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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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서현주가 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봤다.연지훈의 눈빛은 짙게 가라앉아 있었고 유이영은 입을 꾹 다문 채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유이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현주 씨, 이분은 지훈 씨의 어머님이세요. 그래도 어른한테는 예의를 좀 지켜야죠.”“굳이 그럴 필요 없어.”차정인이 냉랭하게 잘랐다.“쟤가 그런 말을 들으면 서현주가 아니지.”서현주는 코웃음을 쳤다.그때 다시 한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서현주 참가자는 지금 바로 무대로 입장해 주세요.”그러자 서현주는 더는 말섞을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무대 쪽으로 향하는 그녀의 걸음은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었다.예선 때와 같은 무대였지만 분위기는 그때와 많이 달랐다. 객석에 아무도 없었고 심사위원들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예선 날처럼 웅성거림도 없고 이상한 시선도 없었으며 고장 났던 피아노도 말끔히 수리되어 있었다.서현주는 무대 중앙에 서서 심사위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의자에 앉았다.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무난하게 중간 점수를 받을 만한 곡을 선택했다. 클래식의 정석이라 불리는, 피아노 전공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반드시 배우는 곡이었다.그것은 배우기는 쉽지만 제대로 잘 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곡이라 수많은 연주자들이 도전했지만 작곡자의 칭찬을 들은 사람은 손에 꼽았다.그러나 그 곡은 서현주에게 익숙했다. 너무 익숙해서 평소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고지현조차 감탄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서현주, 넌 정말 보통 애가 아니야. 이 곡의 포인트를 다 짚어내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너는 정말 놀라워.”그 말을 떠올리자 서현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때 심사위원석 쪽에서 장미연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현주 씨, 시작하세요.”그러자 서현주는 숨을 고르고 피아노 건반을 응시했다.그녀는 오늘 곡의 절반 정도만 제대로 연주하기로 결심했다. 완벽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게. 그래야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실수 없이 중간 점수를 받을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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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와 동시에 날카로운 남자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서현주! 네가 감히 또 대회에 나와?”갑작스러운 소리에 장내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차분히 흐르던 루체 콩쿠르의 피아노 선율 속에서 그 목소리는 유난히 거칠고 불협화음처럼 들렸다.순간적으로 서현주의 손끝이 떨렸고 심장이 ‘쿵쿵’ 하고 크게 뛰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호흡을 가다듬었고 손목을 세워 흐트러지려던 흐름을 억지로 붙잡았다.건반 위에서 멈추지 않는 손가락, 이어지는 매끄러운 음들, 서현주의 연주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장미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봤다. 뒤쪽 출입문 근처에서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는데 바로 최연석이었다. 그가 언제부터 문 뒤에 숨어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부러 타이밍을 노린 듯 서현주의 연주 중간에 난입했다.그의 손에 길이 2미터쯤 되는 붉은 네온사인이 들려 있었고 그 위에 큼지막하게 ‘비리’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붉은빛이 어둑한 객석을 새빨갛게 물들였고 무대 조명은 연주자만 비추고 있었기에 그 네온사인의 두 글자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빛났다.최연석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는 이를 악문 채 서현주를 노려봤다.하지만 그가 이토록 난리를 치는데도 정작 서현주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녀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그저 건반 위의 세상에만 몰입해 있었다.피아노의 선율은 끊기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럽고 절제된 리듬이 장내를 다시 감싸기 시작했다.심사위원들도 놀라 눈빛을 보였다. 처음에는 모두 연주가 중단될 줄 알았으나 서현주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모든 소음을 완전히 차단한 듯 오직 피아노 건반에만 집중하고 있었다.오히려 심사위원들 중 몇몇이 더 영향받는 것 같았다. 그걸 깨달은 순간, 장미연의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녀는 다른 심사위원들과 눈빛을 주고받았고 모두 무언의 합의를 하듯 자리로 돌아갔다.