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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401 - Chapter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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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1화

서현주는 황축복이 불안해하고 항상 조심하고 있다는 걸 모두 눈여겨보고 있었다.이는 하루아침에 뚝딱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여 황축복이 긴장을 풀고 이곳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여 즐거운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의 불안을 조금씩 달래줄 생각이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황축복의 어린 시절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한 뼘 더 즐거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아침 식사가 준비된 후 일행은 웃고 떠들며 화기애애하게 식사했다.늘 그랬듯 서현주가 설거지하러 주방으로 향하자 안요한이 뒤를 졸졸 따라갔고 황축복 역시 그 뒤를 따랐다.서현주가 황축복에게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황축복이 두 손을 아랫배 쪽에 모아 꽉 쥔 채 올려다보며 말했다.“저도 설거지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안요한의 시선이 서현주에게 향한 그때 서현주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런데 키가 안 닿으니까 거실 구석에 있는 발 받침 의자를 가져와서 밟고 설까?”“네!”황축복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를 가지러 뛰어갔다.안요한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쳐다보자 서현주가 설명했다.“뭐라도 할 일을 찾아주면 아이도 마음이 좀 편해질 거예요. 적어도 이곳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 저렇게까지 불안해하진 않겠죠.”그가 서현주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우리 현주는 어쩜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울까?”그의 장난에 서현주가 눈을 부릅떴다.“얼른 설거지나 해요.”“명 받들겠습니다.”주방 싱크대가 두 사람이 서면 꽉 차는 크기였다. 안요한과 황축복이 자리를 전부 차지해버린 바람에 서현주는 그저 옆에 서서 두 사람이 설거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황축복이 자신만의 깐깐한 기준과 정확한 순서에 맞춰 앞에 놓인 그릇을 다 씻어냈다.설거지를 마친 황축복이 옆을 돌아보았을 때 안요한이 이미 나머지 그릇들을 거의 다 씻어놓은 상태였다. 황축복이 흠칫 놀랐다.그때 머리 위로 남자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칭찬하는 목소리가 세상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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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서현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마를 짚더니 안요한에게 얼른 설거지한 그릇이나 찬장에 정리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황축복의 손을 잡고 TV를 보러 갔다.어느덧 10시 반이 되었다. 볼일이 있어 외출해야 했던 서현주가 황축복과 함께 잠깐 TV를 보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축복아, 언니가 이따가 일 때문에 잠깐 나갔다 와야 해. 오후면 돌아올 거야. 그동안 아줌마 말씀 잘 듣고 밥도 꼭 먹어. 밥 먹고 나면 낮잠 자는 것도 잊지 말고. 알겠지?”황축복의 두 눈에 약간의 상실감이 스쳤다.“오늘 설 전날인데도 일하러 나가야 해요?”“응.”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황축복이 손을 꽉 쥐고 서현주를 보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아이의 눈망울에 서운함과 헤어지기 싫은 기색이 가득했다.그녀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 나갔다가 금방 올 거야. 와서 축복이랑 설 보내야지. 언니는 약속 꼭 지켜. 언니 믿지?”황축복이 손을 뻗어 서현주의 옷자락을 꼭 움켜쥐었다. 안정감이라도 잡으려는 것처럼 말이다.“꼭 돌아와야 해요. 저녁 먹지 않고 기다릴게요.”서현주가 다정하게 답했다.“그래. 저녁 같이 먹자.”황축복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현주의 앞으로 가더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품에 파고들었다.그녀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황축복을 안아주고는 등을 토닥였다.“무서워하지 마. 언니 여기 있잖아.”황축복이 그녀의 품속에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서현주가 고개를 들어보니 안요한이 나른한 자세로 팔짱을 낀 채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눈썹을 까딱거리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녀가 아이를 잠시 안아준 뒤 떼어내자 안요한이 다가가 서현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가자. 밑에까지 데려다줄게.”서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엄마한테 말씀드리고 올게요.”