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연지훈이 끈질기게 매달려서 엄진경으로서는 도무지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정말 너무나 귀찮았다.“아이고, 추워 죽겠네. 난 네 말대로 할 생각 없으니까 당장 놔. 넌 예의라는 것도 없어? 어른한테 무슨 버릇이야, 이게? 가정교육을 어디다 팔아먹었어?”엄진경이 화를 내며 말을 쏟아냈지만 연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기만 할 뿐 조각상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추워서 새파래진 연지훈의 입술을 본 엄진경이 잠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깊은 한숨을 쉬었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때 현주가 널 필요로 했을 땐 눈길도 주지 않더니 남자친구 만나서 잘살고 있는 지금에서야 신경 쓰는 이유가 뭔데? 이제 와서 걱정해봤자 무슨 소용이야?”연지훈은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아줌마, 전 현주가 지금 무사한지만 확인하면 돼요. 다른 뜻은 없어요.”엄진경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 손을 휘휘 저었다.“됐어. 전화해볼게. 나도 현주가 지금 쉬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니까.”연지훈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아직 감사하다고 하기엔 이른 것 같은데? 이따가 만약 요한이가 받으면 절대 소란 피우면 안 돼. 알았어?”아니나 다를까 그 말에 연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안요한이 전화를 받은 거였어요?”그러자 엄진경이 콧방귀를 뀌었다.“두 사람 지금 사귀는 사이인데 전화 좀 받아줄 수도 있는 거 아니야?”연지훈이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현주가 무사한지만 확인하면 돼요.”엄진경은 연지훈을 힐끗 쳐다봤다가 휴대폰을 꺼내 서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엄진경이 스피커폰을 켜고 물었다.“현주야? 요한이야?”휴대폰 너머로 안요한의 어둡고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저예요, 아줌마.”엄진경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연지훈을 힐끗 쳐다봤다. 연지훈이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상대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그녀가 물었다.“요한아, 현주 이제 바쁜 일 다 마무리했어? 지금 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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