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21 - Chapter 130

152 Chapters

제121화

정서아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현주 씨는 지훈 씨가 왜 본인 말고 이영이만 좋아하는지 알아요?”“이영이는 현주 씨처럼 억지 부리지 않고, 더 이해심 있고 배려가 깊잖아요. 지훈 씨도 남잔데 어떻게 현주 씨처럼 강압적인 여자가 좋겠어요? 이영이 본받아서 좀 더 애교도 부리고 약한 척도 해봐요.”“이 침대, 이영이가 지훈 씨한테 얼핏 얘기를 꺼냈을 뿐인데 바로 해결해줬어요.”정서아가 야유를 날렸다.“현주 씨도 참 안 됐다.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쳤네요. 이영이가 지훈 씨랑 헤어지고 해외에 있던 몇 년 동안, 대체 왜 지훈 씨 마음 하나 얻지 못했어요? 이렇게 보니 현주 씨가 얼마나 쓸모없는 인간인지 알겠네요.”서현주는 주먹을 꽉 쥐고 냉소를 터트렸다.“아까 말했듯이 침대를 빼앗아 가면 병마까지 함께 가져갈 거예요.”“뻔뻔스럽게 할머니 침대를 빼앗았으니 늦게라도 절대 건강 회복하지 말아요.”정서아도 차갑게 웃었다.“누가 먼저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그 할머니 자궁암 말기라면서요? 병원비도 못 낼 정도로 가난에 허덕인다고 들었는데.”서현주는 창문을 열 권리를 얻으려면 천장을 걷어낼 용기가 필요하다는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정서아를 비롯한 이들 일행은 절대 할머니의 머리 꼭대기에 기어올라 제멋대로 굴게 놔둘 수 없었다.그녀는 연지훈 같은 배경의 사람이 뒤봐주지 않지만 대중의 힘을 빌릴 수 있었다.별안간 서현주가 테이블을 내리치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큰소리로 외쳤다.“이제 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나 봐요! 우리 외할머니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고. 우리 할머니는 자궁암 말기에 이미 칠십이 넘으셔서 허리도 못 펴세요. 몸이 너무 쇠약해서 의사도 안정적인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제대로 쉴 수가 없잖아요. 어떤 사람들이 다짜고짜 쳐들어와 할머니 자리를 빼앗고 복도로 내쫓아버렸네요. 우리 처지가 너무 딱해서 어떡하죠? 누가 우릴 가엾게 여겨줄 사람 없나요?”안 그래도 두 여자의 말다툼은 같은 병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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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구경꾼들의 영향력은 역시 대단했다. 불과 몇 분 만에 병실 안팎을 에워싼 사람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그녀와 정서아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이것이 바로 서현주가 원하던 효과였다.정서아와 그녀의 가족이 병실 침대를 빼앗은 일은 명백한 사실이라 더 이상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이제 서현주가 필요한 것은 여론의 압력을 이용해 정서아와 그녀 가족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마침 서현주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배려는 무시할 수 없고 따라서 교복은 여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서현주는 손가락 사이로 정서아를 엿보았는데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차오르는 분노에 안색이 어둡고 잔뜩 일그러졌다.서현주는 야유를 날리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정서아가 떠나려 할 때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끌고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다들 도망갈 생각 말아요. 우리 외할머니 자리를 돌려줄 때까지 어디도 못 가요!”마침 이때 강혜인이 외할머니를 잘 위로해드리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똑똑한 그녀는 서현주의 눈물 젖은 얼굴을 보더니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서현주에게 달려가 와락 껴안았다.“울지 마. 우리 강해져야지.”강혜인이 외쳤다.“우리를 괴롭히는 저 사람들 더 의기양양해지게 두면 안 돼. 우리가 강해지는 게 답이야.”서현주는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흐느끼는 척하면서 강혜인의 말에 응했다.“그런데... 외할머니는 어떡하지? 연세도 많으신데 젊은 사람들한테 이렇게 괴롭힘당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정서아와 그녀의 가족들, 침대에 누워있던 중년 남자까지 두 사람의 기세에 얼어붙었다. 뭇사람들의 경멸과 비난의 시선 속에서 그들은 결국 무너졌고 얼굴을 붉힌 채 사람들을 등졌다.정서아가 맨 앞에 서서 가장 많은 냉대와 조롱을 견뎌야 했다.또한 서현주에게 옷자락을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누군가가 ‘쌍년’이라고 외치자 정서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서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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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사람들 앞에서, 정서아 일행은 서현주를 상대할 때보다 확연히 기세가 꺾였다. 