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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괴담 규칙: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곰돌이의 정체

선하윤은 방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아빠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이런 배은망덕한 년이! 당장 내 술 내놔! 술 먹고 싶단 말이야, 끄흐흐... 내 술 내놔!”[아빠는 이 가정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합니다. 아빠를 거부하지 마세요. 아빠는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만약 거부하고 싶다면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세요.]선하윤은 아빠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하지만 알코올은 아빠의 오염을 가중시킬 것이다.그녀는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지만 엄마가 한창 부엌에서 청소 중이었다. 그릇들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났고 엄마는 맨발로 유리 조각 위를 밟고 있었다.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데도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엄마...”선하윤이 엄마를 불렀지만 듣는 척도 않았다.이러니 어리광을 부릴 수 있을까?술병은 소파 밑에 숨겨진 상태, 선하윤은 이 어수선한 거실에 단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대충 찾는 척 몇 번 뒤져보다가 소파 밑에서 3분의 1만 남은 술병을 꺼내 아빠에게 건넸다.이에 아빠는 고개를 들고 꿀꺽꿀꺽 들이켰다.선하윤은 방에 돌아가겠다고 말한 뒤 뒤돌아보지 않은 채 곧게 침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술병이 부서지는 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아빠는 때로는 날카롭게 웃다가 때로는 격하게 욕설을 퍼부었다.“이 망할 년, 배은망덕한 년! 내가 매일... 끄흐흐... 밖에서 목숨 걸고 돈 버는 게 다 너를 위해서인데 이렇게 외면해?”방 안에서 신채린이 어두운 눈길로 선하윤을 쳐다봤다.“주인님, 이미 경미하게 오염되었습니다.”위어드로서 신채린은 오염을 감지할 수 있었다.‘안 돼!’선하윤은 침대에 앉아 예쁜 눈썹을 찡그렸다.이건 분명 아빠와 엄마의 회색 침실에 들어간 이후로 오염됐을 것이다.창문은 단언컨대 가장 위험한 장소였다.밤이 되자 할머니는 어젯밤처럼 문을 두드리러 오지 않았지만 침실 문에서 계속 쿵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외부의 위어드가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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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진짜와 가짜

화장실의 유리문은 닫혀 있었고 밖에서 보았을 때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선하윤은 심지어 물 흐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모든 것이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할머니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거실에 울려 퍼졌다.불현듯 엄마의 목소리가 화장실 안에서 들려왔다.“우리 아가, 할머니가 또 아파. 엄마 씻는 중이니까 구급차가 오면 네가 대신 의료진한테 문 열어줘.”선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규칙 16조.[가족들은 모두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우리 딸, 들었니? 문 열어줘야 해. 할머니 병원 가는 거 지체하면 안 돼.”엄마는 선하윤에게 문을 열라고 요구했다. 의사와 간호사는 낯선 사람이고 선하윤이 문을 열어주는 것은 규칙 위반이다.