서현주는 황축복을 엄진경에게 맡긴 다음 안요한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안요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어디 가?”서현주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유이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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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진료실 안에 흰 의사 가운을 입은 40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다소 살집이 있는 체격에 정수리가 훤히 벗겨진 대머리였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그의 인상이 꽤 친절해 보였다.사람이 들어오자 정경록이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나타난 선남선녀의 비주얼에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병원에서 이토록 눈에 띄게 수려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을 보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 순간적으로 넋을 잃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서현주와 안요한에게 가볍게 미소 지었다.“서현주 씨 맞으십니까?”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두 분 이리 앉으세요. 어느 분이 상담을 받으실 건가요?”두 사람 모두 옷차림이 말끔하고 단정했으며 눈빛이 차분하고 이성적이라 도무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신 질환자들도 겉보기에는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안요한이 의자를 빼주자 서현주가 자리에 앉았고 안요한도 그녀의 옆에 착석했다. 서현주가 정경록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접니다.”정경록이 그녀를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예전에 다른 병원에서 상담이나 치료를 받으신 적이 있습니까?”서현주가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요. 검사부터 받아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정경록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펜으로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최근에 힘든 일이 있으셨나요?”서현주가 가볍게 웃으면서 미리 봤던 자료들을 떠올리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요즘 들어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요. 1초 전까지만 해도 아주 평온했는데 갑자기 미친 듯이 화가 나고 그래요. 성질을 못 이겨서 물건도 여러 번 부쉈고 사람을 때린 적도 많고요. 그러다가 또 이유 없이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지기도 하고...”그녀가 봤던 증상들, 생각나는 증상들을 빠짐없이 줄줄 읊어댔다.만약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들었다면 기겁하며 당장이라도 서현주에게서 도망치지 못해 안달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서현주는 이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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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정경록이 의사 생활을 시작한 이래 만난 환자가 셀 수 없이 많았고 훼방을 놓으러 온 사람 역시 부지기수였다.보통 병이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사람들은 행동에서 명백한 허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연기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우며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렸다.때로는 의사가 몇 분 간격을 두고 똑같은 질문을 교묘하게 던지면 꾀병을 부리는 자들은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대답을 내놓곤 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결정적인 허점이었다.하지만 서현주에게는 그런 빈틈이 없었다.대답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구체적이어서 그 어떤 허점도 찾아낼 수 없었다.서현주의 대답대로라면 정경록은 이미 속으로 진단을 내렸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는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고 서현주를 완전히 믿지 않았다.정경록의 시선이 안요한에게 향했다.“이분이 환자분과는 어떤 관계이신가요?”서현주가 대답했다.“남자친구예요.”정경록이 펜을 집어 들었다.“괜찮으시다면 남자친구분께 서현주 씨에 관해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서현주가 안요한을 힐끗 쳐다봤다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정경록이 방금 서현주에게 던졌던 질문 중 세 개를 골라 다른 방식으로 안요한에게 물었다.남자친구의 입을 통해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는지 검증하려는 것이었다.서현주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안요한의 대답이 서현주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꾀병일 가능성이 컸다.만약 대답이 일치한다면...