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281 - Chapter 290

483 Chapters

제281화

[헐, 미쳤네요. 더 없어요? 이런 거 너무 자극적이에요. 있으면 더 얘기해 줘요.][저도 들은 건데 그 남자 임원의 부인이 알고 난리쳤대요. 대회장까지 와서 서현주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수차례 때리고 결국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문 밖에서도 욕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는데 임원은 찍소리도 못 했다네요.][와, 둘이 진짜 사랑했나 봐요. 그러니까 트로피를 서현주한테 줬겠죠.][하... 내가 전에 서현주의 편을 든 적이 있었는데 진짜 역겹다. 그런 식으로 남자한테 들러붙는 사람이 제일 싫어.][유이영이 트로피를 포기한 이유가 있었네. 주최 측이 협박했겠지. 트로피를 서현주한테 넘기라고.][저도 협박받았어요. 누가 저한테 댓글을 지우라고 연락했어요. 솔직히 그 사람들이 무서워서 못 건드리겠지만 그래도 안 지울 거예요. 저한테 연락했던 분, 알아서 해요!][진짜 못 참겠네. 서현주의 SNS 계정을 아는 사람 있어? 좀 알려줘봐.]말도 안 되는 댓글들을 스크롤하며 보다가 서현주는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다 뭐야. 이런 소문들이 나도 모르게 퍼지고 있었다고?’도배된 욕설과 루머를 보자 서현주는 속이 울렁거렸다. 그 순간 그녀는 왜 사람들이 바퀴벌레를 혐오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생명력도 질기고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게 들러붙어서 질기게 괴롭히는 존재들은 정말 역겨웠다.하지만 그녀는 이게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건 유이영의 마지막 카드가 아니다.‘아직 후속 타가 남았겠지.’표절 사건이야 어떤 이유를 붙이든 결국 이미지에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그런데 유이영이라면 단순히 표절 문제 하나로 물러날 리가 없었다. 그녀의 명예를 되찾으려면 이 정도의 여론으로는 부족할 것이다.그때 서현주는 문득 연지훈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연지훈이 유이영을 그렇게 아꼈는데 그런 그가 이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반 시간쯤 지나자 운진 테크 대표이사 겸 CEO인 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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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악플이 많이 달리는 연예인이라 해도 한 번에 수십 명의 네티즌을 고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과 인력,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몇몇 악성 댓글러만 골라서 법적 대응을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전면전’을 여는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원래 이런 소송은 준비 과정도 길다. 댓글을 수집하고 작성자의 신원과 아이디를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몇 주, 몇 달이 걸렸다.그런데 연지훈에게는 그 모든 제약이 사라진 듯했다. 그는 단 하루 만에 30명이 넘는 악플러들의 신상을 전부 확보한 것이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사람들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했다.게다가 연지훈이 고용한 건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인데 의뢰 비용만 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 정도 규모면 변호사 고용 비용만으로도 시내에 웬만한 고급 빌라 한 채는 살 수 있을 것이다.그런 결단력, 그리고 여자 친구를 위해서라면 세상 전체를 상대로 싸울 것 같은 과감함이 대중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연지훈의 성명이 공개되자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유이영과 관련된 부정적인 글들이 자취를 감췄고 여론은 완전히 연지훈과 유이영의 이야기로 덮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들은 연지훈의 사진을 찾아냈고 순식간에 빠져들었다.[이분은 국민 남신인데?]그 말처럼 수많은 댓글이 그를 찬양했다.이어 또 다른 사진이 퍼졌는데 그것은 고등학생 시절의 연지훈과 유이영이 함께 찍은 졸업사진이었다. 두 사람은 풋풋한 교복 차림에 앳된 얼굴이었지만 이미 남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두 사람 모두 전국 공통의 흰색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평범한 교복이 두 사람 몸에서는 유난히 멋스럽고 깨끗해 보였다. 마치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옷을 입은 것처럼.사진 속 두 사람은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고 남학생은 여학생의 연노란 책가방을 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단정한 자세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친밀감이 묻어났고 둘 다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은 한 편의 청춘 드라마 포스터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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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그런데 다들 잊은 거야? 