가 태어나면 십중팔구 주씨 가문에서 데려갈 것이고 강루인이 양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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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병원을 나선 후 주영도는 곧장 유아용품 구역으로 향했다. 아직 아이의 성별을 모르기에 남자아기와 여자아기의 용품을 모두 샀다. 심지어 누군가에게 전화하여 아기방까지 꾸미라고 했다.강루인이 임신했다는 소식에 진경자는 그녀의 며느리가 임신했을 때보다도 더 흥분했다.“너무 잘됐어요, 정말.”기분이 좋았던 주영도는 도우미들에게 보너스까지 줬다.“봐. 다들 우리를 축하해주고 있어.”주영도는 강루인의 임신 소식을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 일이 주씨 가문에 꽤 큰 파장을 일으켰다.할머니 김옥순이 몸에 좋은 음식들을 가득 보내왔고 강루인에게 몸조리를 잘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마지막에는 주영도를 혼내기도 했다.“이제 곧 아빠가 되니까 예전처럼 철없이 굴면 안 돼. 네 집사람이랑 아이를 잘 보살펴야 한다는 거 명심해. 또 루인이를 화나게 했다간 내가 제일 먼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주영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잘 보살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시어머니 박정금도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5년이나 기다린 손주가 드디어 생겼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녀가 가져온 선물 꾸러미들이 바닥에 가득 쌓였다.박정금도 이젠 세상 다정한 시어머니 모드로 바뀌었다.“임신 초기니까 조심 또 조심해야 해. 불편한 데 있으면 영도한테 시켜.”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걱정 어린 말에 강루인은 천 근짜리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강루인이 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자 모두 화들짝 놀랐다.“몸이 좀 안 좋아서 먼저 올라가 쉴게요.”이 말을 끝으로 더는 사람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몸이 좋지 않다는 소리에 박정금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졌다.“몸이 좋지 않다니? 당장 병원에 가봐. 지금 루인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안 돼.”주영도가 따라 올라가려던 박정금을 제지했다.“일단 진정하세요. 내가 가서 볼게요.”박정금을 안심시킨 후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강루인이 창가에 서서 바깥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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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강루인이 아이를 낳겠다고 얘기한 후부터 주영도는 그녀의 요구라면 무조건 다 들어줬다.주초원의 생일 파티에 그녀는 가지 않아도 되지만 친오빠인 주영도는 가야 했다. 하지만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주초원과 비슷한 또래들만 있었고 또 강루인과 아이 옆에 있어 줘야 했기 때문이었다.생일 파티 현장.“영도 오빠.”부름에 주영도가 고개를 돌렸다. 구아정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잠깐 넋이 나갔다.오늘 구아정의 차림새가 평소와 사뭇 달랐다. 그녀에게서 구연정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주영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옷이 이게 뭐야?”구아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안 예뻐?”“너한테 어울리지 않아.”그녀의 얼굴에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그럼 다음부터는 이렇게 입지 않을게.”구연정과 너무나도 닮은 구아정의 두 눈에 슬픔이 어려 있는 걸 본 주영도가 말했다.“날 신경 쓸 필요 없어. 너만 좋으면 됐지, 뭐.”“알았어.”구아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얌전했다.그 후 두 사람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고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결국 주영도가 먼저 침묵을 깼다.“짐 정리는 다 됐어?”“거의 다 됐어.”주영도가 고개를 끄덕였다.“모레 사람을 보낼게. 널 데려다주게.”“오빠, 오빠랑 루인 언니한테 밥 한 끼 사주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가면 앞으로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잖아. 그동안 내가 어리석게 굴었던 것에 대해 루인 언니한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주영도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식사는 됐어. 사과는 내가 루인이 대신 받을게. 넌 앞으로 네 인생이나 잘 살아.”그가 거절하자 구아정도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내가 떠나는 날에 오빠가 날 배웅해주면 안 될까?”“일이 바빠서 안 돼.”그 말에 구아정의 두 눈에 실망이 스쳤다.“알았어... 