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241 - Chapter 250

600 Chapters

제241화

서현주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녹음한 게 있다고요?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요.”그녀는 파일을 넘겨받자마자 직접 최연석의 손목에 묶여 있던 끈을 풀어주며 말했다.“이제 가봐요. 경찰 쪽은 내가 알아서 이야기할게요. 대신 인터넷에 올린 글은 삭제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요. 오해였다고 분명히 밝히는 것도 잊지 말고요.”최연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자신의 몸을 감고 있던 끈을 풀었다.끈이 모두 풀리자 서현주는 의자에서 일어나고 최연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최연석은 늘 자신이 천재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자신이 예선에서 탈락한 걸 인정하지 못했고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서현주가 인맥을 써서 올라갔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했다.결국 그 오만함 때문에 그는 유이영에게 이용당한 것이다. 지금 서현주가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건 곧 그보다 서현주가 낫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하는 일이었다.최연석 같은 성격의 남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 더 굴욕적인 일이었다. 아마 이 일은 그에게 오래도록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지금처럼 아무 말을 못 하고 있는 것도 이해됐다.서현주는 최연석을 한 번 더 흘끗 보고는 돌아서려 했다.그런데 그때,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현주 씨.”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았다.“왜요?”최연석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다.“미안해요.”서현주는 순간 멈칫했다.‘지금 뭐라고 한 거야? 최연석이 직접 사과한 거야?’그녀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최연석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고 눈빛에 억울함과 자존심이 뒤섞여 있었다.“내가 잘못 봤어요. 서현주 씨를 괴롭히고 서현주 씨의 기분을 망친 거... 다 내 잘못이에요. 내가 미안하다고 해도 서현주 씨는 나를 용서하지 못 하겠죠.”그는 멈칫하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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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헐, 진짜야? 이렇게 빨리 인정하고 사과한다고?]최연석이 댓글을 달았다.[진짜예요. 저 서현주 씨한테 완전히 졌습니다.][사과한 게 뭐 어때서요. 루체 피아노 콩쿠르가 한두 번 열린 것도 아닌데 매년 꼭 한두 명은 인맥에 밀려서 떨어졌다는 소리를 하잖아요. 사실은 다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거죠. 이번에도 비슷한 케이스인 거 같은데요? 내가 봤을 때 서현주 씨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던데요? 그렇게까지 따질 필요는 없어요.]거기에도 최연석이 대댓글을 달았다.[맞아요. 내막 같은 건 없어요.][글쎄... 그래도 좀 수상한데? 혹시 주최 측에서 협박한 거 아니야? 아니면 서현주한테 협박당했다든가?][절대 아닙니다. 제가 자발적으로 올린 거예요. 서현주 씨가 좋은 결과를 얻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댓글은 계속 이어졌지만 서현주는 더 이상 보지 않았다.그때 강혜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너 괜찮아? 나 이제 막 인터넷 보고 알았어. 너 경기 끝났어?]서현주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나 멀쩡해. 준결승은 끝났는데 결과는 아직 안 나왔어.]강혜인에게서 다시 빠르게 답장이 왔다.[너 그거 봤어? 최연석이 사과했더라. 그 인간이 왜 갑자기 태세를 전환한 거지? 전에 봤을 때는 당장 대회장에 쳐들어갈 기세였는데.]서현주는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올렸다.강혜인의 말이 맞았다.[걱정하지 마. 그거 내가 시킨 거야. 혹시라도 번복하면 내가 쥐고 있는 협박 카드가 있거든.]강혜인은 놀란 이모티콘을 보냈다.[오, 너 요즘 완전 무섭다?][당연하지.]강혜인은 곧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는 귀여운 응원 이모티콘을 보내고 대화를 마쳤다.서현주는 다시 습관적으로 SNS 피드를 넘기다가 강혜인이 올린 새 게시글을 봤다.[아놔, 노점에서 또라이 만남.]사진 속의 남자는 허름한 회색 수트를 걸치고 있었고 손에 치킨을 들고 있었다. 그는 키가 크고 말랐으며 뒷모습만 나왔는데도 묘한 인상을 남겼다.서현주는 별 생각 없이 ‘좋아요’를 누르려다가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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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나민석은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그의 부모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는 보육원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했고 대학교에 가서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밖에서 일하며 보냈다.