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 모두 고개를 들지 않았다.서현주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연지훈과 유이영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시선을 무대 쪽 출입문에 고정했다.대기실 입구와 무대로 통하는 문은 나란히 붙어 있었고 그녀가 고개를 든 순간, 입구 쪽으로 또 한 사람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중년 여성의 발소리가 또각또각 울리며 다급하게 이어졌고 곧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빨리 걷지 말고 조심해.”서현주는 걸음을 멈췄고 중년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연지훈의 어머니 차정인이었다.그 순간, 방금까지 온화하고 걱정스러워 보이던 차정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현주를 위아래로 훑었다.“서현주, 오랜만이네.”“네, 오랜만이에요.”서현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차정인은 코웃음을 치며 팔짱을 끼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서현주를 바라봤다.“너, 연씨 가문에 있을 때는 최소 몇십만 원은 하는 옷을 입더니 지금은 뭐야? 연씨 가문을 떠난 뒤로 어렵게 살고 있는 거야? 무슨 시장에서 산 것 같은 옷을 입고 있네.”루체 피아노 콩쿠르의 출전자들은 대부분 대회 날이면 예복처럼 차려입는다. 남자들은 어두운 수트, 여자들은 화려한 드레스에 화장까지 완벽하게 한다.하지만 서현주는 언제나 달랐다. 늘 그렇듯 그녀는 오늘도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고 맨얼굴에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다. 꾸밈없이 담백한 모습이라 더 눈에 띄었다.대기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차정인의 목소리가 은근히 높아 방 안 전체에 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서현주에게로 쏠렸다.솔직히 겉으로만 보면 차정인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게 누가 봐도 서현주의 옷은 비싼 티가 나지 않았고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가난한 학생처럼 보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그런 옷차림이라 해도, 그런 값싼 티셔츠가 서현주의 기품을 가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마치 샘물처럼 맑고 단정했으며 맑은 눈매와 또렷한 얼굴선은 오히려 어떤 화려한 드레스보다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마치 드라마 속 가난하지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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