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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1화

우지윤은 자신이 그다지 영리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독단적으로 행동하려 들지 않았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답했다.[아무 일 없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거절했어요.”남경이 상황을 여경에게 보여주자 여경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일단 지켜보는 게 좋겠어요.”남경이 말했다.그들의 경험상 경찰에게 말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절반은 납치 사건으로 범인이 피해자 가족에게 신고하지 말라고 경고한 경우거나 절반은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 경찰을 마주하기 두려운 경우였다.만약 첫 번째 경우라면 함부로 일을 크게 벌여서는 안 되었다.남경은 우지윤에게 알겠다고 답장한 뒤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제야 우지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개를 숙여 잠시 생각하던 여경이 뭔가 떠오른 듯 한마디 했다.“서현주 씨가 왜 안 왔죠?”그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경찰들 모두 무릎을 탁 쳤다. 남경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러게요? 서현주 씨 어디에 있는 거죠?”서현주가 피해자 가족도, 가해자 가족도 아니었지만 유이영과의 관계가 남달리 깊었다. 그녀가 이 사건에 쏟은 열정이 피해자 가족 못지않았고 최대한 형량을 높여 무겁게 처벌할수록 좋다고 했다.처음부터 서현주가 이 사건을 이끌었고 우지윤과 그녀의 할머니는 기껏해야 옆에서 돕는 역할이었다. 많은 경우 서현주에게 의지해야만 사건을 진행할 수 있었고 항상 서현주의 뜻에 따랐다.하여 우지윤과 할머니가 유이영을 용서하려 한다고 해도 서현주가 동의할 리 만무했고 이 자리에 없을 리도 없었다.방금 경찰들이 생각한 부분이 바로 핵심이었고 그들이 줄곧 간과했던 점이었다.유이영을 용서하는 중대한 사안에 서현주가 자리를 비울 리가 없었다. 평소 서현주의 태도라면 동의한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경찰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자마자 남경이 바로 고개를 숙여 서현주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통화연결음이 오래도록 울리다가 거의 끊어질 순간에 연결되었다.남경이 다급하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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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2화

안요한이 말했다.“현주 오늘 하루 종일 바빠서 많이 피곤해했거든요. 차마 깨울 수가 없네요. 저한테 말씀하시면 내일 현주한테 전해줄게요.”남경이 단호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이 일은 반드시 본인과 직접 얘기해야 해서요. 잠깐이면 돼요. 서현주 씨가 쉬는 데 방해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안요한의 목소리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상대하기 어려운 가족인 것처럼 태도가 매우 좋지 않았다.“안 됩니다. 이미 잠들었다고 몇 번이나 말해요? 당신들은 현주를 걱정하지 않아도 전 현주가 걱정된다고요.”그러고는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끊긴 전화를 보던 남경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졌다.“전화를 끊었어요.”여경이 단호하게 말했다.“다시 걸어봐요.”남경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안요한이 전화를 받지 않고 바로 끊어버렸다.여경이 남경의 손을 누르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요.”여경이 즉시 시스템으로 서현주 가족의 전화번호를 조회했다. 가족이 엄진경뿐이었다.엄진경의 번호를 찾아 바로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엄진경이 아직 자지 않고 있었다.“누구시죠?”여경이 말했다.“안녕하세요. 경연 경찰서입니다. 어머님의 따님인 서현주 씨한테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드렸는데 혹시 전화 좀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이불 속에 누워 있던 엄진경은 느긋하게 하품했다가 경찰이라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경찰요? 무슨 일로 우리 딸을 찾으시는 거죠?”여경이 설명했다.“서현주 씨한테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요.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그 말에 엄진경이 조금 안심한 눈치였다.“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제 옆에 없어요. 왜 현주한테 전화하지 않고 저한테 전화하신 거죠?”“서현주 씨 옆에 안 계신다고요? 그럼 어디에 계세요? 전화를 받지 않아서 어머님께 연락드린 거예요.”엄진경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현주 회사에서 야근하느라 늘 늦어요. 오늘 밤도 집에 안 들어왔어요. 