그가 유이영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시절에 한 밀크티 가게에서 일할 때였다. 그날은 옆 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체력 훈련을 받던 날이었는데 땀범벅이 된 학생들 틈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하얀 원피스에 새하얀 종아리를 드러내고 부드럽게 웃고 있던 그 아이는 말 그대로 눈에 확 들어왔다. 밝고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였다.나민석의 시선은 본능처럼 그녀에게 붙박였고 그가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유이영이 그에게 다가왔다.그날 이후, 나민석은 사랑에 빠졌고 그 뒤로 몇 년이 흘러도 그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같이 창업했던 강혜인에게조차도.그 비밀이 세상에 드러난 건 훨씬 나중이었는데 연지훈이 강혜인의 회사를 인수하려고 나설 때였다. 그때 나민석은 오랫동안 연지훈 대신 강혜인을 설득하러 다녔다.그러다가 강혜인이 먼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그녀가 조사하고 캐묻자 결국 나민석은 그제야 자신이 유이영을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회사를 건네는 것은 유이영에게 주는 결혼 선물이라고 했다.그 얘기를 들은 서현주는 눈빛이 복잡해졌었다. 솔직히 말해 그때 강혜인의 회사는 이미 문제 투성이였다. 연지훈이 견제해 조직적으로 그들의 주요 고객과 자원을 빼앗았고 인수는 사실상 ‘최선의 퇴로’였다.하지만 그 와중에 나민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일부러 내부 정보를 흘렸는지, 아니면 끝까지 손을 떼고 있었는지 말이다.다만 결과만 놓고 보면 강혜인은 그와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그건 아마 나민석이 정말 배신은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강혜인은 친구에게 의리는 있지만 배신에는 단호한 사람이니까.서현주는 휴대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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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몇 번을 불렀는데도 대답하지 않고.”한 여자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그 실력은 진짜예요, 가짜예요?”서현주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터라 목소리가 다소 차가웠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여자는 다급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예선 때 봤는데 그때는 서현주 씨가 분명 이런 실력이 아니었잖아요. 오늘은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진 거예요?”서현주는 피식 웃었다.“잘못 들은 거예요. 오늘 제 연주도 별로였는걸요. 결승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그 말에 여자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럴 리가 없잖아요. 다들 들었는데...”“세상에 불가능한 게 어딨어요?”서현주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제 실력이 하루아침에 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그쪽들이 착각했을 수도 있죠.”여자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옆 사람과 눈빛을 주고받았다.“말도 안 돼... 다들 들었는데.”여자가 중얼거렸다.“됐어요.”서현주는 눈을 감으며 말을 잘랐다.“조용히 해요. 무대 위에서 아직 다른 참가자가 연주 중이잖아요. 방해하지 마요.”그러자 여자는 입을 다물었고 부끄러움과 짜증이 뒤섞인 표정으로 서현주를 노려보다가 동행의 팔을 잡고 앞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서현주는 며칠째 피로가 많이 쌓였다. 예선과 본선, 그리고 최연석의 일까지 해결하느라 그녀는 지쳐서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런데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귀에 스며들자 그녀는 어느새 의자에 기댄 채 천천히 잠이 들었다.주변이 점점 시끌벅적해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자 서현주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바로 무대 위의 유이영이 눈에 들어왔다.서현주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유이영은 피아노 앞에 단정히 앉아 있었고 폭포처럼 흘러내린 긴 드레스, 오프숄더 디자인이 그녀의 희고 매끄러운 목선과 어깨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우아한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떠 있었고 그녀의 손가락은 끊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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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졌다가 금세 정적이 깨졌다. 여기저기서 비웃음과 비아냥이 터져나왔다.“야, 지금 장난해? 서현주가 1등이라고? 너 제정신이야?”“그러니까 말이야. 설령 우리는 진다 쳐도 서현주가 유이영보다 잘할 리가 없잖아. 그건 생각할 것도 없어. 이따가 순위를 들으면 바로 알 걸.”“그만 좀 떠들어. 서현주가 듣겠어.”