다만 아빠, 엄마에게 미움받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니 우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선하윤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8시 30분이 거의 다 되어 가는 시각, 그녀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다가 마침내 완곡하게 거절했다.“엄마, 저 이제 온라인수업 시작해요. 시험도 봐야 하고요. 아빠도 제 공부를 많이 걱정하시니 열심히 해서 실망 시켜드리지 말아야죠.”온라인수업 선생님이 시험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통과 방법에는 시험이 언급되어 있었다.역시나 엄마는 공부라는 말을 듣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선하윤은 드디어 시간을 맞춰 책을 들고 서재로 들어갔다.컴퓨터 화면이 몇 번 깜빡인 후에야 켜졌다.온라인수업 선생님은 칠판을 두드리며 강의를 시작했다.애초에 원격 영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생님이 점점 카메라에 가까워지는 것을 발견했다.원격 영상 속에서 선생님은 문제를 틀린 학생들의 머리를 몽둥이로 때렸다.멍청했던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매를 맞은 후 수학 문제를 순조롭게 풀어나갔다.한편 서재 밖에서 요란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쿵쾅쿵쾅.그 발소리는 점점 서재 문 앞으로 다가왔다.그녀는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올까 걱정되어 비상 상황을 피하고자 공부를 잠시 멈추었다.똑똑.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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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팔을 잘린 아빠

던전의 셋째 날, 이제 나흘 뒤면 할머니가 돌아온다. 그날은 곧 던전의 일곱째 날이 될 것이다.선하윤은 결심했다. 일곱째 날이 오기 전에 던전을 통과해야겠다고.거실의 시계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었고 소파는 다 해져 속의 스펀지가 드러났으며 탁자 위에는 빈 술병이 쌓여 있었다.선하윤은 리모컨을 들어 TV를 켰다.[뉴스 보도입니다. 최근 계명 부동산 개발 회사에서 건설한 아파트 단지 프로젝트의 자금 흐름이 끊겨 여러 노동자들이 임금을 요구했으나 무산되었습니다...]그녀는 곧장 리모컨을 눌러 채널을 돌렸다.[계명 고등학교 사진 콘테스트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등 작품은 ‘치마 입고 그네 타는 소녀’입니다. 익명의 투고자는 7일 이내에 홍보팀에 연락하여 상장을 수령하시기 바랍니다...]선하윤은 그 수상 작품 속 소녀가 바로 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아무래도 딸은 줄곧 도촬과 괴롭힘에 시달렸던 모양이다.어젯밤의 악몽과 결부하여 딸의 이전 경험을 추측할 수 있었다.그날 오후, 온라인수업 시간.서재의 의자는 바퀴 하나가 빠져 있었고 깨끗하게 정돈된 컴퓨터 의자 위에는 칼로 새겨진 글자들이 더해졌다.선하윤은 검지 손가락 끝으로 원한이 가득 맺힌 글자들을 더듬었다.“보호라는 명목으로 해악을 가하는 행위.”“난 아무 잘못 없는데 왜 학교를 떠나야 해?”“왜 아빠, 엄마는 내 탓하는 거야?”“나는 칼에 겨냥당한 사람이 아니라 칼을 든 사람이 되고 싶어.”...심지어 칼로 새겨진 손바닥 절반 크기의 ‘죽음’이라는 글자도 새겨져 있었다.빨간 펜으로 ‘죽음’이라는 두 글자의 홈을 염색했고 가장자리에 솟아난 잔털에는 작은 손톱 조각이 걸려 있어 실로 끔찍할 따름이었다.오늘 온라인수업 선생님은 거의 강의를 하지 않았다.선생님은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있었고 온라인수업 방송은 마냥 조용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윤은 정해진 시간이 되어서야 자리를 떠났다.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선생님은 아주 작은 소리로 빠르게 중얼거렸다.“오늘 자정부터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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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아빠를 매수하다

