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리는 두 손으로 옷자락을 꽉 쥔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속으로 서현주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그러고는 눈물을 삼키며 원장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잠깐만요, 아직 안 끝났어요.”여자가 불쑥 소리쳤고 차유리는 발걸음을 멈췄다. 원장도 짜증 섞인 표정으로 안경을 밀어올리며 물었다.“왜 또, 무슨 일이야?”“외삼촌, 이 간호사가 우리 이진이한테 사과도 안 했잖아요.”여자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유리에게 눈짓했다. 차유리는 입술을 세게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제 잘못이에요.”그러자 여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됐어요. 이제 가봐요. 다음부터는 눈치 있게 행동해요, 알겠죠?”간호사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은 참담하고 초라했다.“여긴 병원이야.”원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적당히 해. 너무 지나치면 곤란해.”“알겠어요, 외삼촌.”여자는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원장은 짧게 ‘응’ 하고 대답하곤 자리를 뜨려 했다.그때 서현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의 원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으세요?”그 말에 여자의 얼굴이 뒤틀렸다.“뭐라고요? 그쪽은 입 다물고 돈이나 내놔요!”원장도 코웃음을 쳤다.“돈이 없으면 다른 걸로 보상할 수 있죠.”그는 서현주를 천천히 훑었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참 불쌍하네요.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어때요?”서현주는 그가 역겨워서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봤다. 지금 그녀의 몸이 멀쩡했다면 분명 그 남자의 뺨을 세게 후려쳤을 것이다.“외삼촌, 저 여자가 우리 이진이를 괴롭혔어요. 절대 봐주지 마세요.”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아이를 감쌌고 남자아이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거들먹거렸다.“맞아요, 저 아줌마는 혼 좀 나야 해요!”“누구를 혼내요?”그 순간, 병원 복도에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공기가 멎는 듯했다.서현주는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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