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551 - Chapter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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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강루인의 일을 모두 알게 된 함지율은 최지호를 볼 때마다 날 선 반응을 보였다.최지호가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이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러는 거야? 난 그냥 얌전히 출퇴근이나 하고 저녁이 되면 잠이나 자고 나쁜 짓이라고는 한 적이 없는데 왜 나까지 비난받아야 하는 건데?’“끼리끼리 논다는 말 못 들어봤어? 그런 인간들이랑 친구면 너도 다를 게 없지.”‘다들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니라니까.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이런 잔인한 짓을 할 리가 없지. 그냥 확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최지호가 말했다.“그렇게 치면 한 이불 덮고 자는 사람도 비슷한 부류 아니야? 내가 나쁜 놈이면 나랑 매일 한 침대에서 자는 너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지.”함지율이 서늘한 눈빛으로 최지호를 응시했다. 그 시선을 느낀 최지호가 급히 말을 수습하며 진지하게 덧붙였다.“내 말은 우리 둘 다 더럽혀지지 않은 착한 사람이라는 뜻이야. 남이 추잡하게 군다고 해서 우리 자신까지 낮출 필요는 없어. 그건 잘못된 생각이고 위험한 거야. 그런 생각 좀 고쳐.”최지호는 제발 억울한 그를 이런 일에 엮지 말아 달라는 마음뿐이었다.함지율이 콧방귀를 뀌더니 그의 허튼소리를 흘려들었다.그가 표정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당부했다.“루인 씨한테 당분간 몸조심하라고 전해. 동운이 집안에서 엄청 귀하게 자란 놈이거든. 이번에 심하게 다쳐서 양씨 가문 사람들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만약 강루인에게 든든한 배경이라도 있었다면 이번 일을 정당방위 정도로 매듭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강루인의 신분이 평범 그 자체였다. 아니, 오히려 일반 사람보다도 더 평범했다. 보통 자식 편을 들어줄 부모라도 있지만 강루인에게는 그런 존재조차 없었다.양씨 가문에서 손을 쓴다면 강씨 가문 사람들은 강루인을 직접 그들에게 넘길 게 뻔했다. 그녀를 지켜주는 건 꿈에서나 가능할 일일지도...최지호의 말에 함지율이 상황의 심각성을 바로 이해했다.양동운은 구아정과 달랐다. 양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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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차성열이라면 강루인에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잠시 만항시로 가서 몸을 피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만항시에서 차씨 가문의 권력이 대단하기에 강루인의 안전을 지켜주는 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반면 최지호가 제안한 주영도는 함지율의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주영도에게 맡기느니 차라리 양동운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나았다.주영도는 지금까지 강루인을 제대로 지켜준 적이 없었고 설령 지켜줬다 해도 끝은 언제나 강루인을 찌르는 비수가 되곤 했다.함지율이 최지호가 말했던 우려를 강루인에게 전했다. 얘기를 들은 강루인이 아무 말이 없자 함지율이 그녀의 생각을 얘기했다.“차성열 씨의 진심을 이용하는 거라 도의적이지 않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네가 잘못될까 봐 무서워.”강루인은 함지율이 그녀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지율아, 예전에 성열 선배 어머니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어.”생각지도 못한 말에 함지율이 멈칫했다. 강루인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내가 선배랑 너무 가깝게 지내는 걸 원치 않으셔.”지금도 이미 차성열에게 큰 폐를 끼치고 있었다.폐를 끼치고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그녀를 위해 양씨 가문을 상대해달라는 뻔뻔한 부탁을 할 수 있겠는가?강루인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말에 함지율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갑자기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졌다.강루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았더라면 절대 그 제안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속상함이 밀려와 함지율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루인이 삶이 왜 이리 고단한 거야?’강루인이 함지율의 손을 잡고 웃으며 위로했다.“괜찮아. 설마 날 죽이기야 하겠어?”그 말에 함지율은 마음이 더 괴로워졌다.강루인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안전하게 지켜줄 힘이 없는 자신의 무능함이 한탄스러웠다....의사가 진찰을 마쳤다. 강루인이 더 이상 입원할 필요 없으니 퇴원하여 집에서 쉬면 된다고 했다.함지율이 강루인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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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이틀이나 집 밖으로 안 나왔단 말이야?”