사실 정경록은 이미 속으로 서현주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단정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 달리 안요한의 대답이 서현주의 대답과 완벽하게 일치했다.정경록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오해했나?’그는 두 사람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의 의문을 꾹 억눌렀다. 서랍에서 문진표를 꺼내 서현주에게 건넸다.“우선 이 문진표부터 작성해 주세요.”서현주가 받아 들었다.“알겠습니다.”안요한이 무슨 내용인지 보려고 고개를 들이밀자 정경록이 말했다.“환자분 방해하시면 안 됩니다.”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서현주가 빠르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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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5화

정경록이 서현주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끊을 필요가 없는 이유는 서현주 씨가 애초에 아무런 병도 앓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들켰다.’하지만 서현주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 웃었다.“방금 선생님이 제가 조현병이니 뭐니 앓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말을 바꾸시는 거죠?”정경록이 흔들림 없는 눈으로 서현주를 쳐다봤다.“그건 서현주 씨가 듣고 싶어 하는 결과인 것 같아서 그저 말해준 것뿐입니다. 이제 만족하시나요?”서현주는 여전히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네요.”정경록이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천천히 정리하며 말했다.“아까 서현주 씨 이름을 들었을 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싶어 밖에서 잠깐 검색해 봤거든요. 역시 제 예상이 맞더군요.”서현주가 그를 빤히 쳐다보자 정경록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두 분 유이영 씨 일 때문에 오신 거죠?”그녀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전 선생님께서 끝까지 눈치채지 못하실 줄 알았는데. 역시 눈치 빠르고 똑똑한 분이시네요.”정경록이 서류를 정리한 후 다시 고개를 들었다.“만약 유이영 씨 일로 찾아온 거라면 드릴 말씀이 없으니 이만 돌아가세요.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 아, 가시기 전에 진료비 수납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서현주의 표정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선생님, 가기 전에 여쭤볼 게 몇 가지 있어요.”그가 아무 말이 없자 서현주가 말을 이었다.“저한테 정신 질환이 없는데도 진단서를 받아내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그녀가 이 질문을 던질 걸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정경록의 말투가 한없이 차분했다.“그건 불가능합니다. 진단서 발급은 매우 치밀하고 엄격한 진단 과정을 거쳐야만 발급할 수 있습니다. 병이 없는데도 진단서가 발급되는 일 따위는 결단코 일어날 수 없으니 헛된 희망은 접으시죠.”서현주가 또 물었다.“그럼 유이영의 정신 질환 진단서는 언제 끊어주셨나요?”정경록이 유이영의 정신 질환 진단서에 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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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6화

정교한 메이크업을 한 젊고 예쁜 여자였다. 지나가는 순간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낯이 익은데?’서현주가 제자리에 멈춰 서서 여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안요한 역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나직하게 물었다.“아는 사람이야?”“네.”유이영의 둘도 없는 친구 정서아였다. 지난 몇 년 동안 뒤에서 유이영을 자주 도와줬다.서현주는 정서아가 정경록의 진료실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정경록, 그리고 정서아.그러고 보니 두 사람 다 정 씨였다.그런데 서현주가 정경록의 뒷조사를 했을 때 수년 전에 고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결혼했고 슬하에 초등학생 아들 한 명과 딸 한 명을 두고 있었다.그녀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두 눈에 짙은 흥미가 서린 미소가 번졌다.‘그래도 헛걸음은 안 했네.’정경록과 유이영 사이에 전혀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가 숨어 있었다.서현주가 진료실 문을 한참 동안 주시했지만 정서아가 끝내 나오지 않자 웃으면서 안요한에게 말했다.“가요, 이제.”차에 올라탄 안요한이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이제 정서아라는 여자에 대해 얘기해주면 안 돼?”서현주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두드리며 가볍게 웃었다.“오늘 아무 소득 없이 허탕 치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얻었어요.”“그 여자 뒷조사하려고?”안요한의 질문에 서현주가 시동을 걸며 대답했다.“당연하죠.”“내가 도와줄까?”안요한이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었다.서현주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안 바빠요?”안요한이 피식 웃었다.“네 일이라면 없는 시간도 쪼개서 만들어야지. 그리고 연휴 기간이라 그렇게 바쁘지도 않아.”