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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421 - Chapter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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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1화

황축복의 뺨이 발그레해졌다.최근 서현주에게 칭찬을 듣는 일이 잦아졌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히곤 했다.거실에서 엄진경, 황축복과 이야기를 나누던 서현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연지훈이었다.발신인을 확인한 서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향했다.“무슨 일이죠?”건조한 말투였다.겨울의 찬 공기 사이로 낮지만 다소 온기 서린 연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일 시간 있어? 만나서 이야기해.”서현주가 되물었다.“용건이 뭐죠?”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연지훈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경록이랑 정서아에 관한 일이야.”서현주가 잠시 멈칫했다.문득 그때 연지훈이 유이영의 진단서 문제를 조사해주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당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그가 대단한 성과를 내올 거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연지훈의 칼끝이 정서아에게까지 닿았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서현주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낮게 물었다.“그래서 뭘 알아냈나요?”“현주야.”연지훈이 그녀를 불렀다.“이번 진실이 밝혀지면 연성 그룹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거야. 그래서 말인데, 염치없는 거 알지만, 나 좀 만나줄 수 있을까? 내 속내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번 기회를 빌려서라도 너를 꼭 한번 보고 싶어. 뻔뻔한 부탁인 거 아는데... 한 번만 만나줘.”그는 서현주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너무나도 보고 싶었다.사무치게.서현주는 침묵했다.연성 그룹에 치명적인 영향이라니. 머릿속이 순식간에 명료해졌다.서현주가 물었다.“그럼 이번 일은 유씨 가문이 아니라 연씨 가문이 움직인 건가요?”연지훈은 짧게 긍정하며 다시 물었다.“만나줄래?”서현주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들어 텅 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이윽고 그녀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대답이 흘러나왔다.“네. 만나요. 시간과 장소는 연 대표님이 정하세요.”통화를 끊고 화면을 확인하자, 안요한에게서 몇 분 전 도착한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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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엄진경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어차피 언제든 갈 수 있는 테마파크일 뿐이니까.“그래. 그럼 나중에 네가 시간 날 때 가자. 급할 거 없지.”엄진경은 다가가 황축복을 껴안고는 볼을 살짝 꼬집으며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최대한 빨리 가야 해. 우리 축복이 금방 어린이집에 가야 하잖아?”서현주가 달력을 확인했다.“며칠 안 남았네요. 정 안 되면 주말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아요.”엄진경이 못마땅한 듯 그녀를 흘겨보았다. “너도 참, 우리 축복이 모처럼 방학인데.”그러자 황축복은 엄진경의 손등 위로 조심스레 자신의 고소리 같은 작은 손을 포개며 나직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전 언니 기다릴 수 있어요.”엄진경은 그 모습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아이를 더욱 품 깊숙이 끌어안았다.“우리 축복이, 진짜 내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황축복은 쑥스러운지 발그레해진 볼을 감추려 고개를 푹 숙였다.서현주는 안요한과 함께 연지훈이 말한 식당에 정확히 시간 맞춰 도착했다.연지훈이 예약한 곳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프라이빗 룸이었다. 직원이 문을 열자 구석 자리에서 침묵 속에 잠겨 있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1인용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긴 다리를 둘 곳이 없어 다소 불편하게 뻗고 있었다.인기척을 느낀 연지훈이 눈을 떴고 칠흑 같은 어둠을 담은 눈동자가 서현주를 향했다.그러나 이내 서현주의 등 뒤에 선 안요한을 확인한 순간, 그의 눈매가 서늘하게 휘어지며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서현주가 안으로 들어서며 담담히 물었다.“일행이 있는데, 괜찮죠?”그러자 안요한이 성큼 다가와 서현주의 어깨에 팔을 올리곤, 연지훈을 향해 장난기 어린 시선을 보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당연히 괜찮겠지. 들어가자.”연지훈은 깍지 낀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건조한 미소를 머금었다.그는 안요한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서현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묘한 어조로 내뱉었다.“사람까지 데리고 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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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분명 연지훈은 유이영과 이혼한 상태였고 연씨 가문 차원에서도 유이영과는 선을 긋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던 터였다.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쁜 연동욱의 성격상, 유이영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일 이유는 없었다.연지훈은 서현주가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을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거리낌 없이 정보를 공유했다.“유준이 때문이야.”유준.그 다정한 말투는 분명 그의 아들, 연유준을 가리키고 있었다.더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서현주는 단번에 그 의미를 깨달았다.연동욱이 증손자를 끔찍이 아낀 나머지, 아이의 장래를 위해 유이영을 구명하려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총대를 멘 것이었다.서현주는 서류 봉투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연지훈은 도대체 왜 이런 판을 벌이는 걸까. 그리고 왜 굳이 나에게 이런 진실을 털어놓는 것이지? 심지어 연동욱과 제 친아들까지 도마 위에 올리면서... 이 일이 연동욱에게 불똥이 튈 위험은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그의 진정한 목적은 뭐지?’