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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강루인이 쓰러지기 직전 차성열이 무사히 그녀를 잡았다. 반면 주영도의 손은 강루인의 옷깃만 간신히 스쳤다.“루인아...”주영도가 차성열의 품에 안긴 강루인을 바라보며 몸을 훑었다. 온전한 두 다리를 확인하자 내려앉았던 심장이 조금은 진정되었지만 피로 얼룩진 팔을 발견하고는 다시금 가슴이 철렁했다.주영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너 다쳤어.”체력이 바닥나 온몸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강루인은 주영도의 가식적인 걱정을 철저히 무시한 채 오직 차성열에게만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선배, 나 좀 여기서 데리고 나가줘요.”차성열이 핏기없이 창백하고 쇠약해진 강루인을 내려다봤다가 더욱 꽉 끌어안았다.“알았어. 지금 당장 나가자.”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력을 잃은 강루인을 가뿐히 안아 들었다.주영도가 뒤따라가려 발걸음을 뗐다. 그런데 두 걸음도 채 걷기 전에 양동운의 처절한 비명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그제야 양동운의 두 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흰 가운이 피로 붉게 물든 남자가 실려 나왔다.그 광경을 목격한 순간 주영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루인이가 이렇게 만들었다고?’양동운이 비명을 몇 번 지르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에 끝내 혼절하고 말았다.주영도가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양동운을 병원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가 현장을 수습하는 사이 강루인은 이미 차성열의 차를 타고 떠났다.강루인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영도를 쳐다봤다. 겉으로는 무표정했지만 마음은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병원.의사가 강루인의 손목에 깊게 파인 자상과 크고 작은 찰과상들을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 가장 심각한 부상은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인한 흉골 골절이었다.상처 치료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한계에 달한 체력 탓에 강루인이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쓰러지기 직전까지도 강루인은 차성열더러 이홍섭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가 걱정할까 봐 염려돼서였다.하지만 차성열의 대답도 듣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강루인이 숨긴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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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자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주영도의 책임이 가장 컸다. 그놈만 아니었어도 눈부셨을 강루인의 인생이 이따위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일이 없었을 것이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홍섭이 속으로 주영도를 욕하자마자 허둥지둥 달려오는 주영도의 모습이 보였다.이홍섭을 발견한 주영도가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교수님, 안녕하세요.”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주영도는 더 이상 그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병실을 향해 걸어가려 했다.그러나 주영도가 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이홍섭이 쥐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주영도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쳤다.무방비 상태였던 주영도는 꼼짝없이 지팡이에 맞았고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병원 복도를 울렸다.이홍섭이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엄청난 힘으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호통을 쳤다.“당장 썩 꺼져. 내 제자 앞에서 알짱거리지 마.”‘내 제자가 대체 전생에 무슨 몹쓸 죄를 지었길래 이런 재수 없는 놈이랑 엮여서 온갖 진흙탕을 다 뒤집어쓴 건지, 참.’이홍섭이 나이는 있어도 지팡이를 휘두르는 힘이 정말 엄청났다. 다행히 처음 두 대만 맞고 그 뒤로 이어지는 매질은 모두 피했다.주세웅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맞아본 게 처음이었다.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를 악물고 이홍섭을 쳐다봤다. 하지만 화를 내진 않고 끓어오르는 성질을 억누르며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교수님, 루인이 상태가 걱정돼서 왔어요. 들어가서 얼굴이라도 보게 해주세요. 다른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시죠.”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강루인의 몸 상태였다.이홍섭이 눈을 부릅뜨면서 가차 없이 호통쳤다.“너랑 나눌 얘기 따위는 쥐뿔도 없어. 내 제자 몸 상태를 네가 왜 걱정해? 