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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안요한이 손가락을 파르르 떨면서 메일을 열어 영상을 클릭했다.클릭한 순간 강혜인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영상 속에서 서현주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꼼짝 못 하게 온몸이 묶여 있었고 눈과 입 모두 테이프로 칭칭 감긴 상태였다.그리고 주변이 온통 황량한 산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에 강혜인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무엇보다 위험한 건 서현주의 목 앞에 있는 칼 두 자루였다. 차가운 칼날이 위협적으로 서현주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다.서현주 뒤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젖히자 가느다란 목덜미가 드러났다. 칼이 목을 스치기라도 하면 피가 솟구칠 것 같았다.강혜인은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귓가에 안요한의 욕설이 들려왔다. 심장이 철렁했으나 다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상을 봤다.영상 속의 환경으로 황태민과 서현주의 현재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주변이 온통 황량한 산뿐이라 아무런 특징이 없었다.강혜인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영상의 왼쪽 위를 봤다가 또 오른쪽 아래를 봤다가 정신없이 화면을 훑었지만 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이것이 영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영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바로 그때 화면 밖에서 비수가 갑자기 튀어나와 서현주의 가느다란 팔을 빠르게 스쳤다.순간 시뻘건 피가 솟구쳤고 서현주가 고통에 몸을 웅크리더니 낮은 신음을 냈다. 동시에 얼굴도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영상에서 음성 변조기를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닥쳐. 시끄러워.”서현주의 뒤에 있던 남자가 서현주를 걷어찼다.서현주가 또다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손발과 몸이 모두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었기에 묵묵히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강혜인의 머릿속이 순간 백지장처럼 새하얘졌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 입을 막고 흐느꼈다. 옆에 있던 안요한의 표정도 섬뜩할 정도로 굳어있었다.안요한은 앞 좌석을 거칠게 걷어차고는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 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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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안요한이 손등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두 눈에 핏발이 조금 선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추적해.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 해.”남자들은 즉각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키보드를 두드렸다.강혜인이 앞 좌석의 남자가 건넨 휴지를 받아 눈물을 닦았다. 연지훈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하라고 안요한을 귀띔하려던 그때 마침 안요한이 휴대폰을 들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차분한 말투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다음 연지훈더러 더는 쫓지 말고 자리에서 대기하라고 했다.연지훈이 토를 달지 않고 바로 알겠다고 답했다.안요한이 그에게 물었다.“알아낸 게 있어요?”“아직 추적 중입니다.”안요한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이만 끊을게요.”“잠시만요. 황태민이 보낸 영상 저도 봐도 될까요?”“보내줄게요.”안요한은 전화를 끊은 후 망설임 없이 영상을 전송했다.연지훈이 싫긴 했으나 그가 가진 능력은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연지훈이 희망을 가져다주길 바랐고 영상을 보고 더 열심히 찾아주길 바랐다.안요한의 예상대로 영상을 확인한 연지훈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하마터면 휴대폰을 부숴버릴 뻔했다.눈을 감으면 서현주의 팔에서 솟구치던 피가 자꾸만 생각났고 이성을 태워버리는 불길처럼 머릿속을 휩쓸었다. 거기에 분노가 가슴에 가득 차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연지훈이 입술을 깨물었다.“황태민, 네놈이 감히...”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재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 한 대가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자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일사불란하게 내렸다. 표정이 하나같이 엄숙하고 차가웠다.“대표님.”연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데이터 전송했으니까 최대한 빨리 알아봐.”그들 중 절반은 황태민의 IP 주소를, 나머지 절반은 황태민이 보낸 영상 속의 장소를 찾는 임무를 맡았다.연지훈이 고용한 이들은 전부 용병 출신이었다. 