다들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침대에 있던 중년 남자는 황급히 손에 든 치킨 다리를 옆 사람에게 건네고 손등으로 입가에 묻은 치킨 가루와 기름기를 닦았다.그러고는 곧바로 침대에 쓰러져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헐떡였다.“아이고 가슴이야. 의사 불러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누가 봐도 이 남자는 지금 발연기를 하고 있지만 정서아와 그녀의 가족들은 마치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당장 서현주와 강혜인, 그리고 구경에 나선 뭇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그중에서도 정서아가 유독 분노에 가득 차서 이를 박박 갈았다.“다 너희 때문이야! 우리 아빠 아프다잖아. 당장 비켜!”뭇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호구로 보여?”“여기는 위장병 전문이야. 너희 아빠 진료 기록 보니 위염으로 왔던데 왜 가슴을 움켜쥐고 난리야? 가슴 아프면 심장 내과나 다른 과에 가야지 여길 왜 와?”“연기도 그럴듯하게 해야지. 남들 농락 거리나 되려고 작정한 거야 뭐야.”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순간 찔린 듯 가슴을 움켜쥔 손을 서서히 위쪽으로 옮겼다.제자리를 찾자마자 그는 또다시 신음하기 시작했다.정서아가 이를 악물었다.“아빠!”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그 웃음소리는 마치 정서아의 뺨을 때리는 매서운 회초리 같았다. 그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면서 볼만한 구경거리가 됐다.“잔말 말고 당장 침대 빼! 어르신 자리나 차지하고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중년 남자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소리쳤다.“그게 너희랑 뭔 상관인데? 나 사람 찾아서 이 자리 구한 거야. 너희 이래봤자 아무 소용 없어.”그 말을 들은 정서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이 말인즉슨 그들이 정말 인맥을 동원해서 강혜인 외할머니의 병상을 빼앗았다는 것밖에 안 되니까. 서현주의 ‘눈물의 하소연’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소란이 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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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유이영이 강혜인 할머니를 병원 복도에 머물게 했을 때, 자궁암 말기인 어르신을 복도에서 지내게 했을 때 연지훈은 왜 그녀를 너무 몰아붙인다고 말하지 않았을까?다른 상황에서는 충분히 냉정하고 현명한 사람인데 왜 유독 유이영 앞에서만 철없는 어린애가 되는 걸까?첫사랑 그녀가 너무 좋아서 사리 분별도 안 되는 걸까?서현주는 주먹을 꽉 쥐고 냉소를 터트렸다.“난 이영 씨한테 감히 상대가 못 돼요. 연로하신 할머니까지 괴롭히고 있잖아요.”유이영의 안색이 다시 한번 굳어졌다.그녀는 힘없이 연지훈에게 기대며 가느다란 두 팔을 남자의 허리에 올렸다. 게다가 목소리는 한없이 떨렸다.“미안해요.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정말 몰랐어요. 지훈 씨... 이제 어떡하죠?”정서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서현주를 가리키며 말했다.“너 뭔데 이영이한테 화풀이야? 이영이는 아무것도 몰라. 불만 있으면 나한테 말해. 애먼 사람 잡지 말고.”애먼 사람?유이영의 눈가에 스친 도발의 기운을 보아내지 못했다면 서현주도 그녀가 억울하다고 여겼을 것이다.유이영이 눈물 한 방울 떨어트리자 연지훈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강압적인 눈빛으로 서현주를 쳐다보며 왜 우리 이영이를 울렸냐고 불만을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이에 강혜인이 냉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다들 좋은 분들이라 여겼는데 정말 너무하시네요. 상황 파악도 못 하고 뻔뻔하게 내 앞에서까지 연기하는 거예요?”정서아가 즉시 반박에 나섰다.“그쪽이 가난하고 빽 없어서 그런 거지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이 말은 병실 안의 다른 환자들과 그들 가족까지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뭇사람들이 또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이에 정서아가 표정이 돌변하면서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온갖 잡것들.”연지훈은 손을 들어 유이영의 어깨를 감쌌다. 몰래 손에 힘을 주니 마치 유이영에게 지지하는 듯한 힘을 주는 것만 같았다.“가자.”유이영이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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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강혜인은 들을수록 격분해서 당장이라도 일어나 그들과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서현주가 그녀를 말렸다.