‘서현주가 저렇게 집중하는데 우리가 흔들리면 안 되지.’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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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보안요원 열댓 명이 달라붙었는데도 최연석은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미친 듯이 버둥거렸다. 그는 바닥을 구르며 사람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며 온몸으로 저항했다.최연석은 말을 못 하더라도 내는 소리는 충분히 컸다. 이에 보안요원들도 당황했고 몇 명이서 그를 붙잡고 있는데도 도무지 제압이 안 됐다.보안요원들이 괜히 그를 세게 눌렀다간 다치게 할까 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그 틈을 타 최연석이 몇 번이고 몸을 비틀어 빠져나왔다. 입이 풀린 그는 그 틈에 목청껏 외쳤다.“서현주가 심사위원이랑 짜고 친 거라고요! 다들 속지 마요!”그 고함은 피아노 소리를 덮어버릴 만큼 거칠고 날카로웠다.지켜보던 참가자들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일었다. 누군가는 놀라서 숨을 들이켰고 누군가는 눈을 반짝이며 속으로 잘 됐다는 듯 즐거워했다. 더 노골적인 몇몇은 비아냥까지 섞었다.웅성거림은 순식간에 퍼졌고 최연석의 발버둥치는 소리, 보안요원들이 제압하는 소리, 속삭임, 수군거림... 그 모든 잡음이 합쳐져 대회장 안은 엉망이 됐다.그 와중에도 서현주의 피아노 소리는 이어졌지만 더 이상 ‘조용한 무대’라 부를 수는 없었다.심사위원석에 앉은 장미연은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입을 꾹 다문 그녀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바로 보안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끌어내세요.”보안팀장이 다급히 대답했다.“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절대 다시 방해 못 하게 하겠습니다.”“지금 당장 처리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보안팀장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동료에게 눈짓하자 그쪽이 곧바로 달려들어 최연석을 바닥에 꽉 눌렀다. 그 사람은 더 이상 어떤 소리도 새어나오지 못하게 양손으로 그의 입을 거칠게 막았다.무대 위의 서현주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두 손은 건반 위에서 춤추듯 움직였고 피아노 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게 루체 콩쿠르 대회장 안에 흘러나왔다.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서현주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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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서현주가 선택한 이 곡은 배우기는 쉽지만 진짜 ‘맛’을 살려 연주하기는 몹시 어려웠다. 그래서 완벽하게 연주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지금 장미연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서현주의 연주 스타일이 바뀐 걸 단번에 느꼈다. 겉으로는 여전히 잔잔하게 들렸지만 세부적인 것들 하나하나가 완전히 달라졌다.곡의 미묘한 결, 숨은 감정, 악보 위에서 살아 숨 쉬는 포인트들... 그 모든 걸 서현주는 정확히 짚어냈고 연주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마치 겉으로는 고요해 보이지만 그 밑에서 거대한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같았고 그 파도는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서현주의 연주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무서울 정도였다.이 변화를 느낀 건 장미연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경꾼처럼 웃고 있던 참가자들도 모두 숨을 죽였다. 서현주를 향한 그들의 시선이 달라졌다.서현주는 단정하게 앉아 있었고 모든 생각이 그녀의 손끝으로 이어졌으며 그녀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살아 움직였다.원래 그녀는 곡의 후반부에서만 진짜 실력을 보여줄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소동으로 그 계획이 무너졌고 이대로라면 결승 진출은 불가능했다.그래서 서현주는 남은 연주의 4분의 3 구간에서부터 더 이상 실력을 숨기지 않기로 결심했다.그녀는 눈을 감았다. 이제 더는 건반을 볼 필요도 없었다. 서현주는 손가락의 힘과 속도를 느끼는 것만으로 거의 완벽한 연주를 이어갔다.뒤쪽에서는 최연석이 보안요원들에게 끌려나갔고 아까까지만 해도 즐겁게 구경하던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싹 사라졌다. 그들은 표정이 굳고 눈빛이 흔들렸다.그토록 자신만만하던 그들의 얼굴에 이제 자괴감과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다들 자신을 천재라 여겼고 서현주보다 뛰어나다고 믿어왔다.그런데 지금 서현주의 피아노 연주가 그 믿음을 산산이 깨뜨렸다. 그 소리는 거대한 손바닥처럼 그들의 자만심을 매섭게 내려쳤다.참가자들은 서로를 바라봤는데 눈빛 속에 두려움과 경계심이 뒤섞여 있었다. 그들도 이 곡을 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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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무대 아래의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주변이 다시 조용해졌을 때까지도 유이영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지 못했다.