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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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저 좀 보지 말고 조심해요. 이영 씨가 또 금방 더위 먹을 것 같으니까요.”그녀는 유이영을 향해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이영 씨, 제 말 맞죠?”유이영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지기 시작했다.그야말로 장관이었다.돌아가는 길, 서현주는 역시나 장미연이 보낸 자료를 받았다.그녀는 재빨리 자료를 작성한 후에 다시 장미연에게 보냈다.강혜인이 옆에서 궁금해하며 물었다.“대회가 언제야?”서현주가 대답했다.“다음 달.”강혜인이 의아해하며 말했다.“그렇게나 빨리? 연습할 시간은 충분해?”서현주는 멈칫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충분해.”전생에 그 힘들던 시절, 그녀에겐 피아노조차 없었다. 피아노 살 돈도 없었고, 딸을 학원에 보낼 돈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낡은 휴대폰으로 피아노곡을 틀어놓고 바닥에 피아노 건반을 그렸다.그 뒤로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피아노곡에 맞춰 딸 앞에서 정말로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연기했다.순수하고 귀여운 딸은 아무리 힘든 환경에서도 까르르 웃으며 열심히 손뼉을 쳐 주었다.그 시절, 땅바닥에 그려놓은 피아노 건반으로 연습하고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 그녀의 유일한 행복이었다.서현주는 정말 오랫동안 연습했다. 자주 연습하다 보니 땅바닥에 작은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오늘날까지도 그녀는 자기 손가락이 땅에 닳아 굳은살이 두껍게 생겼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의 부드러운 손과는 완전히 달랐다.강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학교에 피아노가 한 대 있는데 아마 빌릴 수 있을 거야. 그거로 연습해.”서현주가 웃으며 말했다.“너는 참 생각이 깊어.”그녀는 고개를 돌렸다가 자기가 타고 있는 버스가 마침 서점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그녀의 눈빛은 갑자기 반짝이더니 머릿속에 전에 떠올랐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서현주는 바로 강혜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다음 역에서 내리자.”강혜인이 의아해하며 말했다.“왜? 집에 도착하려면 아직 30분이나 남았잖아. 무슨 일이라도 있어?”서현주가 신비롭게 말했다.“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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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서현주는 강혜인이 이 책에 관심 가질 줄 알았는데 그냥 한 번 훑어보고는 코를 찡긋하며 말했다.“너무 지루해. 숫자랑 알파벳뿐이잖아.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서현주는 잠깐 멍해졌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그래?”강혜인은 살짝 책장에 기대 손을 포개더니 말했다.“컴퓨터 전공하고 싶으면 해. 난 이제 공부 안 할 거야.”사실 서현주는 이 대답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강혜인의 외할머니는 중병을 앓고 계셨다. 강혜인은 치료할만한 돈도 없었고, 게다가 성적 미달이라 대학 입학도 불가했다. 누구라도 강혜인의 장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할 법했다.강혜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포장마차를 하겠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이미 앞으로 쭉 포장마차를 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서현주는 억지로 그녀를 설득하지 않고 책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뒤에 강혜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먼저 할머니 보러 가.”강혜인에겐 아직 걱정거리가 많아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서현주도 이해하지만 강혜인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내게 할 수 없었다.강혜인의 재능 때문이 아니라 전생에 궁핍하고 힘들 때 오직 강혜인만이 그녀를 도와주었기 때문이다.서현주가 연지훈과 유이영을 일부러 멀리하려 해도 우연한 만남은 어쩔 수 없었다.요즘 서현주는 피아노 연습실에 등록해서 평소 수업이 끝나면 시간 나는 대로 연습실에 가서 연습했고, 남는 시간에는 강혜인의 포장마차에 가서 꼬치를 팔기도 했다.새벽 한 시가 되어갈 때쯤, 서현주는 그제야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났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습실 안에는 그녀밖에 없었다. 다른 연습실은 이미 문을 닫고 불까지 꺼서 깜깜하기만 했다.서현주는 일어나 뻐근한 어깨를 주물렀다.이날은 주말이라 아침 일찍부터 연습하다 보니 어깨랑 목이 많이 뻐근했다.그녀는 피아노 덮개를 덮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피아노 연습실은 한 사무용 빌딩 꼭대기 층에 있었는데 인테리어할 때 방음 처리해서 아래층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서현주는 연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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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그리고 술 냄새까지...