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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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장미연이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면서 엄숙한 눈빛으로 주위를 훑었다. 그 시선은 특히 그녀와 김민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녀의 목덜미와 김민준의 뺨에 있는 선명한 빨간 자국이었다. 딱 봐도 어떻게 남은 흔적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장미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죠?”서현주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김민준이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장 선생님, 이 일은 상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장미연의 표정은 확 변하고 말았다.김민준은 배경도 탄탄하고 가문의 세력도 대단했다. 그는 가업과는 무관한 의사라는 직업에 종사했지만 집안 어른들이 그를 아껴서 그가 졸업하기 전부터 의약 시장을 개척해두었다. 만약 김민준이 언젠가 의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바로 가문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었으면 했다.김민준이 가족 기업에서 활동하지 않더라도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대주주 명단에 들어가기도 했다.김민준의 가문을 생각하면 장미연뿐만 아니라 루체 피아노 콩쿠르 주최 측도 그를 신경 써야만 했다.서현주는 차분한 눈빛과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장 선생님, 이번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그녀는 김민준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저 사람이 노린 건 바로 저예요.”장미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유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영 씨가 말해봐요. 어떻게 된 일인지.”유이영은 장미연에게 김민준과 서현주가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알려줄 리가 없었다. 정말 말했다가는 누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하지만 장미연의 눈빛이 너무 날카롭고 엄격해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장 선생님, 그게...”김민준은 유이영의 손목을 잡고 자기 뒤로 끌어당기면서 말했다.“장 선생님, 이영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두 사람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장미연은 화가 나서 약간 머리가 아팠다.“지금이 몇 시인데 얼른 돌아가세요. 내일 아침에 경기 안 할 거예요?”김민준은 어두운 눈빛으로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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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연지훈이 복도 저편에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가오자 서현주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이상함을 감지한 장미연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서현주 앞을 가로막았다.“연 대표님.”연지훈은 김민준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였다.그는 이번 루체 피아노 콩쿠르의 주요 후원자로 비중이 90%가 넘었다. 즉 이곳 대부분 물자와 지출은 전부 연지훈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셈이었다.지난 대회에서도 주최 측이 연지훈에게 후원을 요청하려고 많은 준비를 했지만 연지훈은 그들은 만나주지도 않았다.이번 대회는 유이영이 참가해서 먼저 나서서 후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원래 주최 측은 이미 신심을 잃고 다른 후원자를 찾으려던 참이었다.연지훈과 접촉해본 사람들은 그가 일에 엄격하기로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먼저 연락하자 주최 측은 깜짝 놀라 여러 번 확인한 끝에야 본인이 맞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연지훈이 큰손이라 이전 대회 선수들이 한 번도 머물지 못한 6성급 호텔에 이번 대회 선수들은 편안히 묵을 수 있었다.어쩌면 일부 선수들에게는 평생 단 한 번 있을 6성급 호텔일지도 모른다.연지훈은 주최 측에서도 지위가 높았다.김민준, 장미연의 체면도 세워줘야 하는데 연지훈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그를 마주한 장미연은 순간 작아지는 느낌이었다.원래 떠나려 했던 사람들은 연지훈이 오는 것을 보자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조심스럽게 구경하고 있었다.연지훈은 장미연 바고 앞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서 있었다.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장미연이 아니라 서현주였다.연지훈이 왜 찾아왔는지는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주최 측은 그들에게 연지훈을 반드시 잘 돌보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었다.장미연은 손바닥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연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장 선생님.”서현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녀는 참가 선수로서 연지훈이 루체 피아노 콩쿠르에서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장미연은 확실히 국내외에 많이 알려진 피아니스트지만 연지훈에게는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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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어렵게 물었다.“지훈 씨, 술 마셨어요?”연지훈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영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서현주는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왜 괴롭혔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그저 CCTV 영상을 공개했을 뿐인데.”연지훈은 더욱더 세게 그녀의 턱을 잡으면서 거친 목소리로 경고했다.“서현주, 감히 내 앞에서 이영이한테 손을 대?”평범하고 특별한 것 없는 목소리에 서현주는 가슴이 조여왔다.두 사람이 너무 가까이 붙어서 서현주는 숨쉬기조차 어려웠다.그녀는 주먹을 쥐더니 연지훈의 어깨를 세게 내리쳤다.“이거 놔요.”연지훈은 말없이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벽에 더 밀어붙였다. 서현주는 꿈쩍도 할 수 없었고, 연지훈과 딱 달라붙어 숨결이 뒤섞이기 시작했다.연지훈의 몸에서 술 냄새가 더욱더 진하게 풍겼다.서현주는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지만 연지훈이 또다시 그녀의 턱을 잡고 들어 올렸다.