그저 갑자기 너무 조용해진 탓에 서현주의 피아노 선율이 또렷이 귀에 들어왔다. 몇 초 듣고 나서 유이영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절대음감을 가진 천재로 인정받은 그녀는 음의 미세한 흔들림이나 차이조차 바로 구분해낼 만큼 섬세한 청각을 지니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즉시 서현주의 연주가 이상하리만큼 전과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내가 잘못 들은 건가?’유이영은 고개를 돌려 숨을 고르며 무대 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설마 다른 사람이 대신 치는 건가? 이게 진짜 서현주의 실력이라고?’그녀는 손목시계를 확인해 봤는데 연주가 시작된 지 아직 3분도 안 지났다. 그 말은 지금 연주하고 있는 사람은 분명 서현주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이게 말이 되나?’그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이라니, 유이영 자신조차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른 건 더 늦은 나이였다.“이영아,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어디 아파?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위에 가서 좀 쉬어.”옆자리에서 차정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그러자 유이영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그냥 현주 씨가 좀 걱정돼서 그래요.”차정인은 답답하다는 듯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너도 참. 네가 그렇게 챙겨줘도 걔는 너를 신경 써주지 않을 텐데. 너무 바보같이 굴지 마, 응?”유이영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신경은 오직 피아노 선율에 쏠려 있었다.유이영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고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서현주의 연주는 너무 완벽했다. 질투가 날 만큼. 그리고 그 질투가 점점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었다.‘혹시 피아노에 관한 재능만큼은 나보다 뛰어난 걸까?’유이영의 손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오므라들며 치마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아직도 어지러워?”갑자기 들려온 연지훈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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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서현주는 무대에서 내려가자마자 문 앞에 몰려 있는 참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그들에게 다가가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왜 그래요?”참가자들은 넋이 나간 듯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들은 허둥지둥 자리를 비켜주며 서현주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차분하게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걸 다시 넋 놓고 지켜봤다.잠시 후, 누군가가 욕을 내뱉었다.“젠장.”“잘난 척하네, 서현주.”그 한마디를 시작으로 조용하던 대기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실력이 저 정도면 좀 잘난 척해도 되잖아? 나라도 그러겠다. 나 같으면 더 티냈어.”“그러게, 오히려 멋있던데?”“그런데 서현주가 언제부터 저런 실력을 갖게 된 거야?”그 말에 주변이 다시 조용해졌다.아무도 서현주에게 저 정도의 실력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일부는 자신들이 그녀를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지만 몇몇은 비아냥 섞인 눈빛으로 속삭였다.“혹시 피아노를 안 치고 미리 녹음해둔 거 튼 거 아니야?”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질투와 충격이 섞인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의심이 퍼졌다.하지만 어찌됐든 모두가 본선에서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서현주는 완벽하게 반전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아주 통쾌하게.서현주의 예상 밖의 실력에 대기실 안의 분위기는 묘하게 무거워졌다. 누구든 자신보다 어린데 재능까지 뛰어나고 실력까지 확실한 경쟁자를 마주하면 속이 쓰린 법이니까. 더군다나 그 경쟁자가 지금껏 자신들이 얕잡아 보던 인물이라면 그 기분은 더 끔찍했다.그때 누군가가 중얼거렸다.“그래도 우리 중 제일 괴로운 사람은 따로 있잖아.”모두가 그게 누구를 뜻하는지 알았다. 바로 이번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 유이영이었다.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흩어졌고 곧 다음 차례의 참가자만 남고 나머지는 다시 대기실로 들어갔다.서현주가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연지훈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연지훈의 눈빛은 차가웠고 그저 낯선 사람을 보듯 그녀를 스치듯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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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대회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모두 보안팀의 신원 확인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최연석은 어떻게 그 절차를 통과해 들어온 걸까? 