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全部章節:第 721 章 - 第 730 章

731 章節

제721화

강루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알고 싶어? 그럼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할아버지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 그분이 다시 눈을 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주영도의 부드러운 눈빛은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는 본능적으로 물었다.“너 할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강루인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렸다.사람의 본능적인 반응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주영도가 그녀를 대하는 방식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여전히 그녀를 의심하고 믿지 못했다.강루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더 이상 그와 얽힐 생각도 없었다.그녀는 지수현의 팔을 잡고 그대로 화장실을 빠져나왔다.수액 실로 돌아온 지수현은 링거를 다시 꽂았다.강루인은 간호사에게서 받아온 연고로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아... 아파.”지수현은 눈물이 맺힌 눈으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도 된 듯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강루인은 그를 흘겨보더니 입을 열었다.“다 자업자득이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손길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강루인은 다시 본론을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왜 그 사람이랑 싸운 거야?”지수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대답했다.“그냥 보기 싫어서.”강루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네가 싫어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야? 앞으로도 매일 이렇게 싸우면서 살 거야?”지수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까지야 없지. 내가 싸움닭도 아니고.”강루인은 연고를 다 바른 뒤 그의 상처 부위에 밴드를 붙여주며 말했다.“그 사람 때문에 다치지 마. 그럴 필요 없어.”지수현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두 사람의 거리는 서로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내가 걱정돼?”강루인은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지수현의 눈동자는 완전한 검은색이 아니었고 살짝 갈색빛이 감돌아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순수하고 맑아 보였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순수해 보이는 눈동자 깊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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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주세웅이 깨어났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주씨 가문 전체에 퍼졌다.병문안이 허락만 된다면 병실 앞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겠지만 의사의 엄격한 관리하에 하루 면회 가능한 인원수는 제한되어 있었다.주영도는 담담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주세웅을 바라보았다.움푹 꺼진 얼굴과 눈에 띄게 쇠약해진 그의 모습에는 예전의 위엄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무슨 상황이냐? 왜 사직한 거냐?”주세웅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주영도는 손에 쥔 라이터를 천천히 돌리며 대답 대신 물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에게 어떤 사람입니까?”주세웅은 순간 멍해졌다.그의 초췌하게 무너진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그 말의 의미를 주세웅은 이해하지 못했고 주영도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도 모르는 표정이었다.주영도는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병상 위에 누워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주세웅은 그가 삼십 년 넘게 존경해 온 사람이었다.그동안 주영도는 늘 가문의 규칙에 따라 살아왔다.그는 이미 오래전에 주갑수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냈음에도 결국 주세웅이 말했던 가화만사성이라는 한마디 때문에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주세웅은 그에게 죽은 사람은 이미 떠났고 살아 있는 사람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주씨 가문은 선조 대대로 이어져 온 것이기에 절대 그들의 손에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게다가 후계자인 주영도는 주씨 가문의 모든 것을 지켜낼 책임이 있고 넓은 아량을 가져야 한다고 수도 없이 강조했다.그는 그 말을 들었고 그대로 따랐다.주영도는 주세웅이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가문의 평온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하지만 그의 양보는 자신이 원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게 되었다.주영도는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저는 지금까지 줄곧 가문의 뜻에 따라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제 요구를 거의 표현한 적도 없었고요. 유일하게 요구했던 건 강루인에 관한 일만큼은 개입하지 말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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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올해 안북시의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웠다.병원에서 나온 주영도는 곧바로 차에 올라탔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도로 위를 하염없이 달렸다.잿빛으로 흐렸던 하늘은 어느새 천천히 어둠에 잠식되고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주영도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차는 이미 강루인이 사는 아파트 아래에 도착해 있었다.주영도는 길가에 차를 세운 뒤 담배에 불을 붙였다.어두운 차 안에서 붉은 불씨만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그의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가렸지만 창밖을 향한 그의 시선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주영도의 시선은 마치 겹겹이 쌓인 건물과 벽을 모두 꿰뚫고 그 너머에 있는 강루인의 집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듯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그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아파트 입구에 멈춰 서더니 곧 익숙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강루인이었다.