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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 Chapters

제1081화

연유준이 입을 삐죽 내밀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너무 보고 싶어요. 고모, 제발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제가 말을 듣지 않아서 화가 나서 안 오는 거예요? 그런 거라면 고모가 엄마한테 말해줄래요? 저 이제 말을 잘 듣는다고요. 매일 숙제도 열심히 하고 다른 애들도 괴롭히지 않고 진짜 착하게 지내거든요. 다시는 엄마 화나게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돌아오라고 해주세요.”“요즘에도 애들이 저보고 엄마 없다고 놀리고 계속 괴롭혀요. 엄마 말대로 절 놀리는 친구들도 때리지 않았는데... 정말 너무 힘들어요.”연유준이 말하면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울 때도 큰소리로 울지 못했다. 예전에 제멋대로 굴던 꼬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그 모습에 연채린은 가슴이 아팠다.유이영의 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연유준이 아직 어린아이라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연유준은 유이영이 자신과 아빠를 버린 거라고만 생각했다.처음엔 아빠와 엄마가 이혼한 건 아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화가 나서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닌지 추측했었다.그때 연지훈을 붙잡고 엄마에게 사과하라고, 엄마를 데려오라고 조르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부정적이었다.아빠에게서 답을 못 얻으니 이번엔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엄마가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은 건가 싶었다.그래서 요즘 연유준은 말을 아주 잘 들었고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떼쓰지 않았다. 몰래 울다가 눈이 퉁퉁 부을 때도 많았고 한가할 때마다 문 쪽을 보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올 리가 없었다. 기다리다가 너무 속상하면 연지훈에게 재결합하라고, 엄마를 데려오라고 떼를 썼다.연지훈은 몇 마디 위로만 건넬 뿐 끝내 약속하진 않았다.연유준이 장난꾸러기이긴 해도 머리는 나쁘지 않았기에 연지훈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연지훈과 몇 번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 유이영을 데려오지는 못했다.아마 드라마나 만화에서 본 모양이었다. 부부가 이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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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한 아이의 앞니 하나가 통째로 빠졌다. 피가 멈춘 뒤 엄마 품에 안겨 목청이 터져라 울어댔다. 다른 아이는 무릎의 살이 벗겨져 약을 바를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울었고 또 다른 아이는 이마에 커다란 혹이 툭 튀어나와 보기에 아주 흉측했다.반면 연유준은 옷이 좀 흐트러지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것 말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작은 방에 세 아이의 울음소리가 뒤엉켜 메아리쳤다. 유치원 선생님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고 세 아이의 부모들도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연유준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서서 씩씩거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연동욱은 연유준을 나무라지 않고 먼저 유치원 선생님과 연유준에게 정확한 경위를 물었다.알고 보니 평소 유치원에서 제멋대로 굴던 연유준을 못마땅하게 여긴 세 아이가 유이영의 일을 듣고 일부러 달려와 놀렸던 것이었다. 연유준이 엄마가 없다고, 엄마가 연유준을 버렸다고 말이다.그뿐만이 아니라 연유준의 엄마가 나쁜 짓을 해서 감옥에 갔고 그런 사람 뱃속에서 태어난 연유준도 엄마처럼 나쁜 아이라고 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연유준이 의자를 번쩍 들어 한 아이를 향해 내리친 다음 세 아이를 바닥에 눌러 패버렸다.그렇게 지금 이런 상황이 돼버린 것이었다.전말을 다 듣고 난 연동욱은 연유준을 몇 마디 달래준 뒤 연채린에게 맡겼다.세 아이의 부모들은 연유준에게 화가 치밀었지만 자기 아이들이 먼저 시비를 건 데다 상대가 연씨 가문의 아이였기에 대놓고 뭐라 할 수 없어 억지로 화를 참았다.반면 아이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고 계속 불평을 쏟아냈다. 평소 연유준이 얼마나 오만방자했는지, 얼마나 미웠는지 툴툴거렸고 유치원 애들이 다 싫어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연유준의 엄마가 나쁜 사람이라 감옥에 갔고 연유준도 나중에 감옥에 갈 거라고 소리쳤다.그 말에 연유준의 눈이 붉게 충혈되더니 다시 달려들려 했다. 다행히 연채린이 제때 말렸다.연동욱의 얼굴이 말이 아니게 굳어 있었다.세 아이의 부모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이들의 입을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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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하지만 연유준은 전혀 믿지 않았고 할아버지더러 엄마에게 데려다 달라고 졸랐다.