업무 숙련도가 높아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그 사이 연지훈은 한쪽에서 끊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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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연지훈이 고개를 들었다.밤이 고요하고 적막했다. 새벽녘의 하늘이 칠흑처럼 어두웠고 간간이 보이는 별 몇 개만 빛을 머금고 있었다. 달도 먹구름 뒤에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일기예보에서 내일 눈이 온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현주가 눈이 내리기 전에 돌아와야 할 텐데. 안 그러면 눈을 흠뻑 맞을 거야.’연지훈이 고개를 떨구더니 천천히 주먹을 꽉 쥐었다.흉터남이 연지훈을 올려다봤으나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시선을 거두려던 찰나 연지훈이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빛이 깊고 공허했다.그 모습에 흉터남도 저도 모르게 덩달아 하늘을 보았다.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똑같은 밤하늘이었다.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다시 연지훈을 쳐다봤다. 연지훈의 눈가와 미간에 상실감이 서려 있었다.흉터남은 순간 멈칫했다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린 것처럼 서둘러 시선을 거두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했다.한편 안요한은 연지훈에게 연락한 뒤 황태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안요한:[네가 시키는 대로 다 협조할 테니까 제발 현주만은 건드리지 마.]낯선 번호:[솔직히 말할게. 너희들이 이렇게 안달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꼴을 보니까 기분이 참 좋아. 넌 어떤 기분인지 모르지?]안요한은 답장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휴대폰만 들여다봤다.낯선 번호:[예전에 내가 이영이를 풀어달라고 애원할 땐 들은 척도 안 했잖아. 그때 내가 초라했던 만큼 너희도 똑같이 당해봐. 급할 거 없어. 천천히 하자고.]안요한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뚫고 들어가 황태민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그가 심호흡하더니 차분하게 설득했다.안요한:[이건 범죄야. 네가 감옥에 들어가면 누가 유이영을 도와줘? 그러니까 충동적으로 굴지 마. 게다가 너 딸도 있잖아. 잊었어?]낯선 번호:[어디서 모른 척이야? 사람을 시켜서 뒤에서 날 캐고 다닌다는 거 다 알아. 이미 다 조사한 거 아니었어? 내가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차피 잡아갔을 거잖아. 결과가 똑같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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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안요한:[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낯선 번호:[그럼 지금 당장 무릎 꿇어. 5분 동안 무릎 꿇고 있는 걸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 빨리하는 게 좋을 거야. 그사이에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나도 장담 못 하니까.]그 메시지를 본 순간 강혜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안 돼요. 이건 요한 씨를 모욕하는 거라고요. 절대 안 돼요!”정작 무릎을 꿇어야 하는 당사자인 안요한은 강혜인보다 훨씬 침착했다.안요한이 황태민의 요구대로 무릎을 꿇고 영상을 찍을 거라는 걸 강혜인은 잘 알고 있었다.그가 차분하게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넸다.“찍어줘요.”강혜인이 휴대폰을 들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안요한이 차에서 자연스럽게 내리더니 되레 강혜인을 위로했다.“황태민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현주가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요. 일단 시간이라도 버는 게 좋죠. 5분 동안 무릎을 꿇는 게 현주가 겪고 있을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화가 난 강혜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기에 말릴 수도 없었다.결국 휴대폰을 들고 촬영 버튼을 눌렀다.“시작해요...”안요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했다. 망설임 없이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휴대폰 화면 속의 안요한을 차마 볼 수 없었던 강혜인은 고개를 돌려버렸다.연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도련님이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해봤겠는가?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안요한을 제외하고 모두 마음이 복잡해졌다.다른 세 남자 역시 보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강혜인이 시간을 세고 있다가 5분이 되자마자 바로 촬영을 종료했다.“요한 씨, 일어나요. 시간 다 됐어요.”안요한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강혜인에게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검은색 정장 바지라 무릎에 묻은 먼지가 선명하게 보였다.강혜인이 귀띔했다.“무릎에 묻은 흙 좀 털어내요...”