이 사건의 또 다른 ‘서브 여자 주인공’도 연지훈을 좋아했잖아. 내가 잘못 기억한 거 아니지? 그 여자가 전에 연지훈이랑 유이영의 사이에 끼어들려다가 완전히 망신당했었잖아.][기억하지, 다 알아. 나도 그때 진짜 걱정했어. 혹시 연지훈이 그 여자한테 넘어가면 어쩌나 하고. 그런데 봐봐, 연지훈은 역시 우리 이영이한테 한결같잖아. 지금 그 여자 엄청 민망할 걸? 이제는 자기가 얼마나 웃겼는지 알겠지.][이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잖아. 서현주, 빨리 나타나 봐. 전에는 남의 남자 친구를 뺏으려 하더니 이번에는 트로피까지 빼앗으려 해? 넌 가족이 없냐?]연지훈의 성명이 공개된 직후 이 사건의 열기는 폭발하듯 다시 치솟았다. 이 정도의 화제성은 연예계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불과 30분 만에 루체 피아노 콩쿠르 공식 계정 아래에 수많은 일반 네티즌들의 욕설이 달렸고 유이영 팬들의 댓글조차 묻혀 버렸다.루체 피아노 콩쿠르가 이토록 대중의 공격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그 권위와 공정성마저 위태로워 보일 정도였다.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서현주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루체 피아노 콩쿠르는 그녀에게도, 유이영에게도 잘못한 게 없었다. 그런데도 주최 측은 그녀 대신 모든 비난을 떠안고 있었다.물론 서현주도 이런 인터넷 여론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불편함일 뿐, 정신적으로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루체 피아노 콩쿠르가 이렇게 공격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서현주였지만 장미연과 심사위원들은 단 한 번도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오히려 장미연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아직은 인터넷에 들어가지 마요. 이번 일은 루체 피아노 콩쿠르 측에서 전부 책임질게요.”루체 피아노 콩쿠르가 네티즌들의 거센 의심을 받자 주심위원인 장미연은 도의적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윗선에서 문책이 들어올 건 분명했고 이렇게 일이 커진 이상 처벌이 단순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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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장미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서현주는 이미 휴대폰 메모장에 문장을 길게 써두었고 아직 보내지는 않았다.휴대폰 화면에 [장미연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뜨자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전화를 받았다.“장 선생님.”“현주 씨, 나한테 전화했던데 무슨 일 있어요?”장미연의 목소리에 피곤이 잔뜩 배어 있었다. 서현주는 장미연의 그토록 지쳐 있는 목소리를 처음 들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장 선생님, 혹시... 주최 측에서 선생님을 곤란하게 한 건 아니죠?”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한참 후 장미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난 괜찮아요. 현주 씨는 걱정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요.”서현주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 루체 피아노 콩쿠르의 모집 공고가 떠 있던 대형 전광판에는 이제 다른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저는 더 이상 선생님께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 모든 일은 그녀가 조심하지 않은 탓이었다.처음에 서현주는 그저 고지현의 이름을 다시 세상에 알리고, 유이영이 표절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아무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누구에게도 상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엄진경도, 강혜인도 몰랐고 서현주 혼자서 감당하려 했었다.“이 일은 제가 시작한 거예요. 선생님과는 상관없어요. 그리고 루체 콩쿠르 주최 측도 전혀 잘못이 없어요. 지금 이 난리가 난 건 누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유이영 씨의 뒤에 누가 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선생님은 다 아시잖아요.”유이영의 뒤에 연지훈이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는 유이영의 가장 강력한, 그리고 절대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었다.장미연은 한숨을 내쉬었다.“현주 씨가 참 착한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건 현주 씨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고등학생이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고요. 이 일은 주최 측에 맡기는 게 제일 현명한 방법이에요.”서현주가 무언가 말하려 하자 장미연이 바로 말을 끊었다.