서현주의 눈가에 깊은 미소가 번졌다.“그럼 거절하지 않을게요. 요한 씨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시키기만 해. 내가 다 알아봐 줄게.”집으로 돌아온 후 두 사람은 밖에서 나눈 무거운 대화를 집에서 일절 하지 않았다.서현주가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던 황축복이 벌떡 일어나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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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정경록의 고함에도 정서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을 꼿꼿이 세우며 눈을 더 매섭게 치켜떴다.“몰라요, 난. 아무튼 이건 당신이 나랑 우리 엄마한테 빚진 거예요. 엄마가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도 못 받았을 때 당신은 어디서 뭐 하고 있었는데요? 사채업자들이 칼 들고 날 쫓아다닐 땐 또 어디 있었어요?”“이게 다 당신의 빚이니까 오늘 당장 돈 내놔요. 주기 전까지 절대 안 가요. 온 병원 사람들한테 내가 당신의 사생아라고 다 까발리면 대단하신 당신이 어떻게 해명하는지 두고 볼 거예요.”정서아가 목소리를 점점 높이면서 정경록을 노려봤다.정경록의 안색이 점점 흙빛으로 변하더니 폭발하기 일보 직전에 다다랐다.대외적으로 정경록은 가정적인 남편, 애처가 이미지였다. 병원 내에서도 평판이 아주 좋았고 많은 환자들이 그의 가정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만약 외부에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어떤 소란이 일어날지 불 보듯 뻔했다.게다가 아내와는 연애 끝에 결혼해 지금까지 금실이 좋았다. 만약 사생아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다면 아내의 성격상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너의 엄마 일은 나도 정말 유감이야. 만약 조금만 더 일찍 나한테 연락했더라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왔을 거야.”“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시네요.”정서아가 목소리를 높였다.“엄마가 죽은 뒤에 무슨 말인들 못 하겠어요? 다 부질없는 소리예요.”정경록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다 붉으락푸르락해졌다.“계속 소리쳐봐, 어디. 그냥 이참에 네가 내 딸이라는 사실을 온 천하에 알려. 네가 해외에서 저지른 그 지저분한 짓거리들까지 다 까발려 보라고. 그러면 너나 나나 둘 다 파멸이야.”정서아가 정경록에게 손을 내밀며 쏘아붙였다.“그러니까 돈 달라고요. 돈만 주면 꺼져줄 테니까.”그가 터져 나오려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이따가 입금해줄 테니까 당장 여기서 나가. 혹시 내 동료들이랑 마주치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우리 관계에 대해 입도 벙긋하면 안 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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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8화

화들짝 놀란 정경록이 정서아가 떠난 방향을 쳐다봤다. 그 모습에 동료 의사가 의아해하며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뭘 그렇게 봐?”다행히 정서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경록이 차분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아니야, 아무것도. 내 방에는 무슨 일로 왔어?”동료 의사가 손에 들고 있던 보온 도시락통을 정경록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얼마 전에 정 교수 와이프가 직접 구운 수제 쿠키를 나눠줬잖아. 우리 집사람이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정 교수 주라고 전을 좀 만들었더라고. 점심 안 먹었으면 맛이나 봐.”정경록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잘 먹을게.”그날 오후 안요한이 안씨 가문 본가로 갈 준비를 했다.서현주가 그를 배웅하려고 지하 주차장까지 함께 내려왔다. 안요한이 차 문 앞에 서서 서현주의 손을 꼭 쥐었다.“배웅은 여기까지만 해. 정서아에 대한 건 이미 사람을 시켜서 조사하라고 했으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거야. 연휴 동안에는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집에서 설 잘 보내. 다른 건 전부 나한테 맡겨.”서현주가 아무 말이 없자 안요한이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왜 그래?”그녀가 웃으며 답했다.“요한 씨한테 너무 많은 걸 부탁하는 것 같아서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애초에 날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번거로운 일도 없었을 텐데.”안요한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서현주의 손을 꽉 잡았다.“그런 소리 하지 마. 내가 널 돕는 건 온전히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야. 번거롭지도 않고 귀찮지도 않아. 오히려 네가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테 도움을 청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야.”그녀가 뭐라 하기 전에 안요한이 이어 말했다.“그리고 그런 생각 절대 하지 마. 어젯밤에 나한테 뭐라 했었는지 잊었어?”서현주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안 잊었어요. 그냥 미안해서...”안요한이 서현주를 와락 끌어안고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을 감쌌다. 청량한 향기가 서현주의 온몸을 감싸 안았다.“미안해할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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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9화