엄마와 남동생은 아빠의 사라진 팔을 못 본 척했다.아빠는 술을 마시고 탐욕스럽게 선하윤을 바라보았다.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붉게 충혈된 안구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나 아직... 끄흐흐... 3억2천만을 빚졌어. 딸은 손이 두 개 있으니 4천만에 팔 수 있고 아들은 발이 두 개 있으니 6천만에 팔 수 있지. ...끄흐흐...”룰에는 엄마와 고양이가 딸을 사랑한다고만 언급되어 있을 뿐, 아빠는 언급하지 않았다.선하윤이 냉정하게 물었다.“아빠, 어떻게 빚을 지게 된 거예요?”“그건 어른들 일이야... 끄흐흐... 말해주면 네가 빚을 갚아줄 거니?”“네.”별안간 아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아빠는 첫날 보았던 모습보다 훨씬 더 붓고 거대하게 변해버렸다.또한 온몸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아빠의 붉게 충혈된 눈은 흥분으로 빛났고, 긴 혀를 내밀고 침을 가슴에 떨어뜨리자 누런 기름 얼룩과 섞였다.“아빠 못 도와주면 엄하게 벌할 거야. 우리 딸 착하지, 절대 거짓말하면 안 돼. 이 집을 위해서... 끄흐흐... 너를 힘들게 해야 할 것 같구나.”선하윤은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일부러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계좌번호 주시면 바로 송금해 드릴게요.”아빠는 원래 선하윤의 팔 하나를 뜯어 빚을 갚으려 했다.다만 그녀의 요구에 계좌번호를 불렀다.이때 선하윤이 물었다.“헤븐 뱅크인가요?”“그래, 끄흐흐... 너도 헤븐 뱅크를 아는구나...”선하윤은 태블릿 PC에 있는 헤븐 뱅크 앱을 통해 아빠의 계좌로 3억2천만 지전을 송금했다.이때 아빠가 그녀 뒤로 다가오더니 계좌로 돈이 들어온 것을 감지하자 튀어나와 있던 혀를 집어넣었다.돌연 인간처럼 변해버렸고 말도 훨씬 유창해졌다.“역시 우리 딸 최고라니까! 원하는 게 뭐야? 아빠가 다 들어줄게. 공부는 너무 무리하지 마.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야. 우리 딸 몇 점을 받든 아빠에게는 언제나 만점이야!”태도가 180도 바뀌었다.아무래도 헬로 머니가 위어드에게 특별한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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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드디어 바깥세상을 보다

“안 돼. 저런 더러운 건 먹지 마. 배탈 나.”선하윤은 그제야 신채린이 초밥을 먹을 때 왜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했는지 이해됐다.신채린은 시커먼 입을 벌리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 배고파요.”이에 선하윤이 태블릿 PC를 열어 파운드 쇼핑 앱에 들어가 위어드 음식 코너를 클릭했다. 그 안에는 잘린 팔다리로 만든 각종 끔찍한 음식들이 있었다.“자, 뭐 먹고 싶어? 내가 사줄게.”신채린은 태블릿 속 음식을 보며 침을 흘렸다. 그녀는 창백한 손을 드러내더니 날카로운 손톱으로 가리켰다.한편 선하윤은 그녀가 뭘 가리키는지 자세히 보지도 않고 바로 주문했다.음식이 하얀 연기와 함께 나타났고 짙은 피 냄새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선하윤은 신채린이 안에서 조용히 먹을 수 있도록 침실을 나왔다.남동생은 어느덧 공놀이를 멈추고 작은 발판을 디딘 채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었다.쿵.창밖에서 또다시 거대한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엄마가 커다란 철솥을 들고 나왔다. 철솥은 전열기 위에 놓였고 안에는 붉고 흰 국물이 끓고 있었다.“우리 아가, 모레면 시험이지. 엄마가 특별히 널 위해 보양식을 끓였어. 꼭 먹어야 해, 안 그러면 엄마 화낼 거야.”선하윤은 솥 안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달린 두피와 떠다니는 손바닥을 보며 속이 뒤집혔다.던전을 통과하는 것은 연기력을 시험하는 일이다.