걔가 왜 저 모양 저 꼴이 됐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 넌 낯짝도 없냐? 아니면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어? 뻔뻔한 놈,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네놈 자체가 걸어 다니는 재앙이란 걸 몰라? 네 곁에 있는 사람은 죄다 파멸로 내몰리잖아. 집구석에나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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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주영도는 노윤환의 표정을 보자마자 양동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그가 낮게 물었다.“의사가 뭐래?”노윤환이 대답했다.“왼쪽 다리는 무사하지만 오른쪽 다리는... 절게 될 거랍니다.”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다리를 완전히 잃는 것도 끔찍한 일이지만 다리를 절게 된다는 건 그에게 훨씬 더 큰 치욕이었다.평생 체면 하나로 살아온 양동운이 앞으로 절뚝거리며 걸어야 한다니, 이는 그의 체면을 짓밟는 거나 다름없었다.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양동운의 어머니 한인숙이 현실을 부정하며 오열하기 시작했다.재벌가 사모님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었고 그저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뿐이었다.양동운이 위로 형과 누나를 둔 집안의 막내였다. 가문의 무게를 짊어질 필요가 없는 막내아들이라는 이유로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컸고 바로 그 오냐오냐가 지금의 안하무인 난봉꾼 양동운을 만들어냈다.어려서부터 법이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자란 탓에 겁도 없이 사람을 납치하는 짓 따위를 벌인 것이었다.통곡 소리에 주영도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병실 밖에만 있었다.양동운의 행동에 대해 주영도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강루인이 반응이 빠르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다리를 잃고 누워있을 사람은 아마 강루인이었을 것이다.솔직히 말해 양동운이 이 지경이 된 건 순전히 자업자득이었다.강루인에게 절대 손대지 말라고 그토록 경고했건만 양동운은 친구의 말 따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러니 그가 치른 대가에 대해 주영도 역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양씨 가문 사람들을 떠올리자 주영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양씨 가문은 강루인이 건드릴 수 있는 가문이 아니었다.주영도가 즉시 사람들을 시켜 양동운을 재빨리 병원으로 옮긴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그때 닫혀있던 병실 문이 열리더니 양동운과 이목구비가 조금 닮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양동운의 형 양정모였다. 양정모가 서릿발같이 차가운 얼굴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주영도,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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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주영도 역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돈이 아쉬워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오늘 일 철저하게 따지고 들면 동운이가 가해자예요. 경찰서까지 간다 해도 제 아내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겁니다.”“동운이가 저렇게 돼서 나도 마음이 무거워요.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요? 더 큰 화를 불러선 안 됩니다. 동운이가 내 아내를 납치한 죄를 묻지 않을 테니 양씨 가문도 내 아내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세요.”주영도의 눈빛에 물러설 기색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의 소란을 들은 한인숙이 병실에서 나왔다. 큰아들처럼 이성적이지 못한 그녀가 다짜고짜 소리쳤다.“주영도, 내 말 잘 들어. 강루인 그년 절대 가만 안 둬.”‘내 귀한 자식을 저 꼴로 만들어 놨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 그년을 용서하면 내 아들이 겪은 끔찍한 고통은 누가 보상해주는데?’금쪽같은 아들이 하루아침에 장애를 얻게 되었다. 어머니인 그녀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데 아들이 깨어나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미쳐버리지 않겠는가?이 한을 꾹 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독기 품은 선전포고를 끝낸 한인숙이 더 이상 주영도와 말을 섞지 않고 양정모와 병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주영도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이렇게 될 줄 이미 예상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유난한 양씨 가문이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주영도도 그곳에 더 머물지 않고 돌아섰다. 그가 노윤환에게 지시했다.“당장 루인이한테 경호원 몇 명 붙여.”양씨 가문의 분노를 당장 잠재울 수 없다면 일단 강루인을 지킬 보호막을 더 철저하게 치는 수밖에 없었다....