아니면 다른 통로로 들어온 걸까? 혹은 누가 뒤에서 도와준 걸까?아직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다.유이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그건 확실히 제대로 조사해봐야겠어요.”서현주는 미소만 지을 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대회장의 문을 나서자 복도 끝쪽에 보안 요원 몇 명이 닫힌 방 문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그녀가 다가가 물었다.“최연석, 안에 있어요?”보안 요원들은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누군지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에 있습니다. 지금 심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어서 들어가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그들이 말하는 ‘심하다’는 건 그냥 화난 정도가 아니었다. 최연석이 하는 말은 듣는 사람조차 얼굴이 굳어질 만큼 도가 지나쳤다.서현주는 왜소하고 여리한 체형이었고 작은 얼굴에 하얀 피부, 헐렁한 옷이 어깨 위에 느슨하게 걸쳐져 있어 더더욱 가냘퍼 보였다. 바람이 불면 휙 날아갈 것 같았다.그런 모습을 본 보안 요원들은 차마 서현주에게 문을 열어줄 수 없었다. 최연석이 내뱉는 저주와 비난을 이런 여린 여자가 들어야 한다니, 그들도 마음이 불편했다.하지만 서현주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최연석이 아무리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해도 그녀가 전생에 겪었던 모욕과 비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괜찮아요.”서현주가 말했다.“그 사람한테 물어볼 게 있어요.”그녀가 단호한 눈빛으로 말하자 보안 요원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문을 열어주었다.6성급 호텔답게 방음은 완벽했다. 문이 닫혀 있을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안에서 터져 나오는 최연석의 고함이 귀를 찔렀다.그건 거의 폐가 찢어질 듯한 절규에 가까웠다.“시X! 놔, 이 개XX들아. 내가 서현주 그년을... 쓸모없는 서현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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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최연석이 눈을 가늘게 뜨자 서현주는 일부러 그를 도발하듯 말했다.“규정상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가 다시 들어올 자격은 없어요. 그런데 그쪽은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죠? 그쪽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말할 때 그녀는 비웃는 눈빛과 억양을 더해 ‘탈락’이라는 단어를 특히 강조했다.아니나 다를까 최연석은 완전히 분노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욕을 퍼부었고 그 분노는 마치 실체처럼 튀어나와 서현주를 갈라 놓을 것만 같았다.그의 몸 위에 세 명의 보안요원이 붙어있었지만 간신히 눌러 붙잡고 있을 뿐이었고 보안요원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서현주 씨, 제발 더 자극하지 마세요.”보안요원 한 명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서현주는 살짝 웃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최연석은 오래도록 욕을 퍼부었지만 서현주는 그의 입에서 듣고 싶던 답을 얻지 못해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됐어요. 아마 담벼락을 넘고 들어왔겠죠, 뭐. 누가 그쪽을 챙겼겠어요.”목소리가 작았지만 딱히 숨기려 한 것도 아니어서 최연석에게 잘 들렸다.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를 뭘로 아는 거야? 나는 너와 달리 친구가 엄청 많아. 여기에 너를 싫어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 나를 도와줄 사람은 많지만 너 따위를 도와줄 사람은 없지.”서현주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가 그녀는 마치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그쪽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요? 거짓말하지 마요.”최연석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쉰 목소리로 웃었다.“네가 뭘 알고 싶어 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최연석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누가 나를 들여보냈는지 알고 싶은 거지? 아닌 척하기는,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그는 경멸의 눈빛을 드러냈다.“절대 안 알려줄 거야. 죽을 때까지 알려고 하지 마. 난 너를 미치게 만들어 줄 테니까.”서현주는 눈을 감았다 뜨며 담담하게 말했다.“생각보다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네요.”