서현주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연지훈의 옷을 훑어보다가 다시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사무용 빌딩이잖아. 이런데 이런 곳에서 일하면서 술을 마신다고?’한 사람이 먼저 일 얘기를 꺼내자 엘리베이터 안은 금세 대화 소리로 가득했다.가끔 연지훈이 중얼거리는 소리도 서현주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대화가 끝난 뒤 누군가 머뭇거리며 물었다.“대표님, 이분은 누구세요?”연지훈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여동생.”사람들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동생분이셨군요. 역시 대표님을 닮아서 예쁘시네요.”서현주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연채린으로 착각한 모양이다.연지훈도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드디어 1층에 도착하자 서현주는 붐비는 사람들을 피해 얼른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힘껏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어디 가려고.”앞서 걷던 사람들은 뒤돌아 서현주와 연지훈을 바라보았다.서현주가 입을 열었다.“당연히 집으로 돌아가야죠.”연지훈이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이 많은 사람이 쳐다보자 서현주는 불편하기만 했다.“괜찮아요.”연지훈은 그녀를 끌어당기며 진지하게 말했다.“너한테 선택권은 없어.”이때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동생분이랑 사이가 정말 좋으신가 보네요. 화목해 보여요.”서현주는 겉으로는 웃고있어도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 서현주는 조수석에 앉았다.차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조수석에 놓인 서류 가방을 발견했다.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연지훈은 손을 뻗어 서류 가방을 집어 뒷좌석에 던졌다.“안전벨트 해.”서현주는 뒷좌석에 있는 서류 가방을 힐끔 쳐다보다 금세 시선을 거두었다.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아주 조용했다.서현주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어쩌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벨 소리가 이 평화를 깨뜨렸다.연지훈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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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서현주는 서류 가방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많은 사람이 꿈꾸던 것들을 유이영은 일찍부터 다 가지고 있었다. 집안, 외모, 학력, 직장, 인기까지 다 갖췄고, 연인과 그 가족의 사랑까지도 독차지하고 있었다.인생의 모든 궤적이 완벽하게 사람들 눈에 비친 ‘여자주인공’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그야말로 신의 총애를 받는 대단한 존재였다.몇몇 사람만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친구와 팬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유이영을 여주인공이라 불렀다.보기 드물게 서현주는 마음 한 쪽에 질투심이 생겼다.그녀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는 연씨 가문의 운전기사였고, 어머니는 연씨 가문의 도우미였기 때문이다.아버지가 아니었다면 평생 연지훈이나 유이영 같은 사람을 절대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설령 만났다 해도 아버지가 목숨과 맞바꾼 기회였다.아버지가 목숨까지 내바쳤어도 상류사회에 진입하는 건 불가능했다.그녀는 평생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고, 늘 올바르게 살아가면서 나쁜 짓을 한 적도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유이영 같이 남을 해치는 사람이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는지 말이다.그리고 딸의 교통사고도 유이영이 빚어낸 일인데 아무런 벌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가슴이 찌릿해진 서현주는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연지훈이 돌아와 문을 여는 순간, 서현주는 깊게 한숨을 들이마셨다.연지훈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게 그녀는 고개를 창밖으로 돌려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마음을 가다듬은 그녀는 뒷좌석에 있는 과일바구니를 뒤돌아보았다.다 신맛 나는 과일들로 아마 유이영이 입덧을 달래려고 먹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연지훈은 뭔가 급한 일이 있는지 아주 빠르게 운전했다.서현주는 그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알면서도 별말 하지 않았다. 자기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연지훈이 집 밑에 차를 세우자 서현주는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렸다.