그녀는 솥 안의 내용물 때문에 속이 다 뒤집혔지만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겸손하게 말했다.“동생이야말로 몸보신해야죠. 걔가 많이 먹어야 키도 쑥쑥 커요.”엄마가 아무리 협박하고 회유해도 선하윤은 끝까지 그 국물을 건드리지 않았다.“이러면 못 쓰지!”별안간 엄마가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선하윤은 일단 진정시키려 했지만 엄마가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국물이 담긴 숟가락을 입에 마구 갖다 댔다.문득 옆에 있던 아빠가 솥에서 국물을 한술 뜨더니 간만에 선하윤을 편들어주며 말했다.“애가 안 먹겠다는데 왜 그렇게 억지 부려?”이 말을 들은 엄마는 눈을 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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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잠 못 이룰 밤

선하윤은 발코니 옆에 서서 창문을 통해 마침 회색 침실 창문을 볼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별안간 흐릿한 형체가 회색 침실 창문에서 떨어졌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으깨진 핏덩이가 돼버렸다.여태껏 창문 밖에서 들려오던 모든 이상한 소리가 누군가 투신하는 소리였다.블루 앤 화이트 교복과 반복되는 추락.아무래도 딸은 이미 죽은 듯싶다.선하윤은 문득 슬픔에 잠겼다.아침 온라인수업을 마친 후, 그녀는 침실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또한 블랙캣이 자신의 침실 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있는 걸 보았다.잠금장치와 테이프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고 선하윤은 분노하며 블랙캣을 쫓아냈다. 그러자 블랙캣은 야옹 소리를 내며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블랙캣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단지 침대 밑에 숨어 그녀를 엿보며 두 눈에 흉포한 빛이 서려 있었다.점심시간, 아빠는 빈 술병을 손에 들었다.“내일 시험이지? 아빠는 우리 딸 성적을 아주 관심 있게 보고 있어. 아빠가 많이 예뻐한다고 제멋대로 굴면 안 돼. 60점만 넘으면 변함없이 널 이뻐할 거야.”지전으로 매수한 덕분에 아빠의 요구도 60점으로 낮아졌다.하지만 선생님은 90점 이상을 요구했다.그 이상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조직한 1년 보충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1년이라는 보충 수업은 듣기만 해도 너무 별로였다.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접시를 핥을 뿐 성적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쿵, 콰광.점심 식사가 끝나자 발코니에서 또 그 소리가 들려왔다.선하윤은 이번에 귀 기울이고 들었는데 낙하 음이 두 번 들렸다.두 소리 사이의 간격은 매우 짧았다. 전에는 커튼이 닫혀 있어서 안 들렸지만 오늘은 남동생이 커튼을 열었고 선하윤도 마침 거실에 있어서 똑똑히 들었다.밖에 안개가 자욱하지만 유독 부모님의 회색 침실 창문만 또렷하게 보였다.외롭게 밖으로 뻗어 있는 그것.전에 할머니는 발코니에 앉아 손녀의 죽음을 매번 목격했다.그래서 할머니의 오염도가 가장 심했다.오후 온라인수업 시간, 선생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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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드디어 밝혀진 진실

