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번 월말고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 전교 게시판 맨 위에 큼지막하게 [1등, 서현주]라는 이름이 붙었다.그날 이후로 반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까지 어깨가 절로 펴졌다.예전에는 서현주를 두고 ‘집안 문제로 밀려났다’, ‘이번엔 완전히 끝났다’라며 비아냥거리던 애들도 이제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고개를 푹 숙이고 도망가기 바빴다.그날 오후, 담임이 서현주를 교무실로 불렀다. 처음에는 단순히 칭찬이라도 하려나 했는데 담임의 표정이 묘하게 진지했다.“현주야, 연 대표님이 네 일에 많이 신경 쓰고 계시대. 그래서 특별반 선생님을 이번에 너희 반으로 겸임시킨 거야. 원래 특별반 선생님은 거기 애들만 맡는데 이번엔 너희까지 지도하시게 됐지.”담임은 마치 큰 배려라도 받은 것처럼 말했다.“네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니까 아마 연 대표님도 무척 기뻐하실 거야. 집에 가면 꼭 말씀드려. 너 다시 원래 반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솔직히 네 수준에 이런 애들이랑 같은 반은 좀... 시간 낭비잖아.”서현주는 눈을 살짝 내리깔고 순순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지훈 씨가 날 걱정했다고? 말도 안 돼.’그럴 리가 없었다. 전생에서 그는 그녀를 짐짝처럼 싸서 외국으로 보내버리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그러나 이번 생에서도 똑같다. 연지훈은 유이영이 하는 어처구니없는 짓들까지 두둔했다.그런 그가 자신을 챙긴다니? 서현주는 우습지도 않았다.“알겠어요, 선생님.”그녀는 짧게 대답하고 억지로 웃으며 자리를 뜨려 했다.그런데 그때 문 밖에서 묵직한 실루엣이 하나 보였는데 순간 서현주는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검은 수트 차림의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정돈된 머리, 단정하게 잠긴 셔츠 단추, 무표정한 얼굴. 그가 말을 하지 않아도 존재감 하나로 주위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서현주는 숨을 삼켰다.연지훈은 무심하게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스치듯 바라봤다.그의 눈빛만으로도 압도당한 서현주는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비켜가려 했지만 연지훈은 손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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