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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431 - Chapter 1440

1458 Chapters

제1431화

병실 안은 울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연동욱은 낮게 기침을 내뱉고는 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지훈이가 무슨 짓이라도 저지른 거냐?”연채린은 멈칫하더니 눈물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오빠랑 무슨 상관이에요?”연동욱이 몸을 일으키려 버둥거리자 연채린과 연승재가 급히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할아버지, 조심하세요.”연동욱은 제대로 앉기도 전에 연승재의 팔을 붙잡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고?”차정인이 앞으로 나와 눈물을 훔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아버님, 임재용 씨가 경찰한테 잡혀갔습니다.”연동욱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눈가에 깊게 팬 주름까지 함께 떨리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낮고 거칠게 흘러나왔다.“왜?”연동욱의 시선을 마주한 차정인은 순간 심장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그녀는 결심한 듯 모든 것을 내던지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아버님, 정말 무슨 일 때문인지 전혀 모르시는 거예요?”차정인은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었다.“이영이 일 때문이에요. 누군가 증거를 제출했어요. 이영이의 진단서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증거도 확실해요. 임재용 씨 명의의 해외 계좌에서 유이영의 주치의에게 거액이 송금된 정황이 확인되였고 주치의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경찰에 끌려간 거예요.”숨이 턱 막혀온 연동욱은 연승재의 손을 꽉 붙잡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차정인 역시 더는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연동욱이 가까스로 숨을 고르자 차정인은 곧바로 물었다.“아버님, 제가 묻고 싶은 건 임재용 씨는 원래 이영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왜 해외 계좌가 임재용 씨 명의로 되어 있는 건가요?”그녀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물음이 있었다.‘왜 아버님이 아니라 임재용인가요? 유이영을 뒤에서 돌봐 온 사람은 분명 아버님이셨잖아요. 그런데 왜 임재용의 이름인가요?’연동욱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고 차정인의 숨은 뜻을 모를 리 없었다.연채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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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2화

