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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411 - Chapter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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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1화

자정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안요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서현주가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베란다에 난방이 들어오지 않아 한기가 감돌았다. 그녀는 옷을 여미며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일 다 봤어요?”안요한이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휴대폰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꽤 시끄럽게 들려왔다.그가 조용한 곳을 찾아 자리를 옮겼는지 금세 조용해졌다. 그의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니. 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잠깐 빠져나왔어.”서현주가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웃으면서 말했다.“새해 복 많이 받아요. 요한 씨랑 또 이렇게 한 해를 보냈네요.”안요한이 히죽 웃었다.“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벌써 6년째야.”“시간 참 빨라요.”옛이야기를 떠올리던 서현주는 처음 만났을 때 거만하고 까칠하던 안요한의 모습이 생각나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처음 만났을 때 요한 씨 나 완전 깔봤었는데.”그 시절의 안요한 역시 훗날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사귄 지 몇 달 만에 프러포즈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서현주의 말에 안요한이 후회막심한 표정을 지었다.“처음 널 만났을 때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런 꼴이 아니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꾸미고 나갔을 거야.”서현주가 피식 웃었다.귓가에 맴도는 그녀의 생기 넘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으며 안요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너무 늦기 전에 정신 차려서 다행이지.”“그래서 그 뒤로 매일 쫙 빼입고 다닌 거예요?”생각해 보면 최근 몇 년간 안요한은 현실판 남자 모델 그 자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성 들여 꾸미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안요한이 당당하게 인정했다.“응. 꽤 효과가 있더라고.”서현주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한참 얘기를 주고받던 그때 안요한 쪽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안요한이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설 이튿 날에 봐.”“그래요.”서현주는 전화를 끊고 나서야 뒤늦게 추위를 느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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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2화

서현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지훈이 시간이 흐를수록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서현주를 속으로 감탄했다. 그가 먼저 꺼낸 얘기니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도움이 필요해?”서현주가 잠시 멈칫했다가 입을 열었다.“유이영은 대표님 아들의 친엄마예요.”연지훈이 황축복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는 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연지훈의 모든 행동과 그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유이영은 그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여자이자 하나뿐인 아들의 친엄마였고 그들은 부부로 5년을 함께 살았다. 연지훈이 그녀를 도울 이유가 없었다.지금까지도 서현주는 연지훈을 완전히 믿지 못했다.연지훈이 말했다.“현주야, 날 이렇게까지 경계할 필요 없어.”서현주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대표님, 만약 대표님이 제 입장이 되어서 제가 지난 몇 년간 겪었던 일들을 똑같이 겪는다면 아마 저보다 훨씬 더 경계하셨을 겁니다.”연지훈이 한참 동안 입을 다물었고 서현주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서현주가 전화를 끊기 직전 연지훈이 말했다.“네가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난 널 도울 거야. 이젠 날 그만 경계했으면 좋겠어.”그녀는 거실로 들어가면서 뭐라고 대답했었는지 되짚어보았다. 아마 생각해 보겠다고 했던 것 같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설 다음 날이 되었다. 안요한이 서현주네 집 밑에 도착했을 때 마침 강혜인과 딱 마주쳤다.강혜인이 안요한의 차 트렁크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명절 선물들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그 바람에 그녀가 들고 있는 선물 상자 두 개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그녀가 물었다.“이걸 다 어떻게 들고 올라가려고요?”“혜인 씨한테 들어달라고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강혜인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혹시 오늘 현주 어머니한테 정식으로 인사드리러 온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거고?”그때 멀지 않은 곳에 승합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이 내렸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트렁크에 있던 선물들을 척척 꺼내 들고 위층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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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3화

황축복이 봉투를 선뜻 받지 않고 서현주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서현주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받아. 혜인 언니가 주는 거니까.”아이가 그제야 봉투를 받자 서현주가 넌지시 일러주었다.“받으면 뭐라고 해야 하지?”황축복이 진지한 눈빛으로 강혜인을 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강혜인이 다시 아이를 품에 꽉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아이고, 귀여워라. 어쩜 이렇게 말도 잘 듣고 예쁠까.”서현주가 어이없다는 듯 주의를 주었다.“애 놀라겠다. 살살 좀 해.”황축복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언니.”강혜인이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서현주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들었지?”서현주가 달리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엄진경이 벌써 안요한을 소파에 앉혀 놓고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엄진경이 눈웃음을 활짝 지었고 안요한 역시 어른을 대하는 깍듯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한참 얘기하던 엄진경이 안요한과 서현주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너희 둘도 이젠 서로를 알 만큼 다 알았고 만난 지도 꽤 됐으니 슬슬 날 잡아야지.”그 말에 흠칫 놀란 서현주는 안요한의 표정도 살피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저희 아직 안 급해요. 그건 나중에 천천히 얘기해요.”엄진경이 웃음기를 싹 거두고 그녀를 노려봤다.“너 벌써 20대 중반이야. 얼마 안 있으면 30대인데 안 급해?”서현주가 그녀의 옆에 앉아 오렌지를 손에 쥐여줬다.“진짜 안 급하다니까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애 낳는 추세예요. 저 아직 한창때라고요.”“너만 안 급하면 다야? 요한이가 급할 수도 있잖아.”엄진경이 서현주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요한이 좀 봐. 오늘 명절 인사 온다고 양손 무겁게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거 안 보여?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 어떡할래?”서현주가 안요한을 쳐다보자 안요한이 다정하게 말했다.“아줌마, 저도 안 급해요. 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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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4화