경호원이 주영도에게 강루인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의 질문에 경호원이 그렇다고 답했다.“알았어.”그날 밤.도어록을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강루인은 당연히 함지율일 거라 생각했다. 이 집의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함지율밖에 없었으니까.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사람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버렸다.불청객 주영도를 보자마자 강루인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당신이 우리 집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아?”주영도가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몸이 안 좋아?”강루인이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우리 집 비밀번호를 어떻게 아냐고!”제집처럼 드나드는 주영도의 모습에 강루인은 불쾌감이 밀려왔다. 주영도가 강루인의 안색을 살폈다. 별다른 이상이 없는 걸 보고서야 대답했다.“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사람을 불러서 열었어.”그 말에 강루인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주영도의 독단적이고 제멋대로인 태도가 정말 지긋지긋했다.‘당신이 뭔데.’“당장 나가.”주영도가 해명했다.“다른 뜻은 없어. 그저 네가 걱정됐을 뿐이야.”강루인이 현관 쪽으로 다가가 그를 내쫓았다.“나가라고.”그가 전보다 눈에 띄게 야윈 그녀의 몸을 보면서 말했다.“경자 아주머니 요즘 한가하신데 아주머니더러 널 좀 돌봐주라고 할까?”강루인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칼 들고 덤비기 전에 꺼져.”주영도가 말을 잇지 못했다.잔뜩 예민해진 강루인의 모습에 과거 광기 어린 모습이 떠올라 더는 자극하지 않고 물러나기로 했다.주영도가 집 밖으로 발을 내딛자마자 현관문이 매몰차게 닫혔다. 한 걸음만 늦었어도 코가 문에 부딪힐 뻔했다.완강하게 거부하는 강루인을 보던 주영도는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그가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다시 문이 열렸다. 주영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뭐라 말하기도 전에 강루인이 주영도가 보는 앞에서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등록된 지문 정보까지 전부 초기화했다.모든 조치를 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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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사실 주영도도 양씨 가문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들이 얘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양동운이 거부했다.다른 요구는 없었고 오직 복수만 하겠다고 했다.그동안 주영도는 양씨 가문이 강루인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사업적으로 압박하며 딴마음을 품을 겨를이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두 가문이 서로 이익을 챙기는 관계이다 보니 양씨 가문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면 주영도에게 타격이 오는 건 둘째치고 주세웅이 두 가문이 등을 돌리는 걸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최지호도 그렇게 생각했다.구연정 때문에 지금 모두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솔직히 최지호는 구연정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이젠 그녀가 그때 죽었더라면 이런 골치 아픈 일들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최지호가 주영도에게 제안했다.“루인 씨를 양씨 가문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내는 건 어때?”그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해결책처럼 보였다. 문제는 당사자인 강루인의 의사였다.최지호의 말에 주영도가 다시 침묵에 잠겼다. 그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강루인이 순순히 따를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양씨 가문의 복수가 시작되기도 전에 강루인은 구아정이 죽었다는 소식을 먼저 접했다.소식을 들은 순간 잠시 멍해졌으나 이내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돌아왔다.구아정이 죽으면 통쾌할 줄 알았는데 막상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의외로 덤덤했다. 그녀는 이 갑작스러운 소식을 차분하게 받아들였다.다만 구아정이 마지막에 그녀의 뜻을 따랐는지, 아니면 주영도의 뜻을 따랐는지 궁금했다.이어지는 주영도의 행보를 보고 강루인은 구아정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주영도가 강루인에게 구연정을 데리러 함께 가자고 했다.황당한 소리에 그녀는 기가 찬 나머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난다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자 웃는 것조차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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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강루인이 제멋대로 지껄이는 주영도를 빤히 쳐다봤다.