최연석은 헛헛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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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서현주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마치 미리 정해둔 대본을 읊듯 또렷하게 이어졌다.“첫 번째 선택지는 그쪽이 경찰서로 보내지는 거예요. 그쪽이 인터넷에 올린 글은 지우지 않겠어요. 대신 내가 대회 때 연주한 풀영상을 그대로 공개하면 사람들이 직접 판단하겠죠, 누가 옳은지.”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최연석을 바라봤다.“물론 결과가 어떨지는 그쪽도 짐작할 수 있겠죠.”서현주는 최연석의 눈동자 속에서 복잡하게 뒤섞이는 감정들을 분명히 읽었다. 분노, 두려움, 그리고 자존심이 뒤엉켜 있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그럼... 두 번째 선택지는 뭔데?”“두 번째는 간단해요.”서현주는 미소를 지었다.“누가 그쪽을 안으로 들여보냈는지 말해요. 그리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요. 그러면 나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 줄게요. 그쪽이 소란을 피운 영상을 절대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공개 사과’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최연석의 눈빛이 흔들렸고 얼굴에 불쾌함이 스쳤다. 그가 그런 굴욕적인 결과를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서현주는 여전히 미소를 띠며 물었다.“그런데 말이에요, 그쪽을 도와준 그 사람이 정말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줬다고 생각했어요?”그녀의 눈빛에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설마 그 사람이 정의감이 넘쳐서 그쪽의 일에 끼어든 거라고 믿은 건 아니죠? 설마 그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죠?”최연석이 이를 악물고 서현주를 노려봤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그 여자는 그쪽을 이용한 거예요. 나를 치기 위해 그쪽을 총알받이로 쓴 거라고요. 그쪽이 앞으로 나서서 총을 맞는 동안, 그 여자는 뒤에서 웃으면서 이득만 챙기겠죠. 잘 봐요, 무슨 일이 생겨도 피해는 전부 그쪽의 몫이에요. 그 여자는 깨끗하게 빠져나갈 거고.”서현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그쪽이 협조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영상만 올리면 여론은 내 쪽으로 기울 거니까 난 다치지 않아요. 이건 그쪽에게 주는 기회예요, 내게 주는 게 아니라.”“그러니까 잘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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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서현주가 보여준 영상은 말 그대로 최연석의 뺨을 후려친 한 방이었다. 그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설마... 내가 그때 잘못 들은 건가?’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예선 때 그는 서현주의 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그 수준으로는 지금 영상 속처럼 완벽한 연주를 절대 칠 수 없다.최연석의 눈빛이 흔들렸다.‘아, 그렇지. 분명 영상이 조작된 거야. 영상 속의 피아노 소리는 서현주가 직접 친 게 아닐지도 몰라.’그런 생각이 스치자 그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래, 그게 맞아. 하룻밤 새에 실력이 그렇게 오를 리가 없잖아. 서현주가 나를 속인 거야.’최연석은 그렇게 되뇌며 안도했다.하지만 그때 서현주가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천천히 들어 올렸고 최연석의 머릿속은 그대로 멈춰버렸다.시간이 몇 분 흘렀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굴에 드러난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그는 믿고 싶지도 않았고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런데도 서현주는 여유로웠다. 그녀는 최연석이 한 번쯤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거라고 믿었다.그때, 문이 ‘철컥’ 열리며 보안요원이 들어왔고 손에 낯익은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찾으셨던 거요.”“감사합니다.”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받았다.그런데 최연석은 그걸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그게 왜 거기 있어?”서현주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이거 말이에요?”사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최연석이 구석에 뭔가를 숨겨둔 걸 눈치챘었다. 그게 뭘까 싶었는데 대충 짐작했던 대로 카메라였다.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에 서현주는 보안팀에게 미리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결국 최연석은 그걸 회수하지도 못한 채 여기까지 끌려왔다.서현주가 카메라의 버튼을 눌러 확인하려는 순간, 최연석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소리쳤다.“서현주, 그 영상을 지우지 마! 이미 내 노트북에 자동 동기화돼 있어! 네가 지운다고 증거가 사라지는 거 아니야! 거기에는 네 그 가짜 연주 소리 같은 건 없다고!”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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