“들리면 어때, 내가 무슨 잘못했어? 최연석이 얼마나 소리를 지르고 난리쳤어. 그 일로 시끄러웠는데 주최 측이 멍청한 게 아니라면 진작에 서현주를 탈락시켰어야지. 그랬으면 최연석이 게시글을 올리고 우리까지 욕먹는 일도 없었을 거야. 진짜 괜히 엮여가지고...”“하긴, 내가 깜빡했네. 최연석 그 일은 주최 측에서 아직 아무 말도 없대?”“너희 SNS 안 봤어? 최연석이 이미 자기가 서현주를 오해했다고 사과했어. 서현주가 실력으로 본선에 올라간 거래.”“뭐라고? 언제 사과했어? 난 못 봤는데? 왜 갑자기 사과했대?”“그건 서현주한테 물어봐야지. 걔 말고 누가 알겠어?”서현주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시간쯤 지나 모든 참가자의 연주가 끝났다. 이윽고 결과 발표 시간이 찾아왔는데 발표자는 늘 그렇듯 장미연이었다.“루체 피아노 콩쿠르, 본선 1위의 주인공은...”모든 참가자들의 시선이 무대 위의 장미연과 그녀의 손에 들린 종이로 쏠렸다. 그 종이를 꿰뚫어 보려는 듯 모두 숨죽인 채 집중했다.하지만 서현주와 유이영만은 달랐다. 서현주는 가만히 장미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이 1위를 받을 리도, 탈락할 리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유이영은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의자에 곧게 앉아 있었고 눈빛에 확신이 가득했다. 마치 이번 대회의 우승 트로피가 이미 자기 손에 들어온 것처럼.사실 서현주도 이번 본선의 1위가 누군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틀릴 리가 없었다.장미연은 고개를 살짝 들어 유이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축하합니다, 유이영 씨. 본선 1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셨어요.”역시나 예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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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유이영의 미소는 부자연스러웠다.“둘이 지금 뭐 하는 거야?”서현주는 꽉 잡혀 아팠던 손목을 문지르며 고개를 들었고 매혹적인 눈매를 가진 유이영과 눈이 마주쳤다.곁눈질해 보니 유이영의 이름이 적힌 상이 연지훈의 손에 들려 있었다.서현주는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고 유이영을 바라봤다. 그녀가 막 입을 열려던 그 순간, 김민준이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그녀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안 꺼져요?”서현주는 차갑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날 내쫓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남길 바라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김민준의 목소리가 더 낮게 가라앉았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서현주는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가 유이영에게 말했다.“유이영 씨랑 단둘이 이야기 좀 하고 싶어요.”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김민준은 마치 새끼를 지키는 어미 닭처럼 즉시 나서서 유이영 앞을 가로막았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연지훈도 눈썹이 움찔거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서현주를 바라보았다.서현주는 세 사람과 마주 선 채 그들을 바라봤다. 그 모습만 놓고 보면 마치 그녀가 세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악역처럼 보였다.유이영은 본능적으로 연지훈 쪽으로 몸을 옮기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의 눈빛에 억울함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서현주는 두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오로지 유이영만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최연석 씨 일에 대해 나한테 할 말 없어요?”그 말에 유이영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알 수 없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고 그녀는 곧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짧은 순간의 변화를 서현주는 놓치지 않았고 유이영의 눈에 스친 미세한 기색을 포착하고는 속으로 비웃었다.김민준이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서현주 씨가 더러운 짓을 해놓고 꼬인 일을 왜 이영이한테 따지는 거예요? 최연석 씨를 찾아가요. 괜히 이영이한테 시비 걸지 말고.”그에 비해 연지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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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얼굴이 굳은 유이영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채 서현주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을 살피는 서현주의 시선을 느끼자 재빨리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현주 씨, 우리 얘기 좀 해요.”서현주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집어넣었다.“그래요, 가요.”