연지훈이 온 이유는 그저 연동욱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그는 이미 주치의에게서 연동욱에게 큰 이상은 없다는 말을 들은 상태였고 그저 몇 마디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연지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무심하게 말했다.“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아니었어도 그 사람은 결국 알아냈을 겁니다.”연동욱이 깊게 숨을 들이쉬며 물었다.“그래서 결국 네가 한 짓이라는 거지?”연지훈은 담담하게 답했다.“괜찮으신 것 같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회사에 처리할 일이 남아 있어서요.”연지훈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 연동욱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물건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이 망할 놈아! 연씨 가문은 언젠가 반드시 저 여자 손에 무너질 거다. 내가 그때 차라리 허락하지 말아야 했어. 절대 허락하지 말아야 했는데...”그가 말한 것은 바로 그날 밤이었다.결국 한발 물러서 연지훈이 서현주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을 허락했고 그녀를 손주며느리로 인정해 주겠다고 했던 바로 그 날밤.연지훈은 고요한 눈으로 연동욱을 바라보더니 문득 짧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할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셨어도 저는 현주를 데려왔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아무리 데려오고 싶어도 싫다고 했던 사람이 서현주예요.”처음부터 끝까지 연씨 가문으로 돌아오기 싫어한 사람은 서현주였다.주도권 역시 언제나 그녀의 손에 있었다.말을 마친 연지훈의 눈앞에 갑자기 그 맑고 투명한 두 눈이 스쳤다.다시 만난 이후로 그 예쁜 눈동자에는 늘 배척과 경계가 가득 담겨 있었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원래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연지훈이었지만 그 눈을 떠올리자 입가의 선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연동욱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그래서 이제 와서 그 여자 편에 서서 연씨 가문 사람들까지 해치겠다는 거야?”연지훈은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할아버지, 빚은 언젠가 갚아야 하는 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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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무엇보다 연씨 가문 관점에서 임재용의 일은 결국 하나의 추문에 불과했고 외부에만 알려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기껏해야 연지훈이 서현주에게 휘둘려 그녀 편을 들어줬을 뿐이라고 둘러대면 해결될 문제였다.그런데 고작 이런 일로 가문을 지키기도 벅차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연채린은 의문을 품고 연동욱에게 물었다.유이영을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해도 연씨 가문까지 위기에 빠지는 일은 아니지 않냐고.연동욱은 눈을 감은 채 무겁게 입을 열었다.“너희들 요즘 지훈이를 잘 지켜봐. 아니다, 지금 당장 가서 지켜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그 말에 연채린의 불안은 더욱 짙어졌다.“할아버지,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연동욱은 짧게 말했다.“가라면 가.”말을 마친 그는 가슴을 짚으며 거칠게 기침을 쏟아냈다.연채린은 깜짝 놀라 얼른 다가가 연동욱의 등을 두드리며 그를 진정시켰다.“할아버지, 진정하세요.”한참 만에 기침을 멈춘 연동욱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연지훈... 지훈이는 우리가 모두 서현주에게 잘못했다고 빌기를 바라는 거다.”연채린의 손끝이 크게 떨렸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연동욱은 눈을 감은 채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어서 가. 전부 회사로 가서 연지훈을 지켜봐. 무슨 일이 생기면 다른 임원들에게도 연락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해. 그 녀석이 어리석은 짓을 하지 못하게.”연채린은 더 묻고 싶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지금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 했다.그녀는 불안한 눈으로 연승재를 바라봤다. 연승재 역시 그녀 못지않게 당황한 얼굴이었다.연채린은 이를 악물었다. 연동욱이 저런 말을 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그녀는 연승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그리고 다시 차정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저희 이만 갈 테니까 할아버지 잘 돌봐 주세요. 그리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요.”말을 마친 연채린은 연승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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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그 생각을 하자 문은성의 가슴속에는 문득 억울함과 미련이 뒤섞인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양옆으로 늘어뜨린 두 손을 꽉 쥔 그녀의 목소리에는 쉽게 꺾이지 않는 고집이 묻어났다.“대표님,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요. 대표님한테 서 대표님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사람이에요?”‘연성 그룹의 명성과 폭락하는 주가보다도 더?’창밖에서 스며든 희미한 빛이 통유리창을 지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책상 뒤의 남자를 비췄다.분명 밝은 빛이었지만 연지훈은 오히려 더 차갑고 깊어 보였다. 날카로운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에서는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침묵이 흘러나왔다.문은성은 연지훈의 두 눈을 응시한 채 숨을 죽이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연지훈이 눈을 가늘게 좁히자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서늘한 기운이 번쩍 스쳐 지나갔다.분위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너랑 상관없는 일은 묻지 말고 일이나 제대로 해.”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경고는 분명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뺨을 맞은 듯 수치심이 발끝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문은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꽉 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고 손톱 끝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연지훈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다가 무언가 떠올린 듯 눈빛을 조금 누그러뜨렸다.“앞으로 업무와 상관없는 일은 묻지 마. 예전 일 때문에라도 넌 계속 그룹에 남을 수 있어. 그 외의 건 생각하지 마.”한마디로 충분했다. 연지훈은 이미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입 밖으로 꺼내기도 전에 거절했다.문은성의 얼굴에 당혹감과 수치심이 번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작게 대답했다.“네, 알겠어요.”“나가봐.”문을 닫고 나온 뒤에도 문은성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억울함과 답답함이 가슴속에서 들끓었다.‘정말 연지훈의 말대로 여기서 포기해야 하는 걸까?’그녀는 시골 관광지에서 일하는 식당 종업원의 딸이었다.홀어머니는 그녀에게 큰 기대를 걸었고 그녀는 시골을 벗어나기 위해 죽도록 공부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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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5화

프런트 직원은 원래 연지훈이 지금쯤 머리가 복잡할 테니 연채린을 만날 시간조차 없을 거라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연채린은 그녀의 말을 들을 여유도 없이 연승재의 팔을 붙잡고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 있었다.프런트 직원은 어쩔 수 없이 비서실에 연락해 연채린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리려 했다.그런데 몸을 돌리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 바지로 감싼 긴 다리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프런트 직원은 멍해 있는 연채린의 표정을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곧 두 눈에 커다란 안도감과 반가움이 번져 나왔다.“오빠, 드디어 나 보러 온 거예요?”연지훈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와 시선을 내렸다. 창백하게 질린 연채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돌아가.”연채린은 그 말을 할아버지 곁으로 돌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귓등으로 넘긴 채 마치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은 사람처럼 연지훈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오빠, 지금 밖에 난리 났어요. 많은 사람이 이번 일을 알게 되었단 말이에요. 그룹 주가도 하한가를 찍었어요. 빨리 방법을 찾아서 해결해야죠. 언론도 좀 막고 기사도 내리게 하고 영상이랑 게시글도 다 정리해야 하고... 더 퍼지면 안 되잖아요.”연지훈의 뒤에 서 있던 문은성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연채린은 연지훈의 팔을 붙든 채 계속 말을 쏟아냈다.“할아버지가 오빠를 좀 지켜보라고 했는데 도대체 뭘 지켜보라는 건지 모르겠어요...”“지켜볼 필요 없어.”연지훈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연채린은 조심스럽게 그를 올려다봤다.“왜요?”연지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기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떼어냈다.“할아버지 뜻은 나도 알아. 돌아가서 말씀드려. 네가 와도 아무 소용 없고 내가 하려던 일은 이미 다 끝냈어.”연채린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손바닥이 비어 버린 것처럼 허전했고 가슴도 함께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그녀는 연지훈의 팔을 잡으려 다시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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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6화

