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421 - Chapter 430

523 Chapters

제421화

“그건 절대 안 돼요!”유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자 구아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위협했다.“안 하면 유진 씨에 대해 다 폭로해버릴 겁니다.”“마음대로 하세요.”룸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팽팽해졌다. 한쪽은 상대를 쥐고 흔들려 했고 한쪽은 계속 반항했다.유진이 딱 잘라 말했다.“전 아정 씨가 손에 쥐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칼이 아니에요. 부탁 하나는 들어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돼요. 제 손에 직접 피를 묻히는 짓은 더더욱 할 수 없고요. 저에 대해 폭로할 생각이라면 저도 아정 씨가 시킨 일들을 주 대표님께 전부 얘기할 겁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니까요.”그 말에 구아정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감히 나를 협박해요?”그녀의 두 눈에 담긴 살기를 유진도 똑똑히 보았다.“협박이 아니라 거절이에요.”강루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유도하는 일조차 내키지 않았는데 이젠 살인까지 하라니...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일을 하겠는가?해울시에서 요트를 탔을 때 벌어진 일을 유진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잃고 싶진 않았다.구아정이든 주영도든 그 누구의 심기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숨죽이고 몸을 사리는 것뿐이었다.유진이 구아정에게 귀띔했다.“루인 씨 뱃속의 아이를 대표님께서 얼마나 각별하게 여기는지 알죠? 그 아이한테 손대기 전에 나중에 대표님이 아셨을 때 그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잘 생각해보세요.”구아정의 두 눈에 분노가 점점 차올랐다. 유진마저 주영도에게 버림받은 그녀를 비웃고 있다고 생각했다.“네까짓 게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영도 오빠는 지금 잠시 나한테 화났을 뿐이라고. 다들 정말로 오빠가 나보다 강루인을 더 신경 쓴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화를 내든 말든 유진은 개의치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전 그저 팩트를 말했을 뿐이에요.”구아정과 강루인 사이에 대체 무슨 원한이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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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함지율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방금 뭔가를 깨뜨린 게 구아정이었어?’그러다가 조금 전 지나간 낯이 익은 여자가 떠올랐다.‘대체 누구지? 어디서 봤더라?’구아정이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날 미행했어?”그 말에 함지율이 대놓고 비웃었다.“미행? 네까짓 게 뭐라고 내가 미행을 해?”‘웃겨서 원. 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함지율은 구아정처럼 여우 짓 하는 여자를 질릴 정도로 많이 봤다.‘이렇게 수준 낮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주영도밖에 없어. 두 사람 정말 천생연분이야. 다 쓰레기니까.’쳐다보는 것조차 재수가 없다고 생각한 함지율은 시선을 거두고 룸으로 들어갔다.구아정이 함지율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누가 강루인 그년의 친구가 아니랄까 봐. 똑같네, 아주.’그녀의 머릿속이 다시 강루인으로 가득 찼다. 유진이 말을 듣지 않으니 다른 수를 써야 했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는데 바로 주초원이었다.행동파인 구아정은 곧바로 주초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주초원이 물었다.“언니, 무슨 일이에요?”“내일 토요일이라 쉬지? 언니가 밥 사줄게. 밥 먹고 쇼핑도 좀 하자.”“좋아요.”주초원의 나이라면 쇼핑을 싫어할 리가 없었다. 구아정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내일 만나기로 했다.전화를 끊자마자 구아정의 두 눈에 독기가 서렸다. 주초원을 만나기 전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게 있었다....쇼핑몰을 나온 주영도는 강루인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선샤인 빌리지에 도착해보니 노윤환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영도에게 볼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강루인이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두 걸음도 떼기 전에 주영도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너 때문에 온 거야.”‘나 때문이라고?’주영도가 노윤환에게서 건네받은 서류를 강루인에게 내밀었다.“사인해.”강루인의 시선이 서류에 향했다. 자산 양도라는 네 글자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무슨 뜻이야?”그는 사인할 펜을 꺼내 뚜껑까지 정성스레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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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다음 날 구아정은 만나기로 약속한 식당에 먼저 도착해 미리 준비해둔 약을 물에 탔다. 