연동욱은 떼를 쓰는 손주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다행히 그때 연채린이 여행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가방에서 여행지 엽서를 꺼내 연유준에게 건네면서 유이영이 여행 간 곳이라고 했다.눈에 보이는 증거가 생기니 연유준도 조금씩 믿기 시작했다. 유이영이 경찰에 잡혀간 게 아니고 연지훈과 연유준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엽서를 들고 기뻐했다.하지만 이 거짓말도 며칠을 버티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자 연유준이 또 울면서 물었다.“엄마가 잡혀간 것도 아니고 나한테 화난 것도 아니라면서 왜 전화 한 통도 안 해요?”그 질문에 연동욱과 다른 사람들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유이영이 너무 바빠서 그런 거라고 얼버무렸다.연유준이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그들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금세 눈치챘다.그런데 놀랍게도 연유준은 예전처럼 끝까지 캐묻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말을 잘 들었다. 또 말수가 줄어들었고 대부분 시간 말없이 본가의 정문만 내다보곤 했다.모두가 그 모습을 보며 안쓰러워했다.이번에 연채린이 돌아온 게 연유준에게 다시 작은 희망을 줬는지 또 울면서 설명을 요구했다.연채린이 마음속으로 결심을 굳혔다. 연승재가 건네준 휴지를 받아 연유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다정하게 달랬다.“유준아, 걱정하지 마. 이번에 정말 네 엄마를 보러 나갔던 거야.”연유준이 울음을 멈추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진짜요? 엄마 지금 어디 있어요? 언제 와요? 언제쯤 볼 수 있어요?”연이어 쏟아지는 질문에 연채린은 대답하지 않고 아이의 어깨를 잡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유준아, 엄마 많이 보고 싶지?”연유준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너무 보고 싶어요. 제발 부탁이에요. 절 엄마한테 데려가 주면 안 돼요?”연채린이 믿지 않을까 봐 두려웠는지 울면서 손으로 가슴을 쿡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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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다 듣고 난 후 연유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정말요? 제가 할아버지한테 부탁하면 할아버지가 엄마를 데려온다고요?”“정말이야.”연채린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연유준은 요즘 여러 번 속은 탓에 선뜻 믿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그런데 제가 엄마 얘기 하는 거 할아버지가 싫어하세요. 제가 부탁해도 진짜 도와주실까요?”연유준이 아직 어린애이긴 해도 요즘 연동욱과 붙어 다니면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 때문에 세상 모든 일에 예민해졌다. 말 한마디에 숨은 뜻도 읽어낼 만큼 말이다.아이의 예리함에 연채린은 놀라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연채린이 연유준의 어깨를 힘껏 잡았다.“유준아, 고모 말 안 믿는 거야?”연유준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믿어요. 그런데... 그런데...”“그런데는 없어.”연채린이 연유준의 어깨를 더 세게 잡았다.“고모 말 믿어. 이번엔 진짜 너밖에 없어. 너 말고는 아무도 엄마를 구하지 못해. 알았지?”그녀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고 연유준은 당황해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고모, 저... 저 잘 모르겠어요...”연채린이 목소리를 낮추고 다정하게 말했다.“억지로 시키는 거 아니니까 긴장해 하지 마. 고모 말 잘 들어봐봐.”연유준이 주먹을 꽉 쥐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씀하세요.”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물었다.“유준이 백설 공주 이야기 들어봤어?”모든 아이가 다 아는 이야기라 연유준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연채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백설 공주는 그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야. 백설 공주가 없으면 이야기 자체가 진행이 안 돼. 맞지?”연유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연채린이 이어 말했다.“우리 집에서는 네가 그런 존재야. 제일 중요한 아이거든. 할아버지 마음속에서도 제일 소중한 손자고. 할아버지는 네가 행복한지, 기분이 좋은지 진짜 많이 신경 쓰셔. 그러니 유준이는 동화 속 백설 공주 같은 거야. 백설 공주가 없으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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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연동욱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조씨 가문의 손자랑 맞선 잡아놨으니까 이따가 나갈 때 예쁘게 좀 차려입어.”그 말에 연채린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또 맞선이에요? 싫어요.”연동욱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싫어도 가. 