“누나, 이거 가져요”선하윤은 남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에 구더기가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이거 뭐야?”남동생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형이 대신 전해달라고 준 건데 전에는 계속 숨겨두고 누나한테 안 줬어요. 제가 전에 형을 싫어했거든요. 꼭 나쁜 놈 같았어요. 몰래 누나 침실에 들어가고 심지어 침대 밑에 숨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줄곧 저랑 놀아주니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참, 그리고 이 인형이 형을 대신해서 계속 누나 곁에 있어 줄 거라고 했어요.”인형의 유리알 같은 까만 눈동자에서 기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선하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인형의 눈알을 확 뽑아내고 솜 안에 감긴 철사까지 끄집어냈다.곧이어 침실로 돌아와 쪼그리고 앉아서 인형을 침대 밑으로 던졌다.그곳에서 블랙캣이 한창 자신의 발톱을 핥고 있었다.인형을 본 블랙캣이 섬뜩한 비명을 질렀다.선하윤은 블랙캣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너 곰돌이야 아니면 스토커야? 설마 둘 다?”조여오는 질문에 블랙캣은 겁에 질려 침대 밑으로 몸을 웅크렸다.그제야 선하윤은 일의 실마리를 전부 알아차렸다.사랑 때문에 딸아이가 죽음을 맞이했다.그들의 사랑은 마치 족쇄 같아 딸을 단단히 옭아매 질식하게 했다.엄마는 딸을 사랑했지만 딸이 스토커 문제를 알렸을 때, 교사와 연락해 집에서 수업하도록 했다.아빠는 막대한 빚 때문에 딸에게 엄청난 기대를 품고 성적에 집착하며 딸을 한없이 짓눌러왔다.딸이 학교를 떠나자마자 곧바로 남학생 실종 소식이 돌았는데 그 실종자는 다름 아닌 곰돌이였다.곰돌이는 딸을 사랑하는 동시에 스토커 역할을 하여 딸을 항상 공포 상태에 빠뜨렸다.그는 사랑 가득한 화가이자 쾌활한 소년으로 변장해 딸과 연애했지만 마음속 어둠을 채우기 위해 도촬을 했다.칼을 들고 딸을 위협한 것도, 위선적으로 보호한 것도 모두 그였다.앨범은 항상 곰돌이의 손에 있었다.심지어 그가 그린 그림 속 딸과 스토커가 찍은 사진 시점까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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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탈출

그것은 곰돌이의 환상이었고 악어의 눈물이었다.딸이 투신자살하던 순간, 곰돌이는 딸과 함께 떨어지기를 바랐다.이 생각이 집착으로 변하여 괴담의 세계에서 거대한 충격파로 변화했다.블랙캣은 곰돌이의 사랑 구현체이자 욕망의 화신이었다.선하윤이 대부분 진실을 깨달은 순간, 무너지고 황폐해진 집이 첫째 날 모습으로 완벽하게 환원되었다.아빠, 엄마, 남동생, 심지어 병원에 간 할머니까지 모두 그녀 앞에 우아하게 서 있었다.다들 아무 말 없이 선하윤에게 손을 흔들었는데 사람마다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대문이 열리자 어둠 대신 눈부신 빛이 넘실거렸다.블랙캣은 문턱에서 꼬리를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빛이 닿는 순간 재가 되어 사라졌다.선하윤은 S 등급 통과 조건을 달성해 [스위트홈] 던전의 모든 진실을 풀어냈다. 그녀는 끝까지 살아남아 난이도 별 한 개의 룰 오브 괴담을 통과했다.집을 나서자 발치에 검은 가죽으로 된 백팩이 놓여 있었다.백팩을 열어서 한바탕 뒤져보니 익숙한 태블릿과 헬로 머니 100장, 그리고 쪽지 한 장이 나왔다.[호러 강림]의 내용에 따르면 던전 통과 시 보상이 주어진다.이 검은 백팩은 주인용 기본 키트 같은 존재였다.선하윤은 백팩을 메고서 신채린에게 말했다.“병원에 가려면 헬로 머니가 얼마나 필요해? 내가 대신 줄게.”신채린의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그녀의 공물 카드가 부서질 수 있다.선하윤은 이제 남은 공물 카드가 얼마 없으니 신채린이라는 믿음직한 조력자를 잃고 싶지 않았다.“주인님, 지금 병원에 갈 수 없어요.”신채린은 고개를 저으며 검은 복도를 가리켰다.“저쪽이 유일한 출구입니다. 저 길을 따라가면 새로운 룰 오브 괴담으로 들어가게 될 거예요.”“그럼 넌 공물 카드에서 잠시 쉬어.”새로운 괴담에는 신채린을 데려갈 필요가 없었다.신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 연기로 변해 이미 갈라진 빈 카드 속으로 사라졌다.이어서 선하윤이 ‘엄마의 쪽지’를 펼쳤는데 안에는 손글씨로 쓰여 있었다.[아가야, 오늘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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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왜 문제를 풀어요?