약을 타자마자 룸 문이 열렸다.“언니.”주초원의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 구아정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얼른 와서 앉아.”그러고는 미리 약을 타 놓은 물컵을 건넸다.“목마를 텐데 이거 먼저 마셔.”주초원은 의심 없이 컵을 받아들었다.“고마워요.”날씨가 더웠던 탓에 차에서 내려 식당까지 오는 짧은 거리에도 주초원은 땀을 흘렸다. 하여 컵에 든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그녀가 물을 마신 걸 본 구아정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주초원이 컵을 내려놓자 다정하게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이것저것 주문했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더 시켜.”주초원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역시 날 제일 잘 아는 건 언니예요. 오빠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다니까요?”“넌 내가 제일 아끼는 동생인데 당연히 잘 알지. 네 오빠를 너무 미워하지 마. 말을 하진 않아도 친동생을 엄청 사랑할 거야.”주초원이 콧방귀를 뀌었다.“사랑하긴요. 강루인 그 여자한테 잘해주지 않으면 용돈도 끊겠다고 협박까지 했어요. 언니, 우리 오빠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주영도가 강루인을 편드는 것만 생각하면 주초원은 질투가 났다.‘오빠는 더 이상 날 가장 아껴주던 예전의 다정한 오빠가 아니야.’그 말에 구아정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겉으로는 위로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루인 언니가 오빠 아내잖아. 게다가 지금 임신 중이고. 네가 참아야지.”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란 주초원은 집안에 그녀보다 사랑받는 존재가 있다는 걸 참지 못했다. 강루인이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오빠뿐만 아니라 엄마까지 강루인만 챙기기 시작했다.박정금은 좋은 것이 생기면 죄다 강루인에게 보냈다. 이젠 뒷전이 됐다는 생각에, 집에서의 지위가 확 떨어졌다는 생각에 주초원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주초원이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내가 왜 참아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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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그 여자가 뭔데 감히 우리 주씨 가문의 핏줄을 두고 왈가왈부하는데요? 가서 물어봐야겠어요.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러는지.”말을 마친 주초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하자 구아정이 그녀를 붙잡았다.“어디 가려고? 흥분하지 마. 루인 언니도 지금 아이를 가졌잖아. 혹시라도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주초원이 그녀가 잡은 손을 뿌리쳤다.“언니는 이 일 신경 쓰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구아정은 못 이기는 척 손을 놓고는 계속 부채질했다.“가지 마, 초원아. 내가 너한테 이런 말을 했다는 걸 루인 언니가 알면 분명히 영도 오빠한테 일러바칠 거야. 오빠랑 사이가 멀어지는 게 싫어.”주초원이 큰소리를 쳤다.“언니가 말했다는 건 절대 얘기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구아정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멀어지는 주초원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조금 전까지 곤란해하던 기색은 온데간데없고 목적을 달성한 자의 만족감만 서려 있었다.배를 어루만지며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비워진 물컵을 쳐다보는 구아정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주초원, 부디 최선을 다해줘. 내가 거는 기대에 어긋나지 말라고.’주초원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채 선샤인 빌리지로 쳐들어갔다. 그녀를 본 진경자가 깍듯하게 인사했다.“아가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주초원이 거실을 훑어보며 물었다.“강루인 어디 있어요?”“사모님 서재에 계세요. 무슨 일이신가요?”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진경자가 급히 막으려 했지만 주초원이 진경자를 거칠게 밀어버렸다. 그 바람에 진경자는 휘청거렸다가 이내 중심을 잡고 다시 따라갔다.주초원이 서재 문을 열어젖혔다. 너무 세게 연 나머지 문이 벽에 부딪히면서 몇 번이나 튕겼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강루인이 화들짝 놀랐다. 종이에 그리던 선마저 비뚤어졌다.주초원인 걸 보자마자 강루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왜 또 저래? 미쳤나?’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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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마지막 순간에 주초원이 머리를 굴렸다. 뻗은 손을 갑자기 거두더니 일부러 발을 헛디딘 척하며 앞으로 넘어졌다.“으악.”“사모님, 조심하세요.”주초원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란 진경자가 소리를 질렀다.