이번 애는 해외 유학 갔다가 막 돌아왔고 며칠 후면 집안 회사에 출근한대. 이제 고작 스물여덟인데 능력도 있어. 가서 한번 만나봐. 만나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짜증이 난 연채린이 포크로 접시 위의 소시지를 쿡쿡 찔렀다.“맞선 상대들마다 다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이번에는 정말이야. 가서 봐.”연동욱이 이렇게 얘기한 이상 무조건 가야 한다는 걸 연채린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렸다.“사귀는 사람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또 맞선을 잡으시면 어떡해요?”연동욱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송씨 그 애 말이야?”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사실 송호영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특히 그가 서현주의 친구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맞선을 피하려고 그녀가 직접 고른 핑계용 남자였다.할아버지에게 송호영의 얘기를 꺼냈는데도 또 맞선을 잡아버릴 줄은 몰랐다.연동욱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알아봤는데 송씨 가문이 몇 년 전까진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요즘은 기세가 많이 죽었어. 우리 집 문턱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해. 사귀는 건 괜찮지만 집에 데려오진 마.”연채린은 애초에 송호영과 진심으로 만날 생각이 없었다. 연동욱이 말하지 않아도 그를 신랑감으로 집에 들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갑작스럽게 잡힌 맞선 때문에 짜증이 난 연채린은 대충 고개만 끄덕일 뿐 속마음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아침을 다 먹은 후 그녀는 연유준을 데리고 소파에 앉아 TV를 봤다. 연동욱이 1층 다실에서 차를 마시며 글씨를 쓰고 있어서 거실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연채린이 연유준에게 눈짓을 보내자 연유준이 바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소리쳤다.“리모컨 주세요!”도우미가 재빨리 리모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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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우리 다정한 엄마가,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엄마가 잡혀 들어갔어.’연유준이 순식간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계속 코를 훌쩍거렸는데 눈물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가슴이 미어질 만큼 슬펐지만 억지로 숨을 죽여 큰 소리로 울지 않았다. 참으로 철이 든 아이였다.그 모습이 사람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고 거실에 있던 모두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연유준이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엄마는 여행 간 거라고요. 아니에요?”도우미는 당황한 나머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손에 쥔 리모컨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느껴져 제대로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작은 도련님, 이... 이건 다 가짜예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함부로 떠드는 소문일 뿐이니까 절대 믿지 마세요...”연유준이 입을 크게 벌리고 더 세게 울었다. 목소리도 심하게 떨렸다.“다 봤어요. 거짓말 좀 그만해요. 엄마가 저 보러 오지 못하는 이유가 잡혀 들어갔기 때문이잖아요.”연유준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몰랐다. 연유준이 오늘 해야 할 일을 까먹을까 봐 걱정됐다.연채린이 손을 들어 연유준의 팔을 살짝 찌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준아, 울지 마. 고모 여기 있잖아...”연유준의 울음소리가 뚝 멎었다. 훌쩍거리면서 고개를 들더니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연채린을 쳐다봤다.그녀는 따뜻한 눈빛으로 연유준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유준아, 어젯밤에 고모가 한 말 잊었어?”이건 어제 연채린이 연유준에게 미리 말해둔 계획이었다.연유준이 유이영의 사건 보도를 ‘우연히’ 보고 슬퍼하면서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하게 하는 것이었다.연유준의 손등이 이미 눈물로 흠뻑 젖어 있어 그냥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아이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고는 소파에서 폴짝 뛰어내려 연동욱이 있는 다실 쪽으로 달려갔다.그 모습에 도우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연동욱이 도우미들에게 연유준이 유이영에 관한 소식을 절대 보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했었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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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연유준의 울음소리가 천장을 뚫을 정도로 날카로워 연동욱은 귀가 다 아팠다.