사무실에서 잔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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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여경이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이 회사 대표님이 저더러 회사로 찾아오라고 하셨는데 안 계신 건가요?”경비원이 눈을 비비더니 조금 더 진지하게 말했다.“대표님요? 어느 대표님을 말씀하시는 거죠?”“서현주 대표님이요. 아직 회사에 계신다고 했는데 안 계신가요? 제가 올라가 봐도 될까요?”경비원이 피식 웃더니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여경을 쳐다봤다. 서현주에게 신세를 지러 온 시골 친척이라 생각하는 듯했다.그가 손을 휘저었다.“아무것도 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말고 얼른 가세요.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시고요.”여경이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다 사실이에요. 아까 저한테 전화 와서는 회사에 있으니 회사로 찾아오라고 하셨다고요. 제발 들여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경비원이 더욱 짜증을 냈다.“이 건물에 여기 말고 불 켜진 곳이 있는지 똑똑히 보세요. 다들 퇴근했다고요.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얼른 가세요.”여경이 망설이며 말했다.“모두 다 퇴근했을 리가 없어요. 대표님이 분명 회사에 계신다고 하셨어요. 잠드셔서 불을 끈 것일 수도 있잖아요. 제가 한 말 다 사실이에요. 거짓말이 아니니 제발 들여보내 주세요.”경비원의 말투가 더 거칠어졌고 얼굴도 잔뜩 찌푸렸다.“대표님 안 계신다는데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대표님 저녁 8시에 퇴근했고 그 뒤로 다시 회사에 오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누군가 대표님을 사칭해서 사기 친 것 같네요. 빨리 가세요. 사기당한 거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세요.”결정적인 단어들을 듣자마자 여경의 눈빛이 몇 차례 흔들렸다.그녀가 계속해서 캐물었다.“말도 안 돼요. 대표님 아직 회사에 계신 게 분명해요. 혹시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당장 나가요! 나가란 말 안 들려요?”경비원이 인내심을 완전히 잃은 듯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여기서 일한 지 몇 년인데 대표님을 잘못 볼 리가 있겠어요? 대표님이 나가시는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나가요. 계속 이러면 경찰에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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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전화로 서 대표님과 다 얘기했다고 했잖아요. 더 이상 당신들이랑은 말 안 할래요.”여경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심지어 강제로 정문을 뚫고 들어가려 하자 몇몇 경비원도 더는 예의를 차리지 않고 곧바로 달려들어 여경을 제지했다.경비원이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가씨, 이대로 무단 침입하시면 진짜 경찰 부를 겁니다.”경비원이 여경을 멀찍이 끌고 가면서 건물의 한 방향을 가리켰다.“직접 보세요. 저기가 바로 서 대표님 사무실인데 몇 시간 전에 이미 불 끄고 퇴근하셨어요. 대표님 차가 제 앞에서 지나가는 걸 똑똑히 봤어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퇴근하셨다고요. 사무실에 계실 리가 없어요.”여경이 고개를 돌려 동료들을 쳐다봤다.“확실해요? 하지만 저한테 전화 왔을 땐 분명...”경비원이 계속 짜증을 냈다.“그놈의 전화, 전화... 언제까지 전화 타령만 할 거예요? 목소리만 듣고 그게 서 대표님이라고 어떻게 장담해요? 딱 봐도 사기당한 것 같은데... 우리 대표님은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에요. 사기당했으면 경찰에 신고하세요. 여기 와서 생떼를 부리지 마시고요.”여경이 실망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정말 저한테 거짓말한 걸까요?”그런 여경의 모습에 경비원은 마음이 약해졌다.“아가씨, 돈은 뜯기지 않았죠?”여경이 고개를 끄덕인 걸 보고서야 경비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돈 안 뜯겼으면 됐어요. 그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데요. 얼른 집에 가요. 날도 추운데 밖에서 이러지 말고요.”잠깐 고민하던 여경이 주머니에서 포스트잇과 펜을 꺼내 전화번호를 적어 경비원에게 건넸다.경비원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죠?”여경이 다급하게 말했다.“아저씨, 부탁 좀 드릴게요. 내일 평일이니까 대표님도 출근하시잖아요. 대표님 보시면 저한테 전화나 문자 한 통만 주시면 안 될까요?”그 말에 경비원이 손사래를 치며 포스트잇을 다시 돌려주려 했다.“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이건 회사 규정 위반이라 절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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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경비원이 포스트잇을 받아 흔들며 말했다.“가요, 가요. 