“됐어요. 현주 씨는 그냥 병원에서 푹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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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서현주는 가슴이 먹먹하게 아려왔다. 그녀는 휴대폰을 꼭 움켜쥔 채 한참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다.“그래야 착한 학생이죠.”장미연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아, 내가 이걸 아직 못 물어봤네요. 현주 씨는 예대 입시를 준비할 거예요, 아니면 그냥 수능을 볼 거예요?”서현주는 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그다지 티가 나지 않았다.“저 예대 입시 안 볼 거예요. 다른 과목들 성적이 꽤 괜찮거든요.”“그래요? 그럼 공부에 집중해요. 이번 일 때문에 마음 상하지 말고.”“네.”전화를 끊은 뒤, 서현주는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밤이 깊어질 때까지 그녀는 휴대폰 메모장에 써둔 메시지를 끝내 보내지 않았다.그 후에도 친구나 선생님, 동창들에게서 연락이 계속 왔고 그녀의 상태는 어떤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물었다.다들 괜찮냐는 인사로 시작했지만 읽어보면 전혀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들은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했지만 속내는 남의 불행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사람들이었다.학교 안에서도 진심으로 서현주를 걱정해 주는 사람은 몇 안 됐다. 강혜인, 같은 반 친구들, 그리고 담임 선생님 외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녀를 비난하는 쪽이었다.하지만 그래도 비난하는 사람보다 묵묵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서현주는 무심히 SNS에 들어갔고 학교의 공식 계정을 찾아서 보니 며칠 사이에 올라온 게시물들은 이미 유이영의 팬들과 일반 네티즌들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댓글창에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비아냥이 가득했고 결국 학교는 댓글 기능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그 사이 학교에서는 이미 몇몇 교사들을 병원으로 보냈다. 표면상은 서현주의 상태를 확인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그들의 뉘앙스는 거의 협박에 가까웠다.“서현주 학생, 이번 일로 학교의 명예가 얼마나 실추됐는지 알고 있어요? 지금 학교 전체가 주목받고 있어요. 우리 학교 교복만 입고 나가도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학생들이 겁이 나서 교복도 못 입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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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서현주는 이를 악물며 다리를 펴려 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왼쪽 다리를 바르게 놓고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삼켰다.이유 없이 찾아온 종아리 경련은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극심하게 쥐가 나는 그 느낌은 마치 근육이 안쪽에서 찢어지는 듯했다.몇 분 후 고통이 서서히 잦아들자 서현주는 진이 다 빠진 듯 침대에 널브러졌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말랐다.서현주는 입이 바짝 말라 물을 마시고 싶어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있는 컵을 들자마자 다시 내려놓았다. 언제 다 마셨는지, 컵이 텅 비어 있었다.서현주는 천천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 발목이 닿지 않게 조심하며 침대 끝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바닥에 놓인 전기 주전자를 집어 들어 물을 따르려 했지만 이번에도 헛수고였다. 주전자도 텅 비어 있었다.“하아...”서현주는 두 눈을 감았다가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력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엄진경도, 아주머니도 이미 집에 돌아갔을 시간이라 그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간호사를 불러도 괜히 폐만 끼칠 것 같았다.그녀는 숨을 고르며 침대 옆에 세워둔 휠체어를 끌어당겼고 왼쪽 다리를 조심스레 붙잡은 채 천천히 침대 끝으로 옮겨갔다.곧이어 서현주는 입술을 꽉 깨물고 오른발로 바닥을 밀면서 두 팔의 힘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그리하여 그녀는 겨우 휠체어 위에 올라앉았다.서현주는 숨이 가빠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녀는 왼쪽 다리를 발판 위에 올려놓은 뒤 주전자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두 손으로 휠을 돌렸다.병실 문 밖으로 나가자 서현주의 두 팔은 벌써 뻐근해졌지만 그녀는 힘겹게 휠체어를 밀고 온수실 앞까지 가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수기에 주전자의 입구를 맞췄다.곧 뜨거운 물이 졸졸 흘러들기 시작했고 점점 차오르자 서현주는 한 손으로는 도저히 들 수가 없어 결국 두 손으로 주전자를 감쌌다.