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아마 짜증이 확 치밀었을 것이다. 이처럼 날카롭고 끝없이 이어지는 울음은 정말 듣기 힘들었다.하지만 연동욱은 조금도 짜증 내지 않았고 밀어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다정하게 연유준을 끌어안고 다리를 흔들며 달랬다.“울지 마, 울지 마. 저 뉴스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 지어낸 거야. 유준이 또래 애들을 속이려고 만든 거라고. 유준아, 똑똑하게 굴어야지. 그런 사람들한테 속으면 안 돼.”연유준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훌쩍거렸다.“할아버지가 거짓말하셨지, 뉴스가 거짓말한 게 아니에요. 엄마가 못 오는 건 나쁜 사람들한테 잡혀갔기 때문이에요.”아이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돼버렸다. 손을 뻗어 연동욱의 팔을 꽉 잡았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우리 엄마 좀 도와주세요. 엄마를 구해주시면 안 돼요?”연동욱이 흐릿한 눈동자로 연유준을 쳐다보더니 티슈를 집어 연유준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끝까지 구해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유준아, 할아버지를 믿어. 할아버지는 너한테 거짓말 안 해. 엄마 나쁜 사람한테 잡혀간 게 아니라 여행 갔어.”연유준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작은 얼굴에 고집이 가득했다.“아니에요!”그러고는 크게 소리쳤다.“할아버지가 날 속이셨어요. 엄마는 여행 간 게 아니에요. 나쁜 놈한테 잡혀가서 저를 보러 오지 못하는 거라고요.”그전부터 연유준은 이미 연동욱의 설명을 의심하고 있었다. 연채린과 몰래 계획을 짠 뒤로는 완전히 믿지 않게 됐다.게다가 뉴스 보도까지 직접 봐버렸기에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연동욱의 말을 믿지 않았다.연동욱이 얼굴을 찌푸리고 같은 말만 반복했다.“유준아, 할아버지 말도 안 믿는 거야?”연유준이 울음을 잠깐 멈춘 그때 연동욱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몰아붙였다.“내가 널 지금까지 키우면서 너한테 해로운 짓을 한 적이 있었어? 어떻게 남들 말만 믿고 할아버지 말은 믿지 않을 수가 있어? 너 자꾸 이러면 할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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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놀랍게도 연유준이 할아버지의 손을 뿌리치고 진지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우린 지금 엄마 얘기 중이에요. 학교 일 궁금하시면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 엄마 얘기 먼저 해요.”연동욱이 시선을 돌렸다.“네 엄마 일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어. 이미 다 말했잖아. 할아버지가 거짓말한 게 아니라 여행 간 거 맞다고.”“아니에요. 나쁜 놈한테 잡혀갔어요.”연유준이 입술을 삐죽이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연동욱의 허벅지 위에서 기어 내려와 옆에 서고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연동욱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할아버지, 유준이 이렇게 부탁할게요. 제발 엄마 좀 구해주세요. 엄마를 집으로 데려와 주면 안 돼요?”아이가 당긴 바람에 연동욱의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연유준이 그의 오른팔을 붙잡고 애원하자 연동욱이 굳은 표정으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할아버지, 저 엄마 지금 어디 있는지 아니까 더는 거짓말하지 마세요. 제가 어린애라서 속이기 쉽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하지만 할아버지, 저 아직 어리긴 해도 보통 애는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저 속이고 있다는 거 알아요. 계속 속였고 지금도 속이고 있고요.”말끝마다 속인다는 소리에 연동욱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연유준의 눈에 눈물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더니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하지만 할아버지.”연유준이 흐느끼며 말했다.“할아버지가 거짓말한 거 따지지 않을게요. 지금은 할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해요. 유준이가 이렇게 빌게요. 제발 엄마를 구해주면 안 돼요?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정말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고 힘들어 죽겠어요. 엄마랑 같이 놀고 같이 잠도 자고 동화책도 읽어줬으면 좋겠어요...”연유준이 말할수록 점점 더 세게 울었고 눈도 시뻘게졌다.“할아버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겠어요. 매일매일 괴롭고 울고 싶은 것도 엄마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꾹 참고 있는 거예요...”연동욱의 표정이 여전히 굳어 있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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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연동욱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연유준, 일어나서 말해.”