그녀는 눈을 뜨면 연지훈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 눈을 계속 감고 있었다.연지훈과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두고 싶지 않았다.그저 전생에 연지훈 때문에 침대에 묶여있었던 추억이 떠오를 뿐이었다.너무나도 혼란스럽고 답답한 기억이었다.연지훈은 고개를 숙여 천천히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서현주, 말해봐. 내가 어떤 벌을 줬으면 좋겠어. 응? 한번 말해봐. 내가 지금 후원자로서의 특권을 행사해야 하는 거 맞아?”서현주는 등골이 오싹해지고 호흡이 멈추는 느낌에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연지훈은 지금 루체 피아노 콩쿠르로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다.연지훈이 어떻게 하든, 유이영을 위해 무얼 나서든 서현주는 그냥 꾹 참았을 것이다.하지만 루체 피아노 콩쿠르는 달랐다.이것만이 그녀가 지금 고지현과 유이영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그녀는 절대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무조건 결승에 진출해 유이영과 함께 우승 후보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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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거의 20분 동안 마사지한 서현주는 손이 뻐근해지기 시작했고,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이 미세하게 떨릴 정도였다. 두 팔을 오랫동안 공중에 들고 있으니 마치 무거운 물건이 팔에 매달린 듯 당장 내려놓고 싶었다.서현주는 입술을 꽉 깨물고 조금만 더 참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잠시 멈추었다.“좀 괜찮아졌어요?”그녀는 자신의 약한 모습이 통했으면 했다.연지훈은 김민준과 달랐다. 김민준은 아직 유이영에게 묶여있는 미친개라서 그래도 어느 정도 이성이 남아있었다.하지만 연지훈은 아무도 속박할 수 없는 짐승과 같아서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았다. 살을 뜯어내거나 가죽을 찢어야만 그만두는 성격이었다.서현주는 아직 힘없는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그녀는 연지훈, 유이영과 거리를 두고 싶을 뿐, 당장 연지훈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았다.연지훈 마음속에 있는 유일한 사람은 유이영이었고, 서현주가 이번에 CCTV영상을 공개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유이영을 불구덩이에 밀어 넣은 거나 마찬가지였다.연지훈과 김민준이 유이영을 위해 나서는 것은 그녀가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이 일은 그녀가 충동적으로 벌인 건 맞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이미 행동하기 전에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김민준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선수를 때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연지훈은 김민준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연지훈은 한참 후에야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계속해.”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연지훈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또 10분이 지나고, 서현주는 팔이 몹시 저리고 아팠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마디에서 삐걱거리는 녹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그녀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이 손을 내려놓았다.서현주는 진작에 연지훈이 미간을 찡그리지 않고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았다. 두통에 시달리는 환자의 모습 같지는 않았다.그녀가 손을 내려놓자 연지훈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꽉 잡더니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서현주는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턱을 연지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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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이것이 바로 천지 차이라는 것이다.서현주는 그 차이를 알기에 더욱 무력함을 느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면서 물었다.“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데요?”연지훈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돌려 비어 있는 그릇을 바라보았다.“너의 행동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어.”서현주는 움찔하고 말았다.연지훈은 다시 고개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유감이야.”서현주가 연지훈의 말을 곱씹을 새도 없이 그가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이 손짓은 마치 방금 김민준이 그녀의 목을 조르려던 모습과 똑같았다.서현주는 동공이 흔들리면서 뒤로 물러섰지만 뒤꿈치가 소파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다.갑자기 균형을 잃은 그녀는 바닥에 쓰러질 뻔했지만 반응이 빨라서 소파 등받이를 붙잡은 덕분에 이마가 부딪히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다행히 이 방에 카펫이 깔려 있어 넘어져도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서현주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 순간을 떠올렸다. 연지훈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가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조금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서현주는 아직 일어나기 전에 곁눈질로 연지훈이 소파 쪽에서 걸어와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걸 눈치챘다.서현주는 마음을 다잡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연지훈을 바라보았다.연지훈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바라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그렇게까지 겁먹었어?”서현주는 마치 얼굴에 뺨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그녀는 소파 등받이를 짚고 바닥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연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라 한 적 없는 것 같은데.”서현주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뭘 하려는 건데요?”서현주는 그래도 일어나려 했다.적어도 연지훈이 이렇게 거만하게 내려다보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연지훈은 갑자기 움직이더니 한걸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억지로 카펫에 앉혔다.