추워 죽겠어요.”여경이 웃으며 인사했다가 돌아서자마자 미소를 거두었다.“현주 씨 어머님이랑 남자친구 모두 회사에 있다고 했는데 경비원은 회사에 없다고 했어요.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를 보면 현주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요.”동료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현주 씨의 가족이 신고하지 않아서 절차대로 수사하기 어려워요.”여경이 어두운 얼굴로 차 옆에 서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쳤다.“알고 있어요.”그녀가 고개를 든 그때 조금 전 경찰서를 나섰던 우지윤 일행이 길가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게 보였다. 차가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었다.여경은 동료와 눈빛을 주고받고는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저쪽으로 가보죠.”차가 천천히 그들 뒤쪽으로 다가갔다. 여경이 멀리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우지윤이 한 손에 서류를 들고 다른 한 손에 라이터를 쥐고 서류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었다.시력이 좋은 여경이 서류 봉투 위에 적힌 글자를 단번에 알아봤다.‘저건... 유이영의 범죄 증거?’여경이 재빨리 문을 열고 내려 그들에게로 다가가 물었다.“지금 뭐 하는 겁니까?”우지윤 일행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마터면 라이터와 서류 봉투를 떨어뜨릴 뻔했다.여경이 시력이 좋았던 터라 변호사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걸 바로 봤다. 휴대폰 화면을 보니 여전히 촬영 중이었다.그들을 보자마자 변호사는 재빨리 휴대폰을 넣고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우지윤은 가슴이 철렁했다.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경찰이 네 명 있었다.그녀가 입술을 깨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여경이 우지윤이 들고 있는 서류 봉투를 가리켰다.“방금 뭐 하고 있었어요?”우지윤이 서류 봉투를 등 뒤로 슬쩍 숨겼다.“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냥 보고 있었어요.”“보고 있었다고요?”여경은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계속 추궁했다.“저 다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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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우지윤의 표정이 더욱 눈에 띄게 흔들렸다.“경찰관님...”문득 영상 속 서현주의 하얗고 가는 팔에서 솟구치던 피가 떠올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아니에요, 그런 거...”여경이 우지윤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지금 부인해도 좋고 거절해도 좋아요. 하지만 이건 분명히 말해두죠.”우지윤이 고개를 떨군 채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여경이 말을 이었다.“지금 지윤 씨 앞에 있는 사람은 경찰이에요.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온 경찰 말입니다. 우리한테는 전문적인 자질과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요. 부디 우리를 믿어줬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무슨 문제든 항상 공정하게 해결해요. 그러니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세요. 납치범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고 경찰의 능력을 믿어보세요.”“경찰한테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납치 사건을 여러 번 다뤄봤는데 피해자들 모두 무사히 돌아왔어요. 이번에도 저를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우지윤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여경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고는 휴대폰 한 대를 건넸다.“가능하다면 한 시간 뒤에 이 휴대폰으로 연락하죠. 한 시간 동안 생각할 시간을 줄게요. 우리를 믿고 맡길지, 아니면 계속해서 혼자 싸울지 결정하세요. 생각할 시간을 드릴 테니 한 시간 뒤에 연락하겠습니다.”휴대폰을 받아든 우지윤의 얼굴에 멍한 기색이 서렸다.여경이 계속 말했다.“이 휴대폰은 특수 기술 처리가 되어 있어서 납치범은 절대 알 수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저 역시 지금 제복을 입지 않았고 주변도 샅샅이 확인해 봤는데 의심스러운 사람이 없었어요. 납치범이 우리가 여기서 대화하고 있다는 걸 절대 모를 거라고 장담합니다. 이 점은 정말 안심하셔도 돼요.”우지윤이 고개를 들어 여경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여경이 한 걸음 물러나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가 쥐고 있는 서류 봉투를 가리켰다.“납치범이 이 서류를 없애버리라고 한 거 맞죠?”