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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송호영은 가까이 다가가 무심하게 말했다.“서현주의 선물을 찾고 있는 거야? 내가 도와줄게.”말을 내뱉자마자 송호영은 자신의 입을 꿰매고 싶었다.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서 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지금도 밖에서는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송호영이 안요한과 친한 사이인 것을 알고 그에게 자세한 내용을 묻기도 했다.안요한이 공개적으로 신가영과의 약혼식을 뒤로한 채 여자 친구를 찾으러 나선 일로 무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구경을 하게 되었다. 약혼식 자리에서는 수군대지 않았지만 돌아가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과장해서 말했을 것이 뻔했다.현재 이 일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고 송호영 또한 다양한 버전의 루머를 듣게 되었다. 안요한의 여자 친구가 임신을 빌미로 강제로 결혼을 요구한다는 말도 있고 안요한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말도 있다.생일 파티의 일은 일단락되었지만 안씨 가문과 신씨 가문의 관계는 냉랭해졌고 외부자인 그조차도 두 가문 사이의 싸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지금은 안정수 앞에서 서현주의 이름을 꺼내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안요한이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후회막심한 송호영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안정수의 안색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안정수의 안색은 어두워져 있었고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안요한의 등을 째려보고 있었다.안정수가 별말이 없자 송호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조용히 안요한을 도와 생일 선물을 찾았다.잠시 후, 결국 안요한이 선물을 찾아냈다. 선물 상자를 안고 일어선 안요한은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려 했다.바로 그 순간, 안정수가 소파를 내리치며 입을 열었다.“안요한, 날 보고도 인사 한마디가 없어?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연세가 많았지만 안정수의 기세는 여전했고 화가 났을 때는 여전히 위압감이 전해졌다.깜짝 놀란 송호영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안요한의 뒤에 서 있었다. 안요한은 발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이만 가보겠습니다.”안정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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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안요한은 대답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물컵을 만져보며 온도를 확인했다. 물컵 안의 물이 따뜻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안정수에게 물컵을 건네주었다.“몸이 안 좋으면 쓸데없는 걱정을 덜 하시고 자꾸 화내지도 마세요.”물컵을 받아 든 안정수는 얼굴빛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얼굴은 대체 왜 그래? 누구랑 싸운 거야?”안요한은 그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네, 누구랑 좀 싸웠어요.”그는 태연하게 한마디 덧붙였다.“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안정수는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누가 때렸어? 왜 싸운 거야?”손주를 위해 복수라도 할 듯이 따져 묻는 안정수를 향해 안요한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누군지 아시면 기분이 더 안 좋으실 거예요.”안정수는 계속해서 추궁했다.“그러니까 누군데?”안요한은 안정수에게서 물컵을 받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연지훈이요.”안정수의 얼굴빛이 살짝 굳었다.“하경시 연씨 가문의 연지훈?”안요한은 허리를 굽히고 생일 선물 상자를 챙겼다.“네.”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손주의 그런 모습을 보고 가슴 속의 불길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안정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넌 충동적인 성격이 아니야. 왜 연지훈과 싸웠는지 얘기해 봐.”안요한은 무심하게 소파 가장자리에 기대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그냥 넘어가시죠.”그의 말에 안정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말해.”안요한의 시선은 TV뉴스에 머물렀고 손가락으로 선물 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이유가 뭔지는 알 필요 없으세요. 제가 해결할 겁니다.”안정수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네가 어떻게 해결할 건데? 상대가 연지훈이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연지훈을 건드리면 좋을 게 없어.”남쪽에는 연씨 가문 북쪽에는 안씨 가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집안 모두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가문이었다.모두 백 년이 넘은 가문으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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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싱숭생숭한 안정수는 자신의 추측을 확신했다.“서현주와 관련된 일이냐?”안요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안정수는 그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런 거야?”안정수가 이미 짐작한 것을 보고 안요한은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다.“네. 제 얼굴의 상처는 연지훈과 싸우다 생긴 겁니다.”순간, 안정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너... 서현주 때문에 연지훈과 몸싸움을 한 거야?”안요한은 피식 웃었다.“연지훈이 그럴 자격이나 돼요?”이 말은 사실상 인정한 셈이었다.“너, 너 정말...”화가 나 얼굴이 붉어진 안정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곧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옆에서 깜짝 놀란 집사가 급히 안정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도련님, 회장님 약 좀 가져다주시겠어요?”