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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111 - Chapter 1118

1118 Chapters

제1111화

고요하던 본가에 연채린의 비명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날카롭고 공포에 질린 그 비명이 별장 구석구석 모든 이의 귓가에 꽂혔다.본가에 있던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바둑을 두던 연동욱이 바둑알을 툭 떨궜다. 옆에 있던 집사가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가 난 쪽을 올려다봤다.“무슨 일이야?”도우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거실로 달려 나와 위층을 올려다보았다.연동욱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호들갑은.”연채린의 목소리임을 알아챈 그는 혀를 차면서 집사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밖으로 나갔을 때 연채린이 종이 한 장과 약병을 들고 방에서 뛰쳐나왔다. 겁에 질려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연동욱을 쳐다봤다.“할아버지, 유준이가... 유준이가...”연동욱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연채린이 약병을 보여주면서 창백한 얼굴로 대답했다.“유준이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 시도했어요.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질 않아요.”‘유준이가 자살을?’연동욱은 이 두 단어가 한 문장이 될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눈앞이 캄캄해져 휘청거리자 집사가 급히 부축했다. 몇 초 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연동욱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병원! 빨리 병원에 연락해.”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우미들에게 소리쳤다.“병원에 연락하지 않고 뭐 해?”연동욱이 비틀거리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집사가 그를 부축해 서둘러 2층으로 향했다.연채린이 넋이 나간 얼굴로 서 있었고 비명을 듣고 방에서 뛰쳐나온 연승재는 상황을 묻지도 않은 채 방으로 뛰어 들어가 연유준을 안았다.연승재가 연유준을 안고 나오며 연채린에게 말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얼른 따라와.”연채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연승재의 뒤를 따랐다.연동욱이 계단을 다 오르기 전에 연승재가 연유준을 안고 내려왔다. 아이의 모습을 본 연동욱이 입술을 깨물고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갔다.이토록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연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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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연동욱이 이 일로 쓰러진 건 그야말로 예상 밖이었다.연채린이 허둥지둥 달려가 집사와 함께 연동욱을 부축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집사가 이를 악물었다. 힘든지 이마의 핏줄이 다 튀어 올랐다.“어르신께서 쓰러지셨어요.”연씨 가문 본가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이 동시에 쓰러지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연채린은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하고 집사에게 운전기사를 부르라고 했다. 차 두 대를 준비해 연동욱과 연유준을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그녀는 연유준이 탄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연유준이 쓴 ‘유서’와 수면제 약병을 주머니에 넣었다.조수석에 앉은 그녀의 표정이 굳어 있었고 호흡도 가빴으며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연채린이 속으로 시간을 계산했다. 이미 10여 분이 흘렀고 본가에서 병원까지는 20분을 넘기지 않을 터.30분 이내에 병원에만 도착하면 연유준은 괜찮을 것이다.시간을 계산한 후 손바닥의 땀을 옷에 닦았다. 미간이 점점 심하게 찌푸려졌다.‘할아버지는 어떡하지?’연동욱이 이 일로 쓰러지고 말았다. 고령인 데다가 지병이 있어 수시로 병원에 다녔다. 의사도 연동욱이 충격을 받으면 안 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그런데 연유준의 ‘자살’ 소동이 연동욱에게 이토록 큰 충격을 주어 기절까지 할 줄은 몰랐다.‘할아버지가 이 충격으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시면 어떡하지?’연채린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마음이 답답하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불안함과 죄책감이 뒤섞여 머릿속이 완전히 엉망이 돼버린 바람에 아무런 해결책도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눈을 감고 조수석에 몸을 기댔다.병원까지의 길이 끝이 없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순간이동 하고 싶었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연채린은 재빨리 의료진을 따라 들어갔다.