그때 연지훈이 유이영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뜻이야?”말은 유이영에게 한 것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서현주를 향해 있었다.연지훈의 눈빛은 깊고 서늘했고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서현주는 그 안에서 묵직한 압박감을 느꼈다. 마치 돌덩이가 가슴 위에 얹힌 듯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서현주는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러자 연지훈의 눈빛이 더 짙게 가라앉았다.유이영은 그의 손등 위에 자기 손을 얹고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현주 씨랑 잠깐 얘기하고 올게요. 금방 돌아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그러자 연지훈은 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다시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유이영은 입술을 깨물고 한층 더 여린 눈빛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꾸며냈다.“이건 나랑 현주 씨 사이의 일이에요. 지훈 씨, 내가 알아서 할게요. 나 믿죠? 괜찮아요. 내가 잘 해결할 수 있어요.”그녀는 연지훈이 자신이 다칠까 봐 걱정해 주는 건 기쁘고 고마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가 이 일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유이영의 이미지가 크게 흔들릴지도 몰랐다.그녀는 다른 일이라면 연지훈에게 맡겼겠지만 이번 일만큼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그때 김민준이 나섰다.“이영아, 너 이 여자한테 속으면 안 돼.”유이영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너랑 지훈 씨가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는 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금방 올게.”그녀가 몇 걸음 멀어지자 연지훈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그는 서현주를 노려보며 말했다.“이상한 짓 하지 마.”서현주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그리고 말없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서현주는 복도의 한쪽 구석에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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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아까부터 서현주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유이영의 한쪽 손이 줄곧 뒤로 감춰져 있었고 그 동작이 너무 부자연스러웠다.그 순간, 그녀는 바로 유이영이 녹음기를 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오늘 유이영이 입은 드레스에는 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녹음기를 손에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서현주는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당겼고 예상대로 유이영의 하얀 손 안에 작은 녹음기가 꼭 쥐어져 있었다.서현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유이영 씨, 이런 식이면 대화하기 어렵네요.”유이영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잠시 후,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녹음기를 꺼버렸다.“이제 됐죠?”서현주는 손을 내밀었다.“줘요. 확인 좀 해보게.”유이영이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예요?”서현주는 대답 대신 녹음기를 낚아채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고는 하이힐로 그것을 몇 번 세게 밟아 부숴버렸다.녹음기가 완전히 부서져 조각난 뒤에야 서현주는 발을 거두었다.유이영이 냉소를 흘렸다.“이제 얘기할 수 있겠네요?”서현주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휴대폰을 꺼내 아까의 녹음 파일을 다시 재생시켰다.“최연석 씨, 내가 도와줄게요.”유이영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서현주는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다.“익숙하죠? 이거 유이영 씨랑 최연석 씨의 목소리가 맞죠?”유이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서현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돈을 원해요.”그녀는 이 녹음 파일 따위로는 유이영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이게 세상에 공개된다고 해도 유이영은 영향을 하나도 받지 않을 것이다.진짜 무서운 건 유이영이 아니라 그녀의 뒤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뒤에는 연지훈, 김민준, 그리고 유씨 가문 전체가 버티고 있다.일단 녹음된 내용 자체를 큰 죄로 보기 어렵다. 진짜 문제의 중심은 최연석이고 유이영은 고작 그를 도운 정도에 불과하니까.그래서 이것이 공개된다고 해도 루체 피아노 콩쿠르의 주최 측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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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유이영은 속으로 안도하면서도 서현주 같은 속 좁은 여자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건성으로 말했다.