그녀를 본 순간 주영도의 몸은 생각보다 먼저 반응했다.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차에서 내려와 있었다.하지만 몇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또 다른 익숙한 그림자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강루인의 뒤를 따라 차에서 내린 지수현은 뒷좌석에서 지은우를 안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너 살 좀 빼야겠어.”아이를 내려놓는 순간 그는 무겁다는 듯 짧게 숨을 내뱉었다.하지만 지은우는 전혀 기죽지 않은 채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아빠, 그건 아빠가 체력이 부족한 거예요.”아이는 마치 체력이 부족한 사람이 누굴 탓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지수현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말했다.“꼬맹이가 뭘 안다고.”지은우는 그의 손을 밀어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도 다 알아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거든요. 체력이 부족하면 힘이 없는 거라고요.”두 사람이 또다시 실랑이를 벌이려 하자 강루인은 적당한 때를 노려 입을 열었다.“시간도 늦었으니까 얼른 갔다가 일 끝나면 바로 들어와.”지수현은 차 안의 히터 때문에 풀어져 있던 강루인의 옷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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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주영도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커다란 그림자가 마치 벽처럼 느껴질 만큼 출입구를 빈틈없이 막아섰다.그를 본 순간 강루인의 얼굴에 남아 있던 온기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자세히 보면 눈빛 깊은 곳에는 혐오와 불쾌함까지 담겨 있었다.주영도는 그 시선을 분명히 느꼈지만 애써 외면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곧바로 강루인이 사는 층의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비좁은 공간 안에는 서로의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았다.강루인은 밝게 켜진 버튼을 바라보더니 그가 자신의 집 주소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강루인뿐만 아니라 지은우 역시 그를 향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아이는 마치 어린 늑대처럼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영도를 노려보며 강루인 대신 입을 열었다.“아저씨가 왜 여기 있어요? 빨리 가세요. 우리 아빠가 곧 돌아올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를 마구 혼내줄 거라고요!”지은우의 경고는 주영도를 위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다만 아이를 향한 그의 시선은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예전에 그는 아이에게서 강루인을 닮은 부분만 찾았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지은우는 지수현을 더 많이 닮아 있었다.특히 지금처럼 화가 난 표정과 상대를 경계하는 날카로운 눈빛은 더욱 그랬다.그야말로 한 사람은 성장한 지수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어린 시절의 지수현 같았다.그때 강루인이 손을 들어 지은우의 얼굴을 가리며 시선을 막았고 동시에 주영도의 지나친 시선도 차단했다.강루인은 몸을 살짝 틀어 지은우 앞을 막아서며 마치 새끼를 지키는 어미 짐승처럼 아이를 보호해 주었다.주영도는 천천히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그녀의 냉정한 눈빛을 마주했다.강루인의 냉정함은 그의 가슴을 조이게 했고 뒤이어 날카로운 통증이 깊숙이 파고들었다.엘리베이터가 멈춰 서자 강루인은 지은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주영도는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주었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주영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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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강루인의 비아냥을 주영도는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주영도는 진심 어린 사과를 담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가 너한테 그런 짓을 했을 줄은 몰랐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내가 부족해서 널 그런 고통까지 겪게 만든 거야. 이 사과는 내가 반드시 너에게 해야 했던 거야.”하지만 그의 낮은 자세와 진심 어린 사과에도 강루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주영도가 그녀에게 미안해야 할 일은 이것 하나뿐이 아니었다.하지만 강루인은 더 이상 그의 미안함도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할 말 다 했어?”주영도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루인은 몸을 돌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그 순간 커다란 손이 문고리를 붙잡은 채 그녀를 문과 그의 품 사이에 가둬두었다.주영도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강루인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네가 없는 지난 5년 동안 나도 많은 걸 돌아보게 됐어. 네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도 알고 나를 얼마나 미워하는 것도 알아. 나도 매일 후회하고 반성했어.”“알잖아. 난 신도 종교도 다 안 믿어. 하지만 너랑 그 아이가 사라진 몇 년 동안은 매일 하느님께 빌었어. 제발 너희를 다시 돌려달라고.”주영도는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네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순간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 하느님이 정말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거로 생각했어. 아마 이런 내가 가여워 보였던 거겠지.”주영도는 다른 손으로 강루인의 어깨를 붙잡더니 손목에 힘을 주어 등을 보이던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그는 강루인의 어깨에 올려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거칠어진 손끝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숨길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강루인, 사랑해.”