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속으로 괜찮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주영도 앞에서는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성난 오빠를 마주한 순간 지금 이 상황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박정금이 자연스럽게 주초원의 앞을 막아섰다.“영도야, 네 마음은 알지만 초원이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계단이 미끄러워서 발을 헛디딘 바람에 루인이까지 넘어진 거야. 초원이 발목 삐끗한 거 안 보여? 몸에도 찰과상이 가득해.”말하면서 주초원이 다친 곳을 보여줬다.“우리 초원이가 어떤 애인지 몰라? 루인이 뱃속의 아이가 초원이 조카인데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하겠어? 이건 명백한 사고야.”주영도가 주초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선샤인 빌리지에는 왜 갔어?”주초원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말까지 더듬었다.“그... 그냥 강루인의 얼굴 좀 보려고...”주영도가 계속 무섭게 몰아붙였다.“얼굴 봐서 뭐 하려고?”주초원이 목을 잔뜩 움츠렸다.“뭘 하려 했던 게 아니에요. 정말 그냥 보러 갔어요.”그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목소리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주초원, 똑바로 말해. 선샤인 빌리지에 왜 갔어? 대체 무슨 목적으로 간 거냐고!”주영도의 살벌한 눈빛에 주초원은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오빠가 이런 태도를 보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억울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강루인이 그렇게 중요해?’그녀가 박정금의 팔을 잡고 울먹거렸다.“엄마...”그러자 박정금이 다시 나섰다.“영도야, 그렇게 범인을 심문하듯이 몰아붙이지 마. 초원이 지금 겁먹었잖아.”주영도의 눈빛에 일말의 온기도 없었고 목소리도 여전히 차가웠다.“루인이 지금 수술실에 누워 있어요.”그 한마디에 박정금은 말을 잇지 못했다.한쪽은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손주였고 다른 한쪽은 십여 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귀한 딸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감정의 무게는 후자 쪽으로 쏠려 있었다. 어쨌거나 딸에게는 진심을 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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