연동욱과 연유준 모두 응급실로 실려 갔고 연채린, 연승재, 집사, 그리고 본가의 도우미 몇몇이 응급실 밖에 서 있었다.연채린이 넋이 나간 얼굴로 응급실만 쳐다봤다.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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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연승재가 연채린의 어깨를 붙잡고 낮게 말했다.“다 괜찮을 거야. 할아버지도, 유준이도 다 나을 테니까 무서워하지 마.”연승재의 위로에도 연채린은 마음이 불안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30분 동안 마음을 졸인 끝에 연동욱과 연유준이 나란히 응급실 밖으로 실려 나왔다.의사에게서 두 사람 모두 무사하다는 소리를 들은 순간 연채린은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팔로 바닥을 짚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다행이야... 무사해서...”연승재는 그녀를 일으켜 세운 뒤 사람들을 따라 연동욱의 병실로 향했다.이 병원은 연씨 가문에서 투자해 세운 곳이었다. 연동욱과 연유준이 입원했다는 소식에 병원장이 급히 달려와 보안이 가장 철저한 VIP 병실 두 곳을 나란히 배정했다.병원장과 의료진이 연채린과 연승재에게 상태를 설명했다. 연동욱이 갑작스러운 충격을 버티지 못해 쓰러진 것이고 앞으로 뇌출혈의 위험성도 있으니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연유준은 과도한 수면제 복용으로 인한 의식 불명이었으나 다행히 병원으로 빨리 이송했고 치사량 수준으로 복용한 게 아니라서 너무 위험하진 않았다. 위를 세척하고 수액을 맞으면서 하룻밤 경과를 지켜본 뒤 이상이 없으면 퇴원해도 좋다는 결론이었다.의료진을 배웅한 뒤 연채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연승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아직 깨어나지 않았으니까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해.”연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그녀의 계획대로 흘러갔다.다음 날 아침 연동욱과 연유준이 모두 깨어났다.연채린은 막 깨어난 연동욱이 또 쓰러질까 봐 조심 또 조심했다. 그녀가 물컵을 들고 옆에 앉으며 말했다.“할아버지, 물 마실래요? 배고프세요? 뭐 좀 드실래요?”연동욱이 눈을 뜨고 병실 안의 사람들을 훑다가 연채린을 보면서 메마른 입술을 떨었다.그가 입을 떼려 하자 연채린이 허리를 숙여 속삭였다.“유준이 깨어났어요. 아무 일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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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연채린이 ‘미안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바지를 잡으면서 자책했다.“할아버지, 수면제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제 불찰이에요.”연동욱이 시선을 돌리고 연유준의 ‘유서’를 펼쳤다. 연채린의 말을 믿었는지 믿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유서’를 보던 연채린은 괜스레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연승재에게 연유준을 데려오라고 눈짓했다.연승재는 바로 알아듣고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연채린이 고개를 들어 연동욱을 살폈다. 연동욱이 두 손으로 ‘유서’를 든 채 어두운 표정으로 읽고 있었다.사실 이 ‘유서’는 연채린이 쓰라는 대로 연유준이 받아적은 것이었다. 내용 또한 연채린이 머리를 써서 생각해낸 것이었고 아주 짧았다.‘유서’ 곳곳에 연유준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글씨체가 딱 봐도 어린아이의 글씨체였고 눈물이 떨어져 글자가 번졌다.[엄마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어요. 엄마가 나쁜 사람한테 잡혀갔는데 할아버지는 도와주지도 않고 절 때렸어요. 너무 속상해요. 속상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요...]아이는 어른에게 혼이 나면 이런 극단적인 환상을 품곤 한다.밝던 모습이 사라지고 차갑고 무정하게 변해버리거나 감정 없는 공부 기계가 되어 더는 사람과 가까이하지 않음으로써 부모를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그런 유치한 환상 말이다.심한 경우엔 가출이나 자살로 부모의 눈물을 보겠다는 환상까지 품는다.연채린은 아이의 이런 심리를 십분 활용했다. 연유준에게 ‘내가 죽으면 할아버지는 엄마를 찾아주지 않은 걸 후회하실까?’라는 문장을 쓰게 만든 것도 바로 그녀였다.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연동욱이 쿨럭거리며 심하게 기침했다.연채린이 얼른 일어나 등을 두드려주려 했지만 연동욱이 손을 내저으며 밀쳐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연유준은 어린애답게 ‘유서’ 뒷부분에 장난감과 용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적어두었다.용돈은 할아버지에게 주겠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준 돈이니까.장난감은 연채린과 연승재에게 나누어 주라고 했다.그리고 자신이 죽고 나서 화장을 하게 되면 유골을 연지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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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연유준의 병실이 그리 멀지 않았다. 