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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171 - Chapitre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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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1화

세 남자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자 노트북 화면에 수많은 코드가 쏟아져 내렸다.옆에서 지켜보던 강혜인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이들이 단순히 주변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게 아니라 국가 정보망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안요한의 직업이 늘 베일에 싸여 있긴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인 게 분명했다.강혜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이렇게 해도 괜찮아요? 요한 씨한테 영향을 주면 어쩌려고요?”안요한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에요.”세 남자가 고개를 들어 강혜인을 보더니 이 와중에도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들키지 않을 겁니다. 저희 실력만 믿으시면 돼요.”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기댈 곳이라곤 이것밖에 없었기에 강혜인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한 남자가 불쑥 말했다.“됐어요. 이리 와서 보세요, 형님.”안요한과 강혜인이 바로 그들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모니터를 들여다봤다.모니터에 이곳의 CCTV 영상이 떠 있었다. 남자가 모니터 속 봉고차 한 대를 가리키며 말했다.“서 대표님을 납치해 간 차가 바로 이 차예요.”영상을 보니 봉고차가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큰 길이 아닌 샛길로 빠져나갔다.남자가 이어 말했다.“지금 이 길에 있는 CCTV를 확보하고 있으니까 10분 정도면 될 겁니다.”안요한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상을 보면서 갑자기 말했다.“시간 좀 뒤로 돌려봐. 확인할 게 있어.”남자가 잠시 멈칫했다가 키보드를 눌러 시간을 돌리자 CCTV 영상이 바뀌었다.서현주가 차에서 내려 운전기사와 함께 황태민에게 다가갔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서현주가 차로 돌아가려 하자 어두운 골목에서 덩치 큰 남자들이 튀어나와 그녀를 잡고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운전기사가 황태민의 주먹에 맞아 쓰러졌고 두 팔이 끔찍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서현주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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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강혜인이 머리를 툭툭 치며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서현주를 찾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경찰에 신고하는 건 불가능했다. 황태민이 말한 건 반드시 실행에 옮기는 인간이었으니까. 괜히 경찰을 불렀다가 서현주가 진짜로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이젠 안요한이 데려온 이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밖이 살을 에듯 추웠다. 찬바람 속에 한참을 서 있던 강혜인은 온몸이 덜덜 떨리고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결국 차 안으로 들어갔다. 차에 타자마자 안요한이 벌떡 일어났다.“왜 그래요?”안요한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황태민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강혜인은 곧장 차에서 내려 안요한에게로 다가갔다. 서현주의 휴대폰에 낯선 번호로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다.[뭐가 그리 급해? 30분 뒤에 연락할 테니까 기다려.]“황태민이 보낸 게 분명해요.”드디어 연락이 왔지만 강혜인은 마음이 조금도 놓이지 않았고 오히려 불안감만 더 커졌다.안요한이 어두운 눈으로 메시지를 몇 초간 응시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세 남자 중 한 명에게 서현주의 휴대폰을 건네며 지시했다.“메시지 IP 주소 추적하고 CCTV도 계속 확인해.”강혜인이 다시 차에 올라탔다.벌써 새벽 1시가 되었지만 하나도 졸리지 않았고 되레 정신이 또렷해졌다.30분 후 세 남자는 100km 떨어진 지점까지의 CCTV를 전부 확인했다. 확인한 CCTV마다 황태민의 봉고차가 찍혀 있었다.그중 한 남자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방향을 보니 교외 쪽으로 빠진 것 같아요. 시골길로 들어섰는데 거긴 CCTV가 없어서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해요. 그리고 아까 그 메시지의 IP가 해외로 잡혔어요. 알아내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립니다.”안요한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렇게 황태민의 다음 메시지를 기다렸다.황태민과 약속한 30분이 되자 안요한은 서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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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지난 며칠간 연지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드디어 시간을 쪼개 새로 만든 다이아몬드 반지를 직접 건넬 수 있게 된 거라 기다리는 것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서현주는 반드시 이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전화해봤자 열에 아홉은 받지 않을 게 뻔하니 차라리 집 앞에서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기다리는 사이 연지훈은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그가 의아한 얼굴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곳에서 벌써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연지훈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내가 길에서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날이 올 줄이야.’게다가 짜증이 나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기대감이 커졌다.문득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서현주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면 기쁘게 받을까, 아니면 분노하며 거절할까?