연채린과 연승재는 이 말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연지훈은 말한 것은 반드시 실행하는 사람이었다.결국 두 사람은 연지훈에게서 답도, 해결책도 얻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와 곧장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루빨리 연동욱에게 알려야 했다.백미경에게 전화를 건 것은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연채린의 심장은 더욱 세게 뛰기 시작했다.수화기 너머로 백미경의 애원과 불안이 뒤섞인 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채린아, 내가 네 전화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이제 어떡하면 좋니?”연채린은 목이 잠겨 겨우 말을 이어갔다.“아줌마, 저도 방금 알았어요. 저도...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은? 어르신은 뭐라고 하시니?”연채린은 눈을 감은 채 병실에서 들었던 연동욱의 말이 떠올랐다.그는 더 이상 유이영의 일을 신경 쓸 수 없다고 했고 연채린 역시 방법이 없었다.정말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 같았다.연채린은 눈가가 붉어지더니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져 손등 위로 번졌다.그녀는 무릎 위에 올려둔 옷자락을 힘껏 움켜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아줌마. 정말 죄송해요...”백미경은 초조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뜻인데?”더 이상 통화를 이어갈 수 없었던 연채린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린 뒤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훔쳐냈다.옆에 앉아 있던 연승재는 말없이 휴지를 꺼내 건넸다.연채린은 그것을 받아 얼굴을 닦았다. 눈물과 콧물에 휴지가 금세 젖어 버렸다.병원에 도착한 뒤 연채린은 몇 번이고 심호흡하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드리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최대한 평온한 척하려 했지만 붉어진 눈가와 코끝은 감출 수 없었다.병실 안.연동욱은 아직 깨어 있었다. 그는 탁해진 눈으로 창밖만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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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7화

“봤어?”강혜인은 벽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서현주를 바라보았다.한편, 서현주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화면에는 연성 그룹 관련 기사들이 끝없이 올라와 있었다.관심도와 화제성은 예상 이상이었다. 강혜인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사안이 심각한 건 맞지만 연지훈 정도 되는 사람이면 원래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게 두지는 않았을 거야. 어쩌면 연씨 가문 내부에서 뭔가 꼬인 걸 수도 있고 일부러 일을 키운 걸지도 모르지.”서현주는 기사 몇 개를 더 훑어본 뒤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말했다.“그건 그들 일이지 이제 나랑은 상관없어.”강혜인도 서현주의 말을 정확히 이해한 듯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난 처음에 이번 일은 유씨 집안 사람들이 저지른 줄 알았어. 그런데 연씨 가문도 참 대단해. 유이영을 얼마나 아끼면 이런 상황에서도 도와주려고 나선 거야. 결국 자기들까지 같이 휘말린 꼴이라니. 악인은 결국 벌받는 법인가 봐. 이번 일 지나고 나면 다들 좀 얌전히 살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사고 치지 말고.”말을 마친 강혜인은 소파로 가서 앉더니 자신의 컵에 물을 따르며 중얼거렸다.“진짜 이해가 안 돼. 유이영 일은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왜 자꾸 계속 터지는 거야? 매번 일이 터질 때마다 내 심장도 놀라서 터질 것 같아. 이번 일을 끝으로 정말 조용히 살아줬으면 좋겠다. 더 이상 날 놀라게 하지 말고.”서현주는 강혜인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말이 씨가 될 수도 있어.”강혜인은 왠지 모를 불길함에 가슴을 누르며 말했다.“설마. 내가 그렇게 재수 없는 사람은 아니야.”서현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금 상황은 너무 복잡했고 무슨 일이 터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유태준과 백미경은 이미 궁지에 몰려 있었기에 그 정도까지 몰린 사람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알 수 없었다.문득 엄진경이 걱정됐던 서현주가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차연희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미간을 구진 채 걱정이 짙게 드리워진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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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서현주는 수화기 너머로 황축복의 웃음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아이의 들뜬 웃음이 귀에 맴돌자 차마 흥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해 지기 전에 들어가세요.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요. 그리고 주변도 좀 살펴보시고요. 이상한 사람 보이면 바로 자리를 뜨세요.”엄진경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알았어, 알았어. 괜히 걱정하지 마.”전화는 금세 끊겼다. 하지만 서현주는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예전에 안요한이 그녀를 보호하라고 붙여 둔 사람들이 있었다.서현주는 안요한에게 연락해 그들의 연락처를 받은 후, 그중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엄진경과 황축복이 있는 쇼핑몰로 가서 두 사람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서현주가 연락한 그 남자의 별명은 블랙이었다.태어날 때부터 피부가 까무잡잡했고 아무리 관리해도 하얘지지 않아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이었다.블랙은 이미 안요한에게서 서현주의 부탁은 가능한 한 들어주라는 말을 들은 상태였다.사정을 들은 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쇼핑몰로 향했고 금세 엄진경과 황축복을 찾아냈다.블랙은 근처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주변을 살폈다. 한참을 지켜봤지만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잠시 뒤, 점심시간이 다 된 걸 확인한 그는 곧바로 근처 식당에 들어가 식사했다.서현주가 외출했을 때면 곁을 따라다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이 며칠이 그에게는 가장 편안한 나날이었다.서현주가 회사에 있으면 그는 회사 건물 아래에서 게임하거나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다른 곳에 가도 마찬가지였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다니다가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는 게 전부였다.가장 번거로운 일이라면 밖에서 빌린 보조배터리를 반납할 기기를 찾는 정도였다.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호 대상만 바뀌었을 뿐 결국 심심한 건 똑같았다.식사를 마친 블랙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 키즈카페 쪽을 바라봤다.시선을 둘러보던 그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엄진경과 황축복이 보이지 않았다.블랙은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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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9화