잠시 후 연승재가 연유준을 안고 들어왔다.아이의 얼굴이 창백했다. 두 팔로 연승재의 목을 꽉 끌어안고 얼굴을 목덜미에 파묻은 채 훌쩍이고 있었다.연동욱이 참고 또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이런 짓을 해놓고 울어?”그 소리에 연유준이 더 크게 울더니 연승재의 목을 꽉 껴안았다.“저 갈래요. 여기 있기 싫어요.”연동욱이 노발대발했다.“가긴 어딜 가? 이리 와서 똑바로 해명하지 않고? 배짱이 아주 갈수록 커지는구나. 감히 자살 시도까지 해? 만약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죽었어, 너. 알아?”연유준이 크게 울부짖으면서 공중에 뜬 두 다리를 버둥거렸다.“저 갈래요.”연동욱이 낮게 으름장을 놓았다.“못 가. 당장 이리 와서 똑바로 말해.”연승재가 곤란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병실 문 앞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연동욱이 어두운 얼굴로 연유준을 노려보자 연채린이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할아버지, 말투 좀 부드럽게 하세요...”그러고는 정말로 연유준을 걱정하는 척하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제가 드린 말씀 잊으셨어요? 유준이 방금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와서 지금 심리 상태가 많이 불안해요. 계속 몰아세우다가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쩌시려고요? 나중에 유준이가 할아버지를 원망하기라도 하면요? 화내지 마시고 대화로 천천히 푸세요.”그녀의 말에 연동욱이 심호흡하며 화를 삭였으나 태도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저 꼴을 좀 봐. 보기만 해도 화가 나서 원.”연채린이 입술을 깨물었다.“제가 유준이를 달래 볼게요.”연유준의 이런 반응은 모두 그녀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보여주어 엄마를 찾아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무언의 협박이었다.연동욱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달래긴 뭘 달래? 당장 이리 데려와.”연승재는 한숨을 내쉬고는 연유준을 안고 다가갔다. 그러자 연유준이 울부짖으며 연승재의 품에서 내려오겠다고 발버둥을 쳤다.그는 침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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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연동욱의 얼굴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저 녀석 좀 봐. 사소한 일 하나로 집안을 이리 시끄럽게 만들고 자살 소동까지 벌였어. 이런 성질머리로 어떻게 연씨 가문의 자식이라 할 수 있겠어?”병실 문을 닫지 않아 연동욱의 목소리가 바깥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곧이어 밖에서 연유준이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연채린이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할아버지, 그만 좀 하세요. 유준이 지금 많이 속상해하고 있다고요.”연동욱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연채린이 병실 문을 닫고 다시 침대 옆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속삭였다.“할아버지, 유준이 이제 겨우 다섯 살이에요. 내년이 되어야 여섯 살이고요. 어린 나이에 엄마랑 떨어져 지내는 것도 모자라 아빠마저 곁에 없으니 불안해서 저러는 거예요. 게다가 오냐오냐하면서 키운 아이라 떼쓰고 우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니까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연동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젠 자살로 날 협박하는 거 못 봤어? 계속 내버려 뒀다간 사람들한테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그녀가 두 손을 살며시 쥐었다 펴며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유준이 아직 애예요. 당장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천천히 기다려주면서 타이르면 언젠가 알게 될 거예요. 할아버지도, 유준이도 일단 진정부터 하세요. 진정한 다음에 얘기해도 되잖아요. 꼭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야만 대화가 통하는 건 아니에요.”연동욱이 아무 말이 없자 연채린이 눈동자를 굴리며 조심스럽게 떠봤다.“할아버지, 유준이가 엄마를 저토록 애타게 찾는데 정말 이영 언니를 도와주지 않으실 거예요? 도와주실 생각 정말 없어요?”그 말에 연동욱이 눈을 부릅떴다.“왜 이영이를 도와야 하지?”그의 표정이 엄숙해졌고 눈빛도 날카로워졌다.“유준이 어리석은 건 그렇다 쳐도 너까지 덩달아 바보가 된 거야?”순간 할 말을 잃은 연채린이 고개를 숙였다.“알겠어요. 제가 괜한 생각을 했네요...”연동욱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한참 동안 쏘아보자 연채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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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연채린이 연유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유준아, 겁내지 마. 