서현주의 성격이라면 후자임이 틀림없었다.하지만 그녀가 거절할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가 화내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연지훈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예전과 달랐기 때문이었다.연지훈이 옆에 놓인 정교한 선물 상자를 내려다보며 다시금 입꼬리를 올렸다.예전에는 서현주 때문에 이렇게까지 변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큰 변화이긴 해도 연지훈 스스로가 즐기고 있었다.연지훈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서현주가 낀 모습을 상상한 뒤에야 흡족한 마음으로 다시 서류를 검토했다. 그러고는 얼굴에 띤 미소와는 정반대인 무미건조한 말투로 부하 직원의 업무 보고에 답장을 보냈다.한 시간 반이 더 흘렀다. 서류를 전부 다 본 연지훈이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고개를 들었다.아파트 입구 쪽을 봤지만 서현주의 차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어느덧 세 시간 가까이 지나가고 있었다. 몇 분만 더 지나면 자정이었다.걱정이 밀려온 연지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휴대폰을 돌리다가 서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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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연지훈이 말했다.“내가 먼저 질문한 것 같은데요?”그 말에 차연희가 속으로 툴툴거렸다.‘폼 한번 제대로 잡네.’그녀가 입술을 깨물고 불안함을 감춘 채 말했다.“저희 대표님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 지금 퇴근 시간이라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연락을 드릴 수 있거든요...”연지훈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비서님이 쇼핑몰에서 했던 말 아직 기억해요?”차연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그래도 애써 태연한 척했다.“대표님, 그땐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서 대표님께는 비밀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어요...”연지훈이 또 물었다.“그럼 지금 내 질문에 답할 수 있겠어요?”상황을 파악한 차연희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네. 두 회사의 협력을 위해서라도 서 대표님께 연락해 볼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일단 끊겠습니다.”“네.”연지훈이 짧게 대답했다.차연희는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폰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한참 동안 욕설을 퍼붓고 나서야 체념하고 서현주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평소의 서현주라면 이 시간에도 깨어 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오늘 저녁에 술자리가 있어 아직 귀가하지 않았거나 집에 막 들어갔을 시간이었다.전화를 건 그때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이 들려왔다. 몇 분을 기다렸다가 다시 걸어봐도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차연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중간에 연지훈에게서 재촉 메시지가 와도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그렇게 10분이 지나고 다섯 번이나 통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통화 중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한 차연희가 서현주에게 문자를 보냈다.[대표님, 연 대표님께서 협력 건으로 할 얘기가 있다고 하세요. 문자 확인하시면 연 대표님께 연락 부탁드립니다.]하지만 답장이 없었다.‘아직 바쁘신가?’결국 차연희는 어쩔 수 없이 연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연지훈도 더 추궁하지 않고 알겠다는 말만 남긴 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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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연지훈이 차연희에게 서현주가 평소에도 이런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차연희가 솔직하게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서현주는 일에 관해서라면 깐깐할 정도로 철저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바쁘고 늦은 시간이라도 깨어만 있다면 업무 메시지엔 반드시 답장했다.오늘처럼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정말 잠들었거나 아예 짬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말이다.하여 연지훈에게도 이렇게 설명했다.차연희는 서현주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아무리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도 사생활이 있는 성인이기에 늦은 시간에 답장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말에 연지훈이 물었다.“술자리 약속은 몇 시였나요?”그가 왜 이걸 묻는지 차연희는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그래도 솔직하게 대답했다.“저녁 9시요.”9시에 시작했다면 최소 한 시간은 걸릴 터. 그런데 연지훈이 10시부터 기다렸지만 서현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대체 어디 갔지?’연지훈은 알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연락조차 되지 않다니.’아직 유이영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연지훈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잠시 고민하다가 강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왠지 그를 차단한 것 같았다.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안내음에 연지훈은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고 과거의 잘못들에 대해 처음으로 후회가 밀려왔다.‘차단만 당하지 않았어도...’연지훈이 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서현주와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차 안의 불이 꺼져 있었고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연지훈은 두 시간 전에 운전기사더러 먼저 퇴근하라고 했다.넓은 거리에 연지훈의 차만 덩그러니 남겨졌고 다니는 사람이나 차는 하나도 없었다.