그럼 지금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묻자마자 주영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주영도가 손으로 밀어내려던 그때 구아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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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구아정이 몇 번 토하더니 이내 눈을 감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오빠, 아정 언니가 쓰러졌어요.”주초원이 크게 소리쳤다.그 소리에 주영도의 표정이 굳어졌다. 곧바로 차를 몰아 그녀를 병원으로 이송했다....그 시각 선샤인 빌리지.아침 식사를 하던 강루인이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 배가 조금 불편했던 것이었다.마침 그녀를 보살펴주려고 온 박정금이 그 모습을 보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 몸이 안 좋아?”강루인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하지만 박정금은 괜찮다는 말에도 안심하지 않았고 제멋대로 결정했다.“병원 가자. 넌 지금 홑몸이 아니야.”그녀는 이 아이를 오랫동안 원했기에 무척이나 신경 썼다. 즉시 운전기사를 불러 강루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박정금은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영도야, 루인이...”그런데 박정금이 뭐라 하기도 전에 주영도가 말을 가로챘다.“어머니, 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 이따가 다시 연락드릴게요.”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좁은 차 안, 강루인이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사실 강루인은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병원.박정금은 불안한 나머지 강루인에게 할 수 있는 검사를 모두 시켰다.“산모님 약간 빈혈이 있으시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세요.”의사가 지나치게 마른 강루인을 보며 말했다.“요즘 젊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만 하려고 한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우리 여자들은 몸에 지방을 좀 저장해둬야 해요. 중요한 순간에 지방이 우리를 살리거든요.”의사가 말을 이었다.“지금 잘 먹고 몸조리 잘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임신 기간 내내 산모가 고생해요.”박정금이 물었다.“다른 문제는 없나요? 뱃속 아이는 괜찮은 건가요?”의사가 대답했다.“아직 안정기가 아니라서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의사의 말에 박정금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약이라도 먹어야 할까요?”“아니요. 영양 보충을 많이 하세요. 아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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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강루인이 웃으면서 박정금을 쳐다봤다.“어머님, 다른 손자가 저 안에 누워있는데 들어가서 보지 않으세요?”박정금이 말을 잇지 못했다.예전에 손자를 간절히 원했을 때는 생기지 않더니 한꺼번에 둘이나 생겼다. 손자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돼버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박정금이 입을 열기 전에 구아정의 부모가 모습을 드러냈다.양쪽 부모가 만난 걸 본 강루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얘기 나누세요. 전 기사님한테 데려다 달라고 할게요.”그녀가 가려 하자 조급해진 주영도가 강루인의 팔을 잡았다.“같이 가.”바로 그때 안에서 구아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오빠 어디 있어?”강루인이 그가 잡고 있는 팔을 빼내려 하면서 흔쾌히 그를 놓아주었다.“들어가서 봐. 지금 영도 씨가 필요할 텐데.”하지만 주영도가 너무 꽉 잡은 바람에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주영도가 보이지 않자 구아정이 안에서 뛰쳐나왔다.“오빠...”그녀 뒤로 의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산모분, 뛰지 마세요.”검은 형체가 순식간에 주영도의 품에 와락 안겼다. 구아정이 그에게 무척이나 의지했다.“오빠, 나 무서워.”강루인이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과 주영도가 붙잡고 있는 그녀의 팔을 번갈아 보았다. 이 광경을 보면 그녀가 남의 남편을 빼앗으려는 내연녀 같았다.“이거 놔. 아정 씨 임신했잖아. 지금 신발도 안 신었어.”구아정이 주영도를 껴안고 있어 거칠게 밀어낼 수 없었던 주영도는 일단 강루인을 놓아주었다.그러고는 구아정의 부모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데 구아정이 주영도에게만 매달린 바람에 누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주영도가 직접 구아정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루인아, 잠깐만 기다려. 내가 데려다줄게.”강루인의 얼굴에 여전히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이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주영도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휙 가버렸다.