그런데 주전자가 거의 다 찼을 때쯤 갑자기 뒤쪽에서 어린 남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밤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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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곧이어 주전자 안의 뜨거운 물이 와르르 쏟아져 내려 서현주의 허벅지와 종아리에 흘렀다.그녀가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뜨거운 물이 스며들어 피부에 닿자 서현주는 얼굴이 찌푸려지고 온몸이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신음을 흘리며 데이지 않은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다.“엄마, 아파요!”서현주는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 난 쪽을 돌아봤다.어린 남자아이가 바닥에 넘어져 있었고 오른손으로 왼쪽 팔을 감싸 쥔 채 끙끙 앓고 있었다.그제야 서현주는 쏟아진 뜨거운 물이 아이 쪽에도 튄 걸 알아챘다. 반팔을 입은 아이의 왼팔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서현주는 눈썹을 찌푸렸지만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녀는 묵묵히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주전자를 집어 들었다.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들여다보니 주전자 안쪽의 내통이 완전히 깨져 있었다.오늘 밤 내내 이어진 불운에 서현주는 이제 진이 다 빠진 듯 피곤하고 짜증까지 밀려왔다.그녀는 아직 울고 있는 아이나 달려오는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주전자를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휠체어의 바퀴를 돌렸다.그때 여자가 달려와 아이를 끌어안고 다급하게 물었다.“이진아, 어디 아파?”아이는 훌쩍이며 팔을 가리켰다.“여기가 아파요. 너무 뜨거워요.”이진이라고 불리는 아이는 곧 서현주를 짚었다.“저 이모 때문에 데었어요. 저 이모가 나를 괴롭혔어요.”여자는 아이의 붉게 부은 팔을 보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굳고 벌떡 일어나 서현주의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거기 서요! 그쪽 때문에 우리 아들이 다쳤는데 어디 도망가려고요? 책임질 생각이 없어요?”서현주는 짜증 섞인 눈빛으로 여자를 올려다봤고 간신히 화를 눌러 담으며 말했다.“좀 제대로 알고 말하세요. 저는 그냥 물을 받고 있었는데 그쪽 아들이 갑자기 달려와 부딪히는 바람에 주전자가 쏟아진 겁니다. 제 잘못이 아니라 그쪽 아들의 탓이에요.”여자는 표정이 더 어두워지더니 곧 더 크게 폭발했다.“뭐라고요? 우리 애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쪽은 어른이면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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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여자의 날카로운 고함과 아이의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뒤섞여 병원 복도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서현주의 귀안이 웅웅거릴 정도였다. 화가 난 여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그녀의 시야 속에서 일그러져 보였다.하필 오늘 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서현주는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들이 꼬일 대로 꼬였다. 뜨거운 물에 데인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는 따끔거렸고 무릎 위에는 깨져버린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서현주의 참을성은 이미 바닥까지 내려앉았다.“좋아요.”그녀가 냉랭하게 말했다.“그럼 경찰을 부르죠. CCTV를 보면 누가 잘못했는지 금방 알겠네요.”서현주는 코웃음을 치며 온수실 천장 구석의 카메라를 가리켰다.“딱 제가 있는 쪽으로 각도가 잡혀 있네요. 경찰이 오면 직접 보죠. 그쪽 아들이 어떻게 달려와서 부딪혔는지.”그 말에 여자의 얼굴이 굳었고 그녀는 곧바로 땅바닥에 앉아 있는 남자아이를 노려봤다.그런데 아이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갑자기 바닥에 대자로 드러눕고는 소리를 질렀다.“으아아아! 아파요! 엄마, 나 죽을 것 같아요!”그 모습에 여자는 오히려 더 기세가 등등해졌고 턱을 치켜들며 뻔뻔하게 떠들어댔다.“정말 양심도 없네요. 우리 애가 다쳤는데 그렇게까지 잡아떼고 싶어요? 어른이 되어서 창피하지도 않아요? 어쨌든 그쪽이 뜨거운 물을 받았잖아요. 그쪽 때문에 우리 애가 데었으니 책임져요.”“우리 아들은 집안의 유일한 자식이에요. 그쪽이 우리 애를 다치게 했으니까 나도, 내 남편도, 다른 가족들도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좋게 해결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치료비로 2백만 원 송금하고 우리 애한테 사과해요. 그러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줄게요.”서현주는 냉담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휠체어 손잡이를 꽉 붙잡은 여자의 손을 천천히 떼어냈다.“그쪽이랑 말 섞을 가치도 없네요. 정 그러면 경찰을 부르든가요. 아니면 비키세요. 쓸데없는 소리도 그만하시고.”그 말에 여자는 눈이 커졌고 눈빛에 당혹감과 분함이 섞여 있었다. 