안요한은 다시 선물 상자를 내려놓고 테이블에서 안정수의 약을 꺼내 의사의 지시에 따라 두 알의 알약을 챙긴 뒤, 안정수에게 알약과 물을 먹이고는 안정수의 가슴을 쓸어내렸다.한참 후에야 안정수는 안정을 되찾았고 얼굴빛도 점점 정상으로 돌아왔다.안요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요즘 병원에 가서 진찰 받아보셨어요?”숨을 깊게 들이쉬던 안정수는 손가락으로 윗옷을 움켜쥐며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네가 속만 안 썩이고 내 뜻대로 가정을 이룬다면 병원에 갈 일이 없을 거다.”안요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전 정말 할아버지가 신가영의 어디가 마음에 드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가문 배경만 따지면 현주 씨도 신가영에게 뒤지지 않는데 왜 꼭 제가 신가영과 결혼해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현주 씨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세요?”안정수는 손주를 한 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안요한은 여전히 그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눈을 뜨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현주가 연씨 가문에서 몇 년 동안 지낸 적이 있고 연씨 가문의 양녀로 살았던 적이 있다는 걸 넌 알고 있냐?”안요한은 그 사실을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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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그 얘기를 다 듣고 나서도 안요한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 할아버지는 현주 씨한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연씨 가문과 유씨 가문에 불만이 있으신 거죠?”안정수는 말문이 막혔다.“너... 내 말을 듣고 있긴 한 거냐?”안요한은 턱을 만지며 대답했다.“네, 아주 진지하게 대책을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안요한의 태도를 보고 안정수는 그가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다.안정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난 이제 늙었다. 안씨 가문의 미래는 너한테 달렸어. 잘 생각해 봐. 무엇이 진정으로 네게 필요한 건지. 서현주는 뒷배가 없는 사람이야. 이젠 유씨 가문의 미움까지 샀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야. 하지만 신씨 가문은 기반이 튼튼하고 사업도 잘 되고 있어. 서현주 한 사람과는 하늘과 땅 차이야. 신가영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아이니 너한테 좋은 짝이 될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니?”안요한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 듯 여전히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제가 연씨 가문과 유씨 가문을 해결하면 현주 씨와의 일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그 말을 듣고 안정수는 숨이 막힐 뻔했다.집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안정수의 등을 두드렸다.“도련님, 그만하시죠. 회장님은 몸도 안 좋으신데 화내게 하지 마세요.”안요한은 입술을 꽉 다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숨을 깊게 여러 번 들이쉬고 나서야 안정수는 점차 진정되었고 그가 떨리는 손을 들어 안요한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럼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연씨 가문과 유씨 가문을 해결할 건지.”안요한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얘기해 보라니까.”안요한은 앞으로 다가가 소파 옆에 있는 담요를 가져와서는 안정수에게 덮어주었다.“할아버지, 제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몸도 안 좋으시잖아요. 저도 다 큰 어른입니다.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무슨 문제를 일으켰나요? 항상 할아버지의 말씀을 잘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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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안정수가 안요한을 노려보며 말했다.“너 때문에 화가 나 죽겠는데 어떻게 잠이 오겠니?”고개를 숙인 채 코를 만지던 안요한은 선물 상자를 집어 들었다.“그럼 전 먼저 돌아가서 쉴게요.”안정수는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돌아왔으면서 회사에는 왜 안 가는 거야?”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안요한은 안정수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돌아서서 고개를 저었다.“알겠습니다. 먼저 회사로 갈게요.”안정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그 모습으로 회사에 가서 웃음거리나 되려고?”“화장품으로 가리면 됩니다.”안정수는 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연지훈이랑 주먹다짐까지 한 놈이 이제 와서 남들이 알까 봐 부끄러운 거냐?”송호영은 안요한의 우울한 표정을 보고는 옆에서 웃음을 참느라 다리를 꼬집고 있었다.지금은 자신이 무엇을 해도 안정수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트집을 잡으려 한다는 것을 안요한은 깨닫게 되었다.한숨을 쉬던 그가 안정수를 향해 물었다.“할아버지, 그럼 제가 대체 뭘 해야 하는 겁니까?”안정수는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방금까지만 해도 어른이라고 뭘 해야 할지 안다고 하지 않았냐? 지금은 왜 모르겠다고 하는 거야?”안요한은 안정수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감정에 휩싸여 연지훈과 싸우지 말아야 했습니다.”안정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이제야 잘못을 알겠다고?”안요한은 손을 입술에 대고 헛기침을 했다.“할아버지, 이젠 올라가도 될까요?”안정수가 그를 노려보며 손을 저었다.“더 이상 내 눈앞에 띄지 마.”안도의 숨을 내쉬던 안요한은 고개를 돌리고 송호영을 바라보았다. 송호영은 바로 알아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님, 저도 올라가 보겠습니다.”안정수는 송호영을 대할 때 훨씬 다정했다.“그래, 식사가 준비되면 그때 부를게.”겉으로는 송호영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실제로는 안요한에게 하는 말이었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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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송호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사랑에 눈이 먼 순정남이라는 말이 지금 너한테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아.”