연지훈이 주먹을 쥐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바로 그때 누군가 쓰레기통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두툼한 잠옷 위에 패딩을 걸치고 손에 든 쓰레기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엄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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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연지훈의 질문에 엄진경이 멈칫했다.조금 전 서현주가 집에 들어오지 않아 전화를 걸었더니 서현주 대신 안요한이 전화를 받았다. 안요한의 목소리를 듣고 꽤 놀랐었다.전화했을 때 이미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라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 묘한 상상이 스쳤다. 그런데 더 깊게 상상하기도 전에 안요한이 서현주가 바빠서 통화가 어렵고 오늘 밤은 귀가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마음은 놓였다. 몇 마디 당부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먼저 자려 했으나 괜히 마음이 불안하여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연지훈을 만난 것이었다.엄진경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쏘아붙였다.“너랑 무슨 상관이야? 난 들어갈 테니까 너도 얼른 돌아가.”연지훈이 바짝 다가서며 다그치듯 물었다.“현주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신단 말씀이네요?”“내 딸인데 당연히 알지.”연지훈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제발 좀 알려주세요. 연락이 닿질 않아서 걱정돼서 미치겠어요. 비서한테까지 연락해봤는데도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엄진경이 매몰차게 말했다.“현주가 네 번호를 차단했으니 당연히 연락이 안 되지. 그만 귀찮게 굴고 얼른 가. 나도 들어갈 거야.”그때 연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지금 어디 있는지, 무사한 건지 그것만 알고 싶습니다. 확인만 하면 더는 귀찮게 하지 않고 바로 갈게요.”느닷없이 손목이 붙잡히자 엄진경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이거 안 놔? 내가 왜 너한테 그걸 알려줘야 하는데? 당장 놔!”연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간절하게 애원했다.“제발 부탁드립니다. 무사한지만 알고 싶어요.”엄진경은 자꾸 매달리는 연지훈이 귀찮기만 했다.“무사해. 아주 잘 있어. 걔 지금 엄청 바빠. 요한이랑 같이 있다니까 걱정하지 말고 귀찮게도 하지 마.”그 말을 듣고도 연지훈은 손을 놓지 않았다.“정말입니까?”문득 꿈속에서 서현주가 바다로 뛰어들었을 때의 기분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숨 막히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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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하지만 연지훈이 끈질기게 매달려서 엄진경으로서는 도무지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정말 너무나 귀찮았다.“아이고, 추워 죽겠네. 난 네 말대로 할 생각 없으니까 당장 놔. 넌 예의라는 것도 없어? 어른한테 무슨 버릇이야, 이게? 가정교육을 어디다 팔아먹었어?”엄진경이 화를 내며 말을 쏟아냈지만 연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기만 할 뿐 조각상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추워서 새파래진 연지훈의 입술을 본 엄진경이 잠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깊은 한숨을 쉬었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때 현주가 널 필요로 했을 땐 눈길도 주지 않더니 남자친구 만나서 잘살고 있는 지금에서야 신경 쓰는 이유가 뭔데? 이제 와서 걱정해봤자 무슨 소용이야?”연지훈은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아줌마, 전 현주가 지금 무사한지만 확인하면 돼요. 다른 뜻은 없어요.”엄진경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 손을 휘휘 저었다.“됐어. 전화해볼게. 나도 현주가 지금 쉬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니까.”연지훈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아직 감사하다고 하기엔 이른 것 같은데? 이따가 만약 요한이가 받으면 절대 소란 피우면 안 돼. 알았어?”아니나 다를까 그 말에 연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안요한이 전화를 받은 거였어요?”그러자 엄진경이 콧방귀를 뀌었다.“두 사람 지금 사귀는 사이인데 전화 좀 받아줄 수도 있는 거 아니야?”연지훈이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현주가 무사한지만 확인하면 돼요.”엄진경은 연지훈을 힐끗 쳐다봤다가 휴대폰을 꺼내 서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엄진경이 스피커폰을 켜고 물었다.“현주야? 요한이야?”휴대폰 너머로 안요한의 어둡고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저예요, 아줌마.”엄진경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연지훈을 힐끗 쳐다봤다. 연지훈이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상대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그녀가 물었다.“요한아, 현주 이제 바쁜 일 다 마무리했어? 지금 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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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 거냐고!”연지훈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엄진경이 허리에 손을 얹고 삿대질하며 욕했다.“현주가 잘 지내니까 배 아파? 네가 이혼했다고 현주까지 헤어지게 만들려고? 양심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엄진경이 랩을 하듯 욕설을 끊임없이 퍼부었다.“내가 널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정말 인간이 덜 됐어. 당장 꺼져.”그녀가 두 눈을 부릅뜨고 연지훈을 째려봤다. 반면 연지훈은 그녀를 보지 않고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한참을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엄진경이 입을 삐죽거렸다. 문득 좀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래도 잊지 않고 경고했다.“나 이만 들어갈 거니까 따라오지 마. 너도 이제 그만해. 현주 남자친구도 있는데 미련 버려야지. 게다가 너 지금 애 딸린 이혼남이잖아. 현주 절대 널 받아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정신 차리고 더는 쫓아다니지 마.”