“침대만 되찾으면 됐어.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자.”강혜인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말했다.“저렇게 멋대로 사실을 왜곡하는데 그냥 둬?”서현주는 나직이 말했다.“연지훈이 어떤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우리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아?”별안간 강혜인은 김빠진 공처럼 힘없이 축 늘어졌다.그날 오후, 서현주가 온수 받으러 갔을 때 정서아가 그녀의 뒤로 당당하게 지나가며 눈가에 오만함과 도발적인 기색이 가득했다.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다인실에서 꾸역꾸역 지내. 나는 우리 아빠를 VIP 1인실로 모실 거야. 너희처럼 북적이는 곳에서 고생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우리 아빠는 그런 고생 할 분이 아니거든.”서현주는 무표정하게 온수를 받았고 정서아는 그녀의 뒤에서 쉴 새 없이 입을 나불거렸다.“누가 우리한테 VIP 병실을 마련해줬는지 궁금하지 않아?”“연 대표님이야. 네가 오매불망 그리지만 결코 얻을 수 없는 남자, 연지훈 씨 말이야. 우리 이영이 말 한마디에 대표님이 바로 해결해주시던데?”“설마 우리 아빠도 복도에서 지낼 줄 알았니? 네 기대에 못 미쳐서 어떡하지? 우리 아빠가 더 나은 병실로 갈 줄은 전혀 몰랐지? 이제 전문적인 간호도 받고 돈도 한 푼 안 들어. 대표님이 전액 부담해주신대. 너희랑 우리는 하늘과 땅 차이인 거야.”정서아는 고개를 들고 천박하게 웃었다. 대놓고 못된 심보를 드러내는 비열한 인간처럼 웃어댔다.한편 서현주는 펄펄 끓는 물을 다 받았지만 바로 뚜껑을 닫지 않았다.몸을 홱 돌리더니 정서아 쪽으로 갑자기 뜨거운 물을 쏟아부은 것이다.끓는 물이 맨살에 튀자 정서아는 너무 뜨거워서 비명을 질렀다.“으앗!”이때 서현주가 비웃음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어머, 미안. 그러게 왜 하필 바로 뒤에 있고 그래?”정서아는 그녀를 가리키며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너 일부러 그랬잖아!”서현주가 가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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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서현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강혜인은 역시 타고난 장사꾼이었다. 그저 길거리에 노점 하나 차리는 일인데도 벌써 사업가의 재능이 엿보였다. 게다가 이익 분배 얘기까지 꺼내다니.그때 강혜인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뿌리며 말했다.“아, 안 되겠다. 넌 이제 수능 준비해야 하잖아. 내가 네 공부를 방해하면 안 되지. 이건 내가 혼자 할게.”서현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시간 날 때 도와줄게. 나도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건 아니야.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 말에 강혜인의 눈이 반짝였다.“좋아! 오늘 주말이니까 미리 준비해두자. 내일 학교 끝나고 바로 나가서 장사하게!”그녀의 실행력은 역시 남달랐다.강혜인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현주의 손을 잡고 병원을 뛰쳐나와 집으로 향하더니, 곧장 옆집으로 가 카트와 노점을 여는 데에 필요한 도구들을 빌려왔다.소매를 걷어 올린 강혜인은 서현주더러 쉬라고 한쪽으로 밀어내더니, 빌려온 도구들을 정성스레 닦기 시작했다.카트와 도구들은 몇 년은 묵은 듯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군데군데 녹슬어 있었다.서현주는 그런 강혜인을 보며 웃었다.“혼자 하면 밤새워도 다 못 닦겠네. 같이 하자.”결국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물건들을 구석구석 문질렀고 한참을 치우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하지만 강혜인은 여전히 의욕이 넘쳤다. 그녀는 그대로 서현주를 끌고 도매시장으로 달려가 떡볶이, 어묵, 채소, 팽이버섯 등 분식집에서 볼 만한 재료들을 잔뜩 사 왔다.그날 밤, 서현주는 엄진경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갈 거라고 했다. 엄진경은 별다른 의심 없이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그 사이 강혜인은 휴대폰으로 온라인 영상을 찾아 보며 야심 차게 채소와 어묵을 말아 꼬치를 뜨거운 국물에 넣었다.순간 뜨거운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으악!”두 사람은 동시에 물러섰다.“왜 이래? 영상이랑 완전 다르잖아! 폭발하는 줄 알았어!”서현주는 용기 내서 스위치를 껐다.“재료들을 한꺼번에 넣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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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강혜인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갑자기 연채린을 향해 연달아 큰 재채기를 퍼부었다.“에취! 에취!”