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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201 - Chapitre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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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1화

영상 속에서 안요한이 고개를 떨군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있어 비굴함이나 초라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이 태연자약했다. 차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줄기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안개 속에 싸인 듯했다.서현주의 시선이 황태민에게 향했다. 황태민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 피식 웃었다.“너도 참 독한 여자야.”그가 휴대폰을 도로 가져가며 차갑게 웃었다.“아무래도 두 사람한테 별로 마음이 없는 것 같네. 네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걸 두 사람이 알면 내 말을 따른 걸 후회하려나?”그의 말에 서현주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시선을 늘어뜨렸다.바로 그때 황태민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음침한 눈으로 쳐다봤다.“아니면 두 사람이 널 위해 전부를 걸 것이라고 이미 예상한 거야?”황태민은 서현주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기고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기분 정말 불쾌한 거 알아?”서현주의 눈빛 역시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황태민이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머리채를 확 놓았다. 그 바람에 서현주의 머리가 바닥의 작은 돌멩이에 부딪히고 말았다. 통증이 순식간에 밀려왔고 눈앞도 캄캄해졌다.그가 휴대폰을 서현주에게 들이밀었다. 휴대폰 화면에 우지윤과 한 여성이 밤거리에 서 있는 사진이 나타났다.그 여성이 누구인지 서현주가 알아보지 못하자 황태민이 알려줬다.“아쉽게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더라고. 걔네들이 약속을 어긴 대가는 네가 치러야겠어.”서현주의 미간이 살짝 움찔했다.바로 그때 황태민이 서현주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면서 일으켜 세웠다.황태민이 잡은 곳이 마침 칼에 베인 상처 부위였다. 극심한 통증이 순식간에 밀려왔고 천 조각 사이로 더 많은 피가 흘러내렸다.테이프로 입을 막고 있어 억눌린 신음밖에 낼 수 없었다.황태민은 서현주를 나무 아래로 끌고 갔다. 겨울이 가까워져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진 상태였다.그는 그녀의 손을 밧줄로 묶어 나뭇가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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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극심한 통증에 몸을 웅크리려 했으나 기력이 없어 그 몸짓조차 미미했다. 남자의 발길질이 잔인하기 그지없었다.서현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이젠 남자가 복부를 몇 번이나 걷어찼는지조차 셀 수 없었다.목구멍 안쪽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왔다.너무 아픈 나머지 감각마저 사라졌고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모든 감각을 잃어가는 와중에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죽음을 앞둔 이의 헐떡임 같았다.그때 귓가에 황태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해. 죽이지는 마.”남자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모든 힘을 잃어버린 서현주는 밧줄에 몸을 맡긴 채 축 늘어졌다. 복부를 강타한 통증에 비하면 밧줄에 쓸린 손목의 통증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황태민이 서현주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의 높이 차이 때문에 고개를 들고 그녀를 쳐다봐야만 했다.“서현주,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그 사람들더러 내 말 좀 잘 들으라고 해. 이영이가 무사하면 너도 무사할 거야.”서현주가 힘겹게 눈을 뜨고 그를 쳐다봤다.황태민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 인적이 드문 외딴곳에서도 여전히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이었다. 그에 비해 서현주는 지금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그가 말했다.“영상 하나 찍을 거야. 협조 잘하면 바로 내려줄게. 어때?”서현주가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늘어뜨렸다.황태민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 자기 이마를 탁 쳤다.“아, 미안. 네가 말을 못 한다는 걸 깜빡했네. 내 실수야.”그러더니 다가와 서현주의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거칠게 떼어냈다. 투박한 손길에 살점이 뜯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황태민이 테이프를 뭉쳐 손에 쥔 채 웃으며 말했다.“자, 이제 말할 수 있지? 하지만 경고하는데 소리 지를 생각은 하지 마. 여기 아무도 없어서 소리 질러봤자 소용없어. 그 힘 아껴서 날 어떻게 상대할지나 고민하는 게 좋을 거야.”서현주가 계속 고개를 숙였다. 테이프를 뜯은 후 거친 숨을 한참 동안 몰아쉬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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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안요한의 눈에 핏발이 서 있었고 무겁고 숨 막히는 기운을 내뿜었다.‘황태민, 황태민... 죽여버릴 거야!’강혜인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황태민 이 자식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요.”안요한이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주변이 너무나 광활하여 서현주를 찾을 확률이 극히 낮았고 찾는 데 시간이 얼마나 들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너무나 두려웠고 무력했다.띠링.그때 낯선 번호로 다시 메시지가 왔다.[마음이 아파?]안요한이 눈을 질끈 감았다.지금 아무리 황태민을 증오하고 그가 죽기를 바라도 그 감정을 조금이라도 내비쳐서는 안 되었고 황태민을 자극해서도 안 되었다.얼굴이 잔뜩 굳었지만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답장을 보냈다.[현주를 풀어주고 날 잡아. 내가 안씨 가문 사람이라서 날 인질로 삼고 협박하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어. 이건 너도 알고 있겠지?]낯선 번호:[감동이야, 정말.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서현주인데. 어떡하지?]안요한:[가진 돈 전부 줄게.