박정금이 방 안쪽과 강루인을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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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주영도는 구아정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원치 않았다. 그리고 절대 낳아서도 안 되었다.구아정이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싫어. 이건 내 아이야. 절대 안 지워. 오빠도 지우라고 할 자격 없어.”주영도가 설득했다.“네 몸 상태로는 아이를 낳으면 안 돼.”“그래도 싫어.”구아정이 그대로 뛰쳐나갔다.“아정아!”채정화가 소리치며 뒤따라갔다.주초원은 구아정의 부모가 모두 뛰쳐나가는 걸 보고는 주영도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이 아이도 오빠 아이잖아요. 정말 안 가질 거예요?”주영도가 대답했다.“네 새언니 이미 임신했어.”“우리한테 아이를 키울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잖아요.”사람도, 돈도 부족하지 않았다. 한 명을 키우든 두 명을 키우든 상관없을 텐데.주영도가 말했다.“난 혼외자 따위 필요 없어.”주초원이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혼외자도 오빠가 만든 거잖아요.’만약 강루인이 임신하지 않았다면 구아정의 아이를 틀림없이 원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구아정은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었다....선샤인 빌리지.집으로 돌아온 후 박정금은 진경자에게 강루인의 입맛에 맞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많이 만들라고 하면서 그녀의 몸을 반드시 잘 챙겨야 한다고 지시했다.진경자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실 박정금이 얘기하지 않아도 마음을 쓰고 있었다.강루인은 박정금이 걱정하는 걸 보면서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뱃속의 아이 때문에 이렇게 걱정해주고 있다는 걸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주영도가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꽤 빨리 들어왔다.발소리가 가까워져도 강루인은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뜨개질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왔어?”주영도는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윽하게 쳐다봤다.“어디가 안 좋아서 병원에 다녀온 거야?”“별일 아니었어. 의사 선생님이 잘 쉬면 된다고 했어. 영도 씨 어머니가 너무 걱정하신 거야.”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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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어차피 아이만 낳으면 강루인의 임무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주영도가 몇 명을 낳든 그녀와는 상관이 없었다.강루인의 무심한 태도에 주영도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다리에 올려두었던 손에 힘을 꽉 주면서 거친 숨을 내쉬었다.강루인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파.”주영도는 심호흡으로 감정을 가라앉히고는 손을 풀고 차분하게 말했다.“내 아이 엄마는 너뿐이야. 아정이는 수술시킬 거니까 걱정하지 마.”무슨 수술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강루인은 그의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영도 씨가 이런다고 해서 내가 감동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겠지?’강루인이 덤덤하게 말했다.“그건 영도 씨 일이야. 어떻게 처리하든 나한테 얘기할 필요 없어.”주영도가 손을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 위에 올려놓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이 아이가 유일한 내 아이야.”손바닥의 온기가 복부에 퍼졌다. 하지만 그 따스함이 심장까지는 전달되지 않았다.강루인이 말했다.“이 아이 내가 떠나고 나면 잘 키워줘.”그 말에 주영도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침을 꿀꺽 삼켰다.“정말 우리 아이를 버릴 셈이야?”강루인이 굳은 표정으로 그의 손을 쳐냈다.“약속을 또 어기려고?”뜨개질 바늘 끝이 주영도의 손등을 스쳐 붉은 자국이 생겨버렸다. 그녀가 흥분하기 전에 일단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다.“그냥 네가 잘 생각해보길 바랄 뿐이야.”“내 조건은 변하지 않아.”강루인이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아이 지울 거야. 아무튼 방법은 많아.”그녀의 칠흑 같은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주영도는 그녀가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약속 지킬게.”...아래층에서 기다리던 박정금이 주영도가 내려오자 바로 잡아끌었다. 그러고는 주영도의 팔을 냅다 때렸다.“이 녀석아, 중요한 순간에 사고를 치면 어떡해?”‘루인이 아직 임신 초기라 충격이라도 받아서 아이를 잃으면 큰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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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주영도는 구아정에게 수술해줄 의사까지 찾아줬다. 