서현주가 그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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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간호사의 말에 여자의 눈이 커졌다.“뭐라고요?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이렇게 빨갛게 부었는데 괜찮다고요? 이 여자가 얼마나 뜨거운 물을 부었는지 알아요? 우리 애가 얼마나 아프면 울었겠어요.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다시 제대로 봐요!”간호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질책과 의심으로 가득 찼다.“그쪽, 간호사 맞아요? 상처를 볼 줄 알아요? 모르면 의사 좀 불러줘요. 그쪽을 믿을 수 없으니까.”여자는 당연히 간호사가 별일 없다고 말하게 둘 리 없었다. 그래야 돈을 받아낼 수 있으니까.간호사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예의를 차리고 차분하게 말했다.“아드님의 화상은 심하지 않아요. 그래도 걱정되시면 화상연고를 하나 사서 발라주세요. 며칠이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때 서현주는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녀의 표정을 본 여자는 신경이 곤두서서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간호사라는 사람이 뭐 하는 거예요? 우리 애가 이렇게 심하게 다쳤다잖아요! 지금 울고 있는 거 안 보여요? 그런데도 정말 괜찮다고요?”남자아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요란하게 울렸지만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간호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여자는 성질 급하게 간호사의 어깨를 확 잡았고 간호사가 재빨리 중심을 잡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을 것이다.“참 한심하네요. 주사 놓는 거 빼고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요? 의사 좀 불러 와요. 괜히 시간 끌지 말고!”여자의 말투는 거칠고 오만했다. 아무리 참을성 좋은 간호사라도 그런 말을 듣고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래서 간호사는 냉정하게 말했다.“직접 접수하고 진료 보세요. 전 바빠요.”그러자 여자는 눈을 크게 뜨더니 간호사를 비꼬았다.“어머, 그게 무슨 태도예요? 감히 환자랑 보호자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는 거예요? 내가 바로 민원 넣을까 봐 무섭지도 않아요? 그쪽은 새로 들어온 간호사죠? 내 외삼촌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이 병원의 원장이에요. 그쪽의 상사라고요! 내가 전화 한 통만 하면 그쪽은 바로 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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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원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남자아이의 팔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내 여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화상이 꽤 심하네. 바로 보상금이나 상의해 봐.”그러자 여자는 즉시 눈썹을 찡그리며 아들을 꼭 껴안았다.“이진아, 괜찮아. 엄마가 꼭 네가 억울하지 않게 이 일을 해결해 줄게.”그러자 남자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나 간호사는 놀란 눈으로 원장을 바라봤다.“그럴 리가 없는데요, 원장님. 그 화상은...”원장은 날카롭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정형외과의 차 간호사 맞죠?”차유리는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맞습니다.”“차 간호사는 전문 지식이 부족하네요. 가서 간호장한테 다시 교육을 받도록 해요.”원장의 말에 차유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옷자락을 꽉 쥔 채 간신히 말했다.“하지만 원장님, 이건 정말...”“내가 원장이에요, 아니면 차 간호사가 원장이에요?”그 한마디에 차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원장님.”여자는 턱을 치켜들고 뻔뻔하게 말했다.“간호사뿐만 아니라 저 휠체어 탄 여자도 문제 있어요. 우리 이진이를 데이게 한 게 바로 저 여자예요.”“원장님도 보셨으니 그쪽은 이제 발뺌 못 해요. 당장 치료비를 내놔요. 그리고 우리 이진이는 아직 학생인데 화상 때문에 학교를 못 가면 그에 대한 손해 보상금도 물어내야죠. 나도 직장 다니는데 애를 돌보느라 일을 못 하면 그에 대한 손해도 책임져야 하고요.”옆에 있는 남자아이도 신이 나서 서현주를 향해 혀를 내밀며 놀렸다.“메롱! 나쁜 아줌마, 얼른 돈 내놔요!”서현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휠체어를 움직였다.‘정말 어이없는 사람들이야.’더는 그들을 상대할 가치도 없었다.그러나 여자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이제는 병원 원장이라는 든든한 ‘백’이 생겼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그녀는 주저 없이 서현주의 손목을 붙잡더니 휠체어에서 끌어내듯 잡아당겼다.서현주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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