그가 무릎을 힐끗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괜찮아요.”그러고는 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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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강혜인이 휴대폰을 들고 낯선 번호로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현주를 보여줘. 지금 무사한지 확인해야겠어. 팔에 난 상처는 지혈했어?]그제야 안요한의 표정이 조금 흔들렸다.“혜인 씨...”강혜인이 고개를 돌렸다.“현주 팔에 난 상처가 깊어서 당장 처치하지 않으면 우리가 찾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쇼크가 올지도 몰라요.”안요한이 잠시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혜인 씨 말이 맞아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강혜인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안요한이 자신을 탓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속으로 생각했다.‘현주야, 무사히 돌아오면 요한 씨의 진심을 평생 기억해. 그래야만 요한 씨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는 게 되니까.’상대의 답장이 매우 빨랐다.[지금 나한테 요구하는 거야?]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안요한과 강혜인은 동시에 심장이 철렁했다.강혜인:[현주가 무사한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뭘 믿고 네 말을 따르겠어?]낯선 번호:[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것도 모를까 봐? 서현주 절대 죽지 않으니까 안심해. 하지만 계속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면 한 번 더 베어버릴 거야.]화가 난 강혜인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안요한이 말했다.“상대하지 말고 계속 촬영이나 하죠.”이번에도 아까처럼 강혜인과 세 남자가 모두 고개를 돌렸다. 차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안요한에게 마지막 체면이라도 남겨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이번에는 요구한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5분이 아니라 무려 30분이었다.안요한이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무릎을 꿇었다. 찬바람을 맞지 않게 강혜인더러 차 안에서 찍어달라고 했으나 그 말을 들을 강혜인이 아니었다. 그녀도 밖으로 나와 무릎을 꿇은 안요한과 함께 찬바람을 맞았다.30분이 1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칼바람에 강혜인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 뚝뚝 떨어졌다.그 30분 동안 황태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의 부하들이 연지훈의 차를 발견했다. 서현주와 안요한을 제외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연지훈이었다.연지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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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그래야만 황태민과 유이영이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황태민이 연지훈에게도 연락을 취했다.연지훈이 메시지를 받았을 때 그가 고용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 단서를 알아냈다.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낯선 번호였다.[연지훈 씨, 오랜만이에요. 여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안달 난 모습은 처음 보네요.]연지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황태민?]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연지훈이 휴대폰을 흉터남에게 건넸다. 안요한과 마찬가지로 번호의 IP 주소를 추적하라는 뜻이었다.업무에 익숙했던 흉터남이 휴대폰을 받아 케이블을 연결한 후 다시 연지훈에게 돌려주었다.“대표님, 메시지를 많이 보내게 유도해주세요. 그럼 IP 주소를 더 빨리 찾을 수 있거든요.”연지훈이 휴대폰을 받아 쥐며 짧게 답했다.“알았어.”상대방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맞아요. 나예요. 몇 년 동안 연지훈 씨를 피해 다녔는데 이젠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아마 마지막일 겁니다.]연지훈이 쓸데없는 얘기는 제쳐두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어떻게 하면 현주를 풀어줄 건가요?]낯선 번호:[서현주가 그렇게 걱정돼요?]연지훈:[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니었나요?]황태민이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콧방귀를 뀌었다. 순간 속에서 짜증이 치밀었으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지금 당신 꼴이 참 마음이 안 들어요. 몇 년 전에 난 당신을 믿고 이영이를 맡겼어요. 그동안 이영이한테 진심으로 잘해준 적이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요. 결혼 생활 5년 동안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서현주가 이영이를 짓밟는 걸 지켜보기만 했을 뿐 이영이를 위해 뭐라도 한 적 있나요? 옆에서 막은 적이나 있어요? 5년 동안 이영이가 지훈 씨 때문에 어떻게 됐는지 좀 봐봐요. 