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나한테 있는 거면 다 줄 테니까 현주만 풀어줘.]낯선 번호:[꽤 유혹적인 조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 움직여. 이 얘기는 그만하고 서현주에 대해 얘기해볼까?]안요한:[원하는 걸 말해. 최대한 들어줄게.]황태민이 차갑게 웃더니 서현주를 흘겨보며 말했다.“안요한이 너한테 진심인데? 상관도 없는 일에 끼어들고 말이야. 참 지독한 순애보야.”서현주가 무시하자 황태민도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꺼냈다.[서현주랑 영상 통화할 기회를 줄게. 둘이 얘기 좀 해봐. 어때?]안요한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답장을 보냈다.[좋아. 지금 바로 가능해?]낯선 번호:[당연하지. 이번 영상 통화를 통해서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 깨닫게 될 거야.]안요한:[알았어. 최대한 빨리 보여줘.]황태민이 휴대폰을 들고 서현주에게로 다가갔다.“안요한이랑 얘기 다 됐어. 이따가 영상 통화할 거야. 뭘 말해야 하는지 알지?”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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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태민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안요한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화면 속에 나무에 매달린 서현주의 모습이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잔뜩 헝클어졌고 얼굴이 창백했으며 몸 절반이 피로 물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생전 처음 보는 참혹한 광경에 낯선 이가 보더라도 차마 눈 뜨고 지켜보지 못할 것이다.기운이 다한 것인지, 아니면 마주 볼 용기가 없는 것인지 서현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폰을 쳐다보지 않았다.안요한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고 코끝이 찡했다. 그가 마음에 품고 애지중지하는 여인이 처참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다.강혜인도 눈물을 흘리면서 화면 속의 서현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안요한이 쉰 목소리로 서현주를 불렀다.“현주야...”서현주가 아주 살짝 고개를 들었다가 끄덕였다. 안요한의 눈가에서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현주야...”그녀가 다시 한번 끄덕였다.더는 참을 수 없었던 강혜인이 휴대폰에 대고 외쳤다.“현주야, 괜찮아? 많이 아프지?”그 소리에 서현주가 잠시 멈칫했다.누가 봐도 우는 목소리였다. 마음 같아서는 강혜인을 달래주고 싶었지만 지금 이 몰골로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건 너무나 뻔한 거짓말이었다. 괜찮다고 하면 강혜인이 오히려 더 괴로워할 것이다.결국 그녀는 못 들은 척 침묵을 택했다.하지만 수년간 친구로 지낸 강혜인이 어찌 그 침묵의 의미를 모르겠는가? 강혜인이 입을 틀어막고 더 세게 울기 시작했다.“현주야...”그녀가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무서워하지 마. 지금 널 구하려고 다들 노력하고 있어...”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떨렸다. 황태민이 옆에 있어 구체적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텨줘. 우리 곧 만날 수 있을 거야...”서현주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였다. 강혜인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하룻밤 사이에 몇 번을 울었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강혜인의 두 눈이 퉁퉁 부은 데다가 붉게 충혈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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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서현주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안요한 역시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했다.카메라 뒤편에서 황태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제 됐어. 감정 나눌 시간은 충분히 줬으니까 본론이나 얘기해.”안요한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분위기가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화가 난 강혜인이 이를 악물었다.황태민이 휴대폰을 들어 서현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서현주, 뭐라 말하면 되는지 안다고 했지?”서현주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납치된 인질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빛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눈빛만 보면 지금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황태민이 재촉했다.“빨리 말해. 돌아가려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서현주가 안요한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입술이 바싹 말라 갈라져 있었고 입가에 옅은 핏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이토록 잔혹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어떠한 타협이나 굴복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서현주가 어떤 의지와 인내심으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안요한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이 아팠고 그녀가 힘겹게 말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말하지 않아도 돼.”안요한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요구가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다 할게. 유이영의 감형에도 협조할 거고. 나뿐만이 아니라 우지윤 씨도 걱정할 필요 없어. 우지윤 씨한테 협조하라고 할게. 괜찮다면 나랑 현주를 바꿔. 내가 갈 테니까 현주를 풀어줘.”그 말에 서현주의 눈빛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황태민이 말했다.“네가 하는 말은 이제 지겹게 들었어. 지금은 서현주의 말을 듣고 싶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화면 밖에서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뻗어 나와 서현주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고 뒤로 잡아당겼다.안요한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당장이라도 화면 속으로 들어갈 기세로 소리쳤다.“현주 건드리지 마.”황태민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서현주, 말하란 소리 안 들려?”