강루인이 꼬박 하루 의식을 잃었다가 겨우 눈을 떴다.눈을 뜬 직후에는 모든 것이 몽롱했고 기억조차 백지장처럼 텅 비어 있었다.“깨어났어?”귓가에 차성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강루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수심이 가득한 차성열을 쳐다봤다. 잠깐 흩어졌던 기억들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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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당신들 뭐야?”문밖에서 들려온 이홍섭의 목소리에 병실 안에 있던 두 사람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다.차성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강루인의 시야에 체격이 우람한 낯선 두 남자가 문 양옆에 서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이홍섭이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낯선 남자들을 쏘아봤다.차성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스승님.”이홍섭이 물었다.“네가 불렀어?”“일단 들어오시죠.”이홍섭이 병실 안으로 들어선 뒤 차성열이 문을 닫았다. 강루인이 애써 미소를 쥐어짜 내며 불렀다.“스승님.”이홍섭이 눈가에 맺힌 걱정을 감추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너도 명줄 하나는 참 징그럽게 질기구나.”강루인은 그가 입만 험할 뿐 속은 한없이 여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이홍섭이 다시 문밖의 두 남자에 대해 얘기했다.“밖에 있는 저 사람들 네가 불렀어?”강루인의 시선이 차성열에게 향했다.차성열이 숨기지 않고 강루인을 살펴본 뒤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아니요. 주영도가 보낸 사람들입니다.”어제 해 질 녘, 주영도가 직접 사람들을 대동하고 병원에 나타났었다. 강루인의 신변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이었다.그 말에 강루인과 이홍섭의 안색이 동시에 싸늘해졌고 모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차성열이 말을 이었다.“주영도 말로는 양동운의 가족들이 널 단단히 벼르고 있대.”벼르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귀한 막내아들을 장애인으로 만들어 놨으니 그 원흉인 강루인을 가만둘 리 만무했다.강루인이 입을 열기 전에 이홍섭이 먼저 코웃음을 치며 가차 없이 말했다.“어디서 되도 않는 가식적인 선심을 베풀고 난리야?”애초에 주영도만 아니었어도 강루인에게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강루인도 주영도의 이런 ‘호의’ 따위는 털끝만큼도 필요 없었다.차성열이 계속 말했다.“필요 없다고 돌려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어. 주영도가 막무가내로 세워둔 거야.”어제저녁에 주영도가 병실을 찾았을 때 경호원들도 함께 대동했다.연적끼리 마주쳤으니 당연히 눈에 불을 켜고 대치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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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주영도가 적의를 거두고 차성열더러 강루인의 옆을 지켜달라고 했다.그리고 그가 데려온 경호원들에 대해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차성열의 의견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강루인을 지키기 위해 데려온 사람이기에 차성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차성열 역시 양씨 가문의 속내를 알기에 그도 경호원들을 불렀고 주영도가 보낸 경호원들도 굳이 내쫓지 않았다. 두 진영으로 나뉘었을 뿐 결국 그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바로 강루인을 지키는 것.보호 인력이 많을수록 강루인이 더 안전하다는 걸 주영도도 알고 있었기에 뭐라 하지 않았다.강루인은 주영도의 이기적인 독단이 끔찍이도 역겨웠다. 주영도라는 인간 자체를 혐오했고 그와 관계있는 사람 모두 싫었다.하지만 지금 온몸의 뼈가 부서질 듯 아프고 머리도 깨질 것 같아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다만 지금 당장 확인하고 싶은 건 하나 있었다....양동운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구아정은 줄곧 기쁜 소식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양동운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승리감으로 들떠 있던 마음이 점차 초조함과 불안으로 물들었다.속으로 불길한 상상을 수없이 되뇌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지? 왜 이렇게 조용해?’전화도 걸어봤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야속하게 울릴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하룻밤이 지나도록 양동운이 감감무소식이었고 주영도 역시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구아정은 한편으로 흥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했다.일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주영도가 구아정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걸까? 아니면 양동운이 강루인을 건드렸다가 주영도에게 잡힌 걸까?혹시라도 그녀의 간절한 바람이 어긋났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닐 거야. 