두 사람은 한참을 산책한 뒤에야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차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섰을 때쯤 저 멀리 차 옆에 우뚝 서 있는 훤칠하고 꼿꼿한 실루엣 하나가 서현주의 시야에 들어왔다.거리가 가까워지고서야 서현주는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봤다.‘하경에 있지 않았어? 왜 여기에 있는 거지?’서현주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안요한을 살폈다.안요한 역시 그를 발견했다. 두 눈에 담겼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가시고 서늘한 기색이 내려앉았다.그는 연지훈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고 곁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서현주도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연지훈도 돌아보지 않았다.연지훈이 차에 비스듬히 기댄 자세로 두 사람이 탄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서현주가 기어 노브 위에 올려진 안요한의 손을 살포시 감싸 쥐며 낮게 속삭였다.“저 사람이 올 줄 몰랐어요, 난.”안요한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뒤집어 깍지를 꼈다.“그래. 난 널 믿어.”서현주는 연지훈이 무슨 꿍꿍이로 여길 찾아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집에 올라가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단지 입구에 세워져 있던 연지훈의 차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애초에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텅 비어 있었다.서현주는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지 않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로부터 30분 뒤 연지훈에게서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그냥 얼굴 보러 온 거였어.]서현주가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설 연휴가 어느새 며칠이 지나갔다. 서현주는 그동안 잠시 묻어두었던 일들을 다시 꺼냈다.유이영의 2심 재판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정서아에 관해서는 약간의 실마리를 잡긴 했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덮어버린 탓에 아직 판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정보를 찾아내지 못했다.서현주는 내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레스토랑에서 그녀의 옆에 나란히 앉아 있던 안요한이 웨이터에게 메뉴판을 건네준 뒤 서현주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귓가에 속삭였다.“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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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5화

정서아가 턱을 치켜들고 남자친구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주문하라는 뜻이었다.남자친구가 미소를 머금은 채 메뉴판을 밀어내고 정서아의 손을 잡았다.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이었지만 잇속을 차리려는 탐욕은 완전히 숨기지 못했다.정서아의 표정과 태도만 보아도 이 관계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쪽이 정서아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서현주가 직원을 불렀다.그녀의 테이블을 담당한 직원은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간 청순한 인상의 젊은 여직원이었다.서현주가 가까이 오라며 손짓하자 여직원이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직원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얘기를 다 듣고 난 여직원이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손님, 그건 좀 곤란합니다. 전 일개 직원일 뿐인데 혹시 들키기라도 하면...”서현주가 가방을 열더니 안에 꽉 차 있는 현금다발을 보여주었다.“내 부탁을 들어주면 이거 다 줄게요.”여직원의 눈동자에 순간 탐욕의 빛이 번쩍였다. 그러고는 영업용 미소를 장착하고 메뉴판을 거두었다.“알겠습니다, 손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서현주는 여직원이 주방 쪽으로 갔다가 자연스럽게 정서아의 테이블 근처로 다가가 조용히 대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녀의 시선을 알아챈 여직원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서현주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였다.그렇게 수십 분이 흘렀다. 식사를 마친 정서아가 도도한 태도로 남자친구의 팔짱을 낀 채 레스토랑을 나갔다.곧이어 여직원이 다가와 서현주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토씨 하나까지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대강의 대화는 이렇습니다. 감안하고 들어주세요.”남자친구가 말했다.“아빠한테서 돈 받았어?”정서아가 턱을 치켜들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그 인간은 내 말이라면 꼼짝도 못 해.”“다행이네. 그럼 그 자동차 선수금 말이야... 어떻게 할 거야?”“자기한테도 돈 있잖아. 왜 자꾸 나한테 돈을 달래?”“나 돈 다 쓴 거 자기도 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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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6화