주영도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또라이라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완전 또라이였다.비행기가 목적지에 착륙했다.기내 밖으로 발을 내디딘 순간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강루인이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렸다.그때 온기가 느껴지는 코트가 강루인의 어깨 위에 걸쳐졌다. 뒤를 돌아보니 주영도가 겉옷을 벗어 걸쳐준 것이었다.강루인의 표정이 확 싸늘해지더니 어깨에 걸친 옷을 잡아당겨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녀의 반항에 주영도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그들을 태운 차가 먼저 호텔로 향했다. 주영도가 노윤환더러 정신병원에 연락하라고 했다. 구아정이 구연정을 가두어 둔 곳이 바로 정신병원이기 때문이었다.주영도는 이동하는 내내 강루인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심지어 구연정을 데리러 병원에 갈 때조차 강루인을 동행시켰다.다소 낡고 허름한 정신병원이었다. 강루인이 드디어 주영도가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첫사랑 구연정을 만났다.피부가 하얗다 못해 핏기가 없을 정도로 창백했고 몸이 해골처럼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하도 말라서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병원으로 오는 내내 주영도가 겉으로는 태연해 보였으나 사실 초조해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걸 강루인은 알고 있었다. 1분이라도 빨리 만나려고 차가 멈추자마자 급히 내렸다.강루인이 차 안에서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구연정을 지켜보았다.“연정아...”구연정의 볼이 움푹 팼고 머리카락도 거칠게 상해버렸다. 몰라보게 변한 구연정의 모습에 주영도는 가슴 한구석이 저릿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괴로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구연정이 겁을 먹었는지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으악.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말 잘 들을게요...”주영도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지더니 함께 나온 의료진을 쏘아봤다. 그러자 의료진이 급히 해명했다.“저희는 때린 적이 없습니다. 이곳에 왔을 때부터 줄곧 이런 상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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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난 차에 탈 자격도 없을 정도로 하찮은 인간이야?’주영도가 속내라도 들킨 것처럼 어색하게 헛기침했다.강루인이 차에 타고 있는 한 겁에 질린 구연정이 절대 탈 리가 없었다. 결국 주영도는 어쩔 수 없이 차를 한 대 더 불렀다.잠시 후 차가 도착했다. 주영도와 구연정이 다른 차에 탔다. 심지어 운전대를 잡고 있던 노윤환까지 그쪽 차로 불렀다.강루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호텔까지는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렸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루인은 구연정이 주영도에게 딱 붙어 있는 걸 봤다.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그 짧은 시간 안에 정신을 놓아버린 환자의 신뢰를 얻었다.구연정이 주영도에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딱 붙어 다녔다.주영도가 강루인에게 말했다.“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묵고 내일 귀국할 거야.”강루인이 대꾸도 하지 않고 곧장 방으로 향했다.원래는 강루인과 한방을 쓰려고 스위트룸을 예약했다. 구연정을 데려왔으니 방을 하나 더 잡아야 했다.저녁에 강루인이 홀로 밥을 먹었고 주영도는 첫사랑의 옆을 지켰다.그래도 강루인의 안위가 걱정됐는지 혼자 밥 먹으러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하여 저녁 식사도 노윤환이 직접 방까지 가져다줬다.강루인이 밥을 먹으며 노윤환에게 물었다.“잠깐 나가서 산책 좀 해도 될까요?”“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이곳이 국내랑 달라서 밤거리가 위험해요.”노윤환이 핵심을 피하며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단 하나,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녀가 노윤환을 쳐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비서 노릇 참 성실하게 잘하시네요.”겉으로는 칭찬처럼 들렸으나 그를 주인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충견이라 비꼬고 있음을 알아들었다.‘저도 어쩔 수가 없다고요. 이런 개 노릇을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세요? 대표님이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연봉을 많이 주는 걸 어떡해요?’노윤환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매뉴얼대로 물었다.“필요하신 게 더 있으세요? 있으면 말씀하세요.”