강루인이 고개를 돌린 그때 주초원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녀를 덮치려 했다. 순간 움찔했다가 피하려 했으나 몸을 돌린 순간 그녀도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몸이 뒤로 쏠리자 강루인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난간을 잡았다. 그런데 중심을 잡기도 전에 주초원이 강루인을 덮쳤고 그 관성에 강루인은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주초원 역시 몇 계단을 미끄러진 후에야 강루인의 옆에 멈췄다. 곧이어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사모님.”진경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아랫배를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온몸에 퍼졌고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강루인의 배를 무참히 내리치는 것 같았다. 강루인의 얼굴이 핏기없이 창백해진 동시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끊이지 않았다.거실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안색이 창백해진 강루인을 본 주초원은 끓어오르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등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그녀는 강루인의 아랫배를 보면서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나 사람 죽인 거 아니야?’잘못을 저지른 건 찰나였지만 두려움이 계속하여 주초원의 숨통을 조였다.‘어떡하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발이 미끄러진 거라고.’...외국 업체와의 미팅이 끝나자마자 주영도는 집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강루인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에 그의 안색이 확 변하더니 전화를 끊을 새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자동차가 불이라도 뿜을 기세로 미친 속도로 달린 끝에 평소의 절반 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그가 도착했을 때 강루인은 여전히 수술실 안에 있었다.“어떻게 된 거예요?”주영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대체 어떻게 챙겼길래 임산부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해요?”진경자는 그녀가 본 상황을 그대로 주영도에게 말했다. 조심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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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오빠,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속으로 괜찮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주영도 앞에서는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성난 오빠를 마주한 순간 지금 이 상황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박정금이 자연스럽게 주초원의 앞을 막아섰다.“영도야, 네 마음은 알지만 초원이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계단이 미끄러워서 발을 헛디딘 바람에 루인이까지 넘어진 거야. 초원이 발목 삐끗한 거 안 보여? 몸에도 찰과상이 가득해.”말하면서 주초원이 다친 곳을 보여줬다.“우리 초원이가 어떤 애인지 몰라? 루인이 뱃속의 아이가 초원이 조카인데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하겠어? 이건 명백한 사고야.”주영도가 주초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선샤인 빌리지에는 왜 갔어?”주초원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말까지 더듬었다.“그... 그냥 강루인의 얼굴 좀 보려고...”주영도가 계속 무섭게 몰아붙였다.“얼굴 봐서 뭐 하려고?”주초원이 목을 잔뜩 움츠렸다.“뭘 하려 했던 게 아니에요. 정말 그냥 보러 갔어요.”그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목소리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주초원, 똑바로 말해. 선샤인 빌리지에 왜 갔어? 대체 무슨 목적으로 간 거냐고!”주영도의 살벌한 눈빛에 주초원은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오빠가 이런 태도를 보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억울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강루인이 그렇게 중요해?’그녀가 박정금의 팔을 잡고 울먹거렸다.“엄마...”그러자 박정금이 다시 나섰다.“영도야, 그렇게 범인을 심문하듯이 몰아붙이지 마. 초원이 지금 겁먹었잖아.”주영도의 눈빛에 일말의 온기도 없었고 목소리도 여전히 차가웠다.“루인이 지금 수술실에 누워 있어요.”그 한마디에 박정금은 말을 잇지 못했다.한쪽은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손주였고 다른 한쪽은 십여 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귀한 딸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감정의 무게는 후자 쪽으로 쏠려 있었다. 어쨌거나 딸에게는 진심을 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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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아이가 무사하다는 한마디에 주영도는 비로소 한시름을 놓았다.