서현주가 조사 자료에 첨부된 사진을 들여다봤다. 레스토랑에서 봤던 정서아의 현재 남자친구가 이성 금융의 직원이었다.줄기를 타고 들어가듯 조사를 이어간 끝에 이성 금융의 법인 계좌와 장하준의 개인 계좌, 그리고 그간의 거래 내역이 줄줄이 드러났다. 회사 장부도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서현주는 정서아가 어머니의 치료비로 얼마가 필요했는지 이미 파악해 둔 상태였다. 그 액수를 기준으로 삼아 장부를 꼼꼼히 훑어 내려갔다.몇 페이지 넘겼을 무렵 마침내 세 번째 페이지에서 석 달 전 송금된 한 내역을 발견했다. 정서아 어머니의 병원비와 거의 맞아떨어지는 액수였는데 해외의 한 은행 계좌에서 흘러들어온 돈이었다.휴대폰 너머로 안요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한테 맡겨. 결과 내일 알려줄게.”“고마워요. 수고해줘요.”별 기대를 하지 않고 진행한 조사였건만 들추고 나니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온갖 구린 일들이 뿌리째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정서아 대신 해외에서 돈을 갚는 계좌를 미처 숨기지 못한 상태였는데 그 계좌의 주인이 다름 아닌 정경록이었다.이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안요한은 또 다른 사실까지 포착해 냈다.약 한 달 전 정서아가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현지 주민들이 주최한 심야 파티에 참석했다.그곳에서 술을 지나치게 마셔 제정신이 아니었던 정서아는 누군가 악의를 품고 약을 탄 술까지 마시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오직 그녀 혼자뿐이었다.몸에 남아 있는 생생한 감각이 지난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주고 있었다.화가 난 정서아는 며칠 동안 현지에 체류하며 파티를 열었던 백인 남성을 찾아냈다. 그리고 술병으로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머리가 깨져 피가 바닥으로 흥건하게 흘러내렸고 백인 남성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목격자가 백인 남성을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비록 정당한 이유가 있었고 추후 조사에서 백인 남성이 실제로 그녀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지만 법이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정서아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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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7화

사실 서현주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유이영과 관련된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연씨 가문 아니면 유씨 가문일 터.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뒤에서 손을 쓴 증거를 찾아 이 계좌가 그들의 소유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일이었다.서현주는 실마리를 찾는 게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았기에 충분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요량이었다.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앞으로 마주할 험난한 일쯤은 두렵지 않았다.그렇게 소식을 기다리며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고대하던 소식 대신 뜻밖에도 유이영의 부모가 서현주를 찾아왔다.차연희가 난처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프런트에 어떤 중년 부부가 찾아오셔서 대표님을 뵙겠다고 하십니다. 예약하지 않아서 프런트 직원이 돌아가라고 했는데 대표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절대 못 간다면서 지금 프런트에서 난리를 피우고 계세요. 프런트 직원이 감당이 안 돼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서현주가 물었다.“중년 부부라고요? 이름을 얘기하던가요?”차연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오자마자 다짜고짜 대표님만 찾으시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셔서 저희도 누구신지 몰라요...”서현주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알았어요.”마침 지금 시간이 나서 직접 내려가 보기로 했다.프런트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게 보였고 고함 소리도 점차 또렷하게 들려왔다.“서현주더러 나오라고 해. 내가 만나겠다는데 왜 막아? 지금 당장 만나야겠으니까 나오라고 해.”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목소리 톤만 들어도 그녀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서현주가 가까이 다가갔다가 발걸음을 멈췄다.주변에서 구경하던 직원들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당황스럽고도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길을 터주었다.서현주의 시선이 로비 한복판에 서 있는 중년 부부에게 닿은 순간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유이영의 부모였다.백미경의 얼굴에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현주를 보자마자 옆에 있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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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8화

주위를 둘러싼 구경꾼들 대부분이 하유 그룹의 직원들이었다. 다들 고학력자에 직장에서 구를 만큼 굴러본 눈치 백 단의 인재들이었기에 서현주의 말에 담긴 뜻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처음엔 행패를 부리러 온 사람들이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어 저리 당당한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찔리는 게 있으면서 목소리만 컸던 것이었다.유태준과 백미경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서현주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백미경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로 서현주를 노려보았다.“내가 오늘 왜 왔는지 알고 있잖아.”서현주는 시치미를 떼기로 마음먹었다. 남의 회사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웠으니 그에 따른 대가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대체 무슨 일이에요? 듣고 있으니까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씀하세요.”유태준과 백미경이 화가 많이 났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반면 서현주는 여유만만한 태도로 그들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그때 차연희가 적절한 타이밍에 나서서 덤덤하게 말했다.“두 분 대표님을 뵙겠다고 난리를 피우시지 않았나요? 대표님이 직접 내려오셨으니 얼른 용건을 말씀하시죠. 대표님 곧 회의에 들어가셔야 해서 두 분께 내어드릴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비서의 말투가 무덤덤했지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그 말 속에 담긴 경멸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그 말에 백미경의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서현주, 끝까지 시치미를 떼겠다는 거지?”서현주 역시 그들과 입씨름하며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기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하실 말씀 있으면 빨리하세요. 저 정말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백미경이 다시 다가와 서현주의 손목을 붙잡으려 했다. 서현주는 이번에도 가볍게 피한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난색을 보였다.“됐어요. 제가 선심 한 번 쓰죠.”그러고는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다들 그만 해산하시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 일들 보세요. 두 분이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시겠다는데 방법이 없죠.”회사 대표의 말을 거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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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9화