양동운이 그토록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강루인이 털끝 하나 안 다치고 무사히 빠져나올 리가 없어.’하지만 그녀는 세상에 무사 귀환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구아정의 기대가 강루인이 눈앞에 나타난 순간 산산조각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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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강루인의 두 눈이 번뜩이더니 구아정을 뚫어지게 응시했다.‘놀랐어? 전혀 예상 못 했지? 마음에 들어?’그 말을 들은 순간 구아정의 눈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숨소리가 더 거칠어진 게 누가 봐도 ‘흥분’한 모습이었다.구아정은 그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도 모자라 양동운까지 역공을 당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다시 한번 속으로 무능한 양동운을 욕했다.‘그 좋은 기회를 놓치다니.’구아정의 두 눈에 절망이 스쳤다. 이번 실패로 강루인에게 손을 쓸 기회가 영영 사라졌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절망과 아쉬움, 그리고 원망이 휘몰아쳤다. 구아정은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강루인이 침대 곁으로 다가가더니 붕대가 칭칭 감긴 구아정의 절단 부위에 손을 얹고 꾹 짓눌렀다.예고 없이 찾아온 극심한 통증에 구아정이 비명을 내질렀다.“아악!”구아정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강루인이 그녀의 다리를 움켜쥔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람들은 보통 상처가 아물면 고통을 잊는다던데 너는 맞아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내가 먼저 널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내 속을 뒤집어 놓으려 할까? 정말 구제 불능이야, 넌.”고통으로 구아정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녀가 강루인의 손을 뿌리치려고 몸부림쳤다.“나쁜 년, 이거 놔.”하지만 강루인은 손을 떼기는커녕 오히려 더 힘을 주었다.“곱게 살라고 할 때 말 듣지 그랬어. 굳이 죽음을 자초해서는.”구아정의 잘려나간 다리 단면에서 피가 붕대를 뚫고 배어 나왔다. 강루인이 혐오스럽다는 듯 쳐다보더니 이번에는 반대쪽 다리로 손을 옮겼다.또다시 시작된 고통에 구아정이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네 언니만 이용했더라면 그나마 목숨이라도 부지했을 텐데. 이제 어쩌나? 양동운이 너 때문에 장애를 입어서 양씨 가문 사람들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너를 가만둘까?”구아정의 검은 눈동자에 원한이 가득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넌 무사할 것 같아?”강루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도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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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그 말을 들은 구아정은 누군가에게 목을 졸린 것처럼 얼굴이 붉어지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강루인이 여유롭게 말했다.“네 언니가 참 고마워하겠어. 너는 죽고 본인은 무사해지니 얼마나 좋아.”구아정이 입꼬리를 올리며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네 그 얄팍한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아? 내 손으로 구연정을 죽이게 만들려는 거잖아. 하지만 네 뜻대로는 절대 안 돼.”강루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내가 너 같은 줄 알아? 주영도 없으면 못 사는 그런 인간인 줄 아냐고.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인데 난 지금 주영도가 제발 내 눈앞에서 영원히 꺼져주길 바라고 있어. 네 언니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럼 두 사람이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사랑의 결실을 보고 평생 같이 살 텐데. 그리고 난...”강루인이 하던 말을 멈췄다가 여전히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구아정을 비웃었다.“난 다시 자유를 얻어서 내가 원하는 새 삶을 시작할 거야. 우리 중에 오직 너, 너만 일찍 죽을 운명이야. 남겨진 우리는 각자의 행복을 찾아갈 거라고.”“모두에게 잘된 일이지. 너처럼 멍청한 애나 네 언니가 돌아오는 게 나한테 타격이 될 거라 믿는 거야. 다시 말하는데 구연정이 돌아오는 건 나한테 득이면 득이지, 실이 될 건 전혀 없어. 오히려 주영도라는 이 끈질긴 껌딱지를 떼어낼 기회를 줘서 너희 자매한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니까.”구아정이 강루인의 말을 믿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말도 안 돼. 구연정 그년이 돌아오는 게 너한테 좋을 리가 없잖아. 네가 주영도를 어떻게 떠나? 오랫동안 짝사랑한 남자 아니었어? 그런데 어떻게 포기해?”그녀는 구연정이 돌아온 뒤 두 여자가 처절하게 싸우기를 바랐다. 두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 따위 원치 않았다.‘난 죽어가는데 너희들은 편안하게 살려고?’강루인이 피식 웃었다.“너한테 멍청하다고 하는 것도 과분한 칭찬이었네. 우리 할머니랑 내 아이까지 네가 죽였어. 