조금 전 너무 초조했던 탓에 안면 근육이 다 미세하게 떨렸다. 긴장이 풀리자 그제야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걸 알았다.‘정말 다행이야. 아이랑 루인이 모두 무사해서.’의사가 계속해서 상황을 설명했다.“태아가 아직은 괜찮지만 유산기가 있어서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위험한 고비를 넘길 때까지 당분간은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해요.”그 말에 주영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의사가 떠난 후 박정금이 들어왔다. 혼수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 강루인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영도야, 의사 선생님이 뭐라셔? 아이는 무사하대?”“네. 무사하긴 한데 유산기가 있대요.”박정금도 그제야 안도했다. 아이가 유산되지만 않으면 되었다.주영도가 강루인의 차가운 손을 감싸 쥐며 말했다.“어머니, 초원이더러 오라고 하세요.”박정금은 순간 움찔했다.“초원이도 다쳤잖아. 일단 좀 쉬게 하고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박정금의 체면조차 봐주지 않았다.“당장 오라고 하세요.”박정금은 주영도가 진심으로 화가 났기에 주초원이 무조건 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한마디 덧붙였다.“초원이는 네 친동생이야. 너무 몰아붙이지 마.”주영도는 대꾸하지 않았다. 지금 모든 신경이 오직 강루인에게만 쏠려 있었다.박정금이 주초원을 데리러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강루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몸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깼어? 좀 어때?”주영도의 기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강루인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배를 내려다봤다. 그녀의 시선을 알아챈 주영도가 서둘러 말했다.“우리 아이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마.”‘무사하다고?’그 대답에 강루인은 별로 기쁘지 않았다.사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순간 이대로 아이를 잃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스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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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주초원의 안색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졌고 당장 눈물을 왈칵 쏟을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주영도가 그녀를 오냐오냐할 땐 제멋대로 굴었지만 무섭게 굴 땐 반항할 수가 없었다.주초원은 굴욕감을 가득 안은 채 강루인의 침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눈동자에 강루인에 대한 증오가 들끓고 있었다.그 증오를 고스란히 느낀 강루인이 주영도에게 말했다.“쇼를 하든 교육을 하든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내 앞에서 이럴 필요는 없어. 통하지 않으니까.”오늘 일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고의라는 걸 강루인은 알고 있었다.‘무릎을 꿇는다고 의심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네가 멍청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멍청한 건 아니야.’강루인이 피식 웃었다가 이어 말했다.“가식 떨 필요도 없어.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경찰이 초원이를 잡아가는 일은 없을 거야. 어차피 신고해봤자 영도 씨가 뒤에서 다 덮어주고 감싸줄 거잖아. 안 그래?”굳이 이곳에서 진심도 아닌 사과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주영도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네 마음속에 난 고작 그런 사람이야?”그가 어떤 사람인지 강루인에게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그녀는 대답 대신 다른 얘기를 꺼냈다. “여동생을 무릎 꿇리는 것보다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게 더 나을 거야.”더는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에 주영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초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루인에게 자존심이 짓밟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휠체어도 팽개치고 씩씩거리며 병실을 나가버렸다. 딸이 걱정됐던 박정금이 서둘러 뒤를 쫓았다.병실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주영도가 목소리를 낮춰 다정하게 말했다.“원하는 보상은 다 해줄게.”강루인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나중에 말고 지금 당장 입금해.”이젠 돈 말고 다른 건 안중에도 없었다. 다른 건 다 부질없었고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야말로 진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주영도는 말을 잇지 못했다.‘언제부터 이렇게 돈에 집착하게 된 거지?’