연지훈이 고개를 들어 엄진경을 쳐다봤다가 다시 시선을 늘어뜨렸다.“알겠습니다.”뭔가 깨달은 사람의 말투라기보단 서늘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갑자기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엄진경이 한 걸음 물러섰다.“알긴 알고 대답하는 거야?”그녀가 말하면서 돌아섰다.“들어갈 거니까 너도 얼른 돌아가. 여기 있지 말고. 시간이 늦었다고 해서 널 동정할 거란 기대 따윈 하지 마.”그러고는 패딩을 여미면서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연지훈이 휴대폰을 꼭 쥔 채 차에 올라탔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안요한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연지훈에게서 전화가 온 걸 보자마자 안요한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옆에 있던 강혜인이 고개를 들이밀었다.“왜 그래요? 황태민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아니요.”안요한이 고개를 저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깥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그들이 탄 차는 지금까지 알아낸 CCTV 경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강혜인이 주먹을 쥐고 고개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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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강혜인은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연지훈이 이 시간에 왜 전화했지?’벌써 새벽 1시 반이 넘은 시각이었다. 며칠간 지켜본 바로 연지훈이 서현주에게 마음이 있는 건 확실했다.‘다들 자고 있을 이 시간에 연지훈이 왜 전화했지? 그것도 안요한한테? 연지훈도 뭔가 눈치챘나?’강혜인이 시선을 늘어뜨렸다.‘혹시 현주가 납치됐다는 걸 안 거 아니야? 그래서 이렇게 다급하게 전화한 거고?’그녀가 고개를 들어 앞 좌석을 쳐다봤다. 한 명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두 명이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안요한이 그들을 굳게 신뢰하는 눈치였다.그들도 안요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빠르게 CCTV 영상을 찾아내 서현주를 태운 차량의 도주 경로를 찾아냈다.하지만 현재 그 CCTV마저 끊겼고 다음 경로를 찾을 길이 막막했다.하여 일단 황태민이 보낸 메시지의 IP 주소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안요한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놓고 남자가 건네준 태블릿 PC를 받아 들고는 함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강혜인도 이쪽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없어 그저 발만 동동 굴렀다.그녀가 주먹을 꽉 쥐었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고 심장도 조여들었다.천근만근인 몸과 달리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고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이젠 눈을 감는 것조차 두려웠다. 눈을 감은 순간 황태민에게 괴롭힘당할 서현주의 모습이 떠오를 것 같았다.정말 너무 무서웠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지금 강혜인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안요한에게 의지하는 것, 그리고 황태민이 연락을 주길 바라는 것뿐이었다.우지윤도 그들과 협조했고 집에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강혜인이 속으로 생각했다.‘현주를 위해 뭘 더 할 수 있을까?’이토록 무력한 자신이 미웠다. 서현주의 가장 친한 친구인데 정작 이런 위급한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짐처럼 느껴지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그때 벨 소리가 또 울렸다. 안요한의 휴대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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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잠시 후 휴대폰 너머로 연지훈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누구예요?”안요한이 대답했다.“황태민.”그러고는 비꼬면서 덧붙였다.“연 대표님 전처의 전 남자친구이기도 하죠.”강혜인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연지훈이 물었다.“지금 어디예요? 당장 그쪽으로 갈게요.”“위치 보내줄 테니까 카톡 추가해요.”두 사람은 할 얘기만 하고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안요한이 카카오톡을 열어 연지훈의 연락처를 추가한 다음 연지훈에게 CCTV가 끊긴 지점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도 지금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연지훈에게서 알겠다는 답장 외에 다른 메시지는 더 이상 없었다.안요한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노트북을 들여다봤다.가까이 앉아 있던 강혜인은 안요한의 얼굴에 떠오른 갈등과 음울함,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만 하는 체념을 봤다.그녀와 안요한이 안 지도 어언 5년이었다. 안요한과 연지훈이 껄끄러운 관계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싫어하는 사이였다.안요한도 편치 않겠지만 연지훈 역시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평소 원수 같은 관계였던 두 남자가 서현주를 위해, 서현주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타협을 선택했다.강혜인이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를 바랄 뿐이었다.한편 연지훈은 소식을 들은 직후 곧장 안요한이 보낸 목적지로 달려갔다.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장비를 챙겨 함께 갈 것을 지시했다.안요한과 강혜인의 차가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황태민에게서 마침내 메시지가 왔다.안요한이 재빨리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 IP 주소가 해외로 표시된 낯선 전화번호였다.[안전한 장소에 도착했어. 이제 협상하지.]안요한이 즉시 답했다.[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최대한 협조할게.][더 이상 쫓아오지 마.]안요한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곧이어 상대에게서 또 메시지 한 통이 왔다.[내가 보낸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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