감옥에 들어간 후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도와주지도 않았죠. 심지어 서현주랑 편 먹고 이영이를 괴롭히기까지 했어요. 인간이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난 이영이가 당신 옆에 있으면 행복할 거라 믿고 떠난 것이었는데 결과는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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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하지만 황태민의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연지훈:[알았어요. 30분 기다려요.]마땅히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황태민의 얼굴이 오히려 굳어졌다. 이 상황이 무척이나 못마땅했다.결국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현주가 대체 두 남자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하나같이 물불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내던지는 건지 너무나 궁금했다.황태민이 코웃음을 쳤다.‘됐어. 이런 놈들이랑 따져서 뭐 해. 내 기분만 풀리면 그만이지.’그러고는 태연하게 메시지를 보냈다.[알았어요. 기다릴게요.]메시지를 보낸 뒤 안요한과의 대화창을 열었다.[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이제 우지윤이랑 걔네 할머니한테 연락해.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지?]안요한이 빠르게 답장했다.[이미 연락했어. 기다리고 있으니 뭘 하려는 건지만 말해.]황태민이 거침없이 지시했다.[우지윤이랑 걔네 할머니더러 고소 취하하고 선처서를 제출해서 이영이 형량을 최대한 줄이라고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모르면 변호사한테 물어봐. 내가 원하는 건 너희들이 직접 나서서 이영이를 빼내는 거야.]안요한:[그대로 전할게.]황태민은 심호흡하고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10분 내로 우지윤이랑 걔네 할머니 지장이 찍힌 선처서를 받아와. 제시간에 보내지 않으면 서현주의 영상을 또 보내는 수가 있어. 알았어?]메시지를 확인한 안요한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아까 보낸 서현주의 영상 속에서 황태민이 칼로 그녀의 팔을 그었었다. 영상을 다시 보낸다는 건 같은 짓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는 명백한 경고였다.메시지를 본 강혜인이 말했다.“역시 유이영 때문이었군요. 지금 바로 지윤 씨한테 연락할게요.”안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서둘러요. 10분밖에 시간이 없어요.”강혜인이 휴대폰을 꺼내 우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상황을 말해뒀기에 우지윤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지윤 씨, 방금 황태민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10분 내로 선처서를 작성하고 지장을 찍어서 보내야 해요.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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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선처서를 받은 황태민이 빠뜨린 부분이 없는지 글자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봤다. 살펴본 뒤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해외에 있는 변호사에게 보내 법적 효력이 있는지 감별해달라고 했다.그의 변호사가 계속 대기 중이었던 터라 몇 분 만에 결과를 보냈다.[문제없습니다, 대표님. 법적 효력이 있는 선처서예요. 이 선처서가 있으면 유이영 씨 감형받을 수 있어요.]황태민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안요한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냈다.[우지윤더러 지금 당장 선처서를 경찰서에 가져가고 과정 전체를 녹화하라고 해. 꼼수를 부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경찰에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간 서현주가 어떻게 될지 너희들도 잘 알 거라 생각해.]안요한:[알았어. 협조할게.]그가 강혜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내자 강혜인이 바로 우지윤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달했다.우지윤 역시 망설임 없이 변호사와 함께 선처서를 들고 집을 나섰다. 동시에 휴대폰으로 촬영도 했다.30분 뒤 우지윤과 그녀의 할머니, 그리고 변호사가 경찰서에 도착했다.요즘 유이영 사건 때문에 세 사람이 경찰서에 드나드는 일이 잦아 경찰서 사람들 모두 그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온 건 매우 의외였다.“어쩐 일로 오셨어요? 새로운 단서라도 발견하신 겁니까?”경찰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우지윤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려 애를 썼다.우지윤이 경찰에게 다가가 선처서를 건넸다.“이건 저랑 할머니가 유이영 씨를 위해 쓴 선처서입니다. 한번 봐주세요.”선처서를 받아 든 경찰이 매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선처서요? 유이영 씨를 위해서 쓴 거라고요?”우지윤이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말했다.“네, 한번 봐주시겠어요?”