우지윤이 아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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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우지윤이 휴대폰을 움켜쥔 채 고개를 떨구었다.“더 생각해 볼게요.”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문을 열어 우지윤과 할머니를 태웠다.한편, 다른 경찰들이 여경에게 물었다.“우지윤 씨가 동의할까요?”여경이 잠시 생각하더니 손가락 끝으로 핸들을 톡톡 두드렸다.“그러길 바라야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30분 후 집으로 돌아온 우지윤은 먼저 할머니를 침대에 편히 눕혔다. 할머니 방을 나서려던 그때 할머니가 그녀를 불러 세우며 천천히 말했다.“지윤아, 할미가 배운 건 없지만 항상 경찰들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아까 그 경찰관님의 말이 맞는 것 같으니 잘 생각해 보렴. 납치는 큰일이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봤자 언제 사람을 찾겠어. 차라리 경찰한테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라서 우리보다 훨씬 나을 거야. 안 그래?”우지윤이 잠시 침묵하다가 할머니가 덮은 이불을 여며주었다.“잘 생각해 볼게요. 이런 일은 안요한 씨랑도 상의해 봐야 해요. 저 혼자선 결정을 못 내리겠어요.”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상의해 봐야지. 그럼 얼른 가서 볼일 봐. 난 신경 쓰지 말고.”우지윤이 입술을 깨물고 방을 나갔다.거실로 나온 우지윤이 휴대폰을 꺼내 조금 전 서류 봉투를 태운 영상을 강혜인에게 전송했다.강혜인에게서 곧 답장이 왔다. 우지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경찰이 방금 했던 모든 말을 강혜인에게 전했다.그 시각 남자 몇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던 안요한을 부축했다. 그 모습을 본 강혜인이 어두운 얼굴로 자리를 비켜 안요한에게 앉으라고 했다.“오래 무릎을 꿇었는데 괜찮아요?”안요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괜찮아요.”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안요한을 보던 강혜인은 마음이 복잡해졌다.“정말 신고 안 할 거예요? 우리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까지 황태민이 다 알 수 있을까요?”안요한이 이번에 꽤 오랫동안 침묵하자 강혜인도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한참 뒤 안요한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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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8화

안요한이 고개를 숙이고 무릎의 먼지를 털더니 옆에 있던 남자들에게로 다가가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보았다.“어디까지 조사했어?”“아직 조사 중입니다. 납치범이 준비를 아주 철저히 했어요. 여러 겹의 방화벽을 겹쳐 놓아서 하나를 뚫으면 또 다른 방화벽이 나오고 방화벽을 몇 개를 찾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작업이 좀 어려워서 시간이 걸려요.”다른 이들도 상황이 마찬가지였다.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황태민 같은 사람이라면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일을 진행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쉽게 잡힐 리 절대 없었다.안요한이 시선을 늘어뜨리고 그들의 어깨를 두드렸다.“계속 찾아.”강혜인은 기다리는 틈틈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팔을 힘껏 비비며 숨을 내쉬는 그녀를 본 안요한이 물었다.“추워요?”안요한은 다른 차에 앉아 강혜인을 보지 않고 노트북만 응시했다. 강혜인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눈이 곧 내리려나 봐요.”안요한이 데려온 남자 중 한 명이 고개를 들더니 굳어버린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풀려고 노력했다.“일기예보 상으로는 몇 시간 뒤에 눈이 올 수 있다고 합니다.”강혜인이 그들이 입고 있는 검은색 패딩을 보며 물었다.“안 추우세요?”남자가 손을 내저었다.“키보드를 두드리는 데 정신이 팔려서 추울 시간도 없어요.”평소 말솜씨 좋고 농담을 잘하던 강혜인도 이 순간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래요.”그녀는 짧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여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방금 황태민이 메시지를 보내와 우지윤더러 최근 수집한 증거를 모두 없애라고 했다.강혜인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이십 분이 지나 있었다.황태민이 또 발광하여 서현주를 해칠까 봐 우지윤에게 메시지를 보내 재촉했다.[다 됐어요?]우지윤 쪽에서 몇 분 뒤에 답장이 왔다.[경찰이 눈치챈 것 같은데 어떡하죠?]심장이 쿵 내려앉은 강혜인이 서둘러 답장했다.[무슨 뜻이에요? 눈치챘다니요?]우지윤이 입술을 깨문 채 먼저 증거 서류를 태워버리는 영상을 그녀에게 보냈다.[아까 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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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9화