그녀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연채린에게 다가갔고 거의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 섰다.“에취!”연채린은 기겁한 표정으로 몸을 굳혔다.그런데 강혜인은 어느 순간 연채린의 옷깃을 덥석 잡더니 당황한 척 입과 코 주변을 그 옷자락으로 닦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안하다는 듯 어설프게 웃었다.“미, 미안해. 네 몸에서 냄새가 너무... 에취! 너무 심해서 나도 모르게... 에취!”연채린은 화가 치밀어 오르며 옷자락을 확 낚아챘다. 그런데 그 위에 정체불명의 끈적한 액체가 묻어 있었고 그걸 본 순간, 그녀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가 퍼렇게 질렸다.“악, 더러워!”연채린이 손을 털자 그 소리에 맞춰 교실 안에 폭소가 터졌고 학생들은 코를 막으며 킥킥거렸다. 심지어 그녀와 함께 온 무리까지 슬금슬금 코를 가리며 거리를 두면서 의심스럽고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진짜 냄새나는 거 아니야?”“어? 나도 맡은 것 같아...”연채린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숨을 헐떡였다.“아니라고! 나 안 냄새나!”그러고는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 몸을 홱 돌려 사람들 틈을 밀치고 뛰쳐나갔다.서현주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연채린이 달려가다가 말고 의심스러운 듯 자기 팔 냄새를 슬쩍 맡는 장면까지 보였다.그 순간, 교실 안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고 서현주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런데 이 순간 그녀는 묘하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예전의 그녀는 언제나 혼자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그녀의 곁엔 이렇게 함께 웃어주는 친구들과 그녀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그리고 이렇게 된 건 전부 강혜인의 덕이었다. 전생에서도, 지금 이 생에서도, 강혜인은 언제나 그녀의 삶에 빛을 가져다주었다.서현주는 문득 생각했다. 연지훈보다 먼저 강혜인을 붙잡은 건 비열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야간 자습이 끝난 후,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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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문득 마음이 따뜻해진 서현주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둘러싼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냉대와 경멸만 받아왔으니까.그녀는 천천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여학생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멍하니 서서 뭐 해, 얼른 담아 주지 않고! 지금 기다리고 있잖아.”강혜인이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재촉했다.그제야 서현주는 접시 위에 어묵꼬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허둥지둥 손을 놀리며 소스를 바르고 꼬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어묵 노점 앞에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서현주와 강혜인의 손은 쉴 틈이 없었다.두 사람은 정신없이 일하느라 학교 정문 앞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연채린의 싸늘한 시선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연채린은 코웃음을 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카메라로 어묵꼬치에 소스를 바르며 분주히 움직이는 서현주의 모습을 한 장 찍었다.그리고 그 사진을 연씨 가문의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그녀는 일일이 모든 사람을 태그하며 메시지를 남겼다.[이거 좀 봐요. 서현주가 이제 어묵 장사까지 하네요? 진짜 웃기지 않아요? 동영상도 찍어서 올려줄까요?]잠시 뒤, 유이영이 가장 먼저 답장했다.[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에요? 현주 씨 아직 고3 아니에요? 장사하면 공부는 어떻게 해요? 그런데 이렇게 사진 올렸다가 현주 씨가 보면 어쩌려고요? 현주 씨도 이 단톡방에 있지 않아요?]연채린은 입꼬리를 비틀며 빠르게 답장을 쳤다.[걱정하지 마요. 연씨 가문이 서현주를 입양했어도 걘 우리 단톡방에 들어올 자격이 없어요. 이영 언니, 안심해요. 우리 오빠는 언니만 단톡방에 초대했지, 다른 여자는 안 했어요.]유이영은 며칠 전에 연씨 가문의 가족 단톡방에 초대되었는데 서현주는 그 단톡방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전생에서도, 그리고 지금 생에서도.