그래서 연지훈이 차를 멈춰 세운 채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비서한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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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유이영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조심스럽게 연지훈의 표정을 살폈다.연지훈의 표정은 아주 담담해서 기분을 알 수 없었고, 연동욱이 한 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때 연동욱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운진 그룹 주식을 이영이한테 넘겼으니 약혼 일정도 서둘러야지. 이번에는 잘 준비하고 문단속도 잘해야 해. 오면 안 되는 사람은 절대 못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지난번 혼란스럽고 시끄러웠던 약혼식을 떠올리자 연동욱의 눈빛은 갑자기 차가워졌다.연씨 가문이 제때 나서지 않았다면 진짜 언론의 입을 막지 못해서 모든 일이 폭로될 뻔했다.유이영은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안심되는 기분이었다.연지훈이 유이영에게 준 돈과 사랑은 서현주에게 준 것보다 훨씬 많았다.무려 운진 그룹 5%의 주식인데 아무리 재산을 탕진해도 몇 세대를 거쳐야 다 쓸 수 있을 만큼이었다.이건 서현주에겐 없는 거였다.유이영은 고개를 들어 연지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숭배와 동경은 물론 여자로서의 부끄러움도 살짝 섞여 있었다.유이영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자 연지훈은 알겠다고 했다.유이영의 얼굴에는 금세 미소가 번지면서 눈빛에 따스함이 가득했다.저녁. 유이영은 침대에 누워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자기 배를 바라보았다.‘벌써 2개월이 되어가네.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 아이가 없었다면 지훈 씨랑 이렇게 빨리 가까워질 수 없었어.’유이영은 혼자서 계속 중얼거렸다.“네가 지훈 씨 아이라면...”“언니!”이때 연채린의 밝은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고, 그녀는 문도 두드리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왔다.깜짝 놀란 유이영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만약 연씨 가문 사람들이 배 속의 아이가 연지훈의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면 모두 끝장이었다.연채린이 다가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방금 뭐라고 했어요? 아이가 어쩌고저쩌고 하던데.”유이영은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면서 살며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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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연채린이 떠나자 유이영의 눈빛은 갑자기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그녀는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사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채린이처럼 멍청한 사람을 앞에 내보내고 나는 뒤에서 구경만 하면 돼.’금요일 방과 후, 서현주와 강혜인은 일찍부터 포장마차를 열었다.강혜인은 보름 동안 장사해서 꽤 익숙해져서 서현주가 옆에서 도와줄 게 별로 없었다.게다가 강혜인은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는 이런 걸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서현주는 못 이겨 강혜인의 옆에 앉아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가게들보다는 훨씬 북적였다.서현주가 과제를 하는 동안 강혜인도 튀김꼬치를 많이 팔았다.시끄럽던 때, 한 여학생이 배를 끌어안고 얼굴이 창백한 채로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서현주는 주변에서 안타까운 소리가 들려와서야 고개를 들었다.그 여학생은 손에 강혜인 가게에서 산 꼬치 포장지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꼬치는 발 옆에 떨어져 있었다.사람들 표정은 갑자기 확 변하고 말았다.요즘 강혜인 가게가 근처에서 엄청 인기라 이 포장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여학생이 들고 있는 포장지를 본 사람들은 공포와 비난이 섞인 눈빛으로 강혜인을 바라보았다.강혜인은 얼어붙고 말았다. 평소 쾌활하고 당당하던 그녀는 멍하니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이 집에서 파는 꼬치를 먹으면 배탈이 나나 봐.”이곳은 학교 앞에 있는 음식 골목이었고, 강혜인과 서현주의 가게 외에 다른 가게들도 많았다.강혜인의 꼬치가 학교 학생들을 끌어모으자 인근 상인들은 화가 나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현주도 이 상인들이 불만이 많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상인들은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여기서 계속 지켜봤는데 튀김에 쓰는 기름을 오래도록 바꾸지 않더라고요. 위생 상태가 정말 최악이에요.”“맞아요. 며칠 됐는지도 모르는 저 집 꼬치 먹지 마세요. 상해서 소스를 엄청 많이 발랐나 봐요.”