불안감이 갑작스럽게 밀려와 빠르게 온몸을 뒤덮었다. 작은 풀포기가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듯 그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이젠 실체라도 가진 듯 피부로 생생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이 느낌이 황태민이 새로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안요한의 가슴을 꿰뚫었다.안요한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휴대폰 화면에 뜬 글자들을 들여다봤다.낯선 번호:[참 말을 안 들어. 결국 경찰에 신고했네?]강혜인이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도 꾹 참고 말했다.“어떻게 알았을까요?”안요한이 손을 심하게 떤 바람에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손을 떨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며 답장을 보냈다.[아니야. 경찰에 신고한 적 없어.]바로 그때 황태민이 사진 한 장을 보냈다.심야의 거리에서 우지윤이 사복 차림의 경찰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그 순간 안요한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렸고 심장이 조여들었다.낯선 번호:[그러게 제대로 단속했어야지. 왜 말 안 듣고 신고했어? 이젠 서현주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내가 멍청해서 너희들의 수작을 모를 줄 알았어?]낯선 번호:[잘 들어. 내가 이 일을 시작했다는 건 철저한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야. 너희 주변의 경찰서에 사람을 심어둬서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로 보고가 들어와. 너희들의 수작을 내가 모를 것 같았어? 가소로워서 원.]안요한의 거친 숨소리에 강혜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우지윤에게 메시지를 보내 상황을 알리고 더 이상 경찰과 접촉하지 말라고 했다.안요한이 전화를 걸었으나 상대는 받지 않고 끊어버렸다.낯선 번호:[내가 지금까지 너무 잘해줬나 봐? 그러니까 기고만장해져서 경찰에 신고했겠지.]낯선 번호:[난 분명히 말했어. 신고하면 서현주가 고생하게 될 거라고. 그새 내 경고를 잊은 거야? 너희들의 잘못으로 서현주가 대가를 치르게 되면 죄책감이라도 느끼려나?]낯선 번호:[지금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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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안요한이 힘없이 손을 떨구고 눈을 질끈 감았다.강혜인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분위기가 완전히 차갑게 얼어붙었고 절망감이 그들을 짓눌렀다. 옆에 있던 남자들은 차마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 다시 노트북과 씨름했다.그러다 날카로운 소리가 몇 번 들려오고 나서야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강혜인이 눈물을 흘리며 안요한의 팔을 붙잡고 소리쳤다.“요한 씨, 왜 이래요?”안요한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난 정말 쓸모없는 놈이에요...”그의 볼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생긴 걸 본 순간 남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표님이... 스스로 자기 뺨을 때린 거야? 대체 얼마나 세게 때렸길래 얼굴이 저렇게 시뻘건 거지?’안요한이 눈을 감은 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이거 놔요.”혹시라도 또 자해할까 봐 강혜인은 쉽사리 손을 놓지 못했다.“손 놓으면 또 때리려고요?”안요한이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돌리더니 눈을 감고 팔을 빼냈다.강혜인은 불안한 마음에 옆에서 잠시 지켜보았다. 안요한이 더 이상 자해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그녀는 안요한을 다시 한번 살펴본 뒤 휴대폰을 꺼내 우지윤에게 답장했다.우지윤:[무슨 일이에요?]강혜인이 착잡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납치범이 눈치챘어요. 당분간은 경찰이랑 연락하지 말아요. 알겠죠?]우지윤이 놀란 나머지 얼굴이 다 창백해졌다.[어떻게요? 경찰이 절대 들킬 리가 없다고 했단 말이에요. 저한테 특수 기술 처리가 된 휴대폰까지 줬어요.]강혜인이 방금 본 사진을 떠올렸다. 납치범의 공범이 높은 곳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한밤중이라 경찰이 공범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지극히 정상이었다.강혜인도 우지윤의 탓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도 경찰에게 들킨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경찰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들도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여기엔 잘못한 사람이 없었다. 잘못한 건 오직 납치범이고 죽어 마땅한 것도 납치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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