그런데 수술 직전 구아정은 심장 문제로 또다시 병원에 실려 갔다.주영도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가 막 구아정에게 응급 처치를 마친 참이었다.의사가 말했다.“환자분의 현재 건강 상태로는 임신 중절 수술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수술을 원하신다면 환자 상태가 안정되고 검사를 마친 후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핏기없이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는 구아정을 보던 주영도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채정화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갈라진 목소리로 애원했다.“영도야, 제발 아정이 좀 내버려 둬. 이 아이는 우리 구씨 가문의 손자지, 앞으로 주씨 가문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나랑 아정이 아빠가 잘 보살필 테니까 너한테 폐를 끼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아이한테 친아빠가 누구인지도 얘기하지 않을게.”주영도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이 없자 채정화가 이를 악물더니 주영도에게 무릎을 꿇었다.“영도야, 내가 이렇게 빌게.”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아정이는 연정이의 유일한 동생이고 나의 유일한 딸이야. 아정이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바로 그때 주영도의 뒤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왜 이러세요? 얼른 일어나세요.”말하는 이는 다름 아닌 양동운이었다. 양동운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정화를 일으켜 세웠다.“영도야...”채정화는 계속 간절한 눈빛으로 주영도를 쳐다봤다.양동운은 구아정의 부모가 곤란해지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주영도를 끌고 나갔다.비상계단.양동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주영도, 너무 심한 거 아니야?”주영도의 얼굴 절반은 그림자가 드리워 어두웠고 절반은 조명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이젠 아정이 목숨마저 신경 쓰지 않는 거야?”양동운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려 했다. 그런데 불을 붙이기도 전에 주영도가 낚아채 던져버렸다.“우리 와이프 임신했어. 담배 냄새가 내 몸에 묻으면 안 돼.”양동운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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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네 어머니도 그러셨잖아. 아이를 데려가 키우겠다고. 넌 이 아이를 인정하지 않아도 돼. 양육비만 줘. 강루인의 아이한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거야. 이러면 괜찮지 않아?”양동운이 보기엔 이 선택이 양쪽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다.주영도는 이 선택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구아정이 지금 당장 수술할 수 없는 상태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구아정과 아이 모두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 잔인한 사람이 아니었다.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주영도는 잠시 이 문제와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 비상계단을 나온 그는 구아정에게 가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양동운은 그래도 병실로 돌아갔다.들어갔을 때 구아정이 깨어 있었다. 양동운을 보고는 힘없이 불렀다.“동운 오빠.”양동운이 물었다.“좀 어때?”구아정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건넸다.“엄마가 그러던데 영도 오빠랑 나가서 얘기했다면서요? 영도 오빠는요?”말하면서 문 쪽을 곁눈질했다.양동운이 주영도 대신 둘러댔다.“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갔어. 나더러 남아서 널 보살피라고 하더라고. 일단 몸조리 잘하고 다른 건 나중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보자고 했어.”그 말에 구아정의 눈이 반짝였다.“영도 오빠가 이 아이를 낳아도 된다고 했단 말이야?”“응.”“정말?”“내가 왜 거짓말하겠어?”사실 거짓말이었다. 주영도는 끝까지 아이를 남기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있으니 차차 설득하면 될 일이었다. 심장이 좋지 않은 구아정이 무리한 생활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구아정이 말했다.“역시 이럴 줄 알았어. 오빠는 나한테 잔인하게 하지 못해.”그녀의 얼굴에 어려 있는 감동을 본 양동운은 문득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미 큰소리를 쳐놓았기에 말을 바꿀 수도 없었다.구아정을 안심시킨 후 양동운도 병원을 나섰다. 구아정이 이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게 주영도를 어떻게 설득할지 계속 고민했다.양동운이 떠나자마자 구아정의 얼굴에 떠 있던 순수함과 연약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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