하지만 오늘 병원에서 마주친 정서아는 상태가 아주 좋았다. 걸치고 있던 옷의 질감만 봐도 값비싼 명품임을 알 수 있었고 관리하기 까다롭다는 웨이브 머리도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거액을 들여 꾸준히 관리받은 게 틀림없었다.심지어 정서아가 들고 있던 가방도 최고급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최소 수천만 원을 호가했다.보아하니 사채 빚을 다 청산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모양이었다.‘그 많은 빚을 대체 누가 물어줬지? 정서아의 능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인데. 분명 다른 사람이 물어줬을 거야.’두 번째 자료는 정서아의 어머니인 하정혜에 관한 것이었다.자료를 보고 나서야 하정혜가 고등학생 때 정서아를 낳았고 출산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서현주의 손가락이 하정혜가 다녔던 고등학교 이름 위에서 멈췄다.‘어딘가 익숙한데?’곰곰이 생각하다가 전에 조사해 두었던 정경록의 자료를 다시 꺼내 들었다. 똑같은 고등학교인 걸 본 순간 그녀의 두 눈에 웃음기가 번졌다.실타래를 풀듯 천천히 조사해 나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단서를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정혜와 정경록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고 하정혜가 고교 시절에 정서아를 낳았다. 더 이상 깊게 캐볼 필요조차 없었다.정경록과 정서아가 친부녀 관계인 게 확실했다.서현주는 이제 조사의 초점을 정서아의 사채 빚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던 안요한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사채업자 쪽을 조사하기 시작했어. 머리 아픈 고민은 하지 말고 설 잘 보내.]안요한에게 고맙다고 하는 건 너무 가볍고 겉치레 같아 이렇게 답장했다.[돌아오면 같이 설 보내요.]안요한:[그래.]정서아가 사채를 빌려 쓴 건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최근 몇 년간 나라에서 불법 사채를 대대적으로 소탕하면서 사채업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와해되었다. 몇 년 전의 불법 대부업체를 다시 추적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정경록을 돕는 배후 세력이 의도적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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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0화

엄진경이 웃으며 다른 주머니에서 약간 얇은 세뱃돈 봉투를 꺼내 황축복에게 건네며 말했다.“겁먹지 말고 그냥 받아. 마침 아줌마도 축복이 주려고 세뱃돈을 준비했어. 언니가 준 것보다는 적지만 섭섭해하지 말고 받아. 거절하면 안 된다.”황축복이 머뭇거리며 서현주를 올려다보자 서현주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받아.”아이가 봉투를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 아줌마. 감사합니다, 언니.”고사리 같은 손으로 봉투를 꼭 쥐고 있던 아이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더니 봉투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가 그들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세배를 올렸다.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축복이 고개를 번쩍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자 되세요.”서현주와 엄진경이 화들짝 놀랐다.“축복아...”서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황축복을 일으켜 세웠다.“됐어. 세배 안 해도 돼.”황축복이 맑고 투명한 눈망울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해야 해요, 언니.”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를 안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황축복의 얼굴을 받쳐 그녀 쪽으로 돌린 뒤 살짝 붉어진 이마를 응시했다.그러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다음 황축복의 이마를 살살 문질러 주었다.“안 아파?”황축복이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요.”엄진경도 다가와 들여다보았다.“이렇게 빨개졌는데 안 아프긴. 됐어,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 바를 약 좀 가져올게.”서현주가 아이를 안고 말했다.“앞으론 이러지 마. 세배받으려고 세뱃돈 준 거 아니야. 우리 집에선 이렇게 거창하게 세배하지 않아. 그냥 덕담 몇 마디면 충분해.”황축복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얌전히 ‘꾸중’을 들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엄진경이 연고를 가져와 황축복의 이마에 발라주었다.어느덧 자정이 가까워졌다. 다 같이 오순도순 모여 새해를 맞이했어야 했는데 약을 바른 바람에 거실에 약 냄새가 가득해졌다.하지만 서현주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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