주영도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맑고 날카로운 뺨 때리는 소리가 고요한 복도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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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강루인이 사라진 지난 5년 동안 주영도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특히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두 사람이 함께 누워 잠들었던 침대 위에 홀로 누워 있을 때면 그의 마음은 마치 불길 속에 던져진 것처럼 타들었고 뜨겁게 달아오른 고통은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주영도는 그렇게 꼬박 5년을 버텨왔다.그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밤을 그렇게 홀로 견뎌냈는지조차 셀 수 없었다.주영도는 꽉 붙잡은 강루인의 손목에서 또렷하게 뛰고 있는 맥박을 느낄 수 있었다.그 느낌은 그녀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였고 자신을 떠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강루인은 다시 살아 돌아왔고 주영도에게는 다시 시작할 기회가 생겼다.“루인아,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그는 뼛속 깊이 사무칠 만큼 그녀를 그리워했다.하지만 주영도의 애절한 감정과는 달리 강루인은 다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그녀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그의 고백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이 손 좀 놔줄래?”주영도는 상대해 줄수록 더 기고만장해지는 사람이었다.그런 그에게 무심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루인의 모습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주영도는 심장이 서서히 조여드는 듯 아파져 왔고 날카로운 통증은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루인아, 정말 나한테 이렇게까지 냉정해야만 해? 그러지 않으면 안 돼?”주영도는 그녀의 태도가 견디기 힘들었다.강루인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붙잡혀 있는 자신의 왼손으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내 약지에 끼워진 반지 보이지?”“주영도 대표님, 저는 결혼한 여자예요.”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그쪽처럼 예의도 체면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거든요.”강루인의 손가락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는 조명 아래에서 눈 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반지는 눈에 띄게 선명했고 눈부셨다.주영도는 이미 그 반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고 그저 이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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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미안해.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주영도는 그저 강루인이 차갑게 내뱉는 말들이 견디기 힘들었을 뿐이었고 일부러 다치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그녀의 차가운 눈동자 속에는 그를 향한 혐오감만이 가득했다.그 순간 주영도는 자신이 강루인에게는 쓰레기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눈을 가리며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주영도는 혐오감이 가득 담긴 강루인의 시선을 마주하기 힘들었다.“오늘은 내가 이성을 잃었어. 네가 받았던 상처와 억울함은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나 먼저 갈게.”말을 마친 주영도는 도망치듯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비상계단으로 향했다.비상계단의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지만 강루인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한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그녀의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조금 전 주영도의 이성을 잃은 듯한 행동은 사실 강루인도 두려웠다.그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강루인은 그가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이곳에서 선을 넘어버릴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쉰 뒤 흐트러진 겉옷을 정리했다.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표정을 다시 가다듬고 나서야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집 안에 있던 지은우는 마치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처럼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왔다.“엄마!”강루인은 허리를 숙여 자신을 향해 달려온 아이의 작은 몸을 품에 안았다.“그 사람이 엄마를 괴롭... 엄마를 때렸어요?”지은우는 그녀의 붉게 부어오른 입술과 아직 멎지 않은 피를 보며 순식간에 화난 표정을 지었다.강루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괴롭힘당한 거 아니야.”지은우는 금세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엄마 입에서 피 나잖아요.”어른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어린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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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지수현은 손끝으로 상처 주변을 조심스럽게 만졌다.조명이 밝게 켜진 주방은 순간 고요해졌고 냄비 안에서 국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만 들려왔다.진하게 퍼지는 사골국의 고소한 냄새조차 눈앞의 사람을 현실로 끌어내리지 못했고 지수현의 눈동자 속에 담긴 살기는 오히려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강루인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그의 손목을 잡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입을 열었다.“집에 왔으니까 오늘 저녁은 우리 세 식구 같이 먹자.”지수현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지금 밥이 넘어가?”강루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것까지 참으면 오히려 더 괴로워져.”지수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어떡하지? 내가 지금은 참기 힘든 것 같은데.”강루인은 손을 들어 그의 머리 위에 올리더니 그가 지은우에게 했던 것처럼 단단한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은우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쳐주기로 약속했잖아.”지수현은 그녀가 더 편하게 쓰다듬을 수 있도록 몸을 살짝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치관은 꼭 올바른 것만은 아니야.