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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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아무 목적도 없이 선샤인 빌리지에 갈 주초원이 아니었고 강루인을 찾아갈 리도 없었다.주영도의 압박감 가득한 눈빛을 마주한 주초원이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오늘 일은 그냥 사고였어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요. 나도 다리를 다쳤는데 왜 자꾸 나만 탓해요?”예전에 다정했던 주영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엄격하기만 했다.“자업자득이야, 그건.”“오빠!”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라 정말 억울했다.‘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어?’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린 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주영도가 진심으로 화를 내면 정말 무서웠다.“빨리 대답해.”그의 추궁에 주초원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마지못해 말했다.“그냥 강루인이 꼴 보기 싫었어요. 애 하나 가졌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 걔만 걱정하잖아요. 나한테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래서 질투가 났어요.”주영도가 입을 열기 전에 박정금이 먼저 그녀의 머리를 툭 치며 꾸짖었다.“이 녀석아, 왜 이렇게 철이 없어?”주초원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자 주영도가 엄숙하게 말했다.“주초원, 나 인내심이 별로 없어. 그러니까 진실만 말해.”그의 섬뜩한 눈빛에 그녀는 겁이 덜컥 났지만 그래도 구아정을 배신하지 않았다. 약속한 이상 어길 수는 없었다.“내가 말한 게 전부 다 사실이에요. 가족들의 관심을 전부 빼앗아간 강루인이 질투 나서 그랬어요. 예전엔 다들 나만 걱정하고 나만 제일 좋아했었는데 강루인이 임신했다고 모든 게 다 바뀌었다고요.”사실 이게 그녀의 속마음이기도 했다. 주초원은 말하다가 억울함이 차올라 울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녀가 울어도 주영도의 눈빛은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고 여전히 차가웠다.“해외 학교 알아놨으니까 짐 챙겨서 바로 떠나.”그 말에 주초원의 안색이 확 변했다.‘날 외국으로 보내려고?’박정금 역시 아들이 너무 심하게 화를 내는 것 같아 재빨리 말렸다.“영도야, 초원이 다쳤잖아.”“죽지 않아요.”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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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주씨 가문의 자제라면 무조건 해외 유학을 가야 했다. 하지만 주초원은 예전부터 유학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왔고 가족들도 동의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약속을 어기다니...주초원의 말에 구아정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가 그냥 화가 나서 하는 소리 아닐까?”“아니에요.”화가 나서 하는 소리라면 다행이겠지만 누가 봐도 진심이었다.구아정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강루인이 오빠 마음속에서 이 정도로 중요해진 거야? 친동생인 초원이조차 밀려나다니. 초원이마저 외국으로 쫓겨난다면 충실한 말 하나가 사라지는 거나 다름없어. 강루인을 처리할 기회를 새로 만들어야겠어.’그 생각에 구아정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최근 들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문득 주초원이 처한 상황이 떠오르자 불안감이 엄습했다.‘친동생한테도 이렇게 화를 내는데 내가 배후에서 조종한 사람이라고 의심하면 어떡하지? 초원이랑 만난 사실을 조금만 알아보면 바로 알 텐데.’하지만 구아정은 이내 생각을 접었다.‘알면 어때? 내가 시켰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는데.’주초원과 구아정을 억지로 엮으려 한다면 기껏해야 주초원이 그녀의 딱한 처지를 동정해 친구로서 대신 화풀이한 것뿐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되었다.이렇게 다짐하긴 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구아정은 어떻게 발뺌할지, 주영도에게 어떻게 얘기할지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했다.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주영도는 추궁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평온했다. 주영도가 그녀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구아정은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그러던 중 노윤환이 구아정을 찾아와 주영도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구아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역시 오빠는 날 신경 쓰고 있었어.’차 안, 구아정이 쉴 새 없이 떠들었다.“오빠 요즘 많이 바빠요? 전화해도 안 받더라고요.”노윤환은 어이가 없었다.‘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이 계속 전화하는데 전화를 받을 리가 있나.’노윤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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