서현주는 몸부림쳤지만 188cm인 연지훈의 힘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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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유이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가 곧 부드럽게 가라앉았다.“그건...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일이 아니에요.”차정인은 의심이 한 번 들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럼 어떻게 된 일인데?”유이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보기에 현주 씨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아직... 좀 어려서요.”“어려서 그랬다고?”차정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걔도 이제 성인이야. 그런데 아직도 어려서 그렇다고? 내가 걔 성격을 모를 줄 알아?”그녀의 얼굴에 짙은 불쾌감이 번졌다.“서현주는 연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부터 마음가짐이 바르지 않았어. 결국 집안을 들쑤셔 놓더니 이제는 나가서도 시끄럽게 굴잖아. 정말 질긴 애야. 도무지 떨어지질 않아.”유이영은 속으로는 통쾌해했지만 겉으로는 억지로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몸을 기울이며 다정하게 차정인의 팔을 잡고 다독였다.“어머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현주 씨도 언젠가는 변할 거라고 믿어요.”“절대 안 변할 거야.”차정인의 태도는 단호했다.“걔는 마음이 꼬였어. 나도 서현주가 지훈이를 몰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지훈이랑 결혼할 생각을 품은 거야. 욕심은 많고 본분은 모르고 제 분수도 모르는 애지.”유이영의 웃음이 서서히 옅어졌다.“그런 애는 언젠가 또 사고를 치게 돼.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해야 해.”차정인은 돌연 몸을 돌리고 유이영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너도 문제야. 네가 서현주를 너무 감싸니까 걔가 점점 기어오르잖아. 언제까지 그렇게 끌려다닐 거야? 걔가 언젠가는 네 머리 위까지 올라가려고 할 걸.”유이영은 고개를 숙이며 눈빛을 숨겼다.“이영아, 네가 착한 거는 알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바르지는 않아.”차정인의 말투는 점점 단단해졌다.“서현주한테 경계심을 가져야 해.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해야지. 그건 너뿐만 아니라 지훈이도 마찬가지야.”유이영의 볼이 은은하게 붉어졌다.그녀는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와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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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연지훈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현주가 너를 좋아하는 거, 너도 모르지 않았잖아?”차정인의 말투에 짙은 불만이 섞여 있었다.그 말을 듣자 연지훈의 머릿속에 문득 서현주가 연씨 가문에서 살았던 시절의 일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연채린이 서현주의 방에서 우연히 그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노트를 발견했었다.연지훈은 그때 서현주가 얼굴을 새빨개진 채 어쩔 줄 몰라 할 거라 생각했었지만 뜻밖에도 서현주는 아무 망설임 없이 그 노트를 찢어버렸다.그는 그때 그녀가 했던 말이며 눈빛까지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났다.“예전에는 내가 틀렸어요. 내가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했어요. 눈이 멀었죠. 내가 뻔뻔하게도 지훈 씨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내가 잘못했었다는 걸 알아요. 다시는 그런 마음을 안 가질 거예요.”“앞으로는 절대 그런 짓을 안 할 거고 지훈 씨랑 거리를 둘 거예요. 두 번 다시 민폐 끼치지 않을게요.”그렇게 말하는 서현주의 눈빛은 차갑고 담담했다. 부끄러움도, 미련도 없었고 오직 연지훈과 엮이지 않으려는 단호함만 남아 있었다.어쩌면 그때 너무 어려서였을까, 연지훈은 그녀의 냉정한 눈빛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깊숙히 감춰진 증오를 본 것 같았다.서현주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경계한 걸까. 그리고 그 증오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그 감정은 유이영이나 연채린을 향한 게 아니라 분명 연지훈에게 향한 것이었다. 그는 아무리 곱씹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서현주가 연씨 가문에 있던 몇 년 동안 그는 그녀에게 나쁘게 군 적이 없었다.‘그런데 왜 나를 그렇게 미워했을까.’연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겼다.서현주는 그를 대하는 태도만 달라진 게 아니었고 누구라도 그녀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엄마가 지나치게 걱정하시는 거예요. 저랑 현주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연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나치다니?”차정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서현주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보이는데,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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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그러나 차정인처럼 계산적으로 움직인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 연동욱의 곁에 연지훈뿐만 아니라 다른 손주들도 여럿 있었다.하지만 곧 판세가 달라졌다. 연지훈의 재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다른 아이들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의 총명함과 성실함은 곧 연동욱의 눈에 띄었고 그때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연지훈이 열 살쯤 되었을 때 연동욱은 이미 그를 집안의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고는 나머지 손자들을 전부 친부모에게 돌려보내며 이제 직접 안 돌보겠다고 선언했다.게다가 연지훈은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그는 학업도, 취미도, 인품도 흠잡을 데 없이 모범적이었고 어느 하나 부족한 구석이 없었다.연지훈은 또래들보다 훨씬 성숙했고 겸손했으며 단 한 번도 오만하게 굴지 않았다. 그 모습은 연동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후계자상 그 자체였다.그리고 세월이 흘러 연지훈이 직접 운진 테크를 세워 성공시켰을 때 연동욱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언장을 작성했다. 