수많은 선처서를 받아본 경찰이라 이 선처서가 형식이 규범적이고 문장이 유려하며 법적 효력이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그럼에도 여전히 의외라 생각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이영의 처벌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왜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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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한 여경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우지윤의 외투 깃 아래로 살짝 보이는 옷깃을 발견했다.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건 분명 잠옷이었다.여경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잠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나왔다는 건 엄청 급한 일이란 말인데.’여경이 동료가 들고 있는 선처서를 내려다봤다. 선처서 위의 지장 두 개가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 전에 쓴 선처서임이 분명했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과거의 사례를 볼 때 가해자에게 돈을 받고 가해자를 용서하는 선처서를 써주는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도 있었다.이런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사실 유이영의 가족도 우지윤과 할머니에게 돈을 줄 테니 유이영을 선처해달라고 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했고 유이영의 가족이 제안할 때마다 끝까지 듣지도 않고 즉시 거절하며 금액조차 묻지 않았었다.하여 여경은 유이영의 가족이 우지윤과 할머니가 결코 거절할 수 없는 금액을 제시했을 것이라 생각했다.여경이 물었다.“혹시 유이영의 가족이 두 분께 뭔가를 줘서 마음이 바뀌신 건가요?”만약 그런 이유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어쨌거나 경연시에서 유씨 가문이 꽤 잘 나갔으니까.그런데 우지윤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저 갑자기 마음이 정리되어 선처서를 썼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세요. 할머니랑 얼른 돌아가서 쉬어야 해서요.”우지윤이 이렇게 답한 건 여경이 뭔가를 알아챌까 걱정돼서였다. 그들이 돈을 받지 않은 건 사실이었으니까.만약 돈을 받았다고 거짓말했다가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눈치 빠른 경찰들이 서현주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소식이 황태민에게까지 흘러 들어가 황태민이 서현주를 해칠 수도 있었다.하여 우지윤이 부정하면서 가장 무난한 이유를 댄 것이었다.그런데 우지윤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오히려 경찰들의 의심을 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돈을 받지 않았다고?’여경의 마음속에서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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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여경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규정에 따라 우지윤이 쓴 선처서를 기록으로 남겼고 몇 번이고 우지윤과 할머니의 의사를 재확인한 후에야 그들을 보냈다.이 과정에서 여경이 우지윤이 들고 있는 휴대폰을 가끔 쳐다봤다. 휴대폰 카메라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경찰 대부분이 미세 표정과 몸짓 언어를 학습했기에 우지윤과 할머니의 긴장한 표정과 어색한 말투, 부자연스러운 행동들을 놓치지 않았다.경찰들의 의심이 더욱 짙어졌다.우지윤 일행이 경찰서를 떠난 후 경찰들이 한데 모여 선처서의 필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매우 다급하게 쓴 흔적이 역력하군요. 맞춤법이 몇 군데 틀렸고 지장도 아직 마르지 않았어요. 대체 얼마나 급했던 걸까요?”“게다가 휴대폰으로 촬영까지 하고 있었어요.”여경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무슨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 우지윤 씨의 연락처를 아는 분 계시나요?”그중 한 남자 경찰이 손을 들었다.“제가 알아요. 예전에 이 사건을 담당해서 연락처가 있어요.”“지금 촬영하고 있어서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문자 한번 보내보죠.”우지윤은 경찰서를 나와 차에 올라탄 뒤 촬영을 멈추고 서둘러 강혜인에게 영상을 보냈다.우지윤:[경찰한테 선처서를 전달했어요.]기다리고 있었던 강혜인이 메시지를 받자마자 바로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우지윤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하라는 대로 다 했으니 이만 현주 씨를 풀어줬으면 좋겠네요.”할머니가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현주가 착한 아이라 하늘이 도와줄 거야.”그들은 경찰서로 올 때 변호사의 차를 타고 왔다. 변호사가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제가 보기엔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우지윤이 변호사를 보며 물었다.“무슨 뜻이죠?”변호사가 안경을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납치범이 원하는 건 유이영의 형량을 최대한 줄이는 거예요. 다시 말해 2심 결과까지 보겠다는 뜻이죠. 2심 재판이 그렇게 빨리 열리지 않아요. 어쩌면 2심 결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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