“내 주민등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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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강루인이 슬쩍 떠봤을 뿐인데 구연정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몸속 어딘가의 스위치가 눌린 듯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얼굴에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아악... 싫어. 안 돼...”표정이 싸늘해진 주영도가 강루인을 밀치고 구연정을 뒤로 감싸 안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주영도가 민 바람에 강루인이 비틀거렸다. 중심을 잡은 뒤에도 주영도의 경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히려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영도 씨의 첫사랑한테 인사 좀 한 건데 왜 그래?”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노윤환이 속으로 탄식했다.‘어제 루인 씨가 이것저것 캐물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나저나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구아정의 이름으로 자극할 생각을 했지?’주영도가 굳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연정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자극하냐는 무언의 질책이었다.강루인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나도 정신 질환이 있는 거 몰라?”주영도가 말을 잇지 못했다.‘날 억지로 여기까지 데려온 건 어떻게든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골을 메워보기 위해서잖아. 지금 당신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데 왜 화를 내고 난리야?’노윤환은 강루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강루인 역시 정신 질환이 있었고 게다가 심각했다. 눈앞의 세 환자를 번갈아 보던 노윤환은 그도 곧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주영도가 애원이 섞인 말투로 강루인을 설득하려 애썼다.“루인아, 연정이는 아무 잘못이 없어. 제발 해치지 마. 귀국해서 안정이 되면 다시는 네 눈앞에 나타나지 않게 할게.”“내가 구연정을 해친다고? 어떻게 해쳤는데? 때렸어, 아니면 욕했어? 난 구연정의 가족을 죽이지도 않았고 몸에 손 한번 대지 않았어.”강루인의 눈빛이 주영도를 매섭게 꿰뚫었다.“말해봐. 대체 어떻게 해쳤다는 거야?”그가 강루인을 달랬다.“연정이 지난 몇 년간 상상도 못 할 고통을 겪었어. 그래서 그 사람의 이름만 들어도 발작해. 내 체면을 봐서라도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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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강루인의 정신과 몸이 마침내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더는 주영도 일행을 신경 쓰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다음 잠을 청했다.주영도가 겨우 구연정을 진정시킨 뒤 강루인이 보이지 않자 급격히 어두워진 안색으로 물었다.“루인이는?”노윤환이 방을 가리키며 대답했다.“주무십니다.”주영도가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열었다. 등을 돌린 채 자고 있는 강루인을 보고서야 안도했다.‘내 정신 좀 봐. 비행기가 이미 이륙했는데 여기 말고 어디로 갈 수 있겠어?’구연정이 약 기운 덕분에 이내 마음 편히 잠들었다. 앙상하게 마른 구연정의 몸을 내려다보며 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렸다.‘지난 몇 년간 대체 얼마나 고생한 거야?’한때 생기 넘치던 사람을 이토록 처참하게 망가뜨려 놓다니...강루인이 한창 자고 있는데 구연정이 지르는 날카로운 소리에 결국 잠에서 깨고 말았다.제대로 쉬지 못한 탓에 눈을 뜨자마자 두통이 밀려왔고 온몸의 근육 마디마디가 쑤셔왔다.그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고스란히 귀를 파고들었고 두통도 점점 심해졌다.이마의 핏줄이 다 튀어 올랐고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버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더니 가로막는 게 없어 소음이 더욱 날카롭게 고막을 때렸다.동시에 구연정을 달래는 주영도의 목소리도 더 선명해졌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이제 아무도 너 안 괴롭혀. 그러니까 울지 마...”“이거 봐. 네가 제일 좋아하던 과일이야. 내가 준비했어. 하나 먹어볼래? 예전에 먹던 것만큼 달 거야.”주영도가 깨끗하게 씻은 과일 한 접시를 들고 구연정의 앞에 반쯤 무릎을 굽힌 채 다정하게 달래고 있었다.늘 차갑던 그의 얼굴이 구연정의 앞에서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워진 걸 강루인이 지켜봤다.자세를 낮추고 상대를 달래는 이 다정한 모습을 강루인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주영도의 노력이 통했는지 불안해하던 구연정이 점점 평정심을 되찾았다. 심지어 그가 먹여주는 딸기를 받아먹기까지 했다.주영도가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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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구연정이 큰소리로 울부짖었고 강루인도 분노를 터뜨렸다. 기내가 순식간에 웬만한 서커스 공연장보다 더 시끄러워졌다.