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도 하나의 올바른 교육 방식일 수 있어.”강루인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말도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난 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싫어.”그녀는 지수현이 다시 과거처럼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이성을 잃은 채 모두가 두려워하던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강루인은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더니 맑고 커다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그럴 수 있지?”실내 난방 때문인지 강루인의 얼굴은 복숭아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화사하고 촉촉한 그녀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품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지수현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강루인의 입술만 바라보며 매력적인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짙은 욕망이 번졌다.“키스하고 싶어.”그녀는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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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지은우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아빠, 다음부터는 엄마한테 몰래 뽀뽀하면 안 돼요. 그건 아빠 혼자만 좋은 걸 챙기는 거잖아요.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넓은 아량으로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요. 그러니까 약속을 어기면 안 되죠.”지수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태연하게 부정했다.“미안하지만 난 원래 혼자 먹는 데 익숙해서 다른 사람이랑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난 원래 약속을 잘 어기는 편이야.”“저는 아빠가 싫어요!”“고마워. 나도 네가 참 싫어.”“저 이제 아빠를 사랑 안 할 거예요.”“그거참 다행이네. 네가 그렇게까지 배려해 주다니.”“아빠!”“아들아, 아빠는 왜 부르는 거니?”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루인의 입가에도 어느새 미소가 번졌고 음식 준비속도도 자연스럽게 빨라졌다.하루 세끼의 식사, 사계절의 변화, 아침을 밝히는 따듯한 햇살과 저녁을 물들이는 노을.이 평온하고 따뜻한 일상이 바로 그녀가 오랫동안 바라왔던 가족의 모습이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가볍지만 즐겁게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나자 지수현의 좀처럼 보기 드문 부성애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다.그는 보기만 해도 얄미운 아들을 쫓아내듯 말했다.“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안 씻어. 안 잘 거야?”“엄마, 엄마가 씻겨주면 안 돼요?”강루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지수현이 먼저 발끈했다.“뻔뻔하기는. 네가 몇 살인데 아직도 엄마한테 씻겨달라고 하는 거야!”지은우은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저 이제 겨우 네 살이에요. 아직 안 컸다고요!”그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 꼬마였고 부모가 목욕을 시켜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다.같은 반 친구 중에는 목욕뿐만 아니라 밥까지 부모에게 먹여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하지만 지은우는 목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은 혼자 해낼 만큼 제법 독립적인 아이였다.지수현은 그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도 네가 작다는 건 알고 있네?”“작으면 조용히 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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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주선 그룹에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먼저 소속사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어 회사 경영진이 조직 폭력과 연루된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주영도의 둘째 삼촌인 주이준까지 사건에 휘말렸다.큰 병을 앓고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주세웅은 집안을 뒤흔들어 놓은 주영도를 바라보며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주영도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주세웅의 목구멍에서는 낡은 기계가 녹이 슬어 삐걱거리는 듯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주이준은 네 둘째 삼촌이야! 너희는 한 가족이라고!”주영도는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 아버지는 그 사람의 형이고 저는 그 사람의 친조카입니다.”주갑수를 공격했을 때 주이준 역시 그들이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말에 주세웅은 순간 힘이 빠진 듯했다.흐릿했던 두 눈은 생기를 잃고 회백색으로 가라앉았고 온몸에 힘이 갑자기 빠져나간 사람처럼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영도야, 너 그때 나랑 약속했잖아.”주영도는 차분하게 받아쳤다.“그 약속을 먼저 어긴 사람은 할아버지입니다.”그는 주세웅이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주씨 가문의 내부 평화를 유지하겠다고 분명 약속했었다.주세웅은 또다시 아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먼저 떠나는 비극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끝까지 손에 쥔 권력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그는 언젠가 또다시 가족끼리 서로 물고 뜯는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웠던 것이다.하지만 주세웅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사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시키고 강한 자만 살아남기를 원했다면 그 과정은 필연적으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맹수가 상대를 쓰러뜨린다고 해서 싸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살아남은 자는 더욱 강해지고 사나워질 뿐이다.좁은 우리 안에서 더 이상 분노를 쏟아낼 상대가 없어진다면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 밖을 향하게 된다.그리고 그 판을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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