서현주가 숨을 들이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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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안요한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강혜인이 그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현주가 방금 우리한테 황태민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고 한 거 맞아요?”“네.”안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강혜인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대체 왜요?”그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세 남자의 가운데로 걸어가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뭐라도 알아낸 거 있어?”이번에는 세 남자가 곤란해하며 고개를 젓는 대신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통화 시간이 길어서 단서를 조금 찾았어요. 한 시간만 더 주시면 납치범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이보다 더 희망적인 소식이 없었다. 강혜인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너무 잘됐어요.”하지만 안요한의 표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미간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최대한 빨리. 빠를수록 좋아.”조금 전 서현주가 황태민의 앞에서 대놓고 거부했다. 황태민의 성격이라면 또 서현주를 괴롭힐 게 분명했다.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안요한은 애써 감정을 누르면서 노트북을 가져와 그들과 함께 황태민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강혜인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혹시 현주가 뭔가 알고 있거나 확신이 있어서 우리한테 황태민의 요구에 따르지 말라고 한 건 아닐까요?”“지금 저쪽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긍정적인 추측은 섣불리 하지 말죠.”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안요한은 다른 누구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말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강혜인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요한 씨 말이 맞아요.”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강혜인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 그때 아주 작고 하얀 눈송이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 작은 눈송이를 받아냈다.‘눈이 오네?’강혜인이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혜인 씨.”안요한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강혜인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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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연지훈:[거래할래요?]황태민:[아니요. 당신보다는 서현주가 더 필요하거든요.]연지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황태민이 분명 흔들린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엔 아직 조건이 부족한 듯했다.연지훈이 그가 만족할 만한 조건을 걸었다.[그럼 현주를 돌려보내지 말고 나만 가게 해줘요. 대신 현주를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요. 손을 대고 싶다면 나한테 대요.]그 메시지를 본 순간 황태민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서현주의 가녀린 팔에 닿아 있던 칼날이 잠시 멈칫했다.황태민이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쳐다봤다. 서현주의 얼굴에 방금 그가 휘두른 뺨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가 서현주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코웃음을 쳤다.“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안요한이랑 연지훈이 줄줄이 오겠다고 난리지? 그것도 기꺼이 말이야.”서현주가 못 들은 척하며 눈을 감아버렸다.황태민이 그녀의 외투를 찢어버렸다. 팔의 연약한 피부가 차가운 공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서늘한 칼날이 피부에 닿아 있어 조금만 힘을 줘도 금세 피가 솟구칠 것만 같았다.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지만 다행히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서현주가 아무 대답이 없자 황태민도 더 이상 억지로 반응을 끌어내려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2분이 지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심지어 팔에 닿았던 서늘한 감촉마저 사라졌다. 황태민이 칼을 거둔 것이었다.눈을 떠보니 황태민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으로 답장을 보내고 있었다.황태민이 연지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그에게는 그야말로 남는 장사였다. 서현주를 돌려보낼 필요도 없거니와 연지훈이라는 새로운 인질까지 하나 더 생기니 말이다.연지훈의 예상대로 황태민이 제안을 승낙했다.다만 아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연지훈의 옆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철수시키고 혼자서 동쪽으로 1km를 걸어오라고 했다.연지훈도 흔쾌히 따랐다. 사람들을 물리긴 했지만 고용한 전문가들에게 황태민의 IP 주소를 추적하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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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문은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연지훈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현주가 납치당했어. 납치범이랑 거래했는데 이따가 내가 인질이 되기로 했어. 위치 추적기로 내 위치를 파악해서 구하러 와. 그 사람들이 내가 고용한 용병들이니까 그 사람들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고. 이젠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겠지?”문은성이 화들짝 놀랐다.“신고는 하셨어요?”연지훈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신고해서는 안 돼.”그녀가 뭐라 말하려던 그때 연지훈이 먼저 말했다.“지금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문은성이 입술을 깨문 채 주먹을 꽉 쥐었다.