자신을 놀리는 말에도 안요한은 기꺼이 받아들였다.“내 마음이야.”송호영은 뭐라고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안요한이 20년 넘게 솔로로 지내면서 여자들을 거절하던 모습을 보며 송호영은 친구가 그 어떤 여자에게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현주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본모습이 드러났다.두 사람이 대화할 때, 안요한은 가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곤 했다. 그는 안요한의 표정으로 그게 누구의 문자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표정이 없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문자였을 것이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을 때는 서현주의 문자였을 것이다.지나치게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정말 꼴 보기 싫을 정도였다. 안요한은 사랑에 푹 빠져있었고 친구로서 송호영은 축복해 주고 싶었다.“그래. 두 사람이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란다.”송호영은 이렇게 말하면 안요한이 기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안요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현주 씨와 나 사이에는 장애가 될 사람이 없어. 연지훈 그 인간이 뻔뻔스럽게...”송호영은 연신 손을 저었다.“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해. 연지훈이 뻔뻔한 놈이야.”안요한은 그제야 만족하며 입을 다물었고 거울을 보며 열심히 멍든 부위를 가렸다.송호영은 문틀에 기대어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는 점원이 안요한에게 화장해 주던 동작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하는 거 아닌 것 같은데...”몇 분을 가렸는데도 얼굴의 멍든 부위는 여전히 뚜렷했고 점원이 가려준 것보다 더 도드라져 보였다.안요한 또한 그걸 알아차렸지만 그는 이런 것에 신경 쓸 마음이 없어서 대충 마무리하고 화장품을 치웠다.“이 정도면 됐어.”어차피 어떻게 해도 소용이 없으니 안정수에게 보여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었다.송호영은 안요한을 따라 화장실을 나와 소파에 편안하게 기대어 앉았다.그는 방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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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송호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막 시작하려 했던 자신의 연애가 곧 끝날 것 같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송호영은 핸드폰을 확인하며 연채린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역시나 차단 상태였다.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넌 행복한데 내 연애는 완전 꽝이야.”안요한은 그 엽서들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며 송호영을 흘끗 쳐다보았다.“여전히 그 연씨 가문의 연채린이야?”송호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여전히라니? 네 눈에는 내가 바람둥이로 보여?”안요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장난이 아니라 송호영은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 오늘은 이 여자와 사랑을 속삭이다가도 내일은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사람이었다.안요한은 송호영의 데이트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송호영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속이 답답했다.예전에는 바람기가 있었지만 이젠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마음을 가다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채린의 냉대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던 그가 앞으로 다가와 안요한에게 물었다.“서현주가 연씨 가문에서 몇 년 살았으니까 연채린에 대해 물어보는 건 어때?”“남자 친구인 네가 모르는 일도 있어?”송호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남자 친구가 아니야. 아직 사귀는 사이 아니니까.”그가 안요한의 팔을 찌르며 말했다.“서현주한테 연채린에 대해 물어보면 안 돼? 요즘 연채린이 자주 화를 내는데 정말 이해가 안 가. 서현주가 연씨 가문에서 몇 년 살았으니까 연채린에 대해 알지도 모르잖아.”안요한은 엽서를 침대 옆 탁자에 넣으며 말했다.“현주 씨 연락처 있잖아. 직접 물어봐.”송호영은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서현주가 연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야. 그래서 네 의견을 묻는 거야. 내가 물어봐도 될까?”안요한은 서랍을 닫으며 대답했다.“이건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야. 현주 씨의 일이니까. 네가 직접 물어봐야지.”턱을 쓰다듬던 송호영은 안요한을 흘겨보며 말했다.“네가 질투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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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코웃음을 치던 안요한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얘기해. 현주 씨는 안 믿을 거야.”자신감이 넘치는 안요한의 모습을 보면서 송호영은 이를 악물었다.안요한과 서현주가 실연한 자신의 앞에서 애정을 과시하는 걸 보니 정말 눈에 거슬렸다.그가 베개를 들어 올려 안요한에게 던지려던 순간, 문밖에서 가정부가 안요한의 방문을 두드리며 점심 준비가 됐으니 내려와 밥을 먹으라고 했다.송호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이번에는 일단 봐줄게.”안요한은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었다. 분풀이로 베개를 침대에 던지던 송호영은 씩씩거리며 방을 뛰쳐나갔다.송호영과 안요한은 나란히 계단을 내려갔다.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안정수는 이미 식탁 가운데 자리에 앉아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안요한은 예의 바르게 안정수에게 인사했고 송호영도 따라 인사했다.두 사람의 인사에 대해 안정수는 안요한을 무시한 채, 송호영에게만 말을 건넸다.“네 집처럼 생각하고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어.”