오후 4시 30분, 시험이 시작되었다.태블릿으로 온라인수업 앱에 들어가자 화면 전체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이번 시험은 컴퓨터로 진행되는 필기시험이었다.화면 정중앙에 노란색 숫자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카운트다운 한 시간을 알리는 표시였다.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숫자가 작게 변하며 화면 왼쪽 상단으로 올라갔다.문제는 총 60개의 선택형 문제와 4개의 주관식 문제로 구성되어 있었다.또한 선택형 문제는 각 1점씩 30개의 단일 선택형과 각 2점씩 15개의 복수 선택형으로 나뉘었고, 4개의 주관식 문제는 각 10점이었다.더욱 끔찍한 것은 문제에 나온 모든 언어가 위어드의 언어로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선하윤은 이미 [스위트홈] 던전을 빠져나왔기에 던전에서 기록했던 메모를 가져올 수 없었다.며칠 동안 고도의 집중력으로 수업을 열심히 들었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위어드의 언어를 능숙하게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다.선하윤은 공물 카드 한 장을 꺼냈는데 이 카드에는 차가운 용모의 젊은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키는 260센치 남짓했고 대나무처럼 비쩍 마른 몸매에 검은 도포를 걸치고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었다.카드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손가락 하나 또는 헬로 머니 100장을 지불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선하윤은 헬로 머니 100장과 공물 카드를 동시에 던졌다.곧이어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카드 속 남자가 나타났다.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창백하고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소년은 심장 부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의 오른손은 백골이었고 왼손은 살점이었다.“넌 이름이 뭐야?”소년은 자신의 심장이 있어야 할 텅 빈 곳을 가리키며 답했다.“저는 노하트에요.”텅 비어버린 심장 부위로 가까이 다가가면 바람 소리가 휙휙 들려왔다.“왜 심장이 없어?”“저는 원래 심씨 일가의 장군이었는데 임금님의 의심을 받아 성을 박탈당하고 심장을 파내 죽임을 당했어요.”“글자는 읽을 줄 알아?”소년이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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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생존자의 선택

노하트의 말은 선하윤에게 순간적인 깨달음을 안겨주었다.그녀는 규칙의 함정에 빠질 뻔한 것이다.‘그래, 100점을 받는 것은 [스위트홈] 던전에서 나온 통과 조건이지. 하지만 난 이미 S급 통과 기준을 달성해서 이 점수 따위 전혀 중요치 않잖아.’또한 선생님이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말했던 것은 90점 이상을 받지 못한 학생들만 학교에서 주관하는 1년 보충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선하윤이 시험에 응시한 이유는 만약 점수가 낮아 1년 보충 수업 괴담에 강제로 끌려갈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는데 그건 바로 괴담마다 자체적인 통제 범위가 있다는 점이었다.[스위트홈]의 규칙 괴담 범위는 오직 ‘집’에 국한되어 있었다.선생님, 야간 자율 학습, 시험이라는 요소들은 [스위트홈] 규칙 괴담과 교차점이 있지만 이것들은 독립적인 괴담 규칙에 속해야 하는 것이었다.B급 통과 규칙인 [만점을 받고 아버지의 칭찬을 받는 것]과 결합해 보면 선하윤은 이 통과 방법이 [스위트홈] 규칙 괴담을 풀어내고 던전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위험 등급의 괴담 ‘초청’ 조건을 달성하는 것임을 추측했다.만점을 받는 조건이 달성되면 한 괴담에서 다른 괴담으로 강제 전환될 수 있다.이것은 하나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다 더 깊은 지옥으로 들어가는 셈이다.어쩐지, 똑같이 집을 벗어나는 것인데 S급은 던전의 진실을 파헤치고 오염원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고, B급은 [스위트홈]과는 거의 관련 없이 높은 성적과 아빠의 칭찬만을 요구하더라니.이 칭찬은 아마도 아빠가 더 상위의 규칙에 구속되어 어쩔 수 없이 딸을 떠나보내도록 한 거겠지.위어드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선하윤을 새로운 괴담으로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다.그들은 단지 다른 괴담에 덫을 놓아 생존자가 걸려들기를 기다릴 뿐이다.선하윤은 시험 화면을 나가려 했지만 소용없었다.결국 그녀는 태블릿 PC를 강제로 종료시켰다.하지만 종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험지가 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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