잠시 후, 유이영이 귀여운 웃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다들 바쁜지,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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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한 시간쯤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고 나자 서현주와 강혜인은 어묵 꼬치를 전부 팔아치웠다.노점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구수한 냄새가 온 거리를 덮었다. 땀에 젖은 두 사람은 숨을 고르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휴대폰으로 들어온 송금 내역과 현금을 세어보니 오늘 하루 번 돈은 모두 13만 5천원이었다.서현주는 그 숫자를 보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요 며칠 사이 가장 좋은 수입이었다.하지만 장사 첫날이라 친구들이 호기심에 사 먹어준 덕분이라 며칠만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도 식고 매출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갈 방법을 강혜인과 함께 찾아야 했다.강혜인은 액수를 확인하고는 활짝 웃었다.“꽤 괜찮네! 집 가서 재료비 계산해 볼게. 재료값 빼고 남은 건 반씩 나누자.”“아니야.”서현주는 고개를 저었다.“나는 그냥 옆에서 조금 돕기만 했잖아. 노점 자리를 구한 것도 너고, 어묵 끓인 것도, 양념장 만든 것도 다 너야. 네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내가 반을 어떻게 받아. 10분의 1만 줘.”강혜인이 입을 열려 하자 서현주가 재빨리 말을 잘랐다.“더 말할 거 없어. 괜히 무리하지 말고 병원에 계신 외할머니만 생각해. 약값도 벌어야 하잖아.”그녀는 부드럽게 강혜인의 어깨를 두드렸다.“사실은 한 푼도 안 받으려 했는데, 그럼 네가 미안해할 거 같아서 조금만 받을게. 그냥 10분의 1만 줘. 그걸로 네가 나한테 빚 갚는 거라고 생각할게.”서현주는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더 이상 협상 불가야. 더 주면 안 받아.”강혜인은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눈가가 붉어졌다.“현주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사실 나도 전에 그런 소문들을 좀 믿었었어. 네가 까칠하고 성격이 안 좋다는 소문 말이야. 그런데 오늘 보니까 내가 잘못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도 다 너를 오해했어. 현주야, 나 평생 널 잊지 않을 거야.”서현주는 피식 웃었다.“네 말투가 딱 원한이라도 품은 사람 같아.”둘 다 동시에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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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서현주는 팔을 마구 휘두르며 연지훈의 등을 퍽퍽 내리쳤다. 그럴수록 연지훈은 걸음이 더 빨라졌고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서현주는 차라리 그의 어깨를 꽉 깨물고 싶을 지경이었다.“지훈 씨, 미쳤어요?”그녀의 고함에도 연지훈은 아무 대답 없이 차 문을 벌컥 열더니 서현주를 뒷좌석으로 내던졌다. 시트는 부드러웠지만 그 충격에 서현주는 머리가 도는 듯 어지러웠다.정신이 어수선한 와중에 멀리서 강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지훈 씨, 못 들었어요? 현주는 그쪽이랑 가기 싫다잖아요!”펑.이때 차 문이 거칠게 닫히며 두 사람의 목소리가 철저히 차단됐다.서현주는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차 문 손잡이를 잡고 열어보려 했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미 중앙 잠금장치가 걸린 모양이었다.앞좌석 너머로 보이는 건 연지훈의 넓은 등뿐이었다. 그가 강혜인에게 무슨 말을 하자 강혜인은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노골적으로 그에게 혐오하는 눈빛을 보냈다.잠시 후, 연지훈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강혜인은 손을 들어 귀 옆에 대고 ‘전화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서현주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리고 차는 곧 도로 위로 내달렸다. 엔진음이 거칠게 울렸고 속도가 빠르게 올라갔다.잠시 후, 서현주는 완전히 진정했다. 뒷좌석에 앉은 그녀는 감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채 백미러 속 연지훈의 얼굴을 바라봤다. 낮게 내려앉은 눈썹, 굳게 다문 입술, 짙은 그늘이 드리운 듯한 눈빛, 마치 누군가에게 몹시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서현주는 코웃음을 쳤다.‘뭐야, 설마 내가 학교 앞에서 어묵을 팔았다고 연씨 가문의 체면이 손상됐다는 뜻인가?’“걱정하지 마요. 내가 어묵을 판다고 해서 연씨 가문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나 이미 다 말했어요. 나랑 연씨 가문은 이제 아무 관계도 없다고.”그녀는 그렇게 말하면 연지훈의 표정이 조금은 풀릴 줄 알았다.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연지훈의 눈썹은 더 짙게 찌푸려졌고 백미러 속으로 번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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