사실 서현주는 속으로 깊은 환멸을 느꼈다. 이토록 어리석고 악독한 자들이 서현주의 친부모라니.이런 친부모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유태준과 백미경이 어두운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서현주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서현주가 가느다란 손목에 찬 시계를 슬쩍 내려다보며 귀띔했다.“저 5분 뒤면 회의하러 가야 해서 여기서 마냥 기다려드릴 시간이 없어요.”유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백미경을 뒤로 끌어당겼다.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패를 다 읽은 이상 말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유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서현주, 얼마를 주면 우리 유영이를 놔줄 셈이야?”비록 유씨 가문에서 쫓겨난 그들이었지만 반평생 동안 모아둔 자산이 있었다. 보통 사람이 몇 대를 일하지 않고도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을 만큼의 거금이었다.돈이 쓸모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현재 서현주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고 회사의 규모도 거대하지만 유태준은 그가 가진 돈으로 서현주의 마음을 충분히 흔들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유태준의 말에 백미경 역시 서현주의 안색을 살폈다.서현주가 눈썹을 슬쩍 치켜올렸다.‘날 찾아온 진짜 목적이 이거였구나.’그녀가 가볍게 웃었다.“첫째, 당신들 딸이 죄를 지어서 감옥에 갇힌 건데 놔준다는 표현은 좀 아니죠. 둘째, 유이영을 위해서 얼마까지 쓸 수 있으세요?”앞부분의 말만 들었을 땐 유태준과 백미경 모두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뒷부분을 듣자마자 아직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백미경이 다급하게 말했다.“아주 많이. 우리가 가진 돈을 전부 다 너한테 줄 수 있어. 그러니까 뒷조사를 여기서 멈춰.”서현주는 그저 옅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을 쳐다봤다. 그들의 말을 듣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높은 곳에 서서 추태를 부리는 그들을 차분히 구경하는 듯한 태도였다.그 모습에 심장이 쿵 내려앉은 백미경이 서현주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그들이 제시한 조건을 듣고도 서현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가 파헤치는 방향이 정확했다고 더욱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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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전생에 있었던 일만으로도 서현주는 유이영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지난 생에서 지은 죄는 이번 생에서 그 죗값을 치르도록 해.’설령 전생의 일을 배제하더라도 이번 생에서도 유이영이 많은 악행을 저질렀기에 절대 순순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정을 운운하는 건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그녀와 유이영 사이에 무슨 놈의 정이 있단 말인가?물론 이 얘기를 유태준과 백미경에게는 하지 않았다. 서현주가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무슨 일을 하든 두 분과 상의할 이유가 없어요.”백미경이 마침내 폭발했다. 목소리가 회의실 문짝을 찢어발길 것처럼 날카로웠다.“서현주, 우리 유영이를 놔주지 않는다면 나도 널 가만 안 둘 줄 알아.”목소리가 어찌나 높은지 방음이 잘되는 회의실 벽을 뚫고 바깥까지 소리가 흘러나갔다. 직원들이 경악한 눈빛으로 쳐다봤다.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연희가 가장 똑똑히 들었다. 그녀 역시 꽤 놀랐다.하지만 이내 일할 때의 냉철함과 엄숙함을 되찾고는 굳은 얼굴로 직원들을 둘러보았다.“다들 자리로 돌아가서 업무 보세요.”서현주의 비서인 차연희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던 직원들이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사람들이 모두 물러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차연희가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회의실 문을 쳐다봤다.이미 한번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서현주가 백미경의 협박 따위에 눈 하나 깜짝할 리 없었다.그녀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마음대로 하세요.”유태준과 백미경은 분통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다.백미경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서현주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분노 때문에 유태준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다시 한번 서현주에게 물었다.“정말 우리 제안을 거절할 거야?”“이만 돌아가 주세요.”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유태준이 이성을 완전히 잃은 백미경을 억지로 끌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던 서현주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동안 꽤 오랫동안 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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