찰나의 순간, 서현주의 눈빛에는 연지훈을 향한 날 선 경계심이 서렸다.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었다. 스스로 손해 보는 짓을 할 연지훈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안요한은 그녀가 잔뜩 긴장했다는 걸 눈치채고 손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불안을 가라앉혀 주었다.이윽고 안요한이 서현주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연 대표님이 이렇게 대의를 위해 친족까지 처단하실 줄은 몰랐군요.”연지훈은 무심하게 대꾸했다.“그렇든 아니든 안 대표님이 상관할 바는 아닐 텐데요.”서현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연지훈이 오직 서현주만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넌 이 자료를 경찰에 넘기기만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거니까.”서현주가 그의 속내를 꿰뚫어 보듯 날카롭게 주시하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작정인지 모르겠네요.”그녀의 시선이 연지훈에게 오래 머물자, 안요한은 맞잡은 손에 묵직하게 힘을 주며 입을 꾹 다문 채 정적을 지켰다.이번에는 연지훈의 침묵이 지독할 정도로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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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서현주는 자료를 움켜쥔 채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요한 씨, 정말 고마워요. 나 때문에 애 많이 썼네요.”안요한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 모든 게 빨리 끝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야.”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럴게요.”연지훈은 저녁 비행기로 하경시에 도착했고 문은성이 운전기사와 함께 그를 마중 나왔다.조수석에 앉은 문은성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대표님, 회사로 갈까요, 아니면 다른 곳으로 모실까요?”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연지훈이 손을 들어 제지하자 문은성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연동욱의 전화였다.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너 지금 어디야, 당장 집으로 들어오너라.”연지훈은 손목시계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심연처럼 어두운 그의 눈동자에는 단 한 조각의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그는 연동욱의 노기 띤 목소리를 무시한 채 덤덤하게 답했다.“회사에 들러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습니다.”“뒤로 미뤄라!”연동욱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위압적이었다.“지금 당장 돌아와서 제대로 설명해!”“업무를 끝내고 나면 돌아갈 겁니다.”연동욱의 분노가 한층 더 치솟았다.“지금 당장 돌아오라고 했다! 난 네 할아비야!”연동욱의 고함 소리가 워낙 커서 차 안에 있던 운전기사와 문은성의 귀에까지 날카롭게 꽂힐 정도였다.문은성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운전기사는 최대한 숨을 죽인 채 묵묵히 차를 몰았다.연지훈은 오히려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일 처리가 끝나는 대로 들어가겠습니다.”“너 당장...”연지훈은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통화를 마친 그는 곧장 연씨 저택의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집사의 목소리에는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도련님, 웬만하면 지금 한번 들어오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어르신께서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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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연동욱은 늘 자신의 자랑이었던 손자를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과거 경영권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연지훈이 자신의 심복들을 은밀히 숙청하던 날에도 그는 오늘처럼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때로는 그 모습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자신이 점찍은 후계자가 훌륭하게 장성하여, 자신보다 더 예리한 결단력과 잔인한 수단을 갖춘 것을 보고 기꺼이 ‘청출어람'이라 여겼기 때문이다.그는 연지훈이야말로 연씨 가문의 새로운 희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제 사람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했다.하지만 자신의 그 잔혹한 수단을 집안 식구들에게, 심지어는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가 말을 내뱉는 동안에도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손자는 그저 귀찮다는 듯 눈을 들어 벽시계를 슥 쳐다볼 뿐이었다.“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할아버지는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연동욱의 분노가 폭발했다.“이 망할 놈이, 내가 지금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게 네 태도냐? 당장 제대로 된 설명이라도 내놓지 못할까?”연지훈은 겉옷을 허리를 굽혀 깍듯하게 대기 중인 도우미에게 건네고는 소파로 다가가 앉으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낮고 약간 갈라진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흘러나왔다.“무슨 설명을 원하시는 겁니까?”연동욱은 탁자 위의 찻잔을 집어 다시 한번 그의 발치로 내던졌다.“그걸 말이라고 하느냐!”연동욱의 얼굴이 새카맣게 일그러졌다.“오늘 류 기사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네가 내 뒤를 캐고 있는 줄도 모를 뻔했다. 임재용을 파헤치더니 그다음 조준점은 누구냐? 결국 나까지 털어먹겠다는 심산이냐?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바깥에 둔 그 여자가 네놈 넋이라도 빼놓은 게냐? 고작 계집 하나 때문에 연씨 가문을 통째로 뒤엎겠다는 거냐고!”연동욱이 탁자를 거세게 내리쳤다.“내가 만약 정말로 조사를 받게 된다면 그 파장이 어떨지 상상이나 해봤느냐!”연지훈이 고개를 들어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를 빤히 응시했다.“그래서 저더러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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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연승재가 방금 저택의 도우미에게 물어보았으나, 도우미는 어젯밤의 사건을 입에 올리기 두려운 듯 얼버무리며 연동욱이 큰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만 전했다.