거기에는 명확하게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대부분의 유산과 연성 그룹의 경영권 전부를 연지훈에게 넘긴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그것은 차정인에게 하늘이 준 뜻밖의 행운이었다. 사실 그녀는 늘 아들에게 미안했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의 품에서 자라는데 연지훈은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에게 보내졌으니.그들 부부는 해외에서 일하느라 연지훈의 얼굴을 1년에 한두 번 보는 게 전부였다.어릴 때 연지훈은 부모가 떠날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며 차창 밖을 바라보곤 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차정인은 마음이 찢어졌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지훈은 점점 변했는데 더는 부모를 그리워하지 않았고 그들과 만나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가족끼리 서로 어색했고 피가 섞였다는 사실조차 무색할 만큼 멀어졌다.차정인은 그게 늘 마음에 걸렸고 어떻게든 연지훈에게 보상해 주고 싶었다.하지만 연지훈은 이미 부족한 게 없었다. 명문가의 손자로 자라 돈도 명예도 넘쳤고 무엇 하나 모자랄 게 없었다.그래서 차정인은 뭘로 연지훈에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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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유씨 가문의 딸이란 건 듣기만 해서는 얼마나 괜찮은가. 비록 연씨 가문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유서 깊고 기반이 단단한 집안이다.생각해 보면 예전에 연동욱도 유씨 가문을 혼맥 상대로 고려한 적이 있었다.그중에서도 유이영은 단연 돋보였다. 그녀는 재능과 기품을 모두 갖춘 인재로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고 본인의 힘으로 해외 유학길에 올라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리고 귀국할 때 국제 콩쿠르 입상이라는 명예를 안고 돌아왔다.연씨 가문과 유씨 가문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차정인은 전에 연지훈과 유이영이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비밀스럽게 사귀고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첫사랑이자 몇 년을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변치 않았다고 했다.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으로나 집안으로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강자가 강자와 손을 잡은 셈이니 누가 봐도 완벽한 짝이었다.그래서 연지훈과 사귀는 사람이 유이영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차정인은 진심으로 기뻤다.연지훈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고, 또 그 상대가 연동욱의 눈에도 흠잡히지 않을 만큼 훌륭한 집안 출신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사랑도, 가문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었고 차정인은 그들이 하늘이 내린 인연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런데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는데 바로 서현주였다.차정인이 자신의 결혼 생활을 혐오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배신’ 때문이었다.과거의 연홍택은 젊고 잘생긴 데다가 명문가 출신에 말솜씨까지 좋아 처음에 그녀 역시 그에게 설렘을 느꼈다.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고 믿었던 적도 있었다.하지만 그 믿음은 결혼한 지 반년도 안 되어 처참히 무너졌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그때 느꼈던 그 찢어지는 고통, 무너진 현실의 허무함을 차정인은 다시 겪고 싶지도, 누군가에게 겪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결혼생활이 무너질 때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조각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차정인은 연지훈이 그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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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들지 않았다.서현주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연지훈과 유이영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시선을 무대 쪽 출입문에 고정했다.대기실 입구와 무대로 통하는 문은 나란히 붙어 있었고 그녀가 고개를 든 순간, 입구 쪽으로 또 한 사람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중년 여성의 발소리가 또각또각 울리며 다급하게 이어졌고 곧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빨리 걷지 말고 조심해.”서현주는 걸음을 멈췄고 중년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연지훈의 어머니 차정인이었다.그 순간, 방금까지 온화하고 걱정스러워 보이던 차정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현주를 위아래로 훑었다.“서현주, 오랜만이네.”“네, 오랜만이에요.”서현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차정인은 코웃음을 치며 팔짱을 끼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서현주를 바라봤다.“너, 연씨 가문에 있을 때는 최소 몇십만 원은 하는 옷을 입더니 지금은 뭐야? 연씨 가문을 떠난 뒤로 어렵게 살고 있는 거야? 무슨 시장에서 산 것 같은 옷을 입고 있네.”루체 피아노 콩쿠르의 출전자들은 대부분 대회 날이면 예복처럼 차려입는다. 남자들은 어두운 수트, 여자들은 화려한 드레스에 화장까지 완벽하게 한다.하지만 서현주는 언제나 달랐다. 늘 그렇듯 그녀는 오늘도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고 맨얼굴에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다. 꾸밈없이 담백한 모습이라 더 눈에 띄었다.대기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차정인의 목소리가 은근히 높아 방 안 전체에 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서현주에게로 쏠렸다.솔직히 겉으로만 보면 차정인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게 누가 봐도 서현주의 옷은 비싼 티가 나지 않았고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가난한 학생처럼 보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그런 옷차림이라 해도, 그런 값싼 티셔츠가 서현주의 기품을 가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마치 샘물처럼 맑고 단정했으며 맑은 눈매와 또렷한 얼굴선은 오히려 어떤 화려한 드레스보다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마치 드라마 속 가난하지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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