고모가 여기 있잖아.”연유준이 연승재의 품에서 빠져나와 연채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고모, 어떡해요? 할아버지가 계속 저를 혼내기만 하세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승재가 연채린을 쳐다보며 무언의 질문을 던지자 연채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승재도 시선을 늘어뜨리고는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연채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이번엔 예상이 빗나갔다. 이 정도로 판을 깔면 연동욱의 태도가 조금은 누그러질 줄 알았다. 적어도 연유준이 다시 ‘자살’ 시도를 하지 않게 생각해보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완강했다.아까 슬쩍 떠본 결과 그의 태도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연채린이 시선을 늘어뜨리고 연유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내 예상이 틀렸어. 계획을 실행하긴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어. 이제 어떡하지? 뭘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어.’머릿속이 복잡했고 마음도 불안정했다. 연동욱의 동의를 받아낼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야 했다.연채린이 연유준의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말했다.“유준아, 울지 말고 고모 말 잘 들어.”연유준이 훌쩍이며 연채린의 품에서 나오더니 눈을 비비면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고모...”그녀가 나직이 속삭였다.“이제 그만 울고 할아버지께 가서 사과드리고 얘기도 좀 나눠. 어젯밤 일을 우리는 다 알고 있지만 할아버지는 모르시잖아. 할아버지가 너 때문에 많이 놀라신 건 사실이야. 이따가 가서 할아버지 마음도 좀 달래드리고 할아버지를 화나게 하는 말은 하지 마. 알겠지?”연유준이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하지만 할아버지가 절 혼내셨는데요? 엄마도 안 찾아주신다고 하고...”그녀가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고모 말 대로 할아버지께 먼저 사과드려. 요 며칠 유준이가 떼를 많이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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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연채린이 고개를 숙여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문 채 잔뜩 긴장한 연유준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다.“유준아, 아까 고모가 한 말 잊지 않았지? 사과드리고 말 예쁘게 해야 해. 할아버지한테 목소리를 높이면 안 돼. 할아버지 지금 몸이 안 좋으셔서 화나게 하면 큰일 나. 알았어? 이따가 고모는 같이 안 들어갈 거야. 유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연유준이 옷자락을 꽉 쥐고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알아요.”연채린이 문을 열고 연유준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연유준이 나오려 하자 그녀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다시 밀어 넣었다.문이 닫히기 직전 연채린이 마지막으로 말했다.“고모 말 명심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연유준은 심장이 쿵쾅거렸고 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졌다. 연채린이 문을 닫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이제 화가 잔뜩 난 할아버지와 단둘이 남겨졌다.아이는 이를 악물고 옷자락을 붙잡은 채 한동안 돌아보지도 못했다.뒤에서 연동욱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리 오지 않고 거기 서서 뭐 해?”그 목소리에 연유준은 몸을 움찔 떨었다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몸을 돌려 그에게로 걸어갔다.아이는 신발 끝만 내려다보며 연채린의 말대로 연동욱에게 사과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됐었는데. 할아버지 화나게 해서 죄송해요. 유준이 잘못했어요.”연동욱이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의 아이를 싸늘하게 쳐다봤다.아이가 머리를 숙이고 있어 정수리만 보였다. 작은 손으로 무력하게 옷자락을 쥐고 있었고 목소리가 모깃소리처럼 작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비록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아이가 입을 삐죽거리는 건 그래도 보였다.연동욱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말소리가 너무 낮아서 하나도 안 들려. 다시 말해봐.”연유준이 목소리를 높이려던 그때 연동욱이 말을 가로챘다.“학교 선생님들이 그렇게 고개 숙이고 말하라고 가르쳤어? 고개 들고 할아버지를 보면서 말해.”연동욱의 말투가 너무 사나워 연유준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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