강혜인은 화가 나서 폭발할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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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서현주는 강혜인에게 눈빛을 보냈다.지금 상황에서는 반드시 침착해야 하고 진심을 보여야 했다.“환불해드릴게요.”강혜인은 똑똑해서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이 진심을 보여주는 거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요구하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환불해주기로 했다.서현주는 여학생 앞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우리 가게 꼬치를 먹고 문제가 생겼으니 같이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야지. 병원비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녀의 목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또렷했다.“정말 우리가 만든 꼬치를 먹고 복통이 일어난 거라면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질게. 하지만 그 전에 원인을 알려면 우리랑 함께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야 할 거야.”서현주는 여학생의 표정이 굳어버리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변한 서현주는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여학생은 또다시 움츠리고 배를 부여잡으며 울부짖었다.“배상하기 싫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잖아.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인데 정말 양심 없는 거 아니야? 됐어. 200만 원을 입금하면 병원비는 따로 문제 삼지 않을 테니까 얼른 배상이나 해.”서현주는 당연히 배상할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상대는 딱 봐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서현주는 그녀가 요구하는 대로 할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만약 정말 여학생 말대로 배상한다면 아무리 진심을 보여도 꼬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정하는 셈이었다.여학생의 고통스러운 소리에도 서현주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팔짱을 끼고 교문 앞에 서서 도발하는 연채린을 보게 되었다.서현주가 무슨 말을 하려던 때, 강혜인이 다가왔다.“똑똑히 말했잖아. 병원에 가서 검사받기만 하면 우리가 병원비도 부담하고 배상해주겠다고. 협조하지 않으면 우리도 배상할 수 없어.”서현주는 조금 얼떨떨했다.지금의 강혜인은 전생처럼 신속하게 전략을 짜고 행동하는 모습이었다.여학생은 창백한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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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어떻게 왔어.”서현주는 멈칫하다 말고 창백한 얼굴로 뒤돌아 소파 구석에 앉아있는 연지훈을 바라보았다.정장 차림의 그는 소파 등받이에 살짝 기대고 있었다. 목에 맨 넥타이는 살짝 풀려 있었고, 각 잡힌 흰 셔츠와 정장 재킷은 몸에 아주 잘 맞았다.그는 머리를 살짝 젖히고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말할 때면 매끈한 목선에 도드라진 목젖이 꿀렁거렸다.연지훈인 것을 보고도 서현주는 안심하지 못했다.그녀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채린이 찾으러 왔어요.”그제야 눈을 뜬 연지훈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있었다.“내가 알기로는 너를 초대하지 않은 것 같은데.”다음 순간, 연지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초대장 없이 정문으로 못 들어왔을 텐데 어떻게 들어와서 여기에 숨어있는 거야.”그는 마침 창밖으로 그렇게 높지 않은 담장을 보게 되었다.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채린이 만나러 온 거예요. 다른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연지훈은 다시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상관없는 일이야.”서현주가 진지하게 말했다.“저를 쫓아내려고요?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연지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나를 한참 잘못 봤는데?”서현주는 더욱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방해하지 않고 지금 바로 나갈게요.”그녀가 막 돌아서려는 순간, 뒤에서 연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 가려고. 밖에 사람들 많은데.”서현주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그쪽이랑 상관없는 일이에요.”그녀는 연지훈이 했던 말을 똑같이 돌려주었다.서현주는 그대로 뒤돌아 떠나려 했고, 뒤에서는 더 이상 연지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잠시 후, 서현주는 문 앞에 멈추어 섰다.귓가에는 아직도 연지훈이 방금 했던 말이 맴돌고 있었다.“서현주. 너 누구야.”