청년은 문을 닫은 뒤 운전석으로 돌아가 앉았다.서현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거예요?”안정수는 천천히 눈을 뜨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현주 양과 식사나 한 끼 할까 하고 불렀네. 혹시 시간 괜찮은가?”서현주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앞을 바라봤다.차는 이미 출발한 상태였고 그녀에게 거절할 여지는 애초에 없었다.서현주는 옅게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안요한 씨의 할아버지로서 저를 부르신 거라면 시간 있어요.”안정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의미심장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서현주 역시 미소로 답했다.안정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연히 안요한의 할아버지로서 찾아온 거네.”서현주는 가볍게 미소 지은 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차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한 식당 앞에 멈춰 섰다.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식당이었는데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직원들은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움직였고 실내에는 은은한 피리 소리만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직원의 안내를 받아 두 사람은 룸으로 들어갔다.자리에 앉자마자 안정수는 본론을 꺼냈다.“현주 양은 내가 왜 찾아왔는지 짐작하고 있겠지. 바쁜 사람의 시간을 빼앗고 싶진 않으니 바로 이야기하겠네.”서현주는 직원이 건네준 물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며 조용히 시선을 들어 안정수를 바라봤다.안정수는 마치 사람을 평가하듯 흐릿해진 눈으로 서현주를 한참 살핀 뒤 다시 입을 열었다.“요한이가 현주 양을 정말 좋아하더군.”서현주는 잠시 멈칫하다가 물잔을 내려놓으며 햇살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저도 잘 알고 있어요.”확신에 찬, 전혀 머뭇거림이 없는 어조였다.안정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현주 양이 마음에 들지 않네.”서현주의 미소는 흐트러지지 않았다.“그것도 알고 있어요.”안정수가 서현주를 응시하며 물었다.“그 이유는 궁금하지 않은가?”“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궁금했었어요. 왜 저를 싫어하시는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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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0화

서현주의 눈가에 맺혀 있던 옅은 웃음은 서서히 사라지고 차분하고 고요한 표정만이 남았다.“그렇게 할게요. 저도 계속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어요. 언젠가 정말 모든 문제가 정리되는 날이 오면 안요한 씨와 함께 할아버지를 찾아뵙겠습니다.”안정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그 눈빛은 마치 그녀의 진심을 가늠하는 듯했고 정말 그렇게 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듯싶었다.그러다 서현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예전에 안정수는 서현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따로 만나 이야기할 기회도 주지 않았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만나러 왔고 심지어 기회까지 주려는 태도였다.‘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안정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다 그 녀석 때문이지.”서현주는 잠시 멈칫하다 물었다.“안요한 씨요?”요즘 안요한이 워낙 바빠서 전화할 시간도 거의 없었다. 일 때문이라 했고 서현주도 본인의 일이 있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안정수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현주 양도 신가영에 대해선 들어서 알고 있겠지. 얼마 전에 안요한 친구가 주최한 자선 만찬회가 있었네. 신씨 가문 사람들도 초대받아 참석했지. 그런데 그 자리에서 가영이가 요한이 녀석에게 대중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청혼을 했네. 만약 나라면 설령 거절하더라도 여자 쪽과 그 집안 체면을 생각해서 조용히 데리고 나와 거절했을 거야. 그래야 양가 체면이 서니까.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나는 요한이 녀석이 알아서 잘 대처할 줄 알았네. 그런데...”안정수의 목소리에 부쩍 힘이 들어갔다.“그 미련한 놈이 대중 앞에서 대놓고 거절한 것도 모자라 글쎄... 글쎄...”서현주는 호기심이 발동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뭐라고 했는데요?”안정수는 기가 찬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그날 밤, 연회장에는 안씨 가문과 신씨 가문의 묘한 기류를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던 수많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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