연유준이 할아버지의 종아리를 꽉 붙잡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일어나지 않을래요. 할아버지가 대답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요.”그 말에 연동욱이 조금 전보다 더 무거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일어나.”연유준은 연채린의 당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약속할 때까지 계속 빌어야 한다고 했다.“싫어요. 할아버지, 제발 부탁드려요. 엄마 좀 데려와 주세요. 엄마가 정말 보고 싶어요.”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연동욱은 귀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그가 굳은 얼굴로 집사와 도우미를 부르더니 어두운 목소리로 지시했다.“유준이 좀 일으켜 세워.”그 말에 집사와 도우미가 처절하게 울부짖는 연유준에게로 다가갔다.연유준이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쏟았다.“오지 말아요. 오지 말라고요...”집사가 연유준의 팔에 손을 대자 연유준이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누가 보면 이들이 아이에게 끔찍한 짓이라도 하려 한다고 오해할 정도였다.집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연동욱을 쳐다봤다. 연동욱이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가르쳐야 해? 어서 치워.”겁에 질린 연유준이 연동욱의 종아리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두 종아리에 매달린 채 집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목청껏 울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오지 말아요. 저한테 손대지 말아요.”집사와 도우미가 이를 악물고 다가섰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연동욱의 종아리에 매달린 연유준을 떼어내려 했다.다섯 살짜리 아이치고는 힘이 놀라울 정도로 셌다.집사와 도우미는 힘을 너무 세게 주면 아이의 피부에 멍이 들까 봐 극도로 조심했다. 그 조심성 때문에 연유준을 쉽게 떼어내지 못했고 두 사람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한참 후 연유준은 목이 쉬어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집사와 도우미가 겨우 연유준을 떼어냈다.떼어놓자마자 연유준이 미꾸라지처럼 두 사람의 손아귀에서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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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연동욱이 손에 든 신문을 털면서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대놓고 움직였으면서 누구를 속이려고. 마당에 CCTV가 돌아가고 있는 거 몰라? 한밤중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응이 나타난다고. 어젯밤에 나갈 때 이미 알고 있었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고 뻔뻔스럽게 물어? 네가 무슨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부터 돌아봐.”연동욱의 목소리가 매우 어두웠고 말 속에 비아냥이 다분하게 담겨있었다.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연채린이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집에 너무 오래 갇혀 있어서 잠깐 바람 쐬러 나갔던 거예요. 밖에 너무 오래 있지 않고 금방 들어왔어요. 뭐 딱히 한 것도 없고요.”연동욱이 그녀를 곁눈질했다. 눈동자가 흐릿했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바람 쐬러? 어디로?”“호영 씨랑 근처 도시 좀 산책했어요. 멀리 가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연동욱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늙었다고 바보가 된 줄 알아?”연채린이 손가락을 움츠리더니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그런 뜻이 아니에요.”연동욱의 말투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솔직히 말해. 어디에 갔었어?”그에게 어디에 갔었는지 알려줄 수 없었던 연채린은 끝까지 숨겼다.“정말 어디 안 갔어요.”“아직도 거짓말하는구나.”목소리가 높지 않았는데도 연채린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연동욱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연채린이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들어 연동욱을 똑바로 쳐다봤다.“할아버지, 정말 잠깐 산책한 게 다예요. 아무 데도 안 갔어요. 호영 씨랑 데이트만 했다고요.”연동욱이 신문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여전히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구나.”연채린이 이를 깨물고 중얼거렸다.“전 사실을 말했지만 할아버지가 믿지 않으시면 방법이 없고요.”연동욱이 천천히 말했다.“너의 그 꿍꿍이를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연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꿍꿍이라니요?”연동욱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유이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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