연지훈이 무심코 내뱉은 말은 거대한 파장을 일으켜 서현주의 마음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뻣뻣한 자세로 문 앞에 서 있는 그녀는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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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확실히 연지훈 말대로 서현주는 초대장이 없었다.이번 자선 파티에는 상류 인사들만 초대되었고, 전생이든 현생이든 연씨 가문은 그녀가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겉으로는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녀를 연씨 가문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만약 연동욱이 그녀가 여기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연채린을 만나지도 못하고 바로 쫓겨날 것이 뻔했다.혐의를 벗는 건 더욱 불가능했다.서현주는 재빨리 돌아서서 문에 기대어 소파에 있는 연지훈을 바라보았다.그는 눈을 감고 이마를 문지르고 있었다.“저...”조금 전까지 연지훈과 신경전을 벌였던 터라 서현주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여기 잠깐 머물러있어도 될까요? 곧 갈게요. 절대 오래 있지 않을게요.”이마를 문지르고 있던 연지훈은 그녀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서현주는 입술을 깨물며 뻔뻔한 척 문 앞에 서 있었다.연지훈은 많이 피곤한지 이마를 문지르다가 관자놀이도 문질렀다.서현주의 갈 곳 없는 시선은 아직 술이 조금 남아있는 테이블 위에 있는 와인잔에 향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가서 거의 잊어버릴 뻔한 일이 있었다.연지훈은 가끔 술을 마시면 두통이 생기는 작은 버릇이 있었다.서현주는 그만 눈빛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전생에는 연지훈에게 이런 버릇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술자리가 끝나면 해장국을 끓여주었고, 그의 입맛대로 그가 좋아하는 맛으로 만들어주려고 애썼다.게다가 그녀는 직접 마사지 기술을 배우려고 전문가를 찾아가기도 했다. 연지훈이 머리 아플 때면 직접 마사지해주려고 말이다.예전이었다면 지금쯤 이미 달려가서 연지훈에게 마사지를 해줬을 것이다.서현주는 고개를 숙이며 자기 두 손을 바라보았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아직 혈 자리며 힘 조절, 그리고 여러 기술을 잊지 않고 있었다.그리고 그때 연지훈 곁에서 마사지해주던 모습까지도 말이다.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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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서현주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주먹을 꽉 쥐었다.하지만 지금은 연지훈에게 부탁해야만 이 휴게실에 머물 수 있었기에 그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쫓겨날 수도 있었다.서현주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연지훈 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연지훈의 얼굴이 좀 창백해진 걸 볼 수 있었다. 입술에도 핏기가 거의 사라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연지훈은 머리를 뒤로 기대고 눈을 꼭 감은 채 신음을 냈다.서현주는 시선을 거두고 발밑에 있는 짙은 와인색 카펫을 바라보았다.연지훈이 어떻게 되든 그녀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연지훈은 이때 몸을 앞으로 숙이고 팔꿈치를 무릎에 얹은 채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리 와서 마사지해줘.”이 말을 들은 순간 서현주는 잘못 들은 줄 알고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서현주는 고개 들어 망설이며 물었다.“뭐라고요?”연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리 와서 마사지해달라고.”그녀는 연지훈이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지금 그들 관계는 서로에게 마사지해줄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서현주가 마사지해준다 해도 연지훈이 뭔가 수작을 부린 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서현주가 물었다.“혼자서 마사지 못해요?”연지훈이 대답하지 않자 서현주가 또 말했다.“아니면 조금 참았다가 지훈 씨나 이영 씨한테 제가 처음 마사지 배운 가게를 알려드릴게요. 거기 가서 배워도 되고 마사지사를 집에 불러도 되거든요.”연지훈은 똑바로 앉아서 천천히 눈을 떴다.서현주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무심한 듯했지만 협박하는 듯한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서현주는 그 눈빛에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그래도 나름 많이 생각해줬는데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서현주가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연지훈이 먼저 말했다.“이리 와봐.”연지훈이 어두운 눈빛에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똑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그는 고개 들어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서현주도 그의 시선을 따라 입구 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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