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늘, 연성희는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옷가지도 급히 걸쳐 입은 듯 엉망이었고 얼마나 허겁지겁 달렸는지 안색은 사색이 되어 가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과거 우아하던 귀부인의 자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연채린은 어머니의 등장에 비로소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은 듯, 벌떡 일어나 붉어진 눈으로 외쳤다.“엄마,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최근 며칠 동안 연성희는 수백 킬로미터, 거의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타지로 출장을 가 있는 상태였다.연성희는 충혈된 눈으로 숨을 몰아쉬며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네 할아버지는? 아직 안 깨어나셨니?”연채린은 눈시울을 붉힌 채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아직요.”그 대답에 연성희는 끈 떨어진 인형처럼 두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겨우 열어 읊조렸다.“내가 너희 아빠를 망쳤구나.”연채린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엄마...”연성희가 말했다.“얼마 전에 네 할아버지가 아빠를 찾아와 얘기하실 때, 난 그저 평범한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줄 알고 아빠더러 수락하라고 부추겼어.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설마 이런 일일 줄은...”늘 도도하기만 하던 어머니가 고개를 떨군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흐느끼자 연채린 역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금 아빠는 어떻게 되었어요?”연성희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이미 경찰에 연행되었단다.”연채린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연성희의 눈가로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다 내 탓이야...”연채린은 무의식중에 반박했다.“아니요, 엄마. 엄마 탓이 아니에요. 그건, 그건...”그녀는 뒷말을 차마 잇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병실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연동욱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말로 용기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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