“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연지훈은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문은성은 잠시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연지훈의 옆에 있던 사람들이 매우 빠르게 자리를 비웠다. 순식간에 연지훈 혼자만 남게 되었다.그가 조심스럽게 흉터남이 주고 간 위치 추적기를 꺼냈다.크기가 새끼손톱의 절반 정도로 아주 작았다. 보기엔 작아도 특수 재질로 코팅되어 방수는 물론 금속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아 발각될 염려가 없었다.연지훈은 망설임 없이 위치 추적기를 혀 아래에 숨겼다. 그리고 황태민의 지시대로 동쪽으로 1km를 걸어갔다.목적지에 도착한 후 황태민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이번에는 북쪽으로 500m를 가라고 했다.그는 지시대로 순순히 움직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지 10분쯤 되었을 때 멀리서 차 한 대가 다가왔다.연지훈은 제자리에 서서 검은색 차량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걸 지켜보았다. 황태민과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두 명이 차에서 내렸다. 남자 두 명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었는데 예리한 눈빛을 지녔고 표정이 차가웠다.그들은 먼저 주변 환경을 신중하게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황태민이 연지훈에게 다가갔다.황태민이 연지훈을 보며 가볍게 웃더니 옆으로 비켜서면서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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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황태민이 운전석에 앉아 직접 차를 몰았다.차에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기 전 고개를 들어 백미러로 연지훈을 쳐다봤다.“잠깐만.”황태민의 말에 연지훈의 옆에 있던 두 남자가 경계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왜 그러십니까?”연지훈 역시 황태민에게 시선을 돌렸다.황태민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입안도 확인했어?”연지훈을 검사했던 남자가 멈칫했다가 연지훈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황태민은 그를 혼내지 않고 한 손을 여유롭게 핸들 위에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확인해. 입안도 물건을 숨기기 좋은 곳이거든.”남자가 굳은 얼굴로 연지훈을 돌아보면서 거칠게 말했다.“입 벌려. 검사하게.”연지훈은 혀 밑에 숨겼던 위치 추적기를 재빨리 삼키고는 순순히 입을 벌렸다. 그의 움직임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황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가 매우 꼼꼼하게 검사했다.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샅샅이 훑었다. 물건을 숨길만 한 곳을 다 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10분이 지나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황태민이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됐어, 그만해. 일단 손발부터 묶어.”부하 두 명이 말없이 밧줄로 연지훈의 손발을 묶었다. 어찌나 단단하게 묶었는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연지훈의 팔이 등 뒤로 묶였고 발목, 종아리, 허벅지는 의자에 묶였다.그런 연지훈을 보던 황태민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대표님이 내 손에 잡히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기분이 어때요?”연지훈의 눈빛과 말투 모두 덤덤했다.“출발이나 해요. 현주를 빨리 봐야겠어요.”황태민이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려 액셀을 밟았다.“곧 보게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성질이 급하긴.”“눈도 가려.”연지훈의 시야가 짙은 어둠에 잠겼고 시간의 흐름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마침내 멈춰 섰다. 주변이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차 문이 열렸고 연지훈이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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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사실 조금 전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황태민이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서현주는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분노에 찬 얼굴로 비수를 든 채 그녀의 팔 주위를 서성이며 당장이라도 칼을 댈 듯했다.그런데 황태민이 휴대폰 너머의 상대와 대화를 나눈 후 갑자기 비수를 거두더니 서현주를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어딘가로 서둘러 가버렸다.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의문을 품고 있던 그때 황태민이 연지훈을 데리고 오는 걸 봤다.연지훈의 모습을 보면 억지로 끌려온 게 아니라 오히려 정원을 산책하듯 여유로움이 흘러넘쳤다. 그렇다면 서현주 때문에 왔다고 했던 황태민의 말은 무슨 뜻일까?서현주는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연지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다 네 그 잘난 남자친구 탓이야. 제멋대로 나서지만 않았어도 내가 여기까지 올 일이 없었어.”서현주가 미간을 찌푸리고 황태민을 쳐다보았다.황태민이 비수를 들고 팔짱을 낀 채 턱을 살짝 치켜올렸다.“연지훈 씨랑 거래를 했어. 인질이 되는 대신 경찰에 신고한 걸 넘어가 주기로 했거든.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줄게. 어쨌거나 거래는 거래니까. 서현주, 넌 참 운도 좋아. 남자들이 연달아 널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다니.”황태민의 말투에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었다.그 말에 서현주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연지훈이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감동했어? 감동했다면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황태민이 끼어들었다.“부탁이 뭔지 나도 참 궁금하군요.”연지훈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날 위해서 안요한이랑 헤어져 줄 수 있어?”황태민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혀를 차면서 눈길을 돌렸다.주변의 남자들도 바보를 보듯 연지훈을 쳐다보았다. 그중 한 남자가 노골적인 경멸감을 드러내며 연지훈과 서현주에게 침까지 뱉었다. 표정이 흉악하기 그지없었다.황태민이 남자의 마음을 대변하듯 대신 설명했다.“몇 년 사귀던 여자가 바람을 여러 번 피워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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