연승재와 연채린은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연채린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대부분 유태준과 백미경에게서 온 전화였다.받지 않아도 그들이 무슨 이유로 전화를 걸었는지 뻔했다.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연채린은 자신조차 어찌할 바를 몰랐기에 유태준 부부에게 설명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계속되는 벨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연채린은 결국 휴대폰을 꺼버린 채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병원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곧바로 연동욱의 병실로 달려갔다.아직 깨어나지 못한 연동욱의 병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밖에는 집사 혼자 덩그러니 지키고 서 있었다.두 사람이 다가가자 집사는 즉시 몸을 일으켜 그들을 제지했다.“도련님, 아가씨, 아직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어르신께서 미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셨으니, 지금은 온전히 안정을 취하게 해 드려야 합니다.”연채린이 초조함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 “할아버지는 지금 어떠세요?”집사는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께서는 워낙 정정하시니 별 탈 없으실 겁니다. 정신만 차리시면 괜찮아지실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그 말을 듣고도 연채린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그녀는 집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급한 눈빛으로 물었다.“집사님, 경연시에 난리가 난 거 알고 계시죠?”집사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연채린과 연승재마저 아는 일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경연시의 심상치 않은 조짐은 어젯밤 연동욱과 연지훈이 언쟁을 벌일 때부터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터였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연채린이 곧바로 다그쳤다.“그럼 할아버지는요? 할아버지도 알고 계셨나요?”집사가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어르신께서 쓰러지신 것도 바로 그 일 때문입니다.”연채린의 안색이 다시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그럼 할아버지가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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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하지만 오늘, 연성희는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옷가지도 급히 걸쳐 입은 듯 엉망이었고 얼마나 허겁지겁 달렸는지 안색은 사색이 되어 가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과거 우아하던 귀부인의 자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연채린은 어머니의 등장에 비로소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은 듯, 벌떡 일어나 붉어진 눈으로 외쳤다.“엄마,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최근 며칠 동안 연성희는 수백 킬로미터, 거의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타지로 출장을 가 있는 상태였다.연성희는 충혈된 눈으로 숨을 몰아쉬며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네 할아버지는? 아직 안 깨어나셨니?”연채린은 눈시울을 붉힌 채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아직요.”그 대답에 연성희는 끈 떨어진 인형처럼 두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겨우 열어 읊조렸다.“내가 너희 아빠를 망쳤구나.”연채린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엄마...”연성희가 말했다.“얼마 전에 네 할아버지가 아빠를 찾아와 얘기하실 때, 난 그저 평범한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줄 알고 아빠더러 수락하라고 부추겼어.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설마 이런 일일 줄은...”늘 도도하기만 하던 어머니가 고개를 떨군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흐느끼자 연채린 역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금 아빠는 어떻게 되었어요?”연성희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이미 경찰에 연행되었단다.”연채린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연성희의 눈가로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다 내 탓이야...”연채린은 무의식중에 반박했다.“아니요, 엄마. 엄마 탓이 아니에요. 그건, 그건...”그녀는 뒷말을 차마 잇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병실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연동욱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말로 용기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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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8화

말이 끝나자 연지훈의 시선이 비로소 컴퓨터 화면에서 떨어져 문은성의 얼굴에 닿았다.눈빛은 담담했으나 문은성은 그 깊고 무거운 시선에서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연지훈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맡은 일이나 잘해. 다른 건 묻지 말고.”그의 말은 무형의 손바닥으로 얼굴을 강타당한 것과 같은 모멸감을 안겨주었다.문은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끈거렸다. 면전에서 거절당했다는 수치심이 발끝부터 심장 끝까지 타고 올라와 얼굴색마저 이내 하얗게 질렸고 쥐고 있던 서류 모서리가 휘어질 만큼 손에 힘이 들어갔다.치밀어 오르는 억울함과 수치심을 삼키며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죄송합니다.”연지훈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아주 잠시 머물다 이내 거둬졌다.“나가봐.”더 이상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문은성은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문을 닫는 찰나, 그녀의 귀 끝에 연지훈의 나지막한 한숨 소리가 걸려들었다.의아함에 고개를 돌려 다시 그를 바라봤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냉철하고 깊은 그의 옆모습뿐이었다.착각일 터였다.문은성은 입술을 깨물며 문을 닫았다.