이번에는 주영도의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올랐다.구연정은 강루인에게 겁을 먹은 상태였고 강루인은 시끄러운 구연정 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주영도가 강루인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 그녀를 억지로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방 문이 닫히자 구연정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절반쯤 차단되었다.방으로 들어간 뒤 강루인은 언제 미쳤었냐는 듯 차분해진 얼굴로 주영도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러고는 다시 잠을 청하려고 침대 쪽으로 향했다.그런데 주영도가 강루인의 어깨를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목소리에 억눌린 분노가 가득 서린 채 어금니를 꽉 물었다.“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야?”왜 굳이 상태가 불안정한 사람을 자극해서 일을 크게 만드느냐는 질책이었다.주영도는 이래봤자 강루인에게 무슨 이득이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한이 있다면 그 대상은 구아정이지, 구연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모든 일의 억울한 피해자일 뿐이었다. 대체 왜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붙들고 늘어지는 것일까?평소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던 주영도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의 분노가 선명하게 읽혔다.강루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비웃었다.“그래서 마음이 아파? 이렇게 저 여자가 걱정되면 혼자 올 것이지, 왜 나까지 끌고 왔어? 설마 우리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당신이 고생을 자초하겠다는데 내가 그 기대를 저버려서야 되겠어? 호의에 보답해야지.’주영도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면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네가 연정이를 싫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널 혼자 국내에 두면 내가 없는 사이에 양씨 가문 사람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가 걱정돼서 데려온 거라고.”‘당신은 날 엄청 걱정하고 있는데 나만 억지를 부린다는 소리처럼 들리네?강루인이 코웃음을 쳤다.“그럼 내가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하나?”그의 관심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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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강루인이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했다.비행기가 착륙하기 15분 전 노윤환이 다가와 문을 두드리며 깍듯하게 말했다.“강루인 씨, 곧 착륙할 예정입니다. 이제 준비하셔야 해요.”강루인은 그가 오기 전 이미 깨어 있었다. 그의 말에 알겠다고 짧게 대답했다.비행기가 완전히 착륙하고 나서야 강루인이 방에서 나왔다. 문밖에 주영도 일행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강루인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밖으로 향했다.공항 밖으로 나온 후 강루인이 혼자 가려는데 주영도가 허락하지 않았다.“나랑 같이 가.”그녀가 주영도의 손을 힘껏 뿌리치면서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냈다.“이거 놔.”그런데 아무리 뿌리쳐도 좀처럼 떨어지질 않았다.“고집을 부리더라도 제발 네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강루인이 짜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놓으라고.”주영도가 끝까지 놓지 않았다.“루인아, 제발 고집 그만 부리고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루인이 주영도에게 찰떡처럼 붙어 있던 구연정을 홱 잡아당기더니 구연정의 귀에 대고 악마의 속삭임처럼 나지막하게 읊조렸다.“지금부터 연정 씨를 때릴 거야.”“싫어, 안 돼. 때리지 마...”때리겠다는 소리에 구연정이 다시 발작하기 시작했다.강루인은 겁에 질린 구연정을 주영도의 품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그러자 강루인의 팔을 자석처럼 붙들고 있던 주영도의 손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고 본능적으로 구연정을 붙잡았다.그에게서 벗어난 강루인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주영도가 뒤쫓으려던 그때 구연정이 그의 옷자락을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주영도의 뒤에 숨어 똑같은 말만 계속 반복했다.“때리지 마세요. 말 잘 들을게요. 말 잘 듣겠다고요...”짧은 몇 초 사이에 강루인이 이미 저 멀리 가버렸다. 구연정에게 붙들려 움직일 수 없게 된 주영도가 노윤환에게 말했다.“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가서 루인이 데려와.”노윤환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불과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옆에서 서늘한 기운이 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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