안정수는 안요한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지만 안요한은 자신이 소외되었다는 감정보다는 오히려 그 상황이 편했다.그 순간, 송호영이 도발적인 눈빛으로 안요한을 한 번 쳐다보았다.안요한은 그의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즐겁게 밥을 먹었다. 안정수는 손주의 그런 모습을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젓가락을 들지 않았는데 네가 먼저 먹으면 어떻게 해?”젓가락으로 반찬을 집던 안요한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어서 먹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할아버지, 어서 드세요.”안정수가 고기 한 점을 집어 송호영의 그릇에 놓아주며 말했다.“많이 먹어. 저놈 몫까지 다 먹거라.”송호영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네, 감사합니다.”안요한은 안정수가 반찬 한 점을 먹은 후에야 다시 젓가락을 움직였다. 그 순간, 안정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게 무슨 표정이야? 밥 먹는데 왜 죽을상을 하고 있어?”송호영은 고개를 숙이고 낄낄거렸다.흠칫하던 안요한은 고개를 돌려 안정수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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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연채린의 오빠라면 연지훈?연지훈에 대해 생각하니 송호영은 마음이 복잡해졌다.옆에 있는 안요한이 방금 연지훈과 싸웠으니...송호영은 식은땀이 났다. 연채린은 그가 서현주와 친구라는 이유로 이미 한 번 화를 낸 적이 있었다. 만약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연지훈을 때렸다는 걸 그녀가 알게 된다면 두 사람 사이는 정말 끝장일 것이다.마음이 초조해진 송호영은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아니에요. 형님한테 부탁하지 말고 내가 데리러 갈게요.][형님은 무슨 형님이에요?]송호영은 피식 웃었다.[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잖아요.]연채린은 여전히 그를 거절했고 올 필요 없다고 하면서 연지훈이 이미 공항으로 오고 있는 길이라고 했다.송호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급히 다시 문자를 보냈다.[경연시에 날 찾으러 온 거 아니에요? 형님한테 부탁하지 말고 내가 갈게요. 나 지금 엄청 한가해요.][누가 송호영 씨 때문에 온 거라고 했나요?][아니에요? 나 때문이 아니면 누구 때문이에요?]연채린은 공항 VIP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경연시는 이미 겨울에 접어들어 영하에 가까운 날씨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위에는 타이트한 니트를 입고 있었으며 겉에는 종아리까지 오는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있었다.스타킹 차림에 예쁜 부츠를 신고 있는 그녀는 패셔너블해 보였다.다행히도 공항 VIP 라운지에는 난방이 되어 있어 그다지 춥지 않았다.핸드폰을 들고 있는 연채린의 눈빛에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빠르게 두드리며 송호영의 문자에 답장을 보냈다.[당신 때문에 온 거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아요. 오빠랑 새언니 때문에 온 거예요.]연채린이 보낸 문자를 보고 송호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가 말한 오빠는 분명 연지훈이겠지만 그녀가 말한 새언니가 누구인지는 짐작이 되지 않았다.소문에 따르면 연지훈은 이미 유이영과 이혼했고 지금은 서현주에게 대시하고 있다.그는 눈을 굴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연채린은 서현주를 매우 싫어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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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진강준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연 대표님,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연지훈은 고맙다고 말하며 진강준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은 협업의 세부 사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지훈의 눈빛은 차분하고 담담했으며 얼굴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진강준은 연지훈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리려고 애썼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곤 했다.상처를 보면 누군가에게 맞아서 생긴 것 같았다. ‘연지훈처럼 차분하고 내성적인 사람도 원수가 있는 것일까? 이렇게 심하게 때리다니...’두 사람은 약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강준은 연지훈과 작별한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다음 일정은 서현주를 만나는 것이었다.진강준의 회사에서 하유 그룹에 의뢰한 금융 소프트웨어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서현주는 그와 그의 팀을 불러 검수를 진행했다. 새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찾아내어 부족한 점을 하유 그룹에서 최대한 빨리 보완하기 위함이었다.비록 서현주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그는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사업 파트너로서 서현주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가끔은 친구의 신분으로 서현주와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공적인 일에 대해 그는 서현주와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처리했고 감정 문제로 인해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부터 두 사람은 깊은 관계가 아니었으니 원한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다.업무를 마친 후, 진강준은 서현주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다.그가 먼저 농담처럼 얘기를 꺼냈다.“요즘은 말과 행동에 조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사지 말아요.”“왜요?”“방금 미팅하고 왔는데 그 대표라는 사람이 누군가와 싸운 것 같더라고요. 얼굴에 상처가 많고 안색도 창백했어요.”서현주는 그의 말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차라리 몸을 단련하는 편이 더 낫겠어요. 그럼 누가 와서 시비를 걸어도 혼내줄 수 있잖아요.”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진강준이 회사를 떠난 후, 서현주는 그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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