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축복이 봉투를 선뜻 받지 않고 서현주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서현주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받아. 혜인 언니가 주는 거니까.”아이가 그제야 봉투를 받자 서현주가 넌지시 일러주었다.“받으면 뭐라고 해야 하지?”황축복이 진지한 눈빛으로 강혜인을 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강혜인이 다시 아이를 품에 꽉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아이고, 귀여워라. 어쩜 이렇게 말도 잘 듣고 예쁠까.”서현주가 어이없다는 듯 주의를 주었다.“애 놀라겠다. 살살 좀 해.”황축복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언니.”강혜인이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서현주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들었지?”서현주가 달리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엄진경이 벌써 안요한을 소파에 앉혀 놓고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엄진경이 눈웃음을 활짝 지었고 안요한 역시 어른을 대하는 깍듯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한참 얘기하던 엄진경이 안요한과 서현주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너희 둘도 이젠 서로를 알 만큼 다 알았고 만난 지도 꽤 됐으니 슬슬 날 잡아야지.”그 말에 흠칫 놀란 서현주는 안요한의 표정도 살피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저희 아직 안 급해요. 그건 나중에 천천히 얘기해요.”엄진경이 웃음기를 싹 거두고 그녀를 노려봤다.“너 벌써 20대 중반이야. 얼마 안 있으면 30대인데 안 급해?”서현주가 그녀의 옆에 앉아 오렌지를 손에 쥐여줬다.“진짜 안 급하다니까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애 낳는 추세예요. 저 아직 한창때라고요.”“너만 안 급하면 다야? 요한이가 급할 수도 있잖아.”엄진경이 서현주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요한이 좀 봐. 오늘 명절 인사 온다고 양손 무겁게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거 안 보여?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 어떡할래?”서현주가 안요한을 쳐다보자 안요한이 다정하게 말했다.“아줌마, 저도 안 급해요. 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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