주영도가 대체 무슨 매력이 있다고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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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뺨을 후려치면서 다친 흉골이 욱신거렸지만 강루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주영도의 얼굴을 후려갈겼다.갑작스러운 일격에 주영도가 멍하니 굳어버렸다.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렸고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들이 일렁거렸으나 강루인이 겪어온 일들을 떠올리자 이내 마음이 가라앉았다.강루인이 그의 감정 변화를 하나하나 지켜보며 코웃음을 쳤다.“기분 나빠?”주영도는 말없이 강루인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의 가슴 속에 맺힌 화와 원망을 알기에 뺨 정도는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태도였다.강루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고작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 당신 손에 죽어 나간 두 사람의 목숨이 고작 뺨으로 씻길 것 같아? 주영도, 당신은 나한테 갚아야 할 게 너무 많아.”주영도가 마른침을 삼켰다.“알아.”“아니, 당신은 몰라. 난 당신 보상 따위 필요 없고 제발 내 곁에서 좀 꺼져줘. 당신 사람들 전부 다 데리고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그녀는 보상을 원하지 않았지만 주영도는 기어코 보상하고 싶어 했다.“그건 들어줄 수 없어. 양동운이 저렇게 된 마당에 양씨 가문 사람들이 널 노리고 있어. 네가 또다시 잘못되는 걸 볼 순 없어.”그 말에 강루인이 코웃음을 쳤다.“당신은 한 번도 날 지켜준 적이 없어. 날 해친 사람이 언제나 당신이었으니까.”모든 불행의 근원이 주영도였다.그가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모든 사건의 발단이 그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주영도가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고 나지막이 사과했다.“미안해.”“말했지. 당신 보상도, 사과도 필요 없다고. 그러니까 제발 좀 꺼져. 이제부터 내 인생에서 당신 얼굴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뜻을 명확히 밝힌 강루인도 지쳤는지 더는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아 차성열에게 나가자고 했다.주영도가 강루인의 뒤를 따르며 당부했다.“양씨 가문 쪽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넌 병원에서 몸조리하는 데만 전념해.”귓구멍이라도 막혔는지 그가 남의 요구를 듣지 않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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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언제까지 소란을 피울 셈이야?”양정모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따귀를 맞은 막내아들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 한인숙이 큰아들을 찰싹 때리며 타박했다.“동운이가 이 지경이 됐는데 또 때리면 어떡해?”하지만 양정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어머니, 동운이가 이렇게 된 건 다 어머니 때문이에요. 어머니가 오냐오냐 키운 바람에 애가 이렇게 됐다고요. 얼마나 무능했으면 고작 여자한테 이 꼴을 당했겠어요? 일을 벌일 때 조금이라도 신중했더라면 여기 누워있는 게 동운이는 아니었을 거란 말입니다.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계속 감싸고만 도실 거예요?”한인숙이 울먹이며 원망을 늘어놓았다.“나만 동운이를 예뻐했어? 너희는 뭐 오냐오냐 안 했어?”‘일이 터지니까 이제 와서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려?’양정모가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우리 모두의 잘못이에요. 우리가 이 녀석을 망쳐놨어요.”그는 막냇동생 양동운을 사실상 아들처럼 키워왔다. 아니, 솔직히 말해 친아들도 양동운만큼 귀하게 키우지 않았다.양동운이 노는 것을 좋아하고 사업의 굴레에 얽매이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했고 돈을 물처럼 써도 다 대주었다. 심지어 아들에게도 나중에 삼촌을 무조건 모셔야 한다고 신신당부까지 했을 정도였다.그렇게 제멋대로 살게 두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고작 여자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양정모가 침대에 누워있는 양동운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물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따귀 한 대에 양동운도 어느 정도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다리가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분노가 이제 한 사람에게로 향하고 있었다.‘강루인. 날 이렇게 만든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양동운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형, 강루인 지금 어떻게 됐어?”양정모가 솔직하게 답했다.“주영도가 사람을 붙여서 지켜주고 있어.”그 말에 양동운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양정모는 주영도가 보인 태도 역시 가감 없이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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