“그래서 얼마면 되는데요?”서현주는 유이영의 얼굴 앞에 손가락 하나를 들이댔다.그걸 본 유이영은 눈썹을 찌푸렸다.“10억이요?”‘겨우 그 정도를 원한 거야?’유이영의 눈빛에 경멸이 짙어졌다.서현주가 얼마나 대단한 금액을 부를 줄 알았더니, 고작 10억 원이라니.‘역시나 속 좁은 사람은 원하는 것도 적네. 너무 초라해.’서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이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돌아서려고 했다.“좋아요. 계좌번호 보내요. 이따가 바로 송금해 줄게요.”“100억이요.”서현주는 차분하게 말하고 유이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내렸다.“유이영 씨가 착각한 거 같은데 내가 원하는 건 100억이에요.”유이영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뭐라고요? 100억 원? 지금 제정신이에요?”서현주는 미소를 지었다.“100억 원에서 깎아줄 생각 없고 할인도 없어요. 1원이라도 모자라면 거래는 없던 걸로 해요.”유이영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100억 원이라니, 이 여자는 정말 뻔뻔하다.“그건 너무 많아요. 최대 20억 원까지 줄 수 있어요. 그 이상은 안 돼요.”서현주가 고개를 저었다.“100억 원에서 단 한 푼도 깎을 수 없어요. 유이영 씨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뭐, 할 수 없죠. 이 녹음 파일은 나중에 온라인에서 꼭 들어봐요.”그러자 유이영은 이를 악물었다.“안 돼요. 100억은 너무 많다고요. 지금 당장은 그만큼 마련하지 못 해요.”서현주는 유감스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럼 어쩔 수 없네요.”그녀는 바로 돌아섰고 유이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치 구멍이라도 낼 듯이.“잠깐만요.”서현주가 고개를 돌렸다.“왜요?”유이영은 주먹을 꽉 쥔 채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좋아요. 100억 원 주면 되잖아요. 모으면 바로 송금할게요.”서현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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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서현주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강혜인에게서 메시지가 연달아 들어왔다.[그 남자, 드디어 갔어.][글쎄 그 인간이 먹으면서 계속 내가 한 게 맛없다고 투덜대는 거야. 그 사람 때문에 손님 몇 팀이 그냥 나가버렸다니까.][내가 그만 먹으라니까 내 말을 아예 듣지 않아. 미친 사람처럼 혼자 중얼중얼거리면서 가지도 않고 계속 앉아 있는 거야. 그래서 다른 손님들을 못 받았어.][완전 진상이야! 나 진짜 장사를 접어야 할 뻔했어!]톡창에 쉼 없이 뜨는 메시지들을 보며 서현주는 피식 웃었다.그녀는 나민석이라는 사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대인 관계에 서툴렀고 타인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늘 주변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교류조차 삐걱거렸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만의 강점이기도 했다.그런 성격 덕분에 나민석은 기술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고 그의 집중력과 재능이 바로 강혜인이 그를 높이 평가했던 이유였다.서현주의 머릿속에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녀가 죽었던 그 전 해는 바로 짧은 영상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해였다.그때, 짧은 영상 앱이 전국적으로 퍼졌고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생겨났다. 그 산업에 뛰어든 회사들은 돈을 쓸어 담으며 단숨에 IT 대기업으로 성장했었다.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는 그런 플랫폼이 아직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다.서현주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건 기회였다.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았고 짧은 영상 플랫폼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이제 고작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나민석의 문제는... 아직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직접 확인해봐야 해.’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강혜인에게 답장을 보냈다.[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몰라.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민석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기로 했다.[나 대회 끝나면 바로 갈게.][그래.]메시지를 보낸 뒤에도 서현주는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았고 클라우드 앱을 열었다. 거기에 그녀가 예전에 받아 둔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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