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경이 웃으며 다른 주머니에서 약간 얇은 세뱃돈 봉투를 꺼내 황축복에게 건네며 말했다.“겁먹지 말고 그냥 받아. 마침 아줌마도 축복이 주려고 세뱃돈을 준비했어. 언니가 준 것보다는 적지만 섭섭해하지 말고 받아. 거절하면 안 된다.”황축복이 머뭇거리며 서현주를 올려다보자 서현주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받아.”아이가 봉투를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 아줌마. 감사합니다, 언니.”고사리 같은 손으로 봉투를 꼭 쥐고 있던 아이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더니 봉투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가 그들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세배를 올렸다.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축복이 고개를 번쩍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자 되세요.”서현주와 엄진경이 화들짝 놀랐다.“축복아...”서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황축복을 일으켜 세웠다.“됐어. 세배 안 해도 돼.”황축복이 맑고 투명한 눈망울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해야 해요, 언니.”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를 안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황축복의 얼굴을 받쳐 그녀 쪽으로 돌린 뒤 살짝 붉어진 이마를 응시했다.그러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다음 황축복의 이마를 살살 문질러 주었다.“안 아파?”황축복이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요.”엄진경도 다가와 들여다보았다.“이렇게 빨개졌는데 안 아프긴. 됐어,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 바를 약 좀 가져올게.”서현주가 아이를 안고 말했다.“앞으론 이러지 마. 세배받으려고 세뱃돈 준 거 아니야. 우리 집에선 이렇게 거창하게 세배하지 않아. 그냥 덕담 몇 마디면 충분해.”황축복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얌전히 ‘꾸중’을 들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엄진경이 연고를 가져와 황축복의 이마에 발라주었다.어느덧 자정이 가까워졌다. 다 같이 오순도순 모여 새해를 맞이했어야 했는데 약을 바른 바람에 거실에 약 냄새가 가득해졌다.하지만 서현주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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