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문이 닫히자마자 연지훈이 키보드 위에서 손을 떼고 두 손을 가볍게 웅크린 채 고개를 떨구며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는 사실을.“이건 내가 그 아이에게 빚진 거니까.”찰나의 독백은 거품처럼 가벼워, 순식간에 깨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같은 시각, 멍하니 있던 백미경이 깊은숨을 들이쉬며 냉정을 되찾았다.“채린이 전화를 안 받는 걸 보니, 그쪽도 더는 방법이 없나 봐.”유태준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백미경이 말했다.“연씨 가문에만 모든 희망을 걸 순 없어. 우리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해.”유태준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순식간에 십 년은 늙어버린 듯했다.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진 나이에 딸 문제로 동분서주해야 하는 현실이 그를 짓눌렀다.“그럼 어떻게 할 셈이야?”백미경의 머릿속이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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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9화

값비싼 명품 의상을 입고 현금 가방을 든 유태준과 백미경은 좁은 복도를 지나 우지윤의 집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곧 발소리가 들려왔고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누구세요?”백미경은 복도 환경을 둘러보며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냈다.비좁은 복도는 대여섯 명만 서 있어도 꽉 찰 정도로 협소해서 두 사람이 서 있기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게다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지 안에서 들리는 말소리와 발소리가 밖으로 선명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백미경은 이곳의 열악한 환경을 혐오할수록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다.이 가방 속에 든 돈이라면 우지윤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기에 충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이윽고 문이 열리자 백미경은 잠옷 차림의 우지윤을 향해 억지로 꾸며낸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우지윤 씨, 안녕하세요.”우지윤의 평온했던 얼굴은 방문객을 확인하는 순간 냉랭하게 식었다.그녀는 문틈을 몸으로 막아선 채 경계심 어린 눈으로 쏘아붙였다.“무슨 일이죠?”우지윤의 노골적인 적대감에 백미경은 순간 울컥 불쾌감이 치밀었지만, 당장 아쉬운 건 자신들이었기에 억지로 속을 누르며 위선적인 웃음을 유지했다. “다름이 아니라 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잠시 들어가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우지윤은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쫓아내고 싶을 만큼 그들을 증오했으니 그들을 집안으로 들일 리가 만무했다.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뇨. 하실 말씀이 있으면 지금 여기서 하시죠. 들어오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미경의 미소가 굳었다.화를 낼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꾸했다.“네, 좋아요. 그럼 여기서 말하죠.”백미경이 눈짓하자 유태준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가방을 열었다.우지윤은 즉시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고 좁았던 문틈은 더욱 비좁게 닫혔다.유이영의 정신질환 진단서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막다른 골목에 몰려 무리수를 두는 이 인간들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일지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백미경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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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말을 마치며 백미경은 유태준에게 눈짓을 보냈다.유태준은 즉시 가방을 앞으로 내밀며 우지윤에게 받으라는 시늉을 했다.하지만 화가 치밀어 오른 우지윤은 유태준이 내민 가방을 받지 않고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설마 사과만 하러 온 건 아니겠죠?”백미경은 멈칫하더니 유태준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이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사실 사과만 하러 온 건 아니에요...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복도 방음이 안 돼서 누가 들을지도 몰라요.”우지윤은 다시 한번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남들 앞에서 못 할 말이 뭐가 있다고 그렇게 숨겨요?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도 되나 보죠?”백미경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복도 방음 수준과 우지윤의 목소리 크기로 보아, 이웃들에게 다 들릴 게 분명했다.우지윤이 말을 이었다.“할 말이 있다면 지금 하세요. 전 매사에 당당한 사람이니, 두 분도 비겁하게 굴지 말고 당당하게 나오셨으면 좋겠네요.”당당하게라니...이건 유태준과 백미경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은근히 비꼬는 처사였다.이쯤 되니 백미경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눈앞의 우지윤은 처음부터 대놓고 은근히 자신들을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백미경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더 이상 우지윤에게 농락당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발을 들였고 수모까지 당한 마당이었으니 끝장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백미경은 자신을 비꼬는 우지윤의 시선을 받아내며 한 걸음 다가서서 나지막이 말했다.“우지윤 씨, 나도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우리가 온 건, 그쪽이 이영이에게 합의서를 써 준다면 나와 이영이 아빠가 이만큼을 더 얹어줄 의향이 있어서예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그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억 단위